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와인, 황귀비 팩“사실 황조부께는 커피가루 한 봉지면 충분해, 술 담배는 좋지 않아.” 원경릉이 말했다.“맛만 보시라고 하자.” 우문호가 말했다.“맛 보는 거로 그치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렇지.” 하기야 어찌되었든 엄마 아빠의 정성이고 우문호도 이렇게 하는 걸 좋아하니 안 드리는 것도 좀 그런 것 같다.정리를 마치고 두 사람이 자러 가 눕더니 우문호가, “나중에 이 선물 누가 준거라고 할 거야?”원경릉도 이 문제를 생각했던 터라 슬프게, “태후 마마께서 주셨다고 할까?”“하지만 대주에 이런 건 없는 걸.” “괜찮아, 어쨌든 태후 마마께서 어떻게 하신 거라고 하면 되지.”“마시고 완전 반해서 태후 마마께 더 달라고 하면?”“그건 우리랑 상관 없잖아, 본인이 가시라고 해.” 원경릉도 이번엔 쪼잔하다.우문호가 약간 안타까워서, “할 수 있다면 알려드리고 싶어, 이건 장인 어른의 마음이라고.”원경릉은 우문호의 팔 베개를 하고 작은 소리로, “괜찮아, 엄마 아빠는 신경 쓰지 않으실 거야.”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꼭두새벽에 일어나 소요공 저택과 주재상 저택에 사람을 보내 그들도 입궐해서 태상황과 같이 술 품평을 부탁드렸다.초왕부에서 청하는 것이라 태자비가 허락한 거구나 싶어 소요공과 주재상은 옳다구나 싶다. 그러니까 오늘은 태상황이 신나게 술을 즐길 수 있다는 말로 이런 기회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부부는 입궐해서 먼저 명원제에게 문안했다. 명원제가 곧 회의가 있어서 바쁘기 때문이다.와인 한 병을 올렸는데, 수입이다 보니 전부 영어로 써있는데 명원제는 보자마자, “흠, 이건 병여도의 문자구나. 대주에서 온 거군.”“예, 그렇습니다!”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습니다.“포도주?” 명원제가 물었다.“예!” 우문호는 명원제가 마셔 보셨다는 걸 알아차렸다. 남강 저쪽에서 공물로 포도주를 진상한 적이 있고, 야광잔도 보냈었다. 아쉽게도 술이 별로 없어 나눠 마시지 못한 지라 그 맛이 줄곧 명원제의 마음 속에 몇 안되는 그
북당의 삼대 거두 현대 문물을 맛보다건곤전에 도착하자 푸바오가 달려 나와 신나게 원경릉의 다리에 뛰어 오르며 멍멍 짖었다.원경릉이 한 손으로 안으며, “어머나, 푸바오, 요즘 뭘 먹은 거야? 공처럼 빵빵해졌네.”푸바오가 귀를 쫑긋 세우고 심하게 경계하며 멍멍 짖는데 “어? 나 간식 안 줘?’원경릉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푸바오를 안고 건곤전으로 들어가 태상황을 알현했다.북당의 삼대 거두가 태사의에 의연하게 앉아 있는데, 태자 부부가 오자 얼굴에 기대의 표정이 가득하다. 원경릉이 사람을 보내 알릴 때 대주에서 희귀한 담배와 술을 가져왔다고 했는데 저 세명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태상황을 안 본 사이 태상황도 살이 찌고 안색도 괜찮은 게 편안하게 보낸 듯 싶다. 예를 취한 뒤 우문호가 선물을 개봉하자 술 담배 커피가 가득하다.태상황이 시가 하나를 쥐고, “이게 담배인가? 허, 이 상자가 참 정교하구만. 철로 만든 건가? 위에 글이 있는데 잘못 썼군, 담배를 피우는 게 건강에 해롭다니? 흥, 글도 잘못 쓴 걸 보니 이치도 맞지 않겠어.”태상황이 냄새를 맡아보더니 참지 못하고 전율했다. 전에 담배를 끊었다면서 실은 원경릉이 간 뒤에 매일 문 앞에서 몇 모금 씩 빨아야 마음이 편안해 졌다.“맞아요, 시가는 맛이 강하니 하루에 한 모금입니다.” 원경릉이 가져 와서 안에서 3개피를 꺼내더니 세 거두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성냥을 꺼내 그 자리에서 세 사람의 시가에 불을 붙여줬다.태상황이 보고 다급하게, “어허, 이렇게 빨리 붙이면 어떡해? 내 담뱃대는, 어서 가져와, 낭비하면 안되니까.”“담뱃대 필요 없어요. 이대로 피우시면 돼요. 입술에 대고 들이 마시세요.” 태상황의 미심쩍어 하며, “이렇게 마신다고?”“맞아요!”셋이 얼굴을 마주하더니 이렇게 담배를 피우는 걸 본 적이 없지만 신문물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라, 태상황이 먼저 한 모금 빨아보는데 이 시가라는 것이 확실히 세다. 한 모금 빨았을 뿐인데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다
