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우문호가 초왕부로 돌아온 뒤 원경릉이 할머니의 제안을 애기하자, 우문호가 찬성했으나 그러면 임 선생님께 거짓말을 도와 달라고 부탁드려야 했다.원경릉이, “그건 가능해, 미색한테 자세한 걸 도와 달라고 하면 돼.”우문호가 원경릉을 앞으로 와락 앉으며 피곤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파와, “단지 산에서 한달을 지내야 해, 위에선 잠도 잘 못 자고 먹는 것도 부실하고 당신이 고생할 거야.”원경릉이 방실방실 웃으며, “고생은 무슨? 마침 산 위에서 꾸준히 경공을 수련할 수 있는 걸, 어쩌면 산을 내려올 때 즈음엔 내가 무림 고수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우문호도 따라 웃었으나 이 웃음으로도 석연치 않은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원경릉을 품에 꼭 안고, “그래, 기다릴 게.”다음날 숙친왕이 아침 조례 때 입궁해 귀국 인사를 하자 만조백관들이 당연히 아쉬워했다.명원제도 애석해 하며 숙친왕에게 며칠 더 묵으라고 했다.숙친왕은 군대 일이 바쁨을 핑계로 거절하고 대신 작은 청을 하나 올렸다.숙친왕이 작은 청을 올리겠다고 하자 명원제와 조정 관리들의 경계와 이목을 끌었는데 명원제는 안색도 변하지 않고, “왕야는 말씀하시게.”숙친왕이 예를 취하더니, “폐하, 이번에 소신이 회왕 전하와 미색의 혼례에 참석하는데 선배 한 분이 같이 왔습니다. 지금 선배는 매화장에서 안풍 친왕비 마마와 같이 계시는데 만약 한 두 달 머무실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어제 제가 작별 인사를 드리니 선배가 태자비 마마께서 매화장으로 오셔서 당분간 같이 계실 수 있냐고 물으셨습니다.”숙친왕의 이 제안은 비록 다소 예의를 벗어난 것으로 숙친왕의 선배가 황실 사람이란 법은 없으며 숙친왕의 외가 쪽 어른일 수도 있다. 어떤 신분이든지 간에 북당의 태자비에게 매화장으로 와서 같이 있어 달라는 건 예의를 한참 벗어난 것이 도가 지나쳤다.하지만 만조 백관들은 의외로 아무도 반대하지 않은 것이 태자비가 매화장으로 가면 문둥산에 가지 않을 것이니 그 문제는 해결되기 때문이다.명원제도 동의했으나
매화장 가는 길대흥국 성안 태황태후 마마의 초청에 따라 원경릉은 일시에 당장 죽여 마땅한 공공의 적에서 인기가 드높은 귀하신 존재로 탈바꿈했다.성지가 초왕부에 내려지자 원경릉은 바로 짐을 꾸려 만아와 사식이를 데리고 출발했고,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따라가시니 마차 두대로 나눠서 서일과 탕양이 각각 모시고 갔다.매화장은 경성의 서북쪽 산 위에 있는데 지금 초겨울에 막 접어들어서 산 위엔 이미 하얀 서리가 내렸고 날씨도 추웠다.마차가 산허리쯤 도착했을 때 산으로 올라가는 큰 길이 없어지고 마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이번 외출은 적어도 보름은 보낼 요량으로 가져온 물건이 많고 할머니는 산길을 걸을 수 없어 서일이 업고 산을 올랐다. 짐 부담은 만아와 탕양, 사식이에게 떨어졌고 원경릉이 옮기는 걸 돕겠다고 했으나 죽어도 안된다며 본인 스스로나 숨 안 차고 가면 다행이라고 했다.그들도 원경릉을 무시했는데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닌지 꽤 되었다.비록 무공은 아직 여물지 못했지만 경공은 수련을 좀 한 편이다. 경공이 좋은 게 다리에 부담이 덜 가고 적어도 걸음이 경쾌해 져서 힘쓸 때를 알게 된다. 