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령의 근친며칠이 지날 동안 우문호는 계속 이 문제를 묻지 않았다.묻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속으로 직감했던 것이다. 아마도 좋은 말이 아닐 거라는 사실을. 만약 좋은 소리였다면 죽임을 당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영아의 혼사라는 기쁨이 슬픔을 조금은 희석시켜 마음 속에 작은 희망이 생겨났고,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원경릉은 우문호의 눈에 반짝이는 기대를 보고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 유언이 없었다고 하면 너무 잔인한 말이라 우문호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게 틀림없다.한두마디 대충 지어서 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우문호가 믿을까?원경릉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작은 소리로, “미리 얘기해 두는데 별로 좋은 얘기 아니야, 하지만 내가 돌아 나올 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어. 돌아보니 울고 있더라.”우문호의 손이 살짝 떨리며, “그럼…… 후회하는 말은 못 들었지?”원경릉이, “그랬는지 아니었는지 몰라, 내가 나갈 때 전처럼 그렇게 비명을 지르지 않고 차분해졌으니까.”우문호는 찻잔을 손에 들고 작게, “어쩌면 마지막 순간엔 알았을지도 몰라.”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 없이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우문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현비가 마지막 순간 정말 깨달음을 얻었기를 원경릉은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공주가 혼인 후 삼일 째가 되어 근친을 오는 날 원경릉은 미색과 같이 입궁했다.공주는 전보다 행복해 보였고 각 궁에 인사를 마치고 합덕전에서 황귀비, 원경릉 등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황귀비는 궁인들을 다 내보내고 공주의 손을 잡더니 작은 소리로, “너한테 잘 하니?”공주가, “딱 2번 봤는데 좋았어요.”황귀비가 놀라며, “고작 2번 봤다고?”“그래요, 처음은 신혼 첫날로 방에 들어와서 면사포를 벗겨주고 몇 마디 하더니 갔어요. 그리고 나머지 한번은 오늘 친정에 오면서 저랑 같이 입궁한 거.”황귀비는 그동안 공주를 아이 취급했어도, 이제 혼인을 했건만 아직 부마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하니 묻기가 애매했다.원경
현비의 장례황귀비는 ‘흥’하고 웃으며 혼내길, “날 왜 쳐다보는 것이냐? 좀 정숙해야지 날라리씨.” 미색은 이 여자들은 정말 부끄러움이 많다고 생각하며, “이게 뭐요? 여자들끼리, 얘기 좀 하면 어때요? 제 얘기는 여섯째가 몸이 좀 약하지만 그……”“조용해!” 원경릉이 미색에게 눈을 부라리며, “어떻게 공주 마마 면전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있어?”공주는 아직 이리 나리와 그렇고 그런 적이 없다고.원경릉은 당시 우문호와 같이 잠자리를 한 뒤로 우문호도 온 세상에 자기들 침대 사정을 떠벌렸던 걸 기억하고, 보아하니 미색도 그런 사람이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미색이 공주를 보니 공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사실 원경릉은 저들이 합방하지 않은 걸 대략 눈치채고 있었다. 이리 나리의 유유자적한 성격으로 미루어 보면 고작 두 세번 만났다고 한침대에서 잘 만큼 친분이 쌓였을 리 없다.이리 나리는 천천히 친해지는 스타일이다.그래도 미색이 자세히 얘기하려 하자 원경릉이 못하도록 말리고, “됐어요, 이 얘기는 그만해요. 본론을 얘기하죠.”“본론이 뭔 가요?” 미색이 원경릉을 쳐다봤다.원경릉은 짐짓 화제를 딴 데로 돌리며, “의원 찾는 걸 도와 주기로 했는데, 좀 찾았어요?”“그야 식은 죽 먹기죠, 태자비 마마께서 문둥산의 병자들을 낫게 한 뒤로 태자비 마마의 이름을 사모하는 의원들이 줄을 섰어요. 부르러 오실 필요도 없이 태자비 마마께서 한 마디만 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데요.” 미색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이 일은 상당히 시간을 끌었기 때문에 빨리 매듭 짓기를 원했다.이리 나리는 어서방에서 장인 어른과 얘기하는데 대략 두어 시진(4시간)을 얘기했더니 식사시간이 되었는데도 명원제는 놔주지 않았다.어서방에는 친왕들도 있었는데 명원제가 민생에서 치수 프로젝트, 국고에서 내탕고 지출까지 전체를 아울러 한 단어로 표현했는데 조정은 지금 상당히 ‘힘들다’고 말이다.명원제는 얘기가 진행
