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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나설희
"소이연, 네가 여긴 어떻게?"

문서인은 뒤에 있는 소나은을 감싸며 말했다.

"물건 정리하러."

소이연은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개 같은 남녀 때문에 기분이 흔들리는 것도 귀찮다.

소이연은 둘이 사무실에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넌 중고가 그렇게 욕심났어?"

소이연이 소나은을 향해 말했다.

"내 물건 다 정리하고 새것으로 쓰면 얼마나 좋아"

말속에 숨은 뜻이 있었다.

그 말을 알아들은 소나은은 얼굴이 붉어졌다.

"나은이 우리 이번 시즌 제품 체크하러 온 김에 내가 네 사무실 보여준 거야. 오해하지 마."

문서인이 해석했다.

"오해? 어떤 상황이면 오해가 아닐까? 같은 침대에서 누워있으면?"

소이연이 코웃음을 쳤다.

"소나은과 내 감정을 말하는 게 아니야."

문서인은 표정이 변했다.

"네 업무를 말하는 거야. 그런 식으로 비꼬지 마."

"어제도 말했다시피 넌 언제든지 돌아와도 돼. 네 자리는 남겨져 있어. 너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

문서인은 잘난 척하며 말했다.

소이연이 웃었다.

‘문씨 그룹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누구 덕인데?’

그는 소이연이 여전히 문씨 그룹에 의지할 것이며 문씨 그룹을 떠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의 "선심"에 감격해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했다.

"필요 없어."

소이연은 문서인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이미 인사팀에 퇴사서류 제출했어. 앞으로 너 그리고 문씨 그룹은 나 소이연과 아! 무! 상! 관! 없! 어!"

"소이연. 너 좋은 게 좋은 건 줄 알아!"

문서인이 협박했다.

"언니. 서인 오빠처럼 좋은 전 남친은 어디에도 없어. 헤어지고도 상대방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데 서인 오빠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큰 거 아니야?"

"나도 나은의 얼굴을 봐서 서로 난감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야. 앞으로 다 가족인데."

둘은 서로 맞장구를 쳤다.

소이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너를 보니까 창녀가 정절 패방을 세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다."

"소이연!"

"언니!"

"헤어진 연인은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게 맞는 거야."

소이연이 냉정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더 중요한 건 네가 나에게 준 보상이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라 말이지."

"그리고 소나은 너."

소이연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문씨 그룹에 남아있으면 네가 은하 그룹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지? 꿈도 꾸지 마!"

문서인과 소나은은 참 꿈도 야무지다.

‘날 여기 남겨서 문서인을 위해 뼈를 묻게 만들고 자기는 내 재산을 가로채려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어!’

"언니, 나와 서인 오빠를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해? 우리는 진짜 언니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건데. 우리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그 소방원 때문이야?"

소나은이 제일 잘하는 것은 순진한 얼굴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문서인도 옆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소나은이 가식적으로 말했다.

"언니, 아무리 좋은 사람이 없다고 해도 아무 남자나 만나면 안 돼. 심지어 애까지 딸린 사람을..."

"나는 누굴 만나도 부끄러울 게 없어. 그러는 너는?"

소이연이 조롱했다.

"감정에는 선착순이 없어.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두 가지뿐이야."

소나은이 당당하게 말했다.

"나와 서인 오빠는 진짜 사랑이야."

"그래 너 말 잘했다. 감정에는 선착순이 없지. 하지만 사람 감정에 예의와 염치라는 게 있어. 사람이 수치심도 없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

"그만해 소이연!"

문서인이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말했다.

"이것들 다 필요 없어"

소이연이 갑자기 물건들을 정리하다 그만두고 차갑게 말했다.

"더러워"

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사무실에서 나가버렸다.

소나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이연이 도대체 뭘 믿고 그녀에게 이렇게 오만하게 구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소이연의 오만한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아무것도 그녀를 굴복시킬 수 없는 느낌이다.

그녀는 소이연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나은아."

문서인이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

"신경 쓰지 마. 우리 잘 되는 모습 보기 싫어서 괜히 저러는 거야"

...

소이연은 문씨 그룹에서 나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이곳에 더는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은하 그룹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회장 사무실로 직진했다.