이렇게 반시진(1시간)을 걸었는데도 원경릉은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탕양까지 원경릉에게 크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산을 오르는 동안 경치가 좋았는데 이곳이 매화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길이 온통 매화나무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온통 꽃망울로 뒤덮여 어떤 건 연분홍색으로 피어나 매화향이 확 끼쳐오니 마음이 탁 트이면서 기쁨이 밀려왔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임 선생님은 만나봤지만 안풍 친왕비는 만나 뵌 적이 없고, 말씀만 여러 번 들었는데 줄곧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꿈이 이뤄질 줄 몰랐다.기대감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져 사식이조차 원경릉을 따라잡을 수 없어 뒤에서, “원 언니, 너무 급하게 가지 마세요, 길이 미끄러워요.”원경릉이 멈춰서 사식이와 만아를 기다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어진 산봉우리가 경성의 번잡함을 병풍처럼
매화장“여자분이요?” 서일이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듯 웃으며, “저랑 사식이는 좋은 친구죠.”“그럼 둘은 언제 혼인하나요?” 할머니가 물었다.서일이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며 즉시 이를 드러내고 헤헤 웃으며, “우리가 혼인을? 저랑 사식이가 혼인할 리 없죠, 저는 반하지 않았거든요.”할머니가 서일의 어깨를 치며, “여자분 괜찮아요, 진주 같은 아가씨예요.”“진주요? 돼지 목에 진주겠죠.” 서일이 ‘크크’ 웃으며 흘끔 사식이를 보니 순간 정이 뚝 떨어지는 게 여성스러움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우악스러운 것이 ‘마음에 안 들어. 완전 안 들어.’원경릉이 할머니를 부축해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몸을 풀어드리더니, “서일과 사식이는 한 쌍이 아니예요, 할머니는 중매하지 마세요.”“아니야? 둘을 보고 있으면 꽤 잘 어울리는데.” 할머니가 손을 휘휘 젓더니 천천히 머리를 돌리며 목 운동을 했다.서일 집안이 그렇게 떨어지는 집안은 아니지만 사식이와 비하면 역시 상당히 기우는 게 사실이다. 사식이는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을 거고, 원씨 집안도 신경 쓸 리 없지만 서일은 건성건성 한 척 하지만 사실 그 일에 상당히 민감하다.서일이 사식이를 싫다고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사식이와 이루어질 수 없는 걸 알아 서다. 서일이 보기에 자신과 사식이는 집안의 차이가 너무 나니, 아예 미리부터 싫다고 해서 사모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심산이다.잠시 쉬고 다시 출발했다.반 시진(1시간) 남짓 걸어 매화장 입구에 도착했다.매화장은 넓은 부지를 점유하고 있었는데 장원(莊園) 문 앞에는 수많은 복숭아나무,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고 문지기는 눈 늑대로 원경릉은 눈 늑대가 익숙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두 마리 눈 늑대는 전신이 연 그레이로 약간 나이가 든 것을 알 수 있었고 눈은 갈색이고 눈빛이 상당히 예리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는 듯 원경릉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눈 늑대들이 먼저 문을 밀었다.양쪽으로 된 문은 육중해서 열 때 ‘끼익’하는 소리가
