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황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네 아이들이 분봉을 받은 도시는 모두 척박한 땅으로, 앞으로 그곳은 우리 북당의 방패막이가 되어 북막의 침공을 막을 것이다. 근데 그런 큰 일을 할 사람 뒤에 도와줄 자금이 없어야 쓰나? 이 금광으로 조붕 군주의 혼수를 삼는다고 했지만 형제자매 마음이 다 똑같지. 북당을 지킬 오빠가 돈이 필요한데 동생이 나몰라라 손 놓고 있겠어? 아들들 입장에선 아버지의 도움을 마냥 바라고 있는 거보다야 낫지.”우문호가 이 얘기를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다 싶었다. 초왕부가 가난하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부유한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크면 각자 봉토로 가게 될 텐데 애들 봉토가 구석지고 척박한 것도 사실이라 고생할 게 불 보듯 뻔하니 집에 광산이 있으면 앞으로도 이렇게 궁상스럽게 살지는 않아도 될 게 분명했다.그렇게 광산 건은 일단락 되었다.우문호는 태상황을 눕혀드리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원경릉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조부께서 또 기침은 안 하셔?”우문호가 옷을 입은 채로 원경릉 곁에 누워서 답했다. “기침은 안 하셨어. 말씀하시는데 기력도 짱짱하시고, 우리 막내 이름이랑 봉호도 붙여 주셨어.”“이렇게 빨리?” 고작 몇 시진 전에 낳았는데 벌써 이름과 봉호라니? 막 아무렇게나 붙이신 건가?“아마 미리 준비해두셨던 것 같아. 아들을 낳았어도 이름을 붙여주셨을걸.”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뭐라고 지으셨는데?”“우문택란이라고 불의 운명을 누르는 거라고 하셨어. 봉호는 조붕 군주. 어때?” “택란?” 원경릉이 잠깐 생각해 보더니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겠다. 택란이란 한약재가 있거든. 봉호야 우리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황조부께서 좋다고 하시면 좋은 거지.”우문호는 아명 복덩이가 부정당했다는 사실에 약간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이름이 생겼으니우리 막내한테 아명을 붙여주면 안 되는 거겠지?”“자기가 아빤데, 자기가 부르고 싶으면 부르는 거지, 복덩이든 똥덩이든 안 될
군주 아명을 두고 토론이 계속되었다. 탁자 위엔 과일과 약과 등 간식이 올라가 있었다. 손왕은 “탁자 위에 간식을 먹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말하며 좋아했다.고작 아명 하나를 가지고 장장 2시간을 열띠게 토론했는데 결론이 나지 않자 우문호는 완전 지쳐버려 이리 나리한테 제안했다. “이리 나리도 하나 지어 보세요.”이리 나리는 마침 삶은 계란을 까먹고 있던 참으로 우문호의 질문에 그냥 생각하는대로 말했다. “계란은 어때?”“무성의해, 너무 성의 없어!” 다들 난리였다. 하지만 우문호가 들어보니 괜찮은 게, 계란, 삶은 계란, 작은 계란, 작은 사람, 작은 계란형 얼굴, 삶은 계란처럼 부드러운 속살! 딱이네 딱이야!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흥분해하며 말했다. “계란이야!”이렇게 태어나서 하루도 안된 꼬마 봉황은 봉호, 이름, 아명 셋 다 갖추게 되었다.설날 태어난 꼬마 봉황은 우문택란이란 이름에 조붕 군주로 봉해질 것이며 아명은 계란이다.정해지자 마자 우문호는 바로 입궁해서 기쁜 소식을 알렸다.명원제는 태자비가 딸을 낳았다는 말에 손녀가 하나 더 생긴 게 기쁘고 특히 아들이 완전 넋을 잃고 입이 귀에 걸린 것을 보고 마음이 푸근해졌다. 바보 아들이 정말 복도 많지. 아들을 낳고 싶으면 아들을 낳고, 딸을 갖고 싶으면 딸을 낳으니 말이다.태자가 아들 딸을 다 가진 것은 조정엔 큰 경사로 명원제도 목여 태감을 시켜 선물 명단을 만들게 했다. 그는 자신의 손녀에게 내릴 상을 상의한다는 명목으로 직접 황귀비가 있는 장문전을 찾았다.황귀비가 기쁜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명원제와 사이가 껄끄러운 것도 잊고 같이 앉아 선물을 상의했다.전에 다섯째를 홀대한 걸 미안하게 생각해 명원제는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다섯째의 체면을 살리게 상당히 융숭한 상을 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황귀비는 전에 명원제가 태자비에게 남주(남쪽 바다에서만 나는 귀한 진주)를 하사한 것을 기억하고 얘기했다. “신첩이 기억하기로는 작년에 남주가