사무실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소이연은 소승영이 정말 그녀의 말에 위협을 느꼈는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는 침착하게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인터폰을 눌렀다.

"사무실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았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비서가 소이연 앞에 나타났다.

소승영은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아직도 안목이 저급했다.

"오후 두 시에 회의를 소집해 각 부서 기본 정황을 보고하라고 하세요. 상세한건..."

소이연은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다 받아 적었어요?"

소이연이 물었다.

여비서는 다급하게 건성건성 적었다.

그러고는 한참 지나서 대답했다.

"적었어요."

"전달하고 커피 부탁해요. 블랙커피에 설탕 추가 없이요."

"네."

여비서가 몸을 돌렸다.

"이름이 뭐라 했죠?"

"이현아입니다."

"나가봐요."

"네."

이현아는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화려한 네일아트를 한 손가락으로 타자했다.

"짜증 나 죽겠어요."

"왜?"

"따님이 오자마자 이래라저래라하면서 눈치를 줘요!"

이현아가 화나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뭘 시켰는데?"

이현아는 소이연이 시킨 일을 소승영에게 알려줬다.

소승영이 쌀쌀하게 웃었다.

회사 상황부터 파악하려고 하는 걸 보니 소이연은 생각보다 더 똑똑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모두 소승영의 사람이라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 위로도 안 해줘요?"

이현아가 애교를 부렸다.

"사백만 원 보내줄 테니 백이나 하나 사."

이현아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더니 이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삼 개월이면 돌아오는 거죠? 따님 시다바리 노릇은 최대 삼 개월까지예요. 하루도 더 넘어선 안 돼요. 난 당신 옆에 있고 싶어요."

"사람 마음을 녹이는 여우 같으니라고"

...

오후 두 시 모든 사람이 은하 그룹 고급 사무실에 착석했다.

소이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출근 첫날이라 회사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여러분에게 간단한 업무 브리핑 부탁드려요. 그럼 인사팀부터 시작하죠."

인사팀 총감독 임현재가 말했다.

"죄송해요, 회장님.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우리 팀 상황은 아직 다 정리하지 못했어요. 내일 따로 브리핑할게요."

소이연은 임현재를 쳐다봤다.

임현재는 표정 변화가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경영팀."

안영진이 다음 순서를 불렀다.

"프로젝트가 너무 복잡해서 아직도 정리 중입니다."

"마케팅팀?"

"부장님이 출장 중이라 아직 전달하지 못했어요. 이건 부장님의 소관이라서요." 차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재무팀도 준비가 안 됐나요?"

"네 준비가 덜 됐어요."

인사치레로 하는 말도 없었다.

소이연은 소나은을 쳐다보았다.

소나은은 디자인팀 부장이다. 대표 취임식이 취소되어 아직은 원래 직급을 유지하고 대표 자리는 잠시 공석이었다.

소나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얌전하게 말했다.

"준비했어요. 언니한테... 아, 아니 회장님한테 바로 보고드릴게요."

소이연이 머리를 끄덕였다.

감동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소나은은 다른 사람 앞에서 습관적으로 착한 척한다.

소나은은 자기가 최근 디자인한 패션에 대해 한 시간 정도 설명했다.

"다음 달 생산에 들어간다고요?"

소이연이 물었다.

"준비는 끝났고 출시와 마케팅만 남았어요."

"급한 것 없어요. 아직 수정할 곳도 많은데."

소나은의 눈빛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소이연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

"수정할 데가 어디 있어요?"

임현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소나은 부장님은 항상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을 내놓으셨어요. 회장님이 뭐 아신다고 평가질이세요?"

"이번 디자인은 요즘 트렌드에 꼭 맞으니 출시하면 바로 대박 날 거예요!"

"회장님, 아무래도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참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소나은 부장님은 작년에 국제 대회에서 상도 받고 글로벌 5등에 아시아 2등까지 했어요. 소나은 부장님의 제니아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우리 브랜드 가치를 10배는 올려줄 거예요!"

제니아가 소나은이라고?’

업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소이연도 당연히 이 이름을 들어보았다.

소나은이 겸손하게 말했다.

"아시아 1등이 되지 못해서 부끄러울 따름이에요."

"아시아 1등, 글로벌 1등 아니고?"

소이연이 서슴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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