태상황과 원경릉의 데이트건곤전 마당은 바람이 센 편이라 원경릉이 사람을 시켜 망토를 하나 더 가져오게 하고 태상황을 꽁꽁 싸매고 손난로를 찔러 넣었다.태상황이 귀찮아서, “난 이렇게 허약하지 않아.”“날이 차서 많이 입어도 괜찮아요.” 원경릉이 태상황의 팔을 붙잡자 태상황이 몇 번이나 밀어냈지만 원경릉이 달라붙어서 어쩔 수가 없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같이 걸었다.“상선은 상태가 안정적인가요? 있다가 가서 볼 게요.” “여전히 그렇지 뭐, 먹고 마시는 건 정상인데 요즘 좀 게을러졌어. 재촉하는 사람이 없으면 몸을 움직이려고 안 해.”“그러면 안돼요. 움직이게 해야 하는데.” 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태상황이 어두운 눈빛으로, “나이를 먹었으니까.”“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바탕이 좋은데 자꾸 노력하면 회복하죠. 태상황 폐하랑 99세까지 계셔야 해요.”태상황이 웃으며, “99살은 안 바래. 7~8년만 살 수 있어도 아이들이 큰 걸 보니까 과인은 만족이야.”“그건 아마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실 걸요.” 원경릉이 웃었다.두 사람이 정자에 들어가서 원경릉이 바람이 세다고 걱정하자 휘장을 내리고 사람을 시켜 난로를 피워 한기를 몰아냈다.“다섯째와는 아직 잘 지내?” 태상황이 원경릉을 쳐다보는 눈빛에 자상함이 느껴진다.원경릉이 고자질하며, “아뇨, 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싸웠어요.”“싸우는 거야 일상이지. 크게 다퉜으면 과인이 준 어장은 어디다 삶아 먹었어? 그녀석은 너무 방자하게 두면 안돼.” 태상황이 눈을 치뜨며 손자를 전혀 도와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원경릉이 웃으며, “싸우다가 아이를 나누자는 얘기까지 헀지 뭐예요.”“아이를 어떻게 나눠? 그 놈이 꺼지면 꺼졌지 애들은 줄 수 없어.” 태상황이 씩씩거렸다.원경릉이 추임새를 넣듯이, “맞아요, 제가 딱 그렇게 생각했거든요.”태상황이 원경릉을 보며, “싸우는 건 가능해, 하지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면 안된다. 아이를 나누니 하는 말은 앞으로는 다시는 하지 마라.”“네, 이번에 교훈을 얻었어요
적귀비의 호출궁을 떠나며 원경릉은 담배는 많이 피우면 안되니 어쩌다가 한 모금만 하고, 술도 한 번에 다 마시면 안되고 천천히 음미하시라고 잔소리를 잔뜩 했다. 태상황도 다음번에 올 때는 우리 떡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비록 배은망덕한 녀석들이지만 보면 또 좋으니까. 곁에 누군가 왁자지껄하지 않으면 건곤전의 나날은 너무 적막하다.태상황이 지금 신체적으로 호전되었고 의지가 굳은 사람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언뜻 보기엔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내내 모든 것이 폭풍우를 헤치는 것 같다가 갑자기 고요한 해안에 정박해서 파도가 치는 것만 멀뚱멀뚱 보고 있는 게 영 익숙하지가 않다.예전에는 몸이 안 좋아서 관뒀지만 상태가 점점 호전되니 생각이 다시 많아 지기 시작했다.물론 본인도 아들이 황제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다는 걸 안다. 지금 만약 태상황이 간여한다면 조정은 혼란스러워질 것이므로 오히려 좋지 않다. 더욱이 부모자식 관계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조정에 관한 일은 태상황이 일체 건드리지 않는다.이틀이 지나고 귀비가 원경릉에게 입궐해 애기를 좀 하자는 전갈을 보냈다.원경릉과 귀비는 원래 얘기하던 사이도 아니고, 전에 귀비가 원경릉에 적씨 집안을 위해 사정해 주길 바랬으나 원경릉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줄곧 원경릉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런데 왜 갑자기 자기더러 입궐하라고 하지?원경릉은 몸이 좋지 않으니 내일 가겠다고 둘러 대고 적씨 집안에서 요즘 무슨 문제를 일으킨 게 없는지 우문호가 돌아오면 물어보려고 기다렸다. 적귀비는 원경릉에게 부탁할 게 없으면 절대로 보자고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적귀비가 원하는 간 원경릉이 도울 수 없는 것이다.저녁 무렵 우문호에게 적씨 집안의 일을 물었더니, “적씨가 아직도 뭔가 풍파를 일으킬 수 있나? 핵심인물이 권력을 잃었으니 잔챙이들도 다 뿔뿔이 흩어졌지. 넷째도 경성에 없고 이럴 때 애쓰면 괜히 힘만 빼는 걸 텐데?”원경릉은 손왕비가 궁궐 각 마마들의 상황을 모르는 게 없다는 걸 생각해내고, 직접 갔는데
