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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화

Author: 유애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우문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원경릉이 바늘로 황조부를 찌르는 것을 보았지만, 그 안에 독이 들었는지 무엇이 들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왕조부의 병세가 호전되기는 했지만, 만약 바늘로 찌른게 독이라면 정신을 잃거나 몸을 가누지 못한다거나, 혹은 다른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원경릉은 도대체 이런걸 어떻게 알았으며, 누가 가르쳐준 걸까?

그녀의 아버지인 정후 원팔룡? 허나 그는 그렇다할 배짱이 없다. 그저 권세에 붙어 이리저리 휘둘리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원경릉이 행한 일을 태상황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분명 우문호를 배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생각할 수록 불안해져서 탕양에게 녹주와 기상궁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그들 두 사람은 원경릉 가까이에서 시중을 들었는데, 그녀가 어떤 이상한 행동을 했다면, 이 둘이 모를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녹주는 항시 붙어있는 궁인인데, 원경릉이 태상황이 있는 건곤전에 남아 병수발을 한다는 말을 전해듣고 놀랐다. 바쁜 걸음으로 돌아와 기상궁에게 알려주었더니 기상궁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두 사람은 왕야의 부름을 듣고, 급히 달려갔다. “왕야!” 두 사람이 왕야 서재에 있는 왕야를 향해 절을 했다.

우문호는 기상궁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손자가 생각이 났다. “열이는 요즘 어때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제 별일 없습니다.” 우문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의원이 의술이 좋으신가보네”라고 말을 했다. 기상궁은 잠시 망설이다가 “네……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우문호가 기상궁이 망설이는 것을 느끼자 그녀를 담담하게 보며 “기상궁 지금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지 않은가?” 라고 물었다. 기상궁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제가 어찌 감히!” 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문호는 차가운 얼굴로 담담하게“본래 기상궁은 내가 어릴 때부터 나를 보필했으며, 본왕에 대한 충성을 다 했으므로, 어떤 일도 나에게 숨기지 않을 것이야.” 라고 말했다.

싸늘함을 느낀 기상궁이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소인은 고의가 아니었습니다!”우문호는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말하거라!”라고 말했다.

기상궁은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열이는 이의원이 치료한 것이 아니라, 왕비께서 치료한 것입니다. 그저 왕비께서 절대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에 탕양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왕비께서? 왕비께서 언제 의술을 알게 되었지? 당시에 왕비께서는 열이에게 칼을 써서 왕야께 곤장 30대를 받았었는데”

기상궁은 그날 밤에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 놓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소인이 왕비님을 오해했습니다.”

우문호는 탕양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엔 놀라움이 금치 못했다. “본왕이 묻겠다. 혹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상자를 본적이 있는가? 그 상자를……” 우문호는 잠시 멍해졌다. 당시 태상황을 뵈러 장막을 걷고 들어갔을 때는 상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상자가 보였고, 또 측전으로 갈 때는 상자가 보이지 않았다. “상자가 하나 있어요!” 녹주가 급히 답을 했다. “그 상자는 온통 약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기상궁은 본적이 없어요. 그 누구도 본적은 없습니다.”

“요즘 누군가 왕비를 찾아오거나 누구를 찾으러 가는 것을 본적이 있느냐?”우문호가 물었다. 기상궁은 고개를 저으며 “왕비께서 혼인한 이후로는 찾는 사람이 드물었고, 최근 몇 달 동안은 친정집도 가지 않았습니다.” 탕양 역시 “왕비님의 출입은 모두 기록해놓았습니다. 최근에 친정에 간 것이 석달 전인데, 가서 반나절 만에 화가 잔뜩 난채 돌아온게 다 입니다.”

