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좋아, 좋아, 자기 뜻대로 해.” 원경릉은 걱정 하나를 해결하니 날아갈 것 같다. 특히 돈을 별로 안 써도 되는 게 제일 좋다.원경릉은 바로 탕양을 오라고 해서, “바로 공사를 시작할 사람을 찾아서 집 두 채를 지어주세요. 한 채는 대략 400평 정도로 세부 규격은 알아서 하시면 되고 어쨌든 제가 4만냥을 낼 테니 아마 충분할 거예요.”탕양은 우문호가 그 땅을 내 놓을 거라고 생각도 못한 게 우문호가 오매불망 그 땅에 연무대를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원경릉이 2채를 짓는다는 말에 어리둥절해서, “왜 2채 입니까?”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서일은 있는데 어떻게 탕대인이 집이 없을 수가 있어요.”“예?” 탕양이 화들짝 놀라며, “태자비 마마, 그건……”“이렇다 저렇다 하기 없기 예요. 탕대인, 내일 착수해 주세요. 공사자금은 더 들어도 괜찮지만 공기는 반드시 엄수해는 걸로.” 원경릉이 말을 마치고 들어갔다.몇 걸음 가다가, 뒤에서 감격한 탕양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태자비 마마 감사합니다!”신혼 집 문제를 해결했다는 걸 사식이에게도 얘기했는데 이 집이 앞으로 사식이가 살 곳이라 사식이가 좋아해 주길 바랬기 때문이다.사식이가 듣고 한참 부끄러워하더니 몰래 원경릉의 귀에, “그럼 담 넘으면 올 수 있는 거네요? 너무 잘됐어요. 결혼하면 초왕부를 떠야야 하는 게 두려웠는데 어휴, 몰라요, 친정에 다녀올 게요.”말을 마치고 웃으며 달아났다.원경릉은 사식이의 그림자를 보며 ‘정말 잘 됐어, 이젠 친정이라고 말하네.’원경릉이 뒤를 돌아보니 우문호가 여전히 복도 앞에 기대 있는데 늘씬하게 큰 키에 잘 생긴 얼굴, 짙은 눈썹과 그윽한 눈매, 팔을 벌리고 원경릉에게 오라고 하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원선생, 우리집이 갈 수록 사람사는 집 느낌이 나.”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잘 생긴 우문호 얼굴을 봤다. 처음 봤을 땐 어쩜 이렇게 포악하고 사납고, 어쩜 이렇게 자기만 알고 오만한 데다 철도 덜 들고 거슬리는 인간이 다 있나 했다. 그런데
옷이 날개기상궁도 한숨도 못 자고 다음날 일찍 와서 시중을 들고, 우문호는 아침 일찍 4경(새벽 3시~5시)이 지나자 문을 나섰다. 보통 우문호는 아침형 인간이라 원경릉도 일찍 일어나야 했다.그래서 기상궁이 왔을 때 원경릉은 이미 방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어떻게 됐어요?” 원경릉이 기상궁의 화난 표정을 보며 어젯밤에 여의치 못했음을 알고 안색이 침울해 졌다.기상궁이 원경릉에게 대추차를 따라 나한상 차탁 위에 올려 두고 한숨을 쉬며, “태자비 마마, 이번 일은 마마께서 직접 나서셔야 할 듯 합니다. 어젯밤 쇤네가 서일과 다시 갔는데 서대인이 더 역정을 내시며 대놓고 체면을 구겨도 유분수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며, 자기는 혼담을 넣는 것을 승낙하지 않는게 동료들 앞에서 체면을 상하고 싶지 않고 원씨 집안에 거절당하는 건 물론이고 심하게 창피당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서일이 신분 높은 사람과 혼인하겠다는 되도 않는 망상을 한다며 하여간 몹쓸 말을 하고 서일을 때렸어요.”“뭐하는 인간이야?” 원경릉이 완전 열 받아서, “좌우간 아직 아들의 행복을 위해 시도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냐.”“시도요? 자기 체면만 생각할 뿐입니다. 쇤네가 사식 아가씨께서 초왕부에서 서일과 종일 서로 마주하다 보니 감정이 싹 텄다고 말했더니, 서대인이 사식이는 사식이고, 원씨 집안은 원씨 집안이다. 자기가 감히 혼담을 꺼내서 원씨 집안에 밉보이면 원씨 집안에서 보복으로 둘째 공자님 과거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거다. 그러느니 아예 서일과 부자관계를 끊겠다고 했습니다.”“원씨 집안이 보복을 해? 머리가 어떻게 됐길래 원씨 집안에서 보복할 거란 생각을 하는 거지? 원씨 집안에서 승낙하지 않더라도 기껏해야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이지 원노부인을 어떻게 보고? 자기에게 보복을 해?” 원경릉은 완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서대인이란 인간은 뇌가 어떻게 생겨 먹은 거야?’기상궁도 실망이 커서, “서일 마음이 아주 안 좋아요, 어젯밤 지붕 위에서 잤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감시의 눈“전장에 나가는 것도 긴장 안 하면서 긴장 할 게 뭐가 있어?” 원경릉이 웃으며 다독이는데 서일 얼굴에 아직 옅게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어 눈을 돌리고 말았다.