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이 노마님의 곁을 지키고 있는데, 소나라(苏国)의 삼촌이 찾아왔다. 소국구(苏国舅)은 태후의 친동생으로 황제의 처남이다. 소가(苏家)는 몇 년 동안이나 특출난 인재가 없었는데,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고 하지않는가. 태후, 현비 모두 조정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소국구가 정후부에 와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초왕이 후궁을 맞이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말을 하는 내내 태후를 들먹이며 정후부와 초왕비도 후궁을 맞는 일에 나서서 축복하라고 했다.정후가 초왕이 후궁을 들인다는 소식을 듣고 낙심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공주부의 일을 꾸미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초왕의 총애를 얻지도 못하고, 주씨 가문에게도 미움을 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딸도 잃고 권력도 잃은 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소국구의 강력한 요구에 그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척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국구야(国舅爷). 안심하세요. 왕비도 기뻐할 것 입니다. 주씨 가문에서 후궁을 들이시면 왕비도 자매처럼 지내며 왕야를 잘 모실겁니다.”“후작나리께서는 머리가 좋으신 분이니 제가 말에 핵심을 짚으셨으리라 믿습니다. 후궁을 들이면 태후마마와 현비마마가 마음을 놓으실 겁니다. 안심하시지요. 후작나리의 일은 현비마마가 기억하고 있으니 억울한 일을 겪지는 않을 겁니다.” 국구는 담담하게 말했다.정후가 쓴 웃음을 지었다. 그의 일은 어찌 현비가 돕겠는가? 지금 북당의 강산 절반을 주씨 가문이 꽉 잡고 있는 마당에 소씨 가문이 힘을 쓸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일부러 기쁜 척하며 연신 읍했다. “태후마마, 현비마마 황송하옵니다!”소국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갔다. 노마님의 집 밖으로 나온 원경릉은 두명의 시위(侍卫)에게 가로막혀 서재로 끌려왔다. 정후부에서는 녹주를 원경릉과 따로 떼어 놓기 위해 불러다가 간식을 먹였다.정후는 원경릉을 보자 대노하였다. “묻는 말에 대답하거라. 네가 초왕이 후궁을 들이는 것을 반대하다가 현비의 노여움을 사 궁에서 쫓겨난 것이냐?”원경릉
이 일은 정후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처리해야만 했다. 황실과 정후부의 체면을 차리면서도 초왕의 심기를 살펴야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초왕과 정후부의 체면을 위해서는 딱 한가지 방법 뿐, 바로 원경릉을 희생시키는 길 밖에 없었다.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리오거라! 둘째 노마님을 불러오거라." 원경릉이 정후부로 돌아온 후 사흘 정도 됐을 무렵, 둘째 노마님에게 좋은 어의를 불러 임신을 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했지만, 선천병이 있어 임신할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소문이 항간에 파다하게 퍼졌는데, 정후부의 둘째 노마님의 주변인이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경릉이 이 소식을 들은 것은 사흘이 지난 뒤였다.녹주는 시내에 바늘을 사러 나갔다가 이 소문을 듣게 됐다. 소문을 들은 녹주는 몹시 화가 났다. 원경릉이 친정에 온 순간부터 녹주가 곁에 있었는데 어의는 커녕 환대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후부가 일부러 이 소문을 퍼뜨린 것을 알아차렸다. 원경릉이 이미 왕부와 주씨 가문의 눈 밖에 난 이상, 주씨 가문에게 아부하기위해 이런 소문을 퍼뜨린게 분명했다.이 소식을 들은 주씨 가문은 손 안대고 코푼격이 되었다. 원경릉이 스스로 구실을 찾아 황실을 나가주겠다니. 주씨 가문에서는 줄곧 우문호와의 혼사를 미뤄왔는데 이는 둘째 딸인 주명양이 후궁으로 시집을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그닥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명양이 초왕의 정비로 시집을 간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과연 정후의 잔머리는 알아줄 만 했다. 이런 머리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썼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왕비님, 왜 화를 내지 않으십니까? 세상 사람들은 모두 헛소문을 믿고 있습니다."비록 녹주는 이전에 왕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 왕비는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지금의 녹주는 진심으로 왕비를 생각하고 있었다. 녹주는 사람들이 왕비를 욕하는 것이 용납할 수 없이 화가 났다.그러자 원경릉은 웃으면서 "
