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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3화

Penulis: 유애
원경릉이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전 그냥 지금 분봉하시는 게 조금 이른 게 아닌가 싶었던 거예요 .”

태상황이 말했다. “지금 분봉하는 게 좀 이르다고 볼 수 있지만 과인은 단지 쟤들이 나중에 서로 싸울까 봐 그런 게 아니야. 다섯 아이는 분명 앞으로 크게 될 인물들이야. 다섯 도시를 쟤들에게 준 건 북당과 북막이 정전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아마 20년 못 가서 북막은 조약을 파기하려 들겠지. 그리고 이 다섯 도시는 우리 북당의 변경에 접해 있으니 우리에겐 가장 좋은 방어선인 셈이야. 쟤들이 다 자란 뒤에 저들의 능력이라면 다섯 도시를 전부 북당화시켜 놓을 뿐 아니라 북막을 방어하는 최고의 방패로 만들 수 있어. 이게 바로 과인이 세운 북당 20년 계획이네. 저 다섯 도시의 백성들은 지금부터 자신들의 왕이 누군지 알아야 해.”

주재상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서 군사를 이끌고 조정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호 대장군에게 명을 내려 준비해 두도록 했습니다. 강북부 수주부 일부 백성을 다섯 도시로 이주시키는 것에 대해서요. 이주한 사람들이 현지 사람들과 통혼하고, 내륙 사람들이 계속 그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장려해 다섯 도시에서 우리 북당의 인구를 늘려가는 거죠. 하여 다섯 도시에 북당의 뿌리를 깊이 박아 꽉 쥐고 놓지 않도록.”

원경릉은 이 얘기에 조금 감동해 버렸다. 삼대 거두가 이처럼 멀리 내다볼 줄 몰랐기 때문이다. 20년 후 천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순간 앞으로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있어 변수를 최대한 제어할 수 있다.

삼대 거두가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말에 원경릉도 왈가왈부하기 불편했다. 말이 분봉이지 아이들이 지금 갈 수 없으므로 사람을 보내 관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경릉이 출궁해 우문호에게 이 일을 얘기했다.

그런데 우문호가 벌써 알고 있었을 줄이야. 경축연 당일 태상황이 태자의 의사를 묻길래 괜찮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원경릉이 서운해했다. “미리 알았으면서도 나한테 얘기 안 했던 거네.”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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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는 목여태감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문안드릴 때 짐이 말씀드리도록 하지!”목여태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명하십니다. 폐하!”명원제는 목여태감에게 준비시켜 호비 궁으로 향했다.호비는 며칠 계속 속이 좋지 못했다. 음식은 이미 상당히 조심했음에도 소화가 안 된 게 하루 이틀 만에 좋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그래서 명원제는 최대한 직접 와서 호비가 수라를 드는 것을 지켜봤다.열째는 아바마마 곁에 착 붙어있는 걸 좋아해서 아바마마께서 오시면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명원제는 다른 자녀들은 전부 장성했지만 이렇게 찰싹 붙어있는 어린 자식이 있어 기쁘기가 한량없었다. 명원제도 열째에 대한 총애가 가끔 도에 지나친다는 걸 알지만 아비 된 자로 자기 아들을 총애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나?“최근 뭘 먹었지? 이렇게 살찌면 곧 둘째 형 따라잡겠는데!” 명원제가 웃으며 십황자의 엉덩이를 툭 쳤다. 탱글탱글 한 게 아주 손맛이 있었다.십황자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소자 둘째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둘째 형은 돼지 같아서 보기 싫어요.”호비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입 다물어. 누가 너더러 그렇게 둘째 형에 대해 함부로 말해도 된다고 했어?”십황자는 호비의 꾸지람에 아무 말도 못 했다.명원제는 아들이 안되서 품에 안고 호비에게 말했다. “그렇게 심하게 말할 것까지 있나? 애가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호비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폐하, 애들 말은 악의가 없지만 옳고 그름은 가릴 줄 알아야 지요. 열째가 방금 한 말은 둘째 형을 존중하지 않는 거였어요. 왕야가 들었으면 얼마나 기분이 안 좋았겠어요?”명원제는 아들이 입을 삐죽거리며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모습에 호비가 아들을 너무 엄격하게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거 아닌 일로 애를 몰아붙여서 생각을 펼치도록 북돋아 주지 않았다. “둘째는 열째한테 따질 리 없을뿐더러 둘째가 돼지처럼 살이 찐 것도 사실이잖아. 절제를 못해 그런 것을 옆에 사람이 말도 못

