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거 아니에요?” 원경릉이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홍엽이 대꾸했다. “내가 이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나 해요? 저는 꼭 갈 겁니다.”원경릉이 역정을 냈다. “어디 쓸모가 있다고 가는 데요? 그냥 혼란만 주는 거잖아요? 솔직히 이번에 가는 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는데 그냥 우리랑 같이 죽을 거예요? 괜히 설치지 말아 줄래요? 원숭이에게 관심 많은 거 알아요. 그러니 만약 제가 돌아올 수 있다면 원숭이에게 잔류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거 도와드릴게요. 원숭이를 살릴 수 있으면 반드시 최선을 다할 거고요.”홍엽이 원경릉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니? 이번에 가는 게 위험한 겁니까?”원경릉은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안에서 기쁜 얼굴을 가장해 왔지만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충동이 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위험하지 않으면 왜 다들 가자고 안 하겠어요? 지금 사람들과 잘 이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니까 건드리지 마세요. 완전히 무너져 버릴지도 모르니까.”원경릉의 다소 센 말에 홍엽이 당황했다. “위험한데 왜 꼭 가야 하죠?”그러자 원경릉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햇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만약 제가 안 가면 저도 살 수 없어요. 전 원숭이랑 같은 상태예요. 원숭이도 죽을 거고, 저도 죽을 거예요.”“당신....당신은 죽으면 안 돼요.” “저야 말로 죽기 싫어서 이렇게 시도를 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당신을 데리고 갈 수 없어요. 당신은 목적성이 강하니까 정말 가고 싶으면 태자를 찾으세요. 그럼 방법이 있을 거예요.”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알았어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죠.”원경릉은 결국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우문호가 나와서 두 사람이 복도 끝에서 대화하는 것을 보고는 얼른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원경릉이 눈가를 닦으며 답했다. “아무 것도
초왕부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떠돌고 있었으나 가식적인 웃음 뿐이었다. 다들 ‘주재상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데려가는 거면 왜 원경릉 본인이 직접 가야만 하는거지?’, ‘사부님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그런 거면 원경릉은 주재상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 되는데 왜 굳이 계속 기다리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경릉의 변명은 누가 들어도 억지스러웠다. 심지어 한 달도 되지 않는 아기를 떼놓고 가다니. 이 정도면 확실히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소리다.하지만 원경릉이 계속 웃고 있으니 모두 장단을 맞춰 같이 웃는 수밖에 없었다. 동서들은 마지막에 접객실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매사에 덤벙거리며 세심함이라고는 없는 손 왕비조차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흘러내리자 얼른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얼른 돌아와야 해. 난 동서가 이렇게 오래 없는 게 아무래도 낯설어.”이 말에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던 마음의 줄이 끊어지듯 이별의 슬픔으로 휘감겼다.원경릉은 괴로웠다.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얼굴에 미소도 점점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눈물이 떨어지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마치 자기최면이라도 걸 듯이 말했다. “전 반드시 최대한 빨리 돌아올 거예요. 반드시!”“기다리고 있을게.” 요 부인이 원경릉에게 조용히 속삭였다.“우리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동서들도 너도나도 말했다.원경릉이 동서들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그리고 원경릉이 차례로 한 마디씩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데, 손 왕비에게는, “앞으로 둘째 아주버님을 게속 원망만 하지 마세요. 평범도 좋고 말다툼을 해도 좋고, 결국 아주버님은 형님 곁으로 돌아오시잖아요. 형님이야 말로 알찬 거죠.” 요 부인에게는, “혼례식에는 참석하지 못 할 것 같지만 훼천을 믿어 봐, 늘 요 부인을 지키고 아껴줄 게 분명하니까.” 원용의에게는, “줄곧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하는 거 알아, 일곱째 아주버님 휴가 때 가. 미루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최대한 해야지. 청춘을 배신하지 말고!”사식이에게는, “힘껏 서일