원경릉은 만두에게 외할머니집에 가서 여동생이 태어난 소식을 전해 같이 기뻐하자고 했다.만두는 그 말을 듣고 좋아했는데 외할머니 집에 경사를 전하면 온 집안 사람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기뻤기 떄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딸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이제 꿈이 이루어졌다고 무척이나 좋아할 것이다. 주진은 컴퓨터에 이미 모든 데이터 입력을 마치고 결과를 계산해 냈다며 시간, 날짜, 방위 전부 도출했지만, 외재적인 요소의 영향이 없어진 후에야 경호가 정확한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만두를 통해 원경릉에게 전했다.주진은 만두에게 엄마 머리의 발광점을 잘 지켜보다가 곧 꺼질 거 같을 때는 반드시 바로 자신에게 알리라고 했지만 만두는 돌아가서도 엄마에게 머리의 발광점에 대한 얘기 하지 않고 경호가 2~3개월은 지나야 운행할 수 있을 거라고만 전했다. 이건 원경릉에게 있어 하늘만큼 땅만큼 좋은 소식이었다.경호를 발견하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그리워만 했다. 마침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려는데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어?원숭이 일은 경호가 뚫리면 직접 돌아가서 정확하게 확인하고 홍엽에게 애기할 생각이었다.시공간을 뛰어넘어 북당으로 온 뒤로 원경릉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을 왔다갔다 하는 순간이 눈 앞으로 다가와 북당에 시집 온 것이 마치 다른 도시로 시집간 듯한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원경릉은 3개월 정도 더 기다리면 집으로 돌아갈 길이 열린다고 짐작했다. 그때는 여섯 아이와 남편을 데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계란이는 무척이나 차분한 것이 원경릉 뱃속에 있을 때와 완전 딴판이었는데, 불이 난 일은 계란이와 조금도 관계가 없었을까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원경릉은 산후조리 내내 계란이를 지켜봤지만 초능력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보통의 신생아와 다르다할 차별점이 없는 것이 차리리 잘됐다 싶었다. 어쨌든 다섯 오빠들이 여동생을 귀여워하며 예뻐할 것이라 조금도 서운하게 할 일이 없을 것이다.그렇게 몇 일이 지나고
우리 계란이가 큰 증조할아버지한테 배신을 당했다고?기화는 지극히 순수한 눈빛으로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 우문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기화는 순간 마음속에 측은지심이 생겨 우문호에게 한 마디 해주었다. “사실 견역.... 그러니까 안풍친왕 전하는 본질적으로 늙은 여우 입니다. 그 점은 두 분다 알고 계시죠? 안풍친왕의 말은 1할만 믿어야 해요, 물론 1할도 안 믿는 게 최고지만요.”우문호가 조용히 이를 갈며 매서운 눈빛으로 물었다. “내 딸을 제자로 삼겠다고 하는데, 뭘 가르칠 수 있는가?”기화가 다소 의혹의 눈길로, “제가 못 가르칠 게 뭐죠? 전 뭐든 다 할 수 있는데요.”기화는 자세를 단정하게 고쳐 앉더니 엄숙한 태로도 답했다. “태자 전하, 저를 그저 전문성 없는 인간으로 보시면 안 됩니다. 이래봬도 수많은 일에 종사해 와서 경찰, 운전기사, 마술사, 도박꾼, 심부름꾼, 판매원, 보표 등 각종 분야 각종 업계를 두루 누비고 다녔습니다. 옅든 깊든 다 관여해 봤고 전에 사업도 했었는데.... 그런데 좌판도 사업은 사업이죠? 제자가 뭘 배우고 싶든 다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생이 정직해서 안풍친왕 전하처럼 그렇게 뒤에서 인신매매같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지요. 이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이게 무슨 소리지?’ 우문호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사실 기화와의 말싸움에 성공할리는 없다. 기화가 북당을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이제 와서 싸우면 배은망덕한 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싸운다고 해도 이길 승산이 없는 게, 정말 기화가 계란이를 안고 가는 날엔 계란이가 놀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기 때문이다. 우문호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렇게 큰 일을 아내와 상의하지 않을 수 없으니 상의한 뒤에 확실하게 답하도록 하지.”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비 마마 의견을 존중해야죠. 어서 가서 물어보세요. 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우문호는 탕양에게 원경릉을 부르라고 하고 바로 소월각으로 갔다.원경릉도