적귀비의 부탁원경릉은 속으로 생각이 있어 약 상자를 꺼내 가지고 적귀비에게 갔다.적귀비는 일찍 일어나 원경릉을 기다리고 있는데 원경릉이 오는 것을 보고 인사하고 안으로 들게 하더니 차를 내 놓았다.원경릉은 적귀비가 상당히 마른 데다 기세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상당히 수더분해 진 모습으로, “마마께서 무릎이 아프시다고 들었는데 어떠신 지요?”귀비가 “온찜질을 며칠 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네, 하지만 이건 오래된 지병이니 괜찮아. 여름이 되면 좋아지니까.”원경릉은 원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알았는데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대충하는 것으로 봐서 무릎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약간 놀랐다.원경릉이 차를 마시는 동안 기다렸다가 귀비가 좌우를 물리고 원경릉만 남겼는데 원경릉이 딱 보니 적귀비가 애수 어린 모습이라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더니.’“태자비, 이제 아무도 없으니 나도 솔직히 말하지. 적씨 집안이 처한 상황을 자네도 봐서 알 거야. 나까지 폐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한 번 뵙기조차 어려우니 말해 뭐하겠어.”원경릉이 눈 딱 감고, “마마, 저도 폐하 앞에서 말씀드리기 좋지 않아요.”“아니, 이 일은 자네가 하기 딱이야,” 귀비가 서신 하나를 꺼내더니 원경릉에게 건네는데 손가락 끝이 떨리는 것이 예전에 침착하고 대범하던 적귀비가 아니다. “이건 넷째가 남강 북쪽으로 가기 전에 나에게 쓴 편지네. 지금 안왕비가 회임을 했으나 약한 체질이라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는구나. 자네는 의술에 정통한 사람이니 폐하께 안왕비가 경성으로 돌아와 해산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폐하께서 분명 그러라고 하실 거야.”원경릉은 안왕비 일을 생각 못하고 있었다. 안왕의 서신을 보니 안왕비가 임신 기간에 어디가 불편한지 제대로 안 써 있고 그저 한 마디 언급하고 귀비에게 좋은 약이 있으면 해산할 때 유비무환 아니겠냐며 약을 좀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강북부는 가난한 곳이니 좋은 의원이 없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그 쪽에서 아이를 낳는
돌아온 안왕 부부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잠시 있다가, “또 넷째가 다른 뜻이 있다면 엄하게 감시하면 됩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 남을 건지 갈 건지는 아바마마께서 결정하실 일이시니까요.”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우문호를 한 번 더 눈여겨보고 마음 속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황제가 된다는 것은 권위가 중요하고 과단성 있는 전투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을 염두 해 두는 것이다.우문호는 과단성이 있고 자비로운 마음이 있으며 능력이 있고, 생각이 주도 면밀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엔 더 키우는 건데. 그럼 오늘 이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을 명원제는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명원제는 성지를 내려 구사에게 직접 금군을 이끌고 강북부로 가서 안왕 부부를 경성으로 ‘호송’하게 했다. 그리고 안왕비가 출산을 마치면 아이의 만 한달 축하를 마치고 강북부로 돌아갈 것을 성지에 명기했다. 박원과 소홍천도 대오를 데리고 강북부로 돌아가서 구사가 그들과 앞서거니뒤서거니 도착해 성지를 받들고 같이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여정은 천천히 이루어져 경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년말이 다가왔다.구사는 안왕 부부를 안왕부로 호송했다. 안왕부는 시중드는 사람이들이 싹 다 바뀌었다. 내무부에서 직접 사람을 뽑아 보냈고 어의를 상주시켰는데, 원래 데리고 있던 몸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하인이든 시위든 전부 안왕 사람이 아니다.정리를 마치고 소홍천과 박원 및 구사는 초왕부로 가서 경과보고를 마친 후 우문호는 소홍천을 남겼다.서재에 두 개의 촛불이 불타고 불꽃이 일렁인다. 소홍천의 눈에서 지난날 임소로 인해 받았던 감정의 상처가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우문호가 비로소 입을 열며, “임소 행방을 알았어.”소홍천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얼른 고개를 들어, “어디죠?”그런대로 평온한 말투다.“평남부(平南府)에 나타났다는 군.”“평남부요?” 소홍천이 놀라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평남왕은 절대 그와 왕래 할 리가 없는데요.”“평남왕이 직접 편지를 써서 태상황
