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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유룡장홍
차가운 엄종호의 눈이 소원영에게 향했다.

“엄종호, 담이 점점 커지는구나. 아무나 내 처소 안까지 들이고.”

존귀한 신분의 엄종호는 소원영에게 미움을 살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호위무사를 내보낸 엄종호는 뒤로 물러서며 소원영과의 거리를 넓혔다.

“아씨, 무슨 일이십니까?”

그 모습에 소원영은 눈시울을 붉혔다.

엄종호는 매번 일을 치르고 난 뒤, 소원영과 선을 긋기 급급해했다.

그의 앞에 있는 이가 소정연이었더라도 이리 냉랭하게 굴 수 있었을까?

‘소정연이 엄종호한테 무슨 약이라도 먹인 건가. 소정연이 어디가 좋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순진한 척 연기밖에 할 줄 모르는 이가 무엇이 좋다는 건지 소원영은 알 수 없었다.

하필 엄종호는 그런 소정연에게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소원영과 함께 있는 침상에서 소정연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했다.

지금 이 순간, 소원영은 완전히 깨우쳤다.

그녀는 경성의 제일 미인이었다. 가지고 싶은 건 전부 다 가질 수 있는 이였기에 누군가에게 애정을 갈구할 필요가 없었다.

소원영은 오늘부터 자신을 위해 살기로 했다.

“오늘 공주께서 연회에 청했으니 나와 함께 가자.”

소원영이 냉랭하게 말하자 엄종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일 둘째 아씨께 연지를 가져다주기로 했습니다…”

“소정연도 그 연회에 갈 것이다.”

엄종호의 말을 듣던 소원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러자 엄종호가 멈칫하더니 곧 수긍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소원영은 다시 처량해졌다.

‘역시, 소정연만 들먹이면 너는 무조건 허락하는구나. 걱정 마, 내가 이제 곧 두 사람 허락해 줄테니까.’

이튿날 아침, 소원영이 나와보니 엄종호가 이미 마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색 두루마기를 걸친 그는 엄동설한에도 단정하게 서 있었다.

예전의 소원영이었다면 그런 엄종호에게 아양을 부리며 온갖 수를 써서 그의 품에 안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원영은 엄종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를 지나쳐갔다. 마치 엄종호가 한낱 하찮은 인간인 것처럼.

그 모습에 엄종호는 조금 의외라는 듯 소원영을 바라봤다.

오늘 연회에는 수많은 양반댁 규수들이 초대되어 가는 길에 마차가 가득했다.

소원영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소정연을 보게 됐다.

화려한 수가 놓아진 하얀색 치마를 입은 소정연은 순진한 얼굴로 주변의 아씨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순간, 옆에 있던 엄종호의 눈길도 소정연에게 향했다.

“언니, 드디어 나오셨군요.”

소정연은 소원영을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소원영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소원영은 그런 소정연의 얼굴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떨어지거라.”

그 말을 들은 소정연은 무척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엄종호를 바라봤다.

“오라버니, 저는 다른 뜻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께서 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하시길래…”

순간, 엄종호가 소원영을 쏘아봤다.

그러자 소정연이 엄종호에게 팔짱을 끼며 웃었다.

“오라버니, 그동안 계속 저를 위해 온갖 연지를 구해다 주셔서 어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소정연의 말을 들은 엄종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둘째 아씨, 괜찮습니다. 별일도 아닙니다.”

‘별일 아니라고? 비를 맞아가면서 경성 전체를 돌아다녔는데 별일이 아니라고?’

그 말을 들은 소원영이 코웃음을 쳤다. 서로 닿아있는 두 사람의 팔을 바라보는 그녀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

“소정연, 엄종호는 아직 내 남첩이다. 사내가 그립거든 다른 이를 찾거라. 네 어미처럼 임자 있는 놈 꼬시지 말고.”

소원영의 말을 들은 소정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엄종호의 눈빛도 더욱 차가워졌다.

그때, 마부가 세 사람의 말을 끊었다.

“아씨, 곧 연회가 시작될 시간입니다. 어서 마차에 오르시지요.”

소원영은 더 이상 소정연과 얽히고 싶지 않아 마차에 오르려고 했다.

하지만 소정연이 그녀보다 한 발 더 빨랐다.

“언니, 송구합니다. 저는 이 마차가 마음에 듭니다. 언니가 하녀들이랑 뒤에 있는 저 마차에 타세요. 아버지께서는 저를 제일 아끼시니 제가 뭐라고 하든 허락해 주실 겁니다. 언니가 아버지를 찾아가봤자 한 소리 들을 게 분명합니다.”

소정연의 말을 들은 소원영이 차갑게 웃었다.

‘그렇겠지. 어릴 때부터 우리 둘이 똑같은 걸 마음에 들어 해도 아버지는 늘 나한테 양보하라고 했으니.’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내려가거라.’

소원영이 차갑게 말하자 소정연이 얼어버렸다. 하지만 곧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싫습니다!”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주위에 있던 아씨들이 수군거리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자 소정연도 그것이 신경 쓰였는지 다시 말했다.

“언니, 정말 아버지를 불러와야 그만하겠습니까? 망신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얼마든지 부르거라. 아버지께서 과연 오실지 모르겠구나.”

소원영이 웃으며 말하자 소정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러자 구경꾼들의 비웃음 소리도 점점 더 커졌다.

“어서 아버지를 모셔 오거라.”

소정연이 얼른 옆에 있던 하녀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하녀가 얼른 안으로 뛰어 들어갔지만 곧 난감한 표정으로 나오더니 소정연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하녀의 말을 들은 소정연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녀의 아버지가 거절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소원영이 웃으며 마차에 올랐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소정연의 아버지도 함부로 이성진을 건드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원영은 곧 이성진과 혼인할 이였기에 소원영의 아버지도 전처럼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소정연이 난감해하고 있던 그때, 열여덟 마리의 말을 거느린 화려한 금 가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앞에 있던 마부가 소리쳤다.

“둘째 아씨, 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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