  • 명의 왕비   제 2605화

    호비가 의아한 나머지 고개를 들었다. “폐하, 그건 마땅하지 않을까 걱정돼옵니다."명원제가 손을 내두르며 말했다. “뭐가 걱정이야? 짐이 이미 결정을 내렸는데. 내일 일찍 태상황 폐하께 말씀드리도록 하지.”“하오나,” 호비는 이 일이 아무래도 마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아 말을 이었다. “친왕 전하들도 분봉이 있으나 봉지가 크지 않고 공을 세웠기에 분봉을 받았습니다. 열째는 전장에 나간 적이 없어 아직 나라에 공을 세우지 못했는데 단번에 다섯 도시나 주시면 폐하께서 편애하신다는 뒷말이 나올까 두렵습니다.”명원제는 호비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흥을 다 깨 버릴 줄 생각도 못 했다. 자기도 모르게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감히 뒷말해? 이 다섯 도시는 황량한 사막으로 척박한 땅이거늘 분봉을 해도 매년 들어오는 은자가 얼마나 되겠어? 짐이 정말 열째를 편애하려 들면 다른 곳을 분봉하지 하필 새가 알도 안 낳을 거 같은 땅을 줄까?”호비는 명원제가 화가 난 것을 보고, 자기와 열째를 위해 기껏 이런 호의를 베푼 것인데 언짢게 할 필요가 뭐 있나 싶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정말 그리하신다면 신첩 열째를 대신해 황은이 망극하옵니다!”호비가 이렇게 말하며 감사의 예를 취하고 절을 올렸다!명원제가 손을 뻗어 호비의 손목을 잡고 일으킨 뒤 오동통한 뺨을 바라보며 정색하고 말했다. “짐이 열째를 다소 편애하는 건 인정해. 그건 열째가 당신 소생이기 때문이야. 짐은 열째에게 제일 좋은 걸 주고 싶지만 태자의 지위는 이미 정해져서 짐은 열째를 위해 국본을 흔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다섯째는 아주 짐의 마음에 들어. 태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야. 그래서 짐은 열째에게 다른 것으로라도 보상해 주고 싶어. 평생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앞으로 태자와 관계가 껄끄러워져도 적어도 열째가 갈 곳이 있는 거야. 그리고 그곳은 태자도 손을 뻗기 쉬운 곳이 아니지.”호비는 알았다고 했고 이렇게 많은 건 모르지만, 그 도시가 명원제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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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비는 가슴이 철렁해서 물었다. “왜 전에는 다섯째 형이 좋았는데 지금은 안 좋아? 다섯째 형이 너한테 잘 안 해줘?”십황자가 서러워서 울며 말했다. “다섯째 형은 앞으로 황제가 될 거기 때문이에요. 황제가 되면 형제를 싫어하게 된 대요. 왜냐면 형제는 다섯째 형이랑 황위를 다투니까요. 하지만 저도 다섯째 형이 두렵지 않아요. 전 아바마마께서 제일 총애하는 아들이니까, 다섯째 형이 절 못살게 굴면 아바마마께서 저 대신 화내셔서 다섯째 형에게 곤장을 때릴 거예요. 다섯째 형은 아바마마께 곤장을 맞을 거예요.”호비가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며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십황자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 “모두 그렇게 말했어요.”호비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 “모두라면 누구일까?”“밖에 있는 백성들이요.”호비는 크게 노하고 말았다. 십황자가 바깥의 백성을 언제 한 번이라도 만나본 적이 있다고? 심지어 백성이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지도 모른다. 호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계속 십황자를 얼렀다. “자, 어마마마께 알려 주렴. 바깥에 백성들이 전부 이렇게 말한다고 누가 얘기해 줬니?”“옥 상궁이 그랬어요. 옥 상궁이 화본에 전부 그렇게 쓰여 있다고. 제가 저 자신과 어마마마를 지켜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바마마께 잘해야 한다고. 아바마마의 환심을 사야 한다고 했어요.” 십황자가 말했다.호비는 아연실색해서 반듯하게 자세를 고치고 말했다. “알았다, 가서 놀아.”십황자는 어마마마가 화내지 않자 기쁜 얼굴로 말했다. “네, 소자는 가보겠습니다.”십황자가 나간 뒤 호비가 밖에 분부했다. “옥 상궁은 들라 하라!”“예!” 하인이 대답했다.호비는 가슴 속에 분노가 끓어올라 꺼질 줄을 몰랐다. ‘옥 상궁은 할머니가 안배해서 궁으로 들여보낸 사람으로 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옥 상궁이었는데, 어떻게 옥 상궁이 십황자 앞에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일 수가 있어?’잠시 후 옥 상궁이 들어와 예를