아이를 가지고 싶어얘기의 끝은 다시 아이 화제로 넘어갔다.안왕비는 상태를 봐서 연말에서 2월말 정도에 낳을 것 같은데 지금 태아가 엄청 커서 손왕비가, “아들을 낳으면 폐하께서 좋아서 자네를 경성에 머물게 하실 지도 몰라.”여자들은 조정의 일을 모르고 그저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다. 동서들은 여전히 전처럼 화기애애하고 손왕비는 기세가 등등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넓고 약한 사람이다.안왕비가 배를 만지며 조그맣게, “난 딸을 바라는데.”원용의가 킥킥 웃으며, “딸을 낳으면 태자전하께서 또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요.”우문호는 딸을 갖고 싶어서 어느 집에 딸을 낳았다는 말을 들으면 엄청 질투의 눈빛을 보내는 걸 조정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다.요부인이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이거 태자비가 딸을 낳아야 다섯째의 꿈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거네.”원경릉이 기가 막혀 얼른 손을 젓더니, “아뇨, 지금 집에서 다섯명이 난리를 치는 것만으로도 아수라장이예요. 만약 또 낳으면 밥 먹을 틈도 없을 거네요. 그리고 딸이란 보장도 없잖아요. 하나란 보장도 없고.”번식 능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원경릉은 스스로 놀라고 있다.다들 하하 웃고 싶었지만 미색이 시샘하며, “낳을 수 있다는 것 같네요.”모두 순간 웃음을 삼키고 미색의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봤다.요부인이 미색의 손을 잡고, “그래, 너랑 여섯째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하늘도 둘을 사랑하셔서 때가 되면 그만 낳고 싶다고 소리쳐도 마음대로 안될 거야.”미색이 입을 삐죽거리며, “꿈에도 그러지 않을 거예요, 하나라도 간절해요.”“여섯째도 급한 게 없는데 네가 왜 급해?” 손왕비가 말했다.미색이 동서들을 보더니 눈가가 빨개져서, “저 빼고 다들 안 급하네요. 전 임신을 못 했는데 구사 부인은 지금 둘째를 임신했어요. 전 아무런 기색도 없는데.”원경릉이 놀라며, “경병이가 둘째를? 왜 나는 몰랐지?”“3개월이 안 돼서 밖에 얘기를 안 한 거죠.”“그런데 미색은 어떻게 알았어?”미색이 또
쌍둥이의 이름원경릉이 안왕부를 떠난 뒤 구후부(顧侯府)에 갔더니 원경병은 정말 또 임신을 했는데 아직 3개월이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원경릉은 원경병의 안색이 아직 좋은 걸 보고 입덧이 심한 것 같지 않아 몇 마디 당부를 하고 갔다.서일과 사식이는 집을 다 꾸미고 새해가 오기 전에 이사를 들어갔는데 탕대인 집은 아직 천천히 짓고 있는 중으로 탕대인의 요구수준이 높은 편이라 자재는 제일 좋을 필요 없지만 편하고 우아해야 했다. 한결같이 학문이 깊고 우아하신 탕대인이다.새집 세간살이는 전부 처가에서 마련해 주었는데 원씨 집안에서 사식이가 편히 살라고 힘을 제법 줘서 큰 돈을 들여 하나같이 좋은 목재로 가구 세트를 맞춰주고 나머지는 전부 원용의가 마련해 준 것인데 좋은 건 전부 다 갖췄으니 사식이는 작지만 갖출 거 다 갖춘 알찬 자신의 집을 가지게 되었다.서일은 기뻐서 몇 날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태자와 태자비 마마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하고 목숨도 아끼지 않겠다고 하길래 사식이가 당장 남은 은을 의대에 기부하자고 하니 한마디로 거절하고 목숨은 목숨이고, 돈은 돈이라며 바보는 아닌지 계산은 정확했다.년말, 드디어 쌍둥이의 이름이 내려졌다.이 이름은 무려 4개월한 숙고한 것으로 명원제가 좋다고 하면 태상황이 좋아하지 않고, 태상황이 마음에 들면 명원제가 별로 안 좋아하고, 부자가 쌍둥이 이름을 두고 고집을 부리며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그러다 환타는 우문엽(宇文燁), 칠성이는 우문황(宇文煌)으로 세 형이 충효인의예지신에서 따온 것과 달리, 중시하는 정도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쌍둥이 이름에 세 형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엽(燁), 황(煌) 두 글자도 상당히 연구를 거듭한 것으로 불 화(火) 변은 두 사람에게 양화(阳火)의 기운을 더해주는 것으로 태상황은 둘이 늘 지나치게 조용해서 울지도 않는 게 불기운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엽(燁)자는 햇살이 찬란하게 빛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황(煌)자는 달빛이 환하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