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색은 회왕에 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저쪽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각각 다른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두 식탁의 거리가 멀지 않아 대화소리는 어렵지 않게 엿들을 수 있었다.우문호는 오늘 연회를 베풀어 이리 나리을 접대한다고 했지만 마음속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전반 대화를 얼추 끝내고 부유원(福幼院)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사내들이 모이면 필연적으로 풍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법. 특히 이리 나리가 북당에서 초두취(梢頭醉)를 운영하고 있기에 모든 사내들의 귀가 그쪽으로 쫑긋 기울여졌다. 초두취 얘기를 시작하자 천하의 우문호라도 부유원의 이야기를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이리 나리는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사내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보고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좋아진 이리 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고 큰소리로 말했다.“내일 모두들 초두취에 와서 술도 마시고 풍월을 즐기며 놀다 가세요. 번화한 직례(直隸)보다 시설은 좀 못하지만 아가씨와 술은 수준급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아직 혼인하지 않은 냉정언과 소로 그리고 왕 선생은 알겠다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고, 다른 사람들은 여자들이 앉아있는 식탁을 보며 눈치를 보았다.이리의 말에 제왕은 잠시 망설이다가 “좋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네요!”라고 말했다.손왕은 손왕비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내일은 본왕이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손왕이 가지 않겠다고 하자 손왕비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태자께서는 가실 겁니까?”이리가 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사실 이리가 초두취로 사람들을 초대한 이유는 태자와 태자비를 떨어뜨려 놓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그의 눈은 간절함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이리의 물음에 수많은 눈동자가 우문호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에이, 태자께서 체면 때문에 속 마음을 내비치지 못하고 계시나 봅니다.” 이리 나리는 우문호가 망설이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문호는
미색은 임기응변이 좋은 사람이기에 금방 머릿속에서 적당한 답을 찾았다.“회왕께서 막 건강을 회복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기에 술을 멀리하시는 게 아무래도 좋을 듯하여 그렇게 말씀을 드린 겁니다!”미색의 말을 듣고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회왕은 그런 곳에 가서는 안 됩니다.”“좋습니다. 그럼 회왕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면 함께 갑시다.”소로가 말했다.“예, 잘 다녀 오십시오.”회왕이 말했다.회왕은 사실 초두취에 대해 별로 흥미가 없었다. 회왕은 미색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미색은 그런 회왕의 행동에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고,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 미색이 가져온 술이 얼마나 좋은지, 연회에 있던 모두가 거의 만취했다.이리 나리도 부상을 무릅쓰고 술을 많이 마셨다. 그는 술을 마실 때마다 우문호를 찾아 그에게 건배를 청했고, 그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서일은 이리 나리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확신했다.남자들은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이야기를 했다. 손왕비는 초두취를 싫어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겨 줄곧 미색을 졸라 초두취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그리 쉽게 초두취에 대해 얘기해 줄 미색이 아니었다. 미색은 초두취에 대해서는 함구했고 이리 나리가 하는 다른 장사에 대해서만 말하였다. 원경릉은 미색의 입을 통해 이리가 약재 장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 따라 그가 많은 용한 어의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쾌감이 들었다.