출발 전에 원경릉은 할머니와 한참을 얘기하며 할머니를 위로하고 나서야 드디어 계란이를 보러갔다. 계란이를 안으며 손가락 끝으로 살짝 볼을 만졌다. 젖을 듬뿍 먹은 아이는 순하고 천진난만했다. 천사처럼 눈을 깜박이며 엄마를 바라보는게 세상에 호기심이 충만한 모습이었다.이렇게 달콤한 아가가 불 속성일리는 없을 것이다. ‘아쉬워, 아쉬워, 너무 너무 아쉽다…’우문호가 조용히 들어와 눈동자에 어린 슬픔을 억누르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마차 준비 다 됐어.”원경릉은 계란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더니 미련이 가득한 얼굴 아이를 내려놓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마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원경릉이 가리개를 젖히고 초왕부 문 앞으로 보는데 돌계단, 대문, 문에 박힌 구리 못, 문 앞에 두 마리 사자상, 그리고 돌계단 옆 바닥에 낀 이끼까지. 익숙한 장면들이 보이자 원경릉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쉬운 마음이 어디 사람한테만 있을까? 초왕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 벽돌 하나도 다 미련과 아쉬움의 대상으로 원경릉의 마음속에 초왕부는 예전부터 고향이었다.사람들이 북적이는 큰 길, 나부끼는 상점, ‘집복당이요’, ‘덕복루요’라며 장안 거리 상인들이 외치는 소리, 싱글벙글한 사람들의 얼굴, 긴 골목 끝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원경릉은 문득 다바오가 떠올랐다. 다바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했는데 어쩌면 앞으로 다바오를 못 본다는 생각에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얼굴을 감싸쥐고 눈물을 흘렸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끌어안고 조금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를 껴안으며 슬픈 분위기는 이로 말할 수 없었다.밖에서는 서일이 말을 몰았는데, 출타의 진실을 알고 문을 나서면서부터 너무 충격을 받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많은 일이 지나갔다. 매 순간 태자비 마마가 없었다면 지금의 서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이랴!”라고 소리치며 사무치는 슬픔을 감췄다.성을 나갈
소요공이 얼른 말했다. “에이, 아니야. 축하연 모닥불에서 막 술에 취해서 얘기했잖아, 무슨 시공간에서 만든 전차말이야, 사부님이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기억 안 나?”태상황이 놀라서 소요공을 보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축하연 때 태상황은 대취했었다.하지만 재상은 다 기억하고 있어서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 거들었다. “난기억나. 거기 아가씨는 팔 다리를 내놓은 옷을 입는다고 했지.”“아!” 태상황은 이 말을 들으니 확실히 형수님이 술에 취했을 때 이 얘기를 아무렇게나 했던 것이기억났다. 하지만 태상황은 웃음을 지었다. “그건 형수님이 멋대로 지어내신 말이야. 술에 취하시기만 하면 창작능력이 막 폭발하시잖아.”“아냐, 난 사부님을 믿어. 사부님이 말씀하신 건 분명 진짜야. 그 시공간 나라는 우리와 거리가 아주 먼데, 거길 가려면 아주 멀고 먼 길을 가야한다고 하셨어.” 소요공이 아이처럼 신이 난 듯 말하고는 원경릉 쪽으로 홱 돌아보고 물었다. “맞지?”원경릉은 원래 굉장히 진중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는데, 어르신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모두 다른 시공간에 대한 개념을 이미 어렴풋이 가진 듯 했다. 하지만 저들에게 시공간이란 그저 어떤 나라 이름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즉, 그들에게 시공간이란, 어떤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 이름이 ‘시공간국’이라는 의미와 같았다. “그렇다고 치죠!” 원경릉이 잠시 생각해보더니 답했다.“어쩐지 그 나라를 가기가 이렇게나 어려웠다니. 북당과 무역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게 경호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군.” 소요공이 탄식했다.주재상과 태상황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한참 생각하다가 한 마디 물었다. “그럼 그 나라 황제는 누구야? 성은 뭐지?”원경릉이 웃었다. “그 나라엔 황제가 없어요.”그러자 주재상이 화들짝 놀랐다. “황제가 없어? 황제가 없으면 누가 천하를 다스리지? 그건 법과 질서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관리하는 사람은 있