서일은 마치 어젯밤의 불쾌한 일을 이미 잊은 듯, 온 마음을 다해 오늘 혼담이란 인생 최대의 일만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집안의 그쪽 사람들 하는 짓에 이미 익숙해져서 큰 충격을 받더라도 금방 차분해 지는 모양이다.낙천적인 사람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손왕비와 미색이 와서 서일의 잘생긴 모습을 보고 전에는 눈이 삐었는지 제대로 못 봤는데 이렇게 꾸며 놓으니 완전 잘 생긴 공자로 거듭났다고 탄성을 질렀다.줄곧 바보처럼 웃던 서일은 자신감이 생긴 표정이다.원경릉이 미색을 보고, “미색은 어떻게 온 거야? 둘째 형님이랑 약속했던 거야?”미색이, “아뇨, 형님께 얘기해 드릴 게 있어서 오는 길에 마침 둘째 형님을 만나서, 오늘 서일이 혼담을 넣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무슨 일?” 미색이 틀어 올린 머리를 누르며, “일단 방에 가서 비녀 좀 빌려줘요.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하고 나오질 못해서.”나가는 길에 미색이, “누가 순왕부를 지켜보고 있어요.”“이렇게 빨리?” “그 뿐이 아니예요, 순왕부 말고도 우리 회왕부, 손왕부는 물론이고 예친왕부, 원부 전부 누가 감시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그날 마마와 같이 입궁했던 사람은 전부 감시당하고 있는 거죠.”원경릉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렇다는 건 남강 북쪽에서 정집사 정체를 벌써 알고, 단지 정집사가 궁에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을 뿐이란 거네. 궁밖으로 불러낸 이유는 남강왕의 딸 때문으로 그녀를 미끼로 남강왕의 딸을 찾아내겠다, 태자는 이 일을 알아?”“태자 전하는 아침 조회 중이예요. 늑대파와 홍매문이 정보를 연합한 건 처음으로 일단 마마께 알려드리고 나중에 누가 태자 전하께 알릴 거고요.”“응, 알았어. 지켜봐 줘. 그들이 당분간은 정집사에게 손을 쓰지 못할 거야, 정집사를 미끼로 만아를 유인해 내야 하니까
중매일행은 호탕하게 원씨 집으로 왔다.명함첩을 이미 보낸 뒤라 오늘 혼담을 넣을 사람이 태자 저택에 서일이라는 말을 듣고, 원노부인은 바로 서일에 관해 전부 수집해 오라고 했다.한 시진이 채 되지 않아 서일의 출생부터 어제 있었던 일까지 전부 원노부인 귀에 들어갔다.원씨 집안은 원래 여인이 주도하고 남자는 그저 거드는 정도로 이 일도 앞에 나선 것은 여인으로 사식이의 어머니는 특히 긴장한데다 원용의까지 바로 불러들였다.사식이 어머니가 탄식하며, “내가 딸을 몇 명 낳고 시집 못 가는 거 아닌가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용의는 이혼당해 돌아왔지만 다시 데려갔지. 사식이가 제일 걱정인 게 애가 천방지축에 여자다운 구석 이라고는 없어서 영락없이 떨이가 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사식이를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니 어머니, 역시 어머니는 생각이 치밀하세요. 일찍부터 초왕부로 보내서 얼굴을 드러내게 하시고 게다가 돈까지 벌게 하시니 말입니다.”사식이 엄마는 지금 장사를 하고 있어서 말끝마다 떨이니 돈이니 하는 말을 달고 산다.원노부인이 도도하게, “우리 원씨 집안 여자에 자신을 가져. 성격을 제외하면 어디다 내 놔도 손색이 없으니까.”이 말은 자신을 빤히 속이는 말로 그동안 원씨 집안 아가씨에게 누가 혼담을 넣기나 했나?지체 높은 사람들은 원씨 집안 아가씨를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은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신분이 맞지 않는 경우 높은 신분의 아가씨를 맞을 필요를 못 느끼는 게 창피당하는 것이 두렵고 원씨 집안은 경성에서도 이름이 상당한 집안으로 그중 가장 만만치 않은 분이 바로 원노부인이다.대다수 사람들은 원씨 집안은 이치를 따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원씨 집안은 보통 집안과 달리 자신의 신분으로 문하 사람들을 통제하는 법도를 세워, 법도를 준수하는 사람은 도덕 표준을 지키는 것으로 간주했다.그래서 원씨 집안 아들 딸은 아내나 남편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사식이는 어젯밤 돌아왔지만 서일이 오늘 혼담을 가져오는 건 모르고 그저 마음의 준비를 하