  • 명의 왕비   제 2607화

    호비가 이 말을 듣고 옥 상궁의 얼굴에 따귀를 때리고 봉황 같은 눈매가 분노로 이글거리며 말했다. “네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그런 대역무도한 역심을 품다니, 결단코 너를 곁에 둬서는 안 되겠다. 당장 짐 싸서 궁에서 나가.”옥 상궁은 호비가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순간 어리둥절했다가 억울한 심경으로 마지못해 말했다. “마마께서 오늘 쇤네를 오해하셨습니다. 내일 쇤네의 말이 참말이었음을 분명 아시게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미 다섯 개 도시를 황자께 하사하신 것이야말로 최고의 증거로 마마께서는 이 좋은 기회를 꽉 잡으셔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제 폐하께서 황후를 폐하게 하시고 마마께서 등극하시……”호비는 옥 상궁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분기가 탱천해서 다시 옥 상궁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며 분노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대역무도한 주둥이 다물지 못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아주. 널 궁에 남겨두면 반드시 큰 우환이 될 것이니 조금도 지체할 수 없구나. 네가 안 가면 사람을 시켜 경성에서 쫓아낼 것이니 이생에 다시는 경성에 발붙일 생각은 하지도 마!”호비는 바로 명을 내렸다. “이리 오너라!”밖에서 두 명의 수행 태감과 궁녀가 들어와 예를 취하고 말했다. “마마 분부하십시오!”호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시위는 옥 상궁이 짐을 꾸리는 것을 지켜보고 다시는 십황자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며, 짐을 꾸린 뒤 바로 경성에서 내보내도록. 지체해서는 아니 된다!”태감과 궁녀 모두 당황했다. “마마?”“어서 가서 하지 못해. 지체하지 말라고 했다!” 호비가 손을 내젓고, 옥 상궁이 멍하니 한쪽에 서있는 것을 노려봤다. 꼴도 보기 싫어 옥 상궁을 한시도 곁에 둬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더욱 굳어졌다. 이런 집념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예!” 궁인이 호비가 화난 것을 보고 더는 사정하지 못하고 얼른 나가서 시위를 불렀다.옥 상궁이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이렇게 하시는 건 십황자 전하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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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귀비가 이렇게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얼른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 옥 상궁은?”호비가 말했다. “어떻게 그냥 두겠습니까? 지난밤에 바로 경성에서 쫓아냈지요.”“그럼, 옥 상궁이 다른 누구와 많이 왕래했는지 물어봤어? 이런 말을 누가 옥 상궁에게 한 건 아니었을까? 옥 상궁이란 사람이 내 기억으론 자네 조모가 붙여서 들여보낸 사람인데, 자네 조모는 세상 이치에 훤한 분이시라 그분이 가르친 사람이 그럴 리 없어.”호비는 당황스러웠다. “물어본 적 없어요. 신첩은 옥 상궁 본인이 망령되게 생각했다고 믿어서 옥 상궁을 쫓아버렸네요.”호비는 배를 부여잡고 은근히 통증이 올라오는 걸 느끼며 물었다. “마마 생각에 뭔가 미심쩍으십니까?”“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어. 지금 조정과 후궁이 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거든. 누가 알아? 자네는 돌아가서 조신하게 있도록 해. 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전부 내보내고 한시도 곁에 둬서는 안 돼.” 황귀비가 타일렀다.“예, 알겠습니다. 신첩 지금 가서 바로 하겠습니다!” 호비는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배가 더욱 아파와서 배를 누르며 시녀에게 와서 부축하도록 했다.황귀비가 상황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 불편해?”