첩을 들이는 문제로 입궁한 원경릉원경릉 생각에 측실을 맞이하는 일은 벌써 며칠째 입질에 오르내렸다. 바깥엔 원경릉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고, 이 얘기가 궁에 전해지면 원경릉을 궁으로 불러 내칠 것이 분명하다. 원경릉은 기상궁에게 오늘이나 어젯밤에 궁중에서 사람이 온 적이 없었냐고 물었다.기상궁은: “목여태감이 직접 한 번 오셨습니다.”바로 그거다, 분명 황제 폐하께서 초왕의 뜻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인 게 분명하다. 주씨 집안의 여식을 아내로 맞는 것이 우문호의 소원이었는데, 우문호가 흔쾌히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원경릉은 태연하다. 비록 황실 가문에서 내쳐지지만, 분명 그녀에게 충분히 배상해 줄 것이고, 원경릉은 앞으로 생계로 걱정할 필요 없으며, 차용증도 한 장 있으니, 이 차용증으로 자신을 위한 작은 집 한 칸은 마련할 수 있다.드디어 해방이란 마음으로 원경릉은 마차에 올랐다.궁 입구에서 원경릉은 마차의 가리개를 걷고 끝없이 늘어선 황금빛 자개 추녀를 바라보며, 어쩌면 이게 그녀의 마지막 입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또한 그녀의 마음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가 있었다.원경릉은 마차에세 내려 어서방으로 걸어가며 심미안을 가지고 궁중의 경치를 감상했다.북당의 황궁은 정말 아름답다. 강남의 건축물처럼 우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북당의 황궁은 위풍당당한 아름다움, 유구한 고탑, 넓은 전당, 금박을 칠한 둥근 기둥, 황권의 위세가 드러나지 않은 곳이 없다. 원경릉은 어서방 문 앞에서 안에서 나오던 사람과 마주쳤다.이 사람은 청색 학창의를 입고, 관모에 홍보석을 박았는데 대략 6~70세 정도로 수염과 머리가 희끗희끗하다. 얼굴이 홀쭉하고 말랐으나 눈빛만은 상당히 예리해서 그가 나갈 때 한번 원경릉의 얼굴에 눈길을 주었을 뿐인 데도 마치 두 줄기 번개로 훑는 것 같아 원경릉은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다. 이 사람이 바로 북당의 산천 절반을 손에 쥐고 있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주재상이다.주재
우문호가 후궁을 들이는 것에 대한 원경릉의 생각원경릉이 멍청했다, 우문호 너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저는 반대하지 않았어요.” 원경릉이 급히 해명하며, “이 일은 왕야가 애초에 제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습니다.”“너는 지금 다섯째가 네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무언중에 얘기하는 것이냐?” 명원제의 목소리가 더욱 가라앉았다.“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만약 생각하는 바가 서로 너무 틀리면, 원경릉은 본래 ‘저는 아무 이견 없다’는 한 마디만 확실하게 답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혼장을 기다렸다가, 짐을 싸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결국 바깥 소문이 전부 원경릉이 왕비자리에서 내려오는데 복선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목여태감이 얻은 답은 네가 결혼한지 고작 일년에 불과하니 이렇게 빨리 후궁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짐이 기억하기로 너도 곧 황실을 위해 자손을 낳겠다고 했는데, 네 말이 앞 뒤가 모순 아닌가? 도대체 뭐가 맞는 말이냐?”원경릉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그때는 얼른 아이를 낳을 거라고 답했는데, 당시 분위기에 맞춰 원경릉이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으로 다음 일을 생각할 겨를이나 있었나?“너는 도대체 찬성이냐 아니면 반대냐?” 명원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원경릉은 입을 열어 동의한다는 말이 나오려는 찰나, 목여태감이: “왕비마마께서 말을 아끼시는 것은, 폐하를 속이는 죄를 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폐하를 속이는 죄?하지만 원경릉이 뭐라고 대답해야 폐하를 속이지 않는 걸까? 찬성하든 반대하든 전부 폐하를 속이는 죄를 짓고 만다.목여태감이 일깨워주며: “왕비마마께서 당시에 찬성하신 것은, 왕야를 위해 자손을 낳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만약 왕비마마께서 일년 내에 황자를 낳으시면 이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그러……” 원경릉은 근심으로 머리가 하얗게 샐 지경이다.아니라고 말하면, 그때 황제 폐하께 황실의 자손