결혼 허락원노부인은 원경릉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어째 바보 같아 보이는데요?”“젊어서 긴장했죠.”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원노부인이 ‘아’하고 다시 몇 번을 보더니, “무공은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한 번 시험해 보세요!” 원경릉이 웃었다.사식이 어머니가 곁에서, “맞아요, 어찌됐든 시험은 해 볼 수 있잖아요. 시험해 보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서일에게 다른 건 몰라도 무공에 있어서는 요 2년동안 상당히 정진해 온 관계로 무공 시험이란 말에 순간 싸울 준비가 된 수탉처럼 자랑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원부에 들어온 뒤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일행이 마당에서 검에 기대선 서일을 보니 확실히 영웅의 기개가 비범하다.이때 서일이 마침내 자기 미래의 위아래 처남을 봤는데 그들이 교대로 나오며 권법부터 검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시험해 나갔다.원경릉은 원래 약간 걱정된 게 서일이 무공이 세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 싸우기 시작하자 이렇게 힘이 있고 권법을 자연스럽게 시전할 줄 몰랐다. 검법이 절묘한데다 긴 봉까지 마음대로 다루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원씨 집안 사람들 얼굴이 만족스러운 표정인 것을 보고 원경릉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시험을 마치고 사식이의 오빠는 이미 다가와 서일의 손을 잡고 매부 매부 부르기 시작했다.서일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구해달라는 눈짓을 보내는데 원경릉은 서일에게 힘내라고 웃어주고 손을 흔들며 보냈다.서일은 그렇게 사랑채로 끌려들어가 남자들과 얘기를 나눴다.본관은 여전히 여인천하다.원노부인이 사식이에게 진지하게, “이 사람은 네가 정한 거니?”사식이가 곁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 손녀는 그 사람에게 시집 갈래요.”“인품은 어떤 지 네가 우리보다 잘 알겠지, 이건 네 스스로 결정한 거니 오늘 그가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고 해도 우린 네 의사를 존중할 거야, 하지만 앞으로 어찌 되든 집안 사람을 원망해서는 안된
혼례 준비중매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혼사를 준비했다.서일이 살 집은 짓고 있으며 새신부를 맞아들일 곳은 초왕부는 아니고 서씨 그쪽 집일 가능성은 더더욱 없으며 새집이 될 것이 분명했다.탕양은 기술자를 찾아 일단 전력을 다해 서일의 집을 짓는데 밤낮을 경주해 아마도 3개월 남짓 걸릴 것 같다.혼례는 내년 봄이 적당하다고 정해졌다.하지만 원씨 집안 쪽 생각은 최대한 빨리 혼례를 치르는 것으로 원경릉이 출산 전에 하기를 원했다. 왜냐면 일단 아이를 낳으면 초왕부가 바빠 지기 시작하고 혼례를 치르는 틈에 이사까지 나가야 하면 더 바빠질 것이기 때문이다.게다가 태후 마마께서 서거하신 지 3년이 되지 않아 이 3년 안에 일은 지나치게 성대하게 할 수가 없어 간단하고 소박하게 혼례를 올려 마음의 뜻만 이루는 셈 치면 된다.여러차례 고민 끝에 탕양이 인부들에게 더 빠르게 공기를 재촉해 일단 본당과 주인이 살 방부터 우선 마무리 짓고 혼례 당일 신부를 맞은 뒤에 3일이 지나 초왕부로 돌아가서 지낼 동안 전체 집의 준공을 마무리하고 이사 하는 것으로 했다.이렇게 신부를 섭섭하게 하는 결정도 원씨 집안 쪽에서 먼저 의견을 내서 할 수 있었다.서일 이 복에 겨운 녀석.태자의 가신인 서일이 원씨 집안의 딸을 아내로 맞는 일이 삽시간에 경성에 퍼져나가 각 부마다 신혼 축하예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축의금은 보통 딸 혼주에게 보내는 것으로 어쨌든 원씨 집안 딸이 시집을 가서 서일이 아내를 맞이하는 것이니 어찌 봐도 원씨 집안이 좀 밑지는 장사다.그러나 이제 서일도 관리가 되고 또 초왕부가 이 혼례를 주관하기때문에 태자의 체면도 살려줘야 한다. 결국 축의금을 양쪽으로 보내는데 한쪽은 원씨 집안이 딸을 시집 보내는 것을 축하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초왕부가 혼례를 치르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우문호는 창고에 쌓인 축하 예물을 보고 중얼중얼, “본전 뽑았네, 본전 뽑았어.”원경릉이 우문호의 팔을 때리며, “본전을 찾기는? 이건 서일과 사식이에게 줄 건데, 꿀꺽하려고 했