연회가 끝난 후 손님을 배웅하고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서자 우문호는 원경을 벽에 밀쳤다.“왜 초두취를 가라는 거야? 후궁을 들이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나한테 그런 곳에 가라는 거냐고?”“이리 나리가 계속 권하는데 계속 거절하면 네가 태자라고 비싸게 군다고 생각할까 봐 그런 거지!”“거짓말. 솔직히 말해.”우문호가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원경릉은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우문호, 잘 생각해 봐. 우리 왕부의 마차가 이리 나리를 쳐서 그가 부상을 입었지. 근데 그는 당시에만 불평을 하고 그다음엔 우리에게 손해 배상을 해달라고도 하지 않았어. 게다가 왕부에서 지내면서 불편하다거나 어떠한 요구 사항도 없이 지냈고, 심지어 너에게는 값비싼 검은 선물까지 했잖아. 근데 만약 네가 그의 초대를 거절한다면 그가 얼마나 기분이 상하겠어? 게다가 네가 초두취에 간다고 해서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 넌 그저 네 행실에만 주의하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응, 그래 그게 맞는 것 같아.”우문호가 술을 마셔서 판단력이 흐려져있는데다가 원경릉이 워낙 조리 있게 말을 하니 그도 모르게 그녀의 생각에 동의했다. 원경릉은 기분이 좋은지 빙그레 웃으며 우문호를 꼭 껴안고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내일 초두취에서 기회가 되면 나리께 물어봐. 그가 알고 있는 어의들이……”우문호는 그녀의 두 팔을 풀고 그녀의 어깨를 꼭 잡고 정색했다.“원경릉 이래도 네가 다른 목적이 없다고? 원래 네 목적이 의학원의 어의였어? 경릉이 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난 네 남편이라고!”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주무르면서“에이, 그냥 겸사겸사 물어보라는 거지, 자기 오늘 너무 피곤하지? 내가 안마라도 해줄까?”라며 애교를 피웠다.*이리 나리는 거하게 취한 상태로 방에 들어가 미색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시킨 후 멍하니 앉아 있었다.“태자는 얼굴도 잘생기고, 무예도 깊고, 오늘 검을 휘두르는 걸 보니 검법도 출중하며, 성격도 좋고, 솔직하고, 참 좋은 사람이야.”이리가 말했다.“예, 잘생기긴 했더라고요.”미색은 대충 맞장구를 치며 이리를 보았다.이리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고, 벌어진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침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리께서는 태자가 아깝다는 거죠?”“세상 그 어떤 여자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하긴……”미색이 물이 담긴 잔을 이리에게 건넸다.“일단 우리가 태자비를 죽인 후, 아름다운 여인을 물색해 태
두 사람이 정자에 앉은지 십 분 정도 지났을 때 하인이 떡과 차를 가지고 왔다. “이리 가져오게.”원경릉은 차를 마시며 이리를 바라보았다.“나리께서 제게 무슨 하신 말씀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이리는 주머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었다.“이것으로 자기 자신을 좀 보시지요.”원경릉은 거울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았다.“뭐가 어때서요?” 원경릉이 거울을 내려놓고 이리에게 물었다. “지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제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원경릉은 속으로 그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음…… 나리는 아침부터 꽃단장을 하셨네요. 아주 반짝입니다.”“그렇죠? 또 뭐가 보이나요?”“나리는 이목구비가 아주 선명하시네요. 저보다 더 예쁜 것 같아요.”이리는 원경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손에 들린 거울을 낚아채며 물었다.“그럼 태자비는 당신이 태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까?”원경릉은 애써 침착한 얼굴로 손으로 떡을 집어먹으며 그를 빤히 보았다.“대답하시라고요!” 이리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기분 나쁘게 톡톡 두드렸다.“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이리는 인상을 팍 쓰고 그녀를 노려보았다.‘이 추녀가 어디 감히 태자랑 자신이 어울린다고 짓거리는 거야?’이리는 인내심을 잃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어떤 조건이면 태자 곁을 떠날 것인지 말을 하시오!”이리의 선넘는 발언에 원경릉은 떡이 목구멍에 걸려 켁켁 기침을 했다.‘세상에, 서일의 말이 맞았어. 이리 이거 정말 미친놈이네? 다섯째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야?’원경릉은 정신이 혼미해질 뻔했다.“그럼 나리께서는 내걸 조건이 뭔데요? 어디 들어나 봅시다.”“지금 태자비께서는 나를 떠보는 겁니까?”“나리, 내가 태자를 떠난다고 해도 태자 곁에 남을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꿈 깨십시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왜 대화에서 벗어나는 얘기를 하는 거죠? 어떻게 하면 태자를 떠날 것인지, 그것만 말씀하시오!”원경릉은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으며 이리를 보았