태상황 앞에 선 원경릉명원제가: “다섯째가 너를 존중한다고 하니, 짐도 다섯째를 한 번 존중하기로 하지. 혼사는 강요할 수 없는 법. 앞으로 원수가 되지 않게 이 일은 짐이 현비에게 가서 해명하마, 너는 가보거라.”맞다, 현비가 있었다. 원경릉은 이번에 자신의 시어머니한테까지 완전히 미움을 샀다. 사방에 적이 아닌 사람이 없구나.어서방을 나오며 원경릉은 마음속에 어마어마하게 큰 칼을 품었다. 만약 살인이 죄가 아니라면 우문호는 반드시 그녀의 손에 죽어 마땅하다.어서방을 떠나 밖으로 나오니 누군가 원경릉을 기다렸다가 현비가 그녀를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바깥세상의 압박이 언제 자신한테 다다를까 했는데, 현비가 가장 빨랐다.눈 딱 감고 현비가 있는 경여궁(慶余宮)으로 가는 길에, 뜻밖에도 상선을 만났다.“왕비마마, 태상황 폐하께서 찾으십니다!”경여궁의 상궁이: “상선, 현비마마께서 먼저 왕비를 청하셨으니, 몇 말씀 드려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경여궁에 갔다 오는 것을 기다려서 다시 건곤궁에 모시고 가는 게 나으신 지요?”상선은 미륵불처럼 염화미소를 지으며, “중요한 일 아닙니다, 단지 태상황 폐하께서 기다리다 지치셔서 노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은 됩니다만.”상궁은 고집을 부릴 수 없어, “그럼, 왕비께서는 태상황 폐하를 알현하시고 경여궁으로 가시지요.” 상선이: “그리 빨리 끝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태상황 폐하 쪽 일이 워낙 많고, 게다가 하나는 왕비께서 바로 출궁하여 처리하실 일이라, 상궁은 현비마마께 돌아가 왕비께서 다음에 다시 입궁하여 현비마마께 문안을 드리겠다고 전해주시지요.”상궁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이건 태상황 폐하의 뜻이십니다.” 상선이 다시한번 일깨우며 말했다.상궁은 예를 취하고, “예, 그럼 저는 이만 현비마마께 돌아가겠습니다.”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상선을 따라 갔다.어느정도 가서 원경릉이: “상선이 나서서 도와 줘서 고마워요.”“태상황 폐하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이지요.” 상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상황 앞에서 고주망태가 돼서 주정하는 원경릉“한 모금하고 다 잊어 버려,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힘든 날엔 취할 수도 있지, 취하면 사람을 시켜 초왕부에 바래다주마.”태상황이 말하며 손짓으로 상선에게 술을 가져오게 시켰다.원경릉은 지난 생에 마신 술 중에 제일 센 게 샴페인으로, 두 잔 마시고 고주망태로 취했지만 다른 몸이 되었으니 주량이 이렇게 작진 않을 게 분명하고 어쨌든 이 고대 사람들은 가끔 술을 마신다더라.상선이 가져온 계화황주 향기가 나자, 원경릉은 한 모금 냄새를 들이마셔보니 향이 괜찮은 게 독한 주정 냄새가 나지 않는다.“과인은 마실 수 없고 평소에도 자주 마신 게 아니라 술 냄새만 맡아도 힘들구나.” 태상황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이렇게 말한다.상선이 옆에서 술을 따르며 태상황에게 한잔을 따르자, 원경릉이 한 손으로 저지하며 경고하길: “냄새만 맡으실 수 있어요.”“냄새만 맡아도 좋아.” 태상황이 심호흡을 하니 술기운이 코를 통해 천천히 스며들어 마실 때의 술 맛을 되새김질 해보니 전신이 악간 휘청거리는 기분이다. “자, 넌 마셔라, 과인은 냄새를 맡을 테니!” 태상황은 술잔을 들고 원경릉과 건배를 했다.태상황은 술잔을 입가에 가져가서, “이 술 맛이 변한 건가? 왜 이전처럼 향기롭지 않지? 이놈들, 술 관리를 제대로 못했구나, 과인이 먹어보고 만약 맛이 변했으면 이놈들 전부 끌어내서 곤장을 쳐라.”말을 마치고 살짝 입을 대더니 쯧쯧 혀를 차며, “맛을 못 봤어.”이렇게 손을 흔들며 계속 맛을 보니, 상선이 손을 꼭 쥐며, “태상황 폐하, 수법을 좀 바꾸시는 게 어떠십니까? 또 속이고 술을 드셨습니다.”태상황은 부끄러운 나머지 화를 내며, “과인이 속여서 술을 마실 필요가 어디 있어? 과인이 마시고 싶으면 너희들이 어디 막을 수가 있느냐?”“소인이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잔은 내려놓으시고 계속 향을 음미하시지요.”상선이 말했다.태상황은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퍼붓고 잔을 내려 놓으며 원경릉에게, ‘너나