결혼 준비우문호와 원경릉이 눈을 마주치며 아홉째가 왔으며 정집사가 따라왔을 것이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일단 오시라고 해, 바로 갈 테니.” 우문호가 말했다.두 사람이 물건을 창고에 옮겨 두고 희상궁이 내역을 기억했다. 서일도 막 돌아온 참에 누가 예물을 보냈다는 말에 예비신랑이니 만큼 감사표현을 하기위해 나왔다.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서일에게, “서일, 옷 좀 갈아 입어 응? 때가 절어서 반들거린다. 며칠 입은 거야?”서일이 정색하고, “지금 매일 공무를 수행 하는데 어떻게 관복을 안 입을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왜 관복은 두벌이 아닙니까? 전하 조복은 몇 벌이나 있잖아요?”“네가 소위 공무라고 하는 게 태자 전하를 따라 들락날락 하는 거 밖에 없잖아. 꼭 관복을 입을 필요도 없고 네 지금 몰골 좀 봐, 개인 위생에 신경 써야지. 있다가 원씨 집에서 와서 이런 불결한 모습을 보면 널 싫어할 수 밖에 없지 않겠어?” 원경릉이 서일의 옷소매와 목 깃을 보니 기름때가 반질반질한 게, 그 기름에 닭 한 마리도 튀기게 생겼다. 서일이 원씨 집안 사람이란 얘기를 듣고 가슴이 벌렁거리는 것이 후다닥, “오는 거 아니겠죠?”“글쎄, 두 집이 혼사를 치르는데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 서일이 생각해봐도, “그럼 전 돌아가서 옷 갈아입을 게요, 며칠이나 입었으니 오늘은 시큼한 냄새가 나네요.”말을 마치고 안으로 돌아갔다.우문호가 얼굴을 찌푸리고 싫다는 표정으로, “내가 뒷말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떨 때는 머리가 모자란 게 아닐까 싶어서 데리고 다니기 창피해.”“됐어, 앞으로 아내가 잔소리할 테니 자기가 신경 쓸 거 없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하고 가며, “말은 이렇게 하지만 본판이 괜찮아서 잘 꾸며 놓으면 어디가 내놔도 별로 손색이 없는데, 굳이 이렇게 추레하게 말이야. 꼭 내가 자기를 홀대하는 것처럼.”“미워하지 마, 그나마 서일 성격이니까 자기를 참고 있지.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이렇게 갈굼을 당했으면 벌써 떠났어.” 원경릉
내 딸우문호가, “이제 막 이사하고 은자 쓸 때가 얼마나 많은데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마.”우문천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으며, “형, 상으로 받은 황금 천냥을 아직 다 못 썼어요. 공짜로 얻은 것들은 모아 놨고요.”창고에 은자는 황후궁에서 상으로 아홉째에게 준 것이라 훔쳐간 게 아니니 당연히 황귀비가 채울 필요가 없고 은자를 내린 황후가 채웠다.소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작전’ 때문에 황후는 며칠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원경릉은 예물을 보고 웃으며, “좋아요, 기왕 가지고 오신 거, 저희가 받겠습니다.”원경릉이 정집사를 보더니, “수고스럽겠지만 예물을 들고 절 따라서 창고로 와 주겠어요!”정집사가 예를 취하고, “예!”“형제분들은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전 다녀올 게요.” 우문천이, “형수님, 몸 조심하세요, 왔다 갔다 하시면 안됩니다. 하인에게 시키시면 됩니다.”“괜찮아요, 전 좀 움직여야 낳을 때 순조롭거든요.” 원경릉이 얘기하며 정집사를 데리고 나갔다.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복도로 나와 원경릉이 정집사에게, “오면 안되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당신도나도 감시하고 있고, 초왕부에 남강 시녀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깊은 궁궐에서 오랜 세월 잘 참았으면서 조금 더 기다리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정집사가 고개를 숙이고, “쇤네 태자비 마마께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쇤네는 오늘 순왕 전하를 모시고 예물을 드리러 온 것입니다.”원경릉이 기가 막혀서, “연극할 상대가 따로 있지, 저한테 숨겨서 어쩌겠다는 거예요.”정집사가 원경릉을 흘깃 보더니 아무 말이 없다.“다행히 초왕부 안팎으로 사람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 첩자가 감히 들어올 수 없어 그나마 다행히에요, 그리고 오늘은 아홉째와 같이 왔지만, 만약 혼자 왔으면 전 아마 기가 막혀서 미쳤을지도 몰라요. 만아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만아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으세요. 일단 참아야 모녀가 함께할 때가 와요.”원경릉이 말은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 속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