원경릉은 이리가 무술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갑자기 무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거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원경릉은 입에 묻은 떡 고명을 털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러니까 나리께서 저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십니까?”원경릉의 꿍꿍이라는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이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했다.“나리! 잠깐만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혹시 가지고 있는 은화를 기부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부유원 안에 고아와 무연고 노인들이 굶어주게 생겼습니다. 만약 나리께서 은화를 기부하면 황상께서 분명 상을 내리실 겁니다. 그럼 나리께서 명성도 얻게 되시겠지요!”이리는 황상의 상이라는 말과 명성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흠…… 그런 명성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느냐만……” “스승님! 배우겠습니다! 만약 스승님께서 부유원에 기부를 하신다면, 제가 무술을 배우도록 하죠.”원경릉은 이리의 번쩍이는 눈을 보고는 잽싸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곧바로 이리에게 스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배우겠다고? 무술을 배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데?”“이래 보여도 저 고생할 만큼 한 사람입니다.”원경릉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리를 보았다.“근데 지금 보니 태자비 몸이 너무 허약해 보여서 무술을 익힐 재목이 아닌 것 같네요. 그냥 간단하게 태자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태자비 내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 좀 더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지요.”“생각 안 합니다. 무술을 배우겠습니다.”이리는 방금 전 원경릉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 자신의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었다.‘저 몸으로 무슨 무예를 하겠다고……’하지만 이리 나리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한 달 정도 원경릉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무술 고수를 데려와 그녀와 결투를 벌이게 할 것이었다.그는 그녀에게 차를 한잔 따르라고 하더니 무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경릉은 그의 말을 듣고 즉시 그의 찻잔에 차를
음주 기부미색의 말을 듣고 이리 나리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손가락 두개를 목구멍에 넣더니 억지로 차를 다시 토하려고 했다.잠시 후 얼굴이 완전 흙빛이 되었는데 태어나서 제일 최악의 얼굴 상태로 영혼을 고문하듯, “그럼 어떻게 하지?”미색도 슬퍼하며 나리가 요즘 어떻게 되신 걸까?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가서야. 살인을 하러 왔는데 결과는 다치고 대접하고 제자를 거두지를 않나, 뭐가 어떻게 된 거야?하지만 미색은 슬퍼하는 것도 잠시, 바로 정신을 차리고 늑대파에겐 좋은 일이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있잖아. 미색과 태자비는 동서지간이니 동서를 해칠 수는 없는 거지.다시 말해 늑대파도 미색에겐 결혼문제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뜻이다.따라서 미색은 비분강개 하는 마음과 암담한 기분에 다시 한번, “나리, 차를 마셨으니 토하셔도 드신 건 드신 거잖아요. 명분상으로 차를 마셨으니 태자비의 사부인 거예요.”이리 나리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리 나리를 사부로 모시고 싶은 사람들이 늑대파에 얼마나 많은데 하나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확실한 무공 자질을 가진 천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리 나리는 천재가 아니면 제자로 거두지 않았다.인간이란 까다롭게 굴면 벌을 받나 보다. 미색이 남자에 까다롭게 굴다가 스무 살이 되도록 시집을 못 가고 혈혈단신이다.이리 나리는 서른살까지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까다롭게 굴다가 결국 어느 ‘똥멍청이’를 받아들이고 말았다.운명의 장난이여!복잡한 마음으로 반나절을 보내고 저녁에 초두취로 갔다. 원래는 갈 생각이 없었지만 우문호를 따라간 게 이 고뇌를 술을 마셔서 잊어볼까 해서다.이리 나리는 마음 속에 고민이 있고, 좀 많이 마신데 다가 우문호라는 여우가 계속 술을 따라 대니 자리가 파할 때 즈음은 이미 인사불성으로 취했다.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축하고 마차에 올라 가리개를 젖히고 바람을 맞자, 이리 나리도 조금씩 술이 깨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우문호가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