늑대와 안풍 친왕비사식이가 갑자기 매화나무가 빽빽한 곳을 가리키며, “어? 저쪽에 녹매(綠梅)아녜요? 꽃이 피었나?”원경릉이 사식이의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멀리 숲 속에 ‘퍼틋퍼틋’ 녹색이 보이긴 하는데 거리가 멀어서 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인지 알아볼 수가 없고, 다만 원경릉이 보기엔 매화 같지는 않았다.녹매는 이렇게 녹색이지 않기 때문이다.“매화가 아니라 저건 눈입니다.” 그 여자가 미소를 머금고, “저것들은 매화 숲을 지키고 있는 늑대 호위들로 겁내실 필요 없습니다. 저쪽으로 안가시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거든요.”“파수 늑대요?” 사식이라 놀라서 넋이 나갔고, 부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세상에, 너무 근사해요, 늑대들을 부려서 파수를 보도록 가르치다니, 이걸 전부 안풍 친왕비 마마께서 하신 거예요?”“예, 왕비 마마께서 늑대를 좋아하세요!” 여자는 원경릉 등을 데리고 계속 앞으로 갔다.서일도 심하게 놀라서 걸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보느라 실수로 사식이 몸에 부딪혔는데 사식이도 그쪽을 보고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갑자기 딱 부딪히니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무의식적으로 소리치길, “서일, 눈이 안 보여요?”“저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닙니다.” 서일이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거리며 손을 뻗어 사식이를 끌어당겼다.이때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자세히 보니 매화 나무 숲에서 10여 마리의 늑대가 튀어나와 맹렬하고 포악하게 사식이와 서일에게 달려들었다.우두머리 늑대는 귀에 노란 끈을 묶어서 달려들 때 귀가 쫑긋하며 노란 끈이 펄럭이는 게 만약 어금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지 않았으면 귀여워서 ‘심쿵’하겠다.십여 마리 늑대가 사식이 앞으로 달려왔다. 늑대의 몸통에선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코를 찌르는데다 희번덕거리는 늑대의 이빨이 마치 당장이라도 사식이를 덮쳐 갈가리 찢어발길 것 같았다. 사식이가 어디서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나봤을까, 놀라서 모골이 송연해지고 전신이 덜덜 떨렸다.서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식이의 앞을 막아 서
안풍 친왕비의 등장서일은 늑대 무리가 물러나는 것을 보고 놀라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심장이 겨우 제자리를 찾아갔고, 손을 뻗어 사식이를 일으켜 둘이 서로 기대서 안으로 들어갔다.본채 안으로 들어가자 가구는 전부 평범한 것들로 탁자, 의자, 다구, 옷장, 병풍 등 있을 건 다 있고 전부 참신한 것들이나 원경릉은 이 가구들은 전부 갈라진 틈이나 칼 자국이 나 있는 것에 주의했다. 게다가 바로 맞은편의 태사의는 심지어 다리가 한쪽 없었다.그리고 안풍 친왕비는 그 절름발이 태사의에 앉았는데 다리가 3개다 보니 자연스럽게 삐그덕거렸지만 안풍 친왕비는 천연덕스럽게 앉아있었다.사람들의 당황스런 눈빛을 보고 노 왕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왕야께서 성정이 불 같으신 지라 이런 사물에 화풀이 하곤 하세요, 그래서 늘 바꾸니 안심하세요. 전부 앉을 수 있습니다.”원경릉이 보기에 비교적 안정적인 의자를 골랐는데 그 의자는 다리는 4개 다 있고 한쪽 팔걸이가 없는데 잘린 부분이 깨끗해서 누군가에게 단칼에 베인 것 같았다.원경릉이 손을 뻗어 만져보니 나뭇결이 거친 부분이 없어서 안심하고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앉혀 드렸다.노 왕비는 사람을 시켜 사식이, 서일 등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데 탕양도 같이 따라갔다. 