기화가 우문호에게 얘기했다. “아내 분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수많은 에너지가 있죠.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물질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그걸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물질을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불 같은 걸 말이죠. 우리는 불을 볼 수 있지만 많은 물질이 불꽃으로 전환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호흡하고 있는 공기 같은 것도 안에 연소가 가능한 기체 즉 산소나 수소 같은 게 있거든요. 공기 중에서 그 기체들을 뽑아내기만 하면 불을 붙일 수 있어요. 계란이는 그런 불씨를 구별해낼 수 있는 특별한 눈을 가졌어요. 불씨에 재빨리 불을 붙여 기체를 연소시킬 수 있죠. 그래서 불씨를 제거한 거예요. 그럼 계란이는 기체를 제어하게 되도 쉽게 불을 붙여 커다란 화재를 일으킬 리는 없게 되죠. 계란이가 자라서 마음이 성숙해지면 이 능력은 다시 돌려줄 겁니다.”우문호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 당황한 채 물었다. “무슨 뜻이지? 계란....이가 공기 중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그게 뭐가 이상한데요? 우주에 에너지 물질이 이렇게 많은데 바람, 전기, 우뢰 등등등을 제어하는 사람도 있다고요.”“계란이는 왜 할 수 있지? 나는 제어 못 하는데?” 우문호가 묻자 기화가 우문호에게 말했다. “옆에 잔을 들어보세요.”우문호는 옆에 잔을 보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들어올렸다.기화가 만족스럽다는 말투로 설명했다. “보세요, 태자 전하는 컵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잖습니까? 전하의 대뇌가 구별해 낼 수 있는 에너지예요. 전하께서 어떤 물질을 제어할 수 있는지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건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가능하죠. 예를 들어 무공을 수련하면 담을 뛰어 넘고 솜이나 낙엽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죠. 전하의 모든 행위는 전부 전하의 대뇌가 제어하기 때문입니다. 전하 대뇌의 발육 정도에 달려 있는 거죠.”우문호는 기화를 한참 쳐다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게. 자네 말을
기화는 태자 부부에게 아이를 안으라고 했다. “전 이제 가보겠습니다. 이제 이 아이가 세살이 될 때부터 매년 한 달씩 와서 성년이 될때까지 제가 배운 걸 전부 가르쳐 주도록 하죠.”우문호가 딸을 안고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럼 계란이가 지금도 여전히 불을 낼 수 있는 건가?”기화가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제가 방금 말씀드렸을 텐데요, 불꽃숭이는 쉽게 연소하는 물질을 완전 장악하고 제어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의식에 의존해 불을 낼 수 없습니다. 만약 불꽃숭이 손에 부싯돌을 쥐고 있거나 초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원하면 초왕부를 다 태워버릴 수도 있지요.”기화는 원경릉에게 예를 취하고, “태자비 마마 어딘가에서 곧 다시 뵙겠습니다.”기화는 말을 마치고는 바로 돌아서 나갔다. 그러자 우문호가 궁시렁거렸다. “어딘가는 뭐가 어딘가야? 3년 후에 오는 거잖아? 3년 후에 여기서 보자면 되는 거 아냐? 웬 신비주의 컨셉이야!”하지만 원경릉은 가슴이 철렁했다. 전에 주진이 한 말에 따르면 어쩌면 그날이 멀지 않았다. 원경릉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경호가 열릴 때까지만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다.어쩌면 이건 뇌 줄기세포 괴사의 조짐일지도 모른다. 만일 원경릉이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대비를 해야 했다.원경릉은 양여혜를 찾아가 시공간의 왜곡을 계속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만약 시공간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면 경호가 제대로 작동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양여혜에게 만약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먼저 가서 원경릉을 데리고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양여혜는 원경릉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위험계수는 경호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제가 발생한 건 경호가 아니라 전체 공간으로 공간과 공간의 연결에 왜곡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전에 원경릉 일행이 갔을 때 다른 공간에 끌려들어갈 위험이 있었던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양여혜 자력으로 억지로 끌고 올 수 있었지만 다음 번에도 시공간이 왜곡된 상황에서 사람을