술취해 망가진 원경릉원경릉이 이 모양이 되어 봉의각으로 실려온 것을 보고, 모두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기상궁이 침착하게 서둘러 녹주에게 해장국을 준비하게 하고 구사에게 상황을 물어보았다.구사가: “태상황 폐하의 어전에서 술에 취해, 해장국도 내려주었으나 전부 토했습니다.”“태상황 폐하 어전에서 취했다고요? 세상에나, 태상황 폐하께서 어마어마하게 화를 내셨겠네요.” 희상궁이 경악하며 말했다.“어마어마하게 화가 나셨는지 안 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선 얼굴이 완전 하얗게 질렸 더군요.” 구사가 말했다.“아이고!” 희상궁이 얼굴을 돌려 원경릉을 보니 침대에 앉아있길래 기상궁이 그녀를 눕히려 하자 원경릉이 유모 손을 잡고: “건드리지 마, 나 어지러워!”“구대인서는 돌아가시지요, 감사합니다.” 희상궁이 말했다.구사가 원경릉을 보니 얼굴이 무섭게 달아올라 있으며 눈은 뻘겋고 머리는 산발에 옷도 찢겨서 여기저기 구겨진 게, 총체적으로 난국이다.“그럼 이만!” 구사가 몸을 돌려 나갔다.평소처럼 나갈 때 봤을 땐 분명 단아한 초왕비였건만, 고주망태가 되어 주사를 부리니 이렇게 끔찍할 수가. 구사는 막 건곤전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렸다. 원경릉이 의자를 들어 때려 부수고 있고, 태상황은 나한상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으며, 상선은 몸에 구토물을 뒤집어 쓴 채, 하사 받은 새 옷이 못 쓰게 된 것에, 발을 구르며 열 받아 했다.구사는 한번도 건곤전에서 이렇게…… 사람냄새가 나는 걸 본 적이 없다.또한 태상황 폐하께서 위엄 있는 표정 외에 다른 표정, 그러니까 겁에 질린 아기토끼 같은 표정을 지으시는 걸 본 적도 없다.어쩌면 왕야께 이 일을 말씀드려야 했을 지 모른다.원경릉은 침대 앞에 앉아 하늘이 뱅뱅 돌며 눈 앞에 사물이 다가왔다 멀어졌다 하고, 잡음이 귀에 윙윙 들리는데 마치 저 멀리서 그녀와 아무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원경릉은 지금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반드시 뭔가를 해야만 했다. 아니면 열 받아 죽을 것이다.
우문호에게 식칼을 들고 뛰어든 원경릉원경릉은 자꾸 발을 헛디디며, 입으론 중얼중얼, “또 나를 끌고 가는 거야? 나 올해 삼재야? 여기 오니까 사람들한테 범인 취급 당해, 니들이 나 구해줬을 때 있잖아.”“예, 예!” 두 사람은 답은 해야 하겠고, 감히 반문할 수도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왕비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상선이 어떻게 왕비를 이렇게 취하도록 놔둔 건지 의혹이 쌓여갔다.밖으로 나가 바람을 맞자, 원경릉은 편하지가 않고 오히려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마음은 잡념이 끊임없이 소용돌이 쳤다.마음 속에 꾹꾹 눌러 놓은 화가 가득 차올라 너무 고통스럽다. 어떻게 한 가지도 편하게 지나가는 게 없을까? 너 우문호, 혼사를 거절하고 싶으면 자기 뜻이 그렇다고 하면 되지, 왜 원경릉을 방패막이로 삼는 건데? 원경릉이 그렇게 만만해?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사서, 원경릉은 허리띠로 목을 메고 사람들이 언제 와서 시체를 가져가나 보고 있을 뿐이다. 목숨이 한낱 지푸라기 같구나, 이름도 한낱 지푸라기 같구나, 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원경릉이 만약 죽어야 한다면 그녀를 이렇게 만든 원흉도 죽어 마땅하다. 이 집념 하나로 원경릉은 주방에 도착해 두 사람을 뿌리치고 머리를 들이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원경릉이 허위적 허위적 걷는 것을 보고 녹주는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왕비마마께서 여기서 뭘 찾으십니까? 말씀하세요, 쇤네가 찾아 드리겠습니다.”원경릉이 발견했는지 달려들어 큰 식칼을 빼 들고, 녹주를 향해 이를 악물고: “나를 해치려는 사람은 내가 먼저 죽여주겠어.” 이 행동에 두 상궁과 녹주는 놀라 자빠지고, 원경릉은 식칼을 휘두르며 칼춤을 추는데 실수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실수로 자기가 다칠 것 같아 걱정이 됐다.“왕비마마, 말로 하세요!” 희상궁이 녹주에게 눈짓을 하자, 녹주가 시위를 찾으러 나갔다.녹주가 눈치를 채고 빈틈을 노려 밖으로 도망치려 하자, 원경릉이 녹주의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