여인들끼리 얘기를 나누는데 혼자 청일점인 게 불편했을 것이다.임 선생님은 여전히 부드러운 눈빛으로 할머니에게, “사는 데는 좀 익숙하십니까?”임 선생이 원경릉을 보고 감개무량한 듯, “할머니가 여기 오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데 할머니 연세나 몸상태를 생각해서 찬성하지 않았는데 하도 고집을 피우셔서 나도 방법이 없었어, 앞으로 할머니께 효도해야 해.”원경릉이 감격해서, “할머니께 효도할 게요, 임선생님 도와 주셔서 감사해요.”임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할 필요 없어, 인연이 그런 거지.”왕비가 원경릉에게 약간 흐뭇한 눈빛으로, “듣자 하니 문둥산에서 병을 치료하고 있다 던데, 태자비의 패기와 어진 마음에 탄복했네.”원경릉이 좀 머쓱해서, “
안풍 친왕비에게 안풍 친왕은?왕비는 두 사람의 토론을 듣더니, “지금 나병 사건이 이렇게 크게 번졌으니 정치 판도에 영향을 줄 게 틀림 없어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가장 좋으니 만약 필요한 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약탕 목욕용 큰 항아리는 넷째한테 보내라고 분부하겠습니다.”안풍 친왕비가 말한 넷째는 이리 나리다.원경릉이 알아듣고, “하지만 만약 큰 항아리를 산으로 보내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까 걱정이네요.”노 왕비는, “누구의 주의를 끌던 상관없어요, 누가 어쩌겠어요? 나를 찾아오던지 아니면 안풍 친왕 전하를 찾아가라 지요!”왕비의 늑대가 이렇게 대단한데 누가 감히 왕비를 찾아 올 수 있을까? 원경릉은 왕비가 여기 있는 한 아무도 오지 못하겠다는 건 알겠다.원경릉은 또 이 파손된 가구들을 보며, ‘안풍 친왕은 도대체 성정이 얼마나 불 같다는 걸까? 태상황 폐하의 형이시란 건 태상황 폐하보다 연로하시다는 건데 연세가 그렇게 많으면서 여전히 열이 뻗쳐서 물건을 부순 다니, 왕비는 어떻게 참아오신 거지?’하지만 생각해보니 안풍 친왕비가 부당한 상황을 참았을 것 같지 만도 않은 게, 왕비의 늑대는 분명 오직 왕비의 호령만 들을 것이니 말이다.원경릉은 피식 웃으며 왕비의 의자를 보고, “그럼요 그들은 감히 못 오죠, 안풍 친왕 전하 성정이그렇게…… 강직하신 데 일반인은 감히 올 엄두도 못 내죠. 오직 왕비 마마만 제어가 가능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왕비는 오히려 불쾌한듯, “난 그 늙다리 통제 못해, 와서 날 괴롭히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간 성질머리 더러운 걸 얼마나 받아주고, 부당한 일을 당했는데? 내가 시집 온 뒤로 하루도 평안한 날이 없었어, 그때 내가 눈이 삐었지.”임 선생님이 웃으며, “안풍 친왕이 감히 널 괴롭힌다고? 네 늑대가 안 무서운 가봐?”왕비가 분해 하며, “늑대를 무서워 하긴? 늑대가 ‘늙다리’를 무서워 하지.”이 말에 다들 놀란 것이 안풍 친왕비는 늑대족 젊은 지도자란 호칭으로 불릴 만큼 모든 늑대를 그녀가
안풍 친왕호랑이 위에 앉은 나이든 사람은 청색 옷을 입고 있고, 거리가 좀 멀어서 이목구비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윤곽은 약간 태상황과 닮았고 머리카락은 흰색이 아니라 온통 삼단처럼 검었다. 가까이 올 수록 그의 붉고 반들거리는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태상황보다 열살은 어려 보였다.‘제왕은 정말 인간이 할 짓이 못되는 구나’ 절감하는 순간이다. 황제로 몇 십년 있더니 태상황은 도대체 얼마나 망가진 거야?안풍 친왕이 호랑이를 타고 점점 다가오니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보이는데, 눈매는 우문호와 상당히 닮았으나 안풍 친왕의 눈빛은 이상하리 만치 예리했고, 치켜 올라간 눈썹에 몇 가닥이 길게 자란데다 굵고 엉클어진 눈썹이라 인상이 사나웠다. 