“복통이에요. 전에 약간 아파서 어의를 불렀는데 체했다고, 신첩이 식탐을 부렸다고 했어요.” 호비가 풀이 죽어 말했다.황귀비가 기가 차서 말했다. “입단속을 잘해야지. 찬 음식은 많이 먹지 말고, 지금 배가 아프니 급히 돌아가지 말고 일단 쉬었다가 가. 내가 어의에게 와서 자네 진맥해 주라고 할 테니.”호비는 심하게 통증이 느껴져서 경솔하게 간단하게 말을 끝마쳤다. “그럴까 봐요. 마마께 수고를 끼쳐 죄송해요!”한편 명원제는 오늘 일찍 태상황에게 문안하러 갔다.어제 정해진 일에 대해 확실히 태상황에게 한마디 보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문안하고 부자가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데 주재상과 소요공도 아직 건곤전에 같이 있어 다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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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황이 명원제의 말을 다 듣고 차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천천히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감도는 연기 틈으로 명원제를 보며 말했다. “황제가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어 과인은 위로가 되고 또 황제의 생각이 맞아. 단지 두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황제가 그렇다니 더는 묻지 않겠네.”명원제가 말했다. “물어보세요!”명원제는 이것도 상당히 멀리 내다본 생각이라 여기고 태상황이 분명 동의할 거라고 생각해서 다른 건 고려해 보지도 않았다.태상황이 물었다. “십황자의 나이가 다섯째와 스무 살 정도 나서 형제의 감정이 깊지 않다고 했는데, 일단 황제의 말이 맞는다고 쳐도 황귀비도 아이를 뱄으니 만약 십일황자를 낳으면 그때는 또 어떤 준비할 거지? 호비의 복중에도 용종이 있는데 황자라고 한다면 그건 또 어떻게 대비할 건가?”“그건……” 명원제는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어 대답했다. “다섯째가 지금 황귀비 슬하로 적을 옮겼으니 황귀비가 황자를 낳으면 다섯째와 자연스럽게 가까울 것이고, 황자가 자라면 다섯째 형을 도와 정무를 볼 거라 그건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죠. 호비 복중의 아이는……짐도 당장 계획은 없지만 태어난 아이가 황자면 앞으로 다른 곳을 분봉하죠.”“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황귀비 마음에 황제가 편애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할 텐데!” 태상황의 이 말은 사실 기분이 나쁘다는 걸 내포하고 있었지만 명원제는 알아차리지 못했다.명원제가 덧붙여 말했다. “황귀비는 천성이 현숙한 여자로 품행이 고결해 그런 생각을 할 리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좋아, 첫 번째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아무 문제도 없구나. 태상황이 소요공에게 담뱃대에 담뱃잎을 채워 넣게 하고 계속 물었다. “두번 째 문제는 호후의 재능으로 그 다섯 도시 치리를 담당하는 게 가장 최적이야. 호후를 택한 점은 찬성하는 바야. 호후가 좀 시건방지고 전에는 무공이 뛰어나다고 설쳤지만 한번 경각심을 심어준 뒤로 조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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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북후는 나라에 공을 세워 북방 영토를 정돈했지만, 그 정도 꼬물거림으로 대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삼대 거두와 아예 비교되지 않았다. 이번 전장의 상황은 생사가 몇 번이나 오가며 전투마다 치열하기에 그지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둘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명원제는 반쯤 농담, 반쯤 진심으로 말했다. “그럼, 어르신은 가실 의향이 있으신지요?”소요공이 흠칫 놀라 물었다. “폐하 진심이십니까?”명원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르신께서 가신다고 하시면 짐은 가능하다고 봅니다!”