기상궁은 방금 원경릉을 배신한 것만 같은 느낌에 죄책감에 이렇게 말했다. “왕비가 곤장을 맞고 난 뒤에 왕야께서 저희들에게 살펴보지 말라고 하셔서 왕비께서 혼자 상처를 살피셨습니다. 자금탕을 드시기 전에는 열이 제법 났습니다. 지금 자금탕의 효력이 다 떨어졌을텐데, 태상황을 보필하러 궐에 들어가셨으니 그 안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문호는 그제서야 원경릉이 황조부에게 죽을 먹일 때 몸을 부들부들 떨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원호는 원경릉이 걱정되기보다는 그녀가 궁에서 폐를 범해 태상황을 노하게 할까 염려가 되었다.

조용히 있던 탕양이 입을 열었다. “왕야, 사실 곤장 30대는 심하셨습니다. 보통 머슴에게도 서른번은 내리 며칠을 쉬어야 하고, 몸이 약한 하녀같은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우문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가 한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말했다.

모비가 연루된 일이거나, 황실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을 저질렀다면 우문호는 당장이라도 원경릉을 내쫓았을 것이다. 기상궁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왕야, 소인 생각엔 왕비는 뭔가다른 사람이 된 같습니다.”우문호는 기상궁을 향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 뭐라고?” 기상궁은 “왕비님께서 전에는 조금 거만했습니다. 하지만 열이를 구하려고 할때, 그녀의 말투와 태도가……, 왕비께서 제게 미안하다고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소인이 전에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기상궁의 말에 우문호는 자신의 추측에 확신이 생겼다. 궁에 들어가기 전 그녀가 머리를 가까이 대고 조용하게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사람을 막다른 곳으로 몰거나 업신여기지 마시오.”그녀는 전혀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이럴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인에게 함부로 굴지만, 우문호에게는 감히 이렇게 방자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말을 했다는건, 뭔가 억울하거나 분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측전에서 그녀가 그렇게 반항을 했던 건……

우원호는 그녀의 의연했던 얼굴과 그녀가 측전에서 한 말들이 뇌리에 스쳤다. 이 일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황후의 명봉전 안.

제왕이 들어와서 문안을 한 후, 주명취를 황후 곁에 두고서 여덟번째 동생인 우문록을 찾아보러 갔다. 주명취는 황후의 친정 조카딸이다. 제왕이 떠나자 주명취는 명봉전 안에서 시중을 들던 나인들을 모두 내보냈다.

황후는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무슨일인게냐.”

“고모님, 태상황께서 원경릉을 건곤전에 남아 병시중을 들게 하라고 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황후는 그 전에 돌아와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 “초왕비? 태상황께서 시중을 들라 하였는가?”라고 하며 손사레를 쳤다. “시중들라하지, 며칠 내내 본궁이 왔다갔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주명취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고모님,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황후는 웃으며 “본궁은 자네가 두려워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마세요. 우문호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지금 황제는 그를 아주 노여워하고 있으니까요.”

주명취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고모님, 태상황의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이전과는 모든게 달라졌습니다.”

황후가 멈칫하더니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생각해보니 태상황은 다섯째인 우문호를 편애하였는데, 만약 이번에 원경릉이 태상황을 정성껏 모신다면, 이는 우문호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후가 고개를 들어 주명취를 바라보았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싫어하지 않소?”

주명취가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사용 가치가 있는 그 사람이라면 아무리 미워도 곁에 두는 법이지요.”

황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태후는 오늘 몇번이고 정신을 잃을 뻔 했습니다. 제왕비가 태후를 살뜰이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주명취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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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499화