모지리 서일우문호는 산에서 원경릉이 병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돕는데 문둥산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 적합한 장소였다. 살고자 하는 갈망으로 가득한 얼굴을 보며 자기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거움을 새삼 느끼고 슬픔을 떨쳐 내기 시작했다.산을 내려올 때 바람이 살을 에일 듯 추워서 일행은 전부 오들오들 떨고 서일이 앞으로 달려가며 고개를 돌려 뒤따라 오는 일행들에게, “달리니까 좀 덜 추워요!”서일은 헉헉거리며 열심히 달리는데 콧물이 주룩 흐르자 소매로 쓱 닦고 고개를 돌려 씩 웃는데 동네 하나씩 있는 바보 형 같다. 사식이가 눈뭉치를 만들어 서일에게 던지며, “더럽지도 않아요, 진짜?”서일이 몸을 피하며 머리끝까지 시뻘게지며 나무라길, “그래요 저 더러워요 왜, 더러우면 제 근처에 안 오면 될 거 아닙니까?”사식이가 싫다는 듯, “당신 근처에 가기 싫거든요.”“거짓부렁, 맨날 저한테 붙어 있으면서.” 서일이 콧방귀를 뀌었다.“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마요!” 사식이가 열 받아 얼굴이 빨개져서, “내가 언제 찰싹 붙어있었다고 그래요?”서일이 은근한 눈길을 주며 방탕한 상남자 표정으로, “저 좋아한다고 인정한 겁니다!”사식이가 서일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다시 한번만 지껄여 봐요, 머리를 쳐서 눈 늑대 밥으로 줘버릴 테니까.”서일이 부리나케 돌아서며, “와 살벌하다. 앞으로 누가 데려갈 건지……”서일은 앞에 나무에 부딪히는 줄도 모르고 가다가 나무에 부딪히며, 나무가 흔들리더니 가지에 쌓인 눈이 우수수 떨어지고 서일도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는데, 코에서 또 콧물이 나오는 거 같아 쓱 훔쳤더니 피다. 입도 아파서 손으로 감싸니 손에 앞니 하나가 빠져 있다.사식이가 깔깔 웃으며, “넘어져도 싸지,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더라니!”서일이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하고 반쯤 떨어져 나온 다른 앞니 하나를 꾹 밀어 넣으며 사식이에게 눈을 흘겼다.원경릉과 우문호는 서일 이 모지리를 가리키며 웃으라 눈물이 다 났다.서일은 이 세상은 자기에게 악의가 충만하다며 투덜
이초의 아들기왕비가 증오심에 차서, “하여간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그 쌍놈의 자식이 진짜 희열이를 써먹으려고 해요. 공주의 혼인날 신부 배웅을 간다는 핑계로 불순한 마음을 품고 희열이의 상대를 물색하러 갔던 거예요. 이번에 이리 나리 댁 피로연에 참석한 강남의 부유한 상인 이초(李超)는 포목점으로 집안을 일으켜 재산이 많은데, 쌍놈의 새끼가 글쎄 이초에게 사돈을 맺자고 했어요.”원경릉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사돈을 맺자고 하면 그냥 맺어지는 겁니까? 군주의 혼사인데 궁중에서 주관하지 않나요?”“아바마마께서 지금 상인들을 구슬리는 중으로 아마 반대는 하지 않으실 게 분명해요. 기왕이 힘을 써서 수작을 부리면 아바마마께서도 동의하지 않으실 수 없을 겁니다.” 기왕비는 주먹으로 차탁을 치며 눈을 부라렸다. “희열이는 이제 고작 12살이예요, 그 놈은 정말 미친 거라고요.”“맞아요, 희열이는 이제 겨우 12살이니 정혼을 했다고 한들 뭐 할 수 있겠어요?” 원경릉은 정말로 기왕이 무슨 속셈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기왕비가 차갑게, “제가 오늘의 인맥을 가진 건 돈으로 만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지금 기왕을 지지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어요, 전부 기왕이 황제의 장자라는 신분 때문인데……” 기왕비는 밖을 살펴보고 목소리를 낮춰, “병사를 모으고 말을 사고, 문하에 책사와 능력 있는 사람들을 두려면 역시 돈을 써야 하니까,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 다 쓰려는 거예요, 자신이 대사를 치르기 위해.”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어디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지? 의미가 있나? 풀려나니 여전히 반성할 줄을 모르고 여전히 가족을 괴롭히는 이런 종류의 인간은 정말 개돼지만도 못해요.”원경릉은 마음속으로 열불이 치밀었다. 지금 기왕이 하는 꼬라지가 꼭 자신의 못난 아버지 정후 같기 때문이다. 여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딸을 팔아서 라도 권세를 원하는 부류.기왕비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몰래 이 일을 꾸미면서 원래는 내 눈을 속이고 태후께 가서 아바마마