소요공은 웃으며 침묵하더니 같이 침묵을 고수하는 주재상을 힐끔 봤다.태상황이 웃음을 흘리며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소요공이 원하고 말고가 어딨어. 성지가 내리면 가는 거지. 가봐, 가서 짐 싸. 어차피 과인은 평생 고독하게 지내는 게 익숙하니까 어릴 때 친구가 곁에 있는 거 안 어울려. 황제의 막내를 위해 애쓰는 편이 중요하지. 평생 고생만 해왔는데 마지막 몇 년 더 고생하는 게 뭐라고. 북당을 위해 온몸 바치고 죽으면 그만이야. 말년치고는 충실한 셈 아닌가!”이 말에 명원제는 등골이 서늘해져서 얼른 사죄했다. “아바마마 오해하지 마세요. 짐은 그저 농담이었습니다. 어르신을 어찌 고향 땅을 등지고 그런 변방의 척박한 땅으로 가시라 하겠습니까? 짐도 모진 인간이 아닙니다. 어르신은 아바마마 곁에서 만년을 보내셔야지요!”태상황이 웃으며 담뱃대에 연이어 불을 붙이더니 이번엔 좀 오래 빨며 말했다. “황제가 농담하는지 과인도 알지. 소요공이 저 나이인데 변방 도시를 안정화시키러 보내는 건 각박하고 박정한 짓이지 암.”명원제는 태상황이 화가 난 걸 알았다. 웃고 있지만 미소가 냉담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잠시 소요공 얘기는 그만두고 말을 돌렸다. “아바마마께서는 다섯 도시를 하사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짐이 이미 성지를 내려 호비도 감사 인사를 올렸사옵니다!”태상황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얘기하니 과인이 황제와 일일이 까발려서 분석해 보도록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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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더니 퍼뜩 ‘태상황이 자신과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한 건 이미 뭔가 생각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다.그래서 은근슬쩍 떠보았다. “아바마마, 어떻게 처리하면 가장 적당하겠습니까?”태상황이 담뱃대를 내려놓고 명원제에게 말했다. “어제 과인이 이미 생각한 게 5개 도시를 태자의 아들들에게 분봉하는 것으로 태손 말고 배 속에 아이도 받을 부분을 남겨두는 거야. 5개 도시에 호후와 셋째를 주둔시켜 서로 견제하고 끌어 주기도 하며 한쪽만 일방적으로 커지지 않게 하는 거야. 넷째는 계속 강북부에 주둔해서 조정의 눈이 되어 이 다섯 도시를 지켜본다면 우리 변경의 국토를 보다 잘 지켜낼 수 있어. 이게 제일 타당한 방안이지.”명원제가 놀라서 말했다. “아바마마, 그다지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황자에게도 분봉하지 않았는데 황손에게 먼저 분봉하는 예가 어딨습니까? 그리고 아바마마 말씀대로면 이 다섯 도시는 열째에게 분봉해도 통하는 얘기가 아닙니까? 똑같이 셋째를 먼저 파견해 호후를 잡도리해서 날뛰지 못하게 하면 뭐 문제될 게 있나요?”태상황이 바로 꾸짖으며 말했다. “그 차이를 방금 얘기했잖아. 만약 열째에게 나눠주면 호후는 자기가 주인 노릇을 하려고 들어 셋째는 안중에도 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태자의 아들이란 같은 처지에 놓이면 야심이 생기기 쉽지 않아. 15년 후 아이가 자라 봉지로 가면 그들이 각각 도시를 하나씩 점할 것이고, 같은 배에서 난 형제가 서로를 지키고 도울 뿐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상의해 협력을 도모할 거야. 그들은 우리 북당을 위해 흔들림 없는 나라의 관문을 공고하게 구축할 거야. 다섯이 힘을 합하면 다섯보다 큰 법이거든. 네가 다섯 도시를 한 사람에게 분봉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다.”태상황의 이 말을 다 듣고 명원제는 마음으로 설복당했다. 확실히 자신이 세운 계획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하지만 문제가 바로 그 점이었다. 명원제는 이미 십황자에게 성지를 내렸는데 황제라는 사람이 어찌 자신이 내린 명을 이랬다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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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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