    하지만 황후를 찬양하는 자들이 몇몇 공자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들은 조정이 백성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조정의 책임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아직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정이 교만해질 수도 있으니, 굳이 찬양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물론 이 말을 한 자도 몇몇 이로부터 훈계받았다. 상대의 뜻은 단순했다.“밥도 한 숟가락씩 먹어야 하는데, 어찌 한 입에 코끼리를 다 삼킬 수 있겠는가? 의서를 여는 것에 돈이라도 바쳤는가? 조정에서 이렇게 백성들을 챙기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 의서에만 돈을 쓴다고 해도, 교육은 어찌하고, 길을 만드는 것은 어찌하고, 군영은 어찌하겠는가?”문인들이라, 예리한 말들을 서슴치 않았다. 게다가 싸움의 분위기도 날카로웠다. 현장은 순간 불길 없는 전쟁터처럼 변했고, 얽히고 섥히며, 귀가 다 먹먹해질 지경이었다.드디어 이 화제가 끝나자, 또 다른 화제로 이어졌고, 다들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만두는 이 격렬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주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주 어르신은 담담히 차를 마시며, 이런 언쟁을 많이 보았다는 듯이 태연했다. 심지어 이 정도 언쟁은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까지 지었다.주 어르신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의 광경에 놀란 자가 있다면, 분명 내각에 들어간 적 없기 때문일 것이었다.내각의 싸움은 불길이 자욱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가장 격렬할 때는 서로 예의 바른 말로 상대의 조상까지도 건드리기까지 했다.논쟁 뒤에 많은 사람들의 이익이 걸려 있었기에, 싸움이 끝이 나기 전까지는 열심히 싸워야 하는 법이었다.싸움을 보며, 주 어르신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나 아쉬운 것은, 다들 열심히 싸우기만 할 뿐, 신랄한 말 한마디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점이었다.잠시 후, 만두가 주도권을 쥐고 질문을 했다. 상업과 농업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물어봣다. 그는 사실 주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그리고 역시나 문제를 내자마자, 주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마디 되물

  • 명의 왕비   제3498화

    적동을 찾지 못하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경단과 찰떡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형님을 찾아가서 용서를 빌었다.만두는 어머니의 말씀을 믿고 적동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했기에, 동생들을 꾸짖지 않고 오히려 위로하며 마음을 누그러뜨렸다.우문호도 이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원경릉에게 말했다.“만두의 마음이 점점 넓어지니, 중임을 맡을 만하오.”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그걸 이제야 알았소?”“아니, 오래전부터 알았소. 다만 일을 하나둘씩 겪으니, 점점 좋아짐을 알게 된 것이오.”우문호는 맑은 차를 홀짝이며 은퇴 후의 삶을 그리기 시작했다. 비록 아직은 이르긴 하지만, 앞날을 계획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가?게다가 남은 인생도 기니, 수십 년 계획하고 수백 년을 노니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만두는 적동을 마음에 품고 이별의 괴로움을 삼키며 유생들과 견학을 나누었다.주제는 정해지지 않았다. 조정 일, 나랏일, 천하의 일, 심지어 풍월까지도 자유롭게 말하기로 했다. 그는 주무도 청했지만, 주무는 요청이 적힌 서신을 한쪽에 던지며 냉랭히 말했다.“때가 되어 바쁘면 가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나도 갈지는 모르겠구나.”서신을 전한 하인이 만두에게 그의 말을 전하자, 만두는 미소를 지었다. 주무는 반드시 올 것이었다. 비록 성격이 괴팍하긴 하지만, 모임처럼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반드시 나타났으니 말이다.그는 마음에 하고픈 말이 많은 듯, 늘 애를 쓰고 사람이 모인 곳을 찾아갔었다. 그러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견학 자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만두는 이번 견학에 특별히 은퇴한 주 어르신을 초대했다.주 어르신은 젊은이들과 교류하기를 좋아했기에, 그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보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는 북당에 깊은 정을 품고, 늘 인재를 발굴하려 했다. 물론 만두를 도우려는 마음이 제일 컸지만 말이다.만두가 직접 인재를 육성하여, 태자의 세력을 구축하고자 함이니, 주 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몇 사람을 골라 돕고자 했다.만두는 유생들