기부이리 나리는 성지를 받은 후 한참동안 정신이 혼미했다. 어디부터 잘못된 거지. 애초에 뭘 하러 온 거지? 그래 살인이다.이리 나리는 늑대파의 장문인으로 사람 머리를 사고파는 걸 업으로 삼고 소답화에게 은자 20만냥을 받고 태자비의 목을 가져가기로 했다.하지만 지금 이리 나리는 은자 200만냥을 내놔야 하는 데다 태자비를 제자로 거뒀다.제일 중요한 건 이리 나리가 지금 작위를 받아 조정 사람이 된 사실로, 늑대파는 원래 조정에 입각하지 않는데 이리 나리가 이번에 경성에 와서 자신을 팔아버린 꼴이 아닌가? 이리 나리가 냉정을 되찾는데 무려 반 시진(1시간)이나 걸렸다. 한 손으로 미색의 손목을 잡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소답화는 지금 어딨느냐?”“유배당했다고 들었어요!”이리 나리가 이를 갈며, “소답화의 머리에 만 냥을 걸지.”미색이 히히 웃으며, “좋아요, 제가 바로 명령을 전달하지요.”“너 엄청 즐거워 보인다!” 이리 나리가 차갑게 미색을 쳐다봤다.미색은 표정을 거두고, “나리 아시겠지만 소인은 화가 났을 때 항상 웃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옥면나찰(玉面羅剎)이란 별명을 가지겠어요? 나리 이번 결정은 잘 하신 일입니다. 이 일은 전부 소답화때문에 생겼으니까요. 우리 늑대파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이런 진퇴양난의 일이 벌어진 적이 없잖아요. 분명 소답화가 인간과 신에게 두루 분노를 사서 그런 건데, 어쩌다가 우리 늑대파가 연루돼서. 소답화의 목만 따는 게 사실 봐주는 거라고요.”이리 나리가 심호흡을 하더니 소리쳐, “연루되든 말았든 상관없이 중요한 건 모든 일은 책임자의 머리를 가져와야 하는 거라고.”“예, 나리 맞습니다!” 미색이 화가 나서, “원래 머리 하나로 해결 될 일이 아니지요, 소답화가 감히 현 태자비를 암살하려고 하다니, 정말 가증스럽습니다. 게다가 우리 늑대파를 끌어들이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이리 나리는 약간 협심증을 느끼며 가슴을 손으로 꽉 누르고, “됐다, 그만해, 가서 명을 전해라.”이백만 냥 쯤이야
문둥병 치료우문호가 가서 원경릉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자 원경릉이 뛸 듯 기뻐하며 얼른 약상자와 마스크를 챙겨서 내일 산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반드시 안전에 유의할 것, 만아, 서일, 사식이 등과 같이 올라갈 것, 산꼭대기엔 초왕부 파수병을 배치해 두어 기본적으로 전부 자기 사람들이지만 비밀을 지키는데 유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이 일은 조용히 진행할 수만 있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이다.그럴 줄 알았지만, 사식이는 입이 싸서 원경릉이 문둥산에 가서 치료한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얼른 가서 원용의에게 얘기하니 원용의가 듣고 호응해서 원경릉과 같이 산에 올라가기로 했다.이렇게 다음날 아침 일찍 원경릉은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이리 나리는 오늘부터 원경릉에게 무공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제자든 아니든 신경 안 쓰고 가르쳐서 무공을 할 수 있게 될 경우, 방법을 생각해 원경릉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파문해 버리면 원경릉의 머리를 벨 수 있다.이리 나리가 원경릉을 찾으니 원경릉이 벌써 나갔다는 얘기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사부를 조금도 존중할 줄을 모르다니 무술을 연마하는 게 시간 낭비다.원경릉이 일단 약을 가지고 산으로 올라가 탁자를 놓고 진료를 시작했다.최근 산 위에 급식이 개선 되었으나 병자의 대다수가 절망으로 마비된 상태라 원경릉이 온 것에 대해서도 별반 기뻐하지 않고 일부는 와서 대충대충 하고 가는 게 조정이 또 고기 급식을 끊고 전처럼 옥수수 개떡을 줄까 봐서 였다.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찰받기 싫어했다. 아니, 여자 몇 명이 와서 무슨 치료를 한다는 거야?원경릉의 일은 안 그래도 어렵고도 힘들어서 비록 같은 병이라고 하지만 병의 진행 정도가 다르고 다른 합병증이 있는지 여부를 진찰해야 했다.원용의와 사식이, 만아는 상처를 씻고, 소독하고 상처가 썩어 문드러진 것들 긁어내는 것을 도왔는데 이런 일에 만아는 적응했지만 원용의와 사식이는 겨우 구토를 참으며 마쳤다.저녁이 되어 하산할 때 서일 외에 다른 사람들은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