원경릉이 진찰하기도 전에 할머니가 먼저 맥을 짚어보고는 원경릉을 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셨다.원경릉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아 청진기를 들고 갔다. 사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진단뿐으로 증상에 따른 치료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다.할머니와 얘기 끝에 분명 주재상 스스로 내공을 운용하다가 혈관을 터트려 뇌경부에 압력이 다시 높아진 것 같았다. 터진 혈관을 통해 나온 피가 덩어리져 신경을 압박해 다시 실명한 것으로 일련의 증상이 더한 것으로 볼 때 핏덩어리가 압박하는 곳이 이미 상당히 전진해 신경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커졌고, 바로 뇌 줄기세포의 괴사를 일으킬 것이다.어르신들의 퇴임 후 삶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참으로 이런 큰 문제에 부딪히자 그야말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그런데 주재상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물러난 뒤로 희야랑 같이 있으면서 매일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지, 밤 늦게까지 일하다가 잠들 필요도 없지, 일출 보고 일몰 보고 꽃이 피는 걸 보고 꽃이 지는 걸 보고. 긴 시간 느긋하고 편하게 식사하고 차를 마셨으니 난 더이상 여한이 없다.”주재상의 말에 원경릉은 하마터면 정신이 무너져내릴 뻔 했다.태상황은 잿빛으로 타들어간 얼굴로 주재상을 위로하려 헀으나 자신에게 도울 힘이 아무것도 없는 지라 무슨 말을 해도 전부 허망할 뿐이었다.희상궁은 주재상 곁에 앉아 계속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 맺혔지만 죽을 힘을 다해 흘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원경릉과 할머니가 각자 약을 처방해 한방과 양방을 혼합해 잠시라도 병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지 살폈다.하지만 수술말고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시간을 언제까지나 끌 수 없어서 만약 병세가 심각할 경우, 금방이라도 일이 터질 지도 모른다.원경릉은 초왕부에 돌아와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우문호는 괴로워하는 그녀 곁에 가만히 있을 뿐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원경릉은 산후조리중에 크게 마음을 상한 나머지 원기를 많이 잃게
“알겠어!” 우문호는 아마 만두에게 외할머니네 가서 주재상의 병세를 어떻게 치료할지 물어보고 오라는 심부름을 시킬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우문호는 먼저 만두에게 갔다가 할머니를 부르러 갔다.만두와 경단이가 주머니에 약과를 넣어와 원경릉의 침대에 기어 올라가 건넸다. “엄마, 나 먹을 거 있는데 엄마 줄까?” 원경릉은 피곤했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안 먹어도 돼. 만두랑 경단이가 먹어. 엄마 머리 좀 봐.”만두가 손뼉을 치고 원경릉의 얼굴을 들고 이리저리 보더니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 조금밖에 안 남았어... 거의 없어져 가니까.”경단이도 얼른 보더니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약과를 떨어뜨렸다. “어떡해? 거의 다 사라졌어.”“왜 이렇게 빠르지?” 만두가 중얼거리며 원경릉의 얼굴을 받쳐든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쩐지 행동이 너무 느렸던 게 연결이 끊어지며 생기는 문제였을 것이다. “엄마, 어떡해? 경호는 아직 갈 수 없는데.” 경단이는 무서워서 맨발로 침대에 기어올라와 원경릉 곁에 엎드려 입술만 삐죽거렸다.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자신의 엄마가 슬퍼할게 분명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원경릉은 심호흡을 하고 애써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다독거렸다. “당황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원경릉은 자신을 애써 진정시켰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만두에게 말했다. “넌 어서 밥 먹고 나서 자러 가렴. 주진에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만두가 정신없이 대답했다. “네, 그럴게요. 지금 가요, 지금 갈래요! 나 배 안 고파요!”만두가 이 말을 하며 얼른 밖으로 달려갔다가 문 앞에서 다시 돌아와 원경릉의 목을 끌어 안고 볼에 뽀뽀하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먹거렸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아무일도 없을 거예요. 기다리세요.”“우리 만두 착하지!” 원경릉은 만두가 이렇게 당황한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주재상과 공부한 뒤로 줄곧 침착했던 만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