  • 명의 왕비   제3497화

    만두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조급해져, 설랑을 데리고 즉시 적동을 찾으러 나섰다.그런데 마음속으로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들이 아닌 동생들이 적동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텐데, 어찌 찾지 못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도 곧바로 알게 되었다. 동생들뿐만 아니라 자신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그는 다음 날 아침까지 쉬지 않고 적동을 찾았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그는 숙왕부에 도움을 청했고, 흑영 어르신에게 부탁했다. 흑영 어르신들도 적동을 좋아하시기에, 적동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몹시 걱정하며 곧장 출발했다.그 중 한 흑영 어르신이 투덜거리며 말했다.“일찍이 팔아 돈으로 바꾸라 했건만, 듣지 않고. 인제 와서야 없어졌으니, 돈까지 날렸구나.”만두는 이를 듣고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은 그리했으나, 사실 그는 적동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다.이리 나리도 사람을 보내 열심히 찾았고, 늑대파 역시 일을 마다한 채, 함께 적동을 찾는 무리에 합류하였다.하지만 역시나 이상하게도 찾을 수 없었다. 이리 나리는 결국 직예에도 사람을 보냈고, 만두는 군영으로 돌아가 찾기 시작했다. 적동이 오랫동안 군영에서 함께했기에, 군영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음 날 역시 모두 아무런 성과도 없이 만나고 말았다.만두는 지금껏 처음으로 일이 그의 손아귀를 벗어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는 매우 초조했고 걱정되었다. 적동에게 불상사가 닥칠까 두려워졌고, 누군가 납치해 팔아버릴까 무서웠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모든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난생 처음 막막함과 무력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는 그동안 적동과 함께 지내며 깊은 정이 들었고, 설랑과 위치를 겨룰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만약 그런 적동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다면, 그는 매우 슬플 것이었다.아이들은 무력할 때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찾는다. 만두 역시 그랬다. 그는 설랑에게 계속 찾으라 시키고, 궁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찾았다.

  • 명의 왕비   제3496화

    만두 역시 주무의 실력을 높이 보았다.만두는 사실 모임에서 첫 토론을 할 때부터, 밉상으로 말하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그가 참된 견해를 내뱉을 줄 알기에 마음에 들었고, 가감 없이 날카롭게 쏘아대며 조롱도 서슴지 않기에 화가 나기도 했다.이런 자를 비록 모사로는 쓸 수는 있지만, 정말 조정 신하로 들인다면, 한 마디도 마치지 못하고 다른 신하들의 상소가 쏟아질 것이었다.오만하고 불경한 죄만으로도, 그는 단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날카로운 주무를 다듬어, 그의 성격을 잠재울 수 있다면, 큰 인물이 될 수도 있다.오늘 만두가 내민 그림은 그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사촌 동생 단이가 대충 그린 것이었다. 단이도 원래 성격이 거칠었으나, 여섯째의 수련을 거쳐, 문학에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충 그린 그림 속에도 어느 정도의 실력이 담겨 있었다. 주무를 아는 자는 모두 그가 관직을 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리한 말로 시선을 끌려고 했고, 조정 신하들의 눈에 띄려고 애썼다. 그를 불러 꾸짖더라도, 진심으로 하고픈 말을 내뱉은 것으로도 주무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만두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주무는 그의 뜻을 숨김없이 내비쳤고, 심지어 관직에 오르면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었다. 그는 심지어 얌전한 유생들이 들으면, 터무니 없다고 할 말도 서슴없이 했다.만두는 늘 그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주무는 이전에 황제가 국정을 다스리며 변방 무역과 해운을 힘써 개발하고 있으나, 요즘 농업을 소홀히 한다고 말했었다. 북당은 본디 농업으로 일떠선 나라이기에, 농사까지 버린다면 언젠가 타인에게 지배당할 것이라고 하였다.다들 그런 주무의 말을 당치 않은 말이라 생각했다. 무역이 발달하여 재물이 넉넉하니 식량이야 사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만두는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농업은 백성이 배부르게 먹기 위한 근본이고, 해마다 식량을 외부에서 사들인다면, 전쟁이 일어나거나 변방 무역이 막혔을 때