심지어 그가 타고 있는 호랑이보다 훨씬 사나워 보였다.안풍 친왕은 몸집이 커서 사람을 제압하는 기세가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호랑이 등에 타고 일행을 눈으로만 훑어봤지만, 사람들은 무릎에 힘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만약 무릎이 후들거리는 게 백수의 왕 호랑이 때문일 수도 있는게 다들 이렇게 큰 호랑이는 본 적이 없었다. 사이즈는 말 한 필에 필적하는데 말보다 건장한 것이 눈앞에 높다랗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시녀는 예를 취하고 원경릉 일행의 신분을 밝히니 안풍 친왕이 약간 몸을 앞으로 숙이고 원경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흉악하게, “다섯째 며느리라고?”목소리에서 위엄이 뻗쳐 났다. 아마도 이 광활한 산 때문에 마치 메아리에 여진이 생긴 것처럼 들은 사람의 심장을 울려, 원경릉은 얼른 앞으로 나가 예를 취하는데 좀 무서웠다. “원경릉 안풍 친왕 전하를 뵙습니다.”“됐다, 갈 길 가!” 안풍 친왕이 말하고 호랑이를 톡 건드리니 앞으로 휙 도약하며 몇 장(십여m)을 훌쩍 뛰더니 내려서서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뛰어올라 금새 매화 숲속으로 사라졌다.사식이가 죽을 만큼 놀라서, “아이고머니나, 호랑이 때문에 놀라 죽을 뻔 했네, 매화장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어떻게 호랑이 아니면 흉포한 늑
살인사건의 범인은?일행은 이렇게 문둥산에 묵었다. 조건은 열악했지만 무서워서 멈칫거릴 필요없고, 할머니도 처방을 조제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양약만 쓸 수 없는 것이 시대의 한센병을 극복하려면 역시 이 시대의 의학 수단을 사용해야 했다.탕양은 산 위에 남아있지 않고 약초를 구해오거나 캐는 일을 맡았는데, 원래 약초를 산 위로 이송하고 있었기 때문에 탕양의 행동은 의심을 사지 않았다.우문호는 여전히 홀아비 사건을 조사중이었다.처음 용의자로 추정한 것은 죽은 여자의 남편인 백정이었는데, 사건 당일 그가 현장에 없었다는 증거가 없고, 집에서 자고 있었다는데 그걸 증명할 사람도 없었다.그리고 백정의 집에서 피 묻은 칼과 옷을 발견했는데 조사한 결과 사람의 피였다. 하지만 백정은 맹세코 이 칼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며 전에 이 칼을 본 적도 없다고 했다.피 묻은 옷은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했으나, 이 옷은 계속 옷장에 넣어 두어서 어떻게 피가 묻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심문하는 과정에서 백정은 자기 아내와 홀아비가 정을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고, 처음엔 화가 났지만 홀아비의 아들 둘이 돈을 벌어와 홀아비는 씀씀이가 컸기때문에 아내에게 매번 은자를 주었다고 했다. 돼지 잡는 것만으로는 세 아이를 키우느라 상당히 힘에 부쳤는데, 아내가 은자를 가지고 돌아오니 봐도 못 본 척 했다는 것이다.관아의 졸개도 주변 이웃들을 탐문한 결과 홀아비와 죽은 여자의 일에 대해 다들 알고 있었던 것이 그들 둘은 대놓고 사귀었기 때문에 어떨 때는 다른 사람이 같이 있는데도 알콩달콩 아주 허물이 없었다고 한다.게다가 이웃은 홀아비가 전에 백정 면전에서 아내를 집적거리고 심지어 꼴랑 몇 푼 안되는 돈으로 백정을 모욕한 적이 있다고 했다.이 뿐 아니라 백정의 아내도 백정에게 심하게 대했는데 늘 백정에게 삿대질 하며 못났다고, 집에서 쓰는 돈도 못 번다고 하는 걸 이웃이 직접 보고 들었는데, 백정의 아내는 백정이 쓸모없는 놈, 식충이라고 욕했다는 것이다.백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