희열이의 정혼원경릉의 걱정이 바로 그것으로 맥이 빠진 채, “왜 북당은 이렇게 가난해진 걸까요?”이리 나리가, “백성들은 그래도 괜찮아, 그런데 조정은 치수다, 관계사업이다, 북방 비적 토벌과 북막과의 전쟁에 너무 많은 은자를 썼지. 거기에 요 몇 년 서북쪽은 가뭄이 들었고, 강남은 수재가 많이 발생해 폐하께서 등극하신 이래 나라가 잠잠할 날이 없었어. 하지만 태상황께서 다스리던 시절부터 이미 점진적으로 상황이 급박해지긴 했어, 태상황 폐하께서 퇴위하시기 몇 년 전부터 중농억상 정책을 실시했지만 계속 실패했지. 조정은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생을 구호하고 보조해야 했어. 그나마 폐하께서 힘을 다해 나라를 다스렸으니 이정도지, 그렇지 않았으면 쇠락 일변도로 북당은 오늘의 모습조차 없었어.”원경릉은 이리 나리에게 경탄이 절로 나왔다. “바늘땀 같은 좁은 틈을 뚫고 사업을 이렇게 크게 일궈 내다니 대단하셔요.”이리 나리가, “북당은 전에 인구가 많고 물자가 풍부해 백성들도 부를 축적했고, 거상과 후작들은 가문의 재산을 두둑하게 모아뒀어. 거기에 인구가 많으니 각종 수요가 많아. 조정에 호재가 되는 조치가 없었을 뿐이지 만약 생긴다면 상업은 크게 발전하고 북당은 일찌감치 번영하기 시작할 거야. 태자가 이번에 제출한 상업을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길이야. 하지만 일정부분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지.”원경릉이, “ 누가 그 희생이 되고 싶겠어요?”“팔자가 기구한 사람이? 희열 군주처럼 좋은 않은 아비를 타고 태어난 경우처럼. 이 천벌 받아 마땅한 인간!”원경릉은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더 안 좋아졌다. 희열이는 자신을 선생님으로 모신 이래 매번 와서 안부인사를 하는 착하고 철든 아이다.그리고 기왕비가 원래 지혜롭고 계획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번에 마주한 건 외부의 속고 속이는 계략과 음모가 아니라 현 황제의 정책이다.이건 기왕비 혼자의 힘으로 반항할 수 없다.“방법이 없나요?” 이리 나리가 고양이를 내려놓고, “사실 황실의
부자의 수라저녁 수라는 괜찮은 편이었다. 국 하나에 반찬이 4개, 밥은 알아서 먹고 싶은 만큼이다.4가지 반찬 중 2가지는 고기 요리이고 2가지는 채소 요리, 국은 닭개장으로 양은 많지 않았지만 소담하고 정갈하게 담았다.명원제가, “술 마실래?”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소자 최근 절주 중입니다. 원 선생이 싫어해요.”“네 건강을 생각해서 그렇지.”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분위기가 적막한데 부자가 허물없는 얘기를 한 적이 별로 없고 예전에 같이 식사할 때는 전부 일 얘기로, 취지는 같이 밥을 먹으며 일상사나 나누자는 것이었지만 막상 할 말이 없다.왜냐면 그 일상사가 동시에 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명원제는 아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있는데 아들의 어마마마를 죽인 것 외에도 가장 관심을 가지고 아껴주지 못한 아들이 우문호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장자도 아니고 적자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철이 빨리 들어서 어디다 둬도 손이 별로 가지 않는 아이였다. 잘못 자랄 리도 없는 지라 어른스러운 아이는 부모가 덜 신경쓰기 마련이고 또 그래서 마음이 덜 가기도 했다.지금 우문호는 한 사람의 몫을 감당하고 있고 명원제는 나날이 골치 아픈 정무에 시달리며 지치고 힘들어 때론 아들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식사를 마치고 명원제가 젓가락을 놓더니 주변에 사람들을 물리고, “어마마마 일로 아바마마를 원망했지?”우문호가 손을 닦으며 눈을 내리깔고, “아뇨, 어마마마는 자업자득이셨습니다.”“짐은 현비에게 많은 기회를 줬어.” 명원제의 목소리에 한숨이 베어 있다. “그런데 잡지 않았지. 네 말이 맞다. 자업자득이야.”우문호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이 일은 줄곧 마음 한 켠에 있던 얘기로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 계속 덮어두면 시간에 묻혀 천천히 잊혀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 아바마마께서 이 얘기를 꺼내니 마음 속의 괴로움이 다시 되살아났다.이 순간 우문호는 갑자기 일곱째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일곱