  • 명의 왕비   제3495화

    만두는 현대에서 지낸 적이 있어 견식과 문제를 보는 시선도 남들과 달랐기에,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만두는 문인의 우아함과 고고함이 없고, 행동거지가 다소 거칠어 보였다. 군영에서 일을 재빠르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습관과, 시원시원한 태도, 단도직입적인 성격까지 거칠어 보인다는 사람도 있었다.사실 만두는 목적을 갖고 벗을 사귀기도 했다.백성이 조정 일을 논하지 않음은 대개 알지 못함 때문이지만, 문인과 학자들은 달랐기 때문이다. 과거 급제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는 자들이니, 조정의 정책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서로 모여 각자의 견해를 논하기도 한다. 그렇게 견해가 모두의 인정을 받고 소문이 나면, 학대 대인에게 전해져 학대 대인의 마음에 들 수도 있었다.만두도 이젠 나이가 많아, 군영에 오래 머물 수 없고 머지않아 조정 일을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유생들은 모두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한 자들이었기에, 각지에서 온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각지의 조정에 대한 생각도 알 수 있었다. 우문호도 만두가 유생들과 어울리자, 아들이 자기만의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기뻐하였다.젊은 유생의 생각은 남다를 것이고, 오래된 악습을 깨고 더 뛰어난 정책을 생각해 낼 수도 있었다.만두가 태자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즉위 때 이미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며 명분을 확정했기에, 이제는 장대한 예식을 올려 세상에 알릴 일만 남았다.예식을 올리고 태자에 책봉되면, 태자비도 정해야 하니, 아직 서두르면 안 된다.조정 일을 돕는 것만 아니라 견식도 중요하니, 여러 사람을 만나 백성의 고생을 알아 두는 것도 유익했다.하지만 우문호는 유능한 아들이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할까 염려되는 듯, 서일을 보내 만두와 오가는 유생을 살피라 했다. 서일은 황제 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큰일도 많이 도맡았으니, 조사에 능했다.서일이 이틀 동안 조사를 마친 후 돌아와 전했다.“전하와 오가

  • 명의 왕비   제3494화

    란이의 혼사는 일찍이 정해졌다.비록 아직 집안끼리 혼담을 나누지는 않았으나, 양가 부모 간에 뜻이 이미 맞았고, 란이 또한 호 오라버니를 좋아했다.다섯째는 참지 못하고 원경릉에게 이 일을 말했느데, 말을 마치자마자 또 불평을 늘어놓았다."란이가 이제 겨우 몇 살이오? 벌써 혼수 준비를 분주히 한다니? 준비하려면 조용히 할 것이지, 굳이 말을 꺼내 괜히 조급하게 만들다니, 마음이 편치 않소."원경릉이 답했다."급히 서두를 바 아니오. 며칠 전 요 부인이 만두 얘기를 꺼내며, 장차 태자 될 인물이니 태자비를 먼저 정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소."“이 일은 조정에서도 예전에 논한 바 있으나, 내가 화제를 돌렸소.”태자를 책봉하는 예식을 지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우문호는 알고 있었다. 원경릉은 다른 사람의 말은 신경 쓰지 않더라도, 요 부인의 말이라면 마음에 담을 거라는 것을 말이다. 우문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원경릉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어찌 생각하오?""난 아무래도, 너무 어린 나이에 혼사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오."하지만 원경릉은 태자비를 하루빨리 정하는 것이 조정의 안정을 돕는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만두는 인품, 외모, 재능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기에, 수많은 관리가 탐을 내며 몰래 손을 쓰려고 했다. 다들 딸의 이름을 황후에게 전하려 애썼고, 그로 인해 온갖 말썽이 빚어진 것이었다. 얼마 전 원경병이 궁에 들어왔을 때도 말한 바가 있었다. 그는 누군가 군영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 딸을 군영 주위에 보내, 만두와 우연히 마주치게 하려 했다는 구사의 말을 전했다.이는 도를 넘은 일이었다.중요한 군영에 어찌 외부인이 접근한다는 말인가? 여인은 물론, 조정 신하라 하여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이리 제멋대로 행하는 것은 군영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라 할 수밖에.태자비의 자리를 엿보는 자들이 많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수작을 부리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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