속이 타는 제왕우문호는 출궁한 뒤 제왕의 별채로 갔다.이곳은 호젓한데 마당에 등조차 몇 개 안 달려 있어 도처에 어둠이 옅게 깔려 있다.하인에게 물어보니 제왕은 연무방(練武房)에 있다며 우문호를 안내했는데, 제왕은 마침 손에 장검을 들고 검법을 연마하는데 뜻밖에도 상당히 유창하다.우문호가 속으로 놀라며 일곱째가 검법을 연마한다고? 진짜 해가 서쪽에서 떴구나.우문호는 순간 흥이 올라 안으로 들어가 검을 집더니 대련을 시작하는데, 예전이었으면 기껏해야10초식쯤 펼칠까 말까 인데 오늘밤은 무려 50초식을 넘겨 제왕의 옷깃이 베어지고 나서야 대련을 멈췄다.제왕이 약간 숨을 헐떡였으나 의기양양한 얼굴로, “형, 어때요? 안 본사이에 몰라보겠죠?”우문호가 검을 거둬들여 던지자 검이 거치대에 ‘착’ 제대로 놓였다.“그래 괜찮아졌네. 상당히 늘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 검법에 심취한 거야?” 제왕이 땀을 닦으며 다소곳하게, “책이 좀 지겨워져서 무술 연습을 좀 한 거예요. 뭐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동그란 얼굴 계집애 때문이지?” 우문호의 한 마디가 정곡을 찔렀다.제왕이 허둥거리며 눈빛을 피하고, “헛소리 집어치워요!”“형제 사이에 숨길 게 뭐가 있어? 형한테 사실대로 털어놔.” 제왕이 소매를 흔들며 담담한 표정으로, “사실이던 거짓이던 바뀔 건 없잖아요. 걔 곧 혼인한다 던데. 아니에요?”“응 혼인한다더라,”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차를 끓여오라고 하더니 제왕에게 다가가 무릎을 발로 차며, “하지만 네가 쟁취하려고 애써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걸.”“애쓴다고 소용 있나요? 걘 정혼했는데.” 제왕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고 피곤한듯 힘이 없어 보인다.“네가 정말 걔를 좋아하는지 확신해? 그럼 넌 주명취를 내려 놓을 수 있어?”제왕이 쓴웃음을 지으며, “형이 지금 이름을 애기하지 않았으면 기억도 못했을 거예요. 눈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났네요. 진짜 빠르죠. 사실 걔가 무과 장원이랑 그렇다는 얘기를 듣고 머리속이 온통 걔로 가득차서 주명취는
원용의 떠보기우문호가 일어서서 제왕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갔다.초왕부로 돌아와 원경릉에게 얘기하니, “용의한테 나오라는 약속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금 걔 마음이 어떤 지 모르겠어. 만약 무과 장원이랑 이미 정이 들었으면 일곱째가 나서서 끼어들 필요 없을 것 같거든, 그래서 내가 먼저 걔 생각을 떠보고 애기하는 게 어떨까 하는데?”우문호도 동의하며, “일곱째 사람이면 도망가지 않을 거고, 일곱째 사람이 아니면 구해도 소용없지. 일단 가서 물어봐 그리고 희열이 일로 오늘 아바마마께서 날 궁으로 부르셨는데 느낌이 아바마마께서는 동의하시는 거 같아. 나더러 사람을 강남으로 보내서 살펴보라고 하시더라. 이미 소홍천을 보냈지만 내일 서일한테 다녀오라고 해야겠어. 큰형이 분명 이 소식을 알 테니 사람을 보내 놓으면, 서일이 본 건 표면이고 소홍천이 보는 건 이면일 거야. 둘이 정반대면 딱 인데. 그러면 아바마마 앞에서 말씀 드리기가 좋거든.”“맞아, 만약 서일이 본 게 전부 아름답고 선한 거고, 소홍천이 어두운 곳에서의 더러운 일면을 찾아내면 꾸며낸 명성이란 게 들키는 셈이네.” 원경릉이 말했다.이 일은 잠시 제쳐 두고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다음날 원경릉은 사식이를 시켜 원용의를 건너오라고 했다.원용의는 참신한 살구색 비단치마를 입고 목이 긴 가죽 신 차림에 발그레한 얼굴로 웃으며 들어왔다. “방금 밖에서 말 타고 돌아왔는데 원 언니가 절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한테 뭐 득 되는 거 있어요?”원경릉은 원용의가 쾌활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우리집에 무슨 득 될 게 있겠어? 새 신부가 될 사람은 넌데, 내가 원씨 집안에 가서 피로연 축하주 얻어먹는게 맞지.”원용의가 깔깔 웃으며, “마시지 마요, 술 마시면 주사 장난 아니잖아요.”원경릉이 원용의에게 앉으라고 권하고 차를 준비시키더니 원용의의 온통 발그족족한 얼굴을 보며, “누구랑 말 타러 갔는데?”“박형이랑요!” 원용의가 아무 생각없이 내 뱉았다가 조금 아닌 듯 싶어서 웃으며 손을 내젓더니,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