원경릉은 얼른 우문호와 아이들과 함께 가서 인사를 올렸으나 우문호는 사실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계란이를 기화에게 제자로 팔아 버린 일을 아직 제대로 따지기 전이기 때문이었다.안풍친왕이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좀 도와주지.”“에?” 원경릉은 좀 의외라고 생각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가 어디로 가는지는 어떻게 아신거죠..?”“누군가가 명령을 내리며 너희가 가는 걸 도와주라고 하더군.” 안풍친왕비가 답했다.“누가요?” 원경릉이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러자 만두가 바로 옆에서 대신 답했다. “주진이 그랬어요. 큰 증조할머니의 아빠가 라진이시라고.”안풍친왕비가 웃으며 만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똑똑하군!”원경릉은 정말 누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그 자리에 신뢰감이 상승했다. 그 중 우문호가 가장 기뻐하며 얼른 가서 예를 취했다. “큰 할아버지, 큰 할머니, 그럼 전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안풍친왕이 말했다. “최선을 다할 뿐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보증할 수가 없네.”소요공이 곁에 있다가 안풍친왕비에게 물었다. “사부님, 저희가 이번에 가는 곳이 전에 말씀하셨던 시공국이 아닌지요?”“그렇게 옛날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게야?” 안풍친왕비가 다소 놀라워하며 말했다.“기억하죠. 사부님이 하신 한 마디, 한 마디 다 기억하고 말고요!” 소요공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안풍친왕비가 소요공을 흘끔 보고는 한 마디 했다. “때론 너무 똑똑히 기억하는 것도 좋지 않아. 적당히 어슴푸레한 게 복이야.”소요공이 웃었다. “그렇긴 하네요.”다들 모이자 다시 앞으로 나갔다. 도장에 도착하니 날이 이미 상당히 저물어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중이라 해와 달이 동시에 하늘에 걸친 모습이 상당히 아름다웠다.모두 무심하게 하늘을 감상하고 도장의 도사와 인사를 나눈 뒤 경호로 갔다.해질녘 경호는 경치가 각별했는데 푸른 호수는 마치 짙고 푸른 옥 같고, 소용돌이는 옥에 있는 문양 같았다. 소용돌이 하나씩 원을 그리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휘
하지만 원래 두 시간이면 가만히 마음의 슬픔을 다독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서로 손을 맞잡고 도장에 올라가는데 두 시간은 말 그대로 참혹한 고문이였다. 도장에는 밥과 반찬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우문호는 한 입도 먹지 않고 원경릉도 먹지 않았다. 사실 앉아 있는 사람 모두 안풍친왕 부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식욕이 없었다.안풍친왕 부부는 마파람에게 눈 감추듯 금방 다 먹더니 일어나서 나갔다.삼대거두는 몇 숟갈 뜨다 말고 서일과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나갔다. 남겨진 다원 부부(다섯째 우문호와 원경릉 부부)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봤는데, 짜증나긴 했지만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해서 더 말해봤자 잔소리밖에 안 됐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점심을 별로 먹지 않았는데 저녁도 거의 먹지 않아 걱정이 되어 애써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나랑 같이 밥 제대로 먹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우문호가 알았다고 하며 젓가락을 들었으나 두 손이 떨리고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이나 몇 마디 주고받다가 그릇을 내려놓고 서로 마주보았다. 그리고 우문호가 식탁에 손을 뻗어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나랑 같이 도장 신선에게 참배하러 가자.”그러자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일어나 길잡이 아이를 따라 이곳에 봉납되어 있는 모든 신선에게 참배했다. 우문호는 아주 경건하게 향을 피우고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길잡이 아이가 요구한 모든 규칙을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했다.우문호는 이미 손 쓸 방도가 없었다. 그저 신불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으며 이 도장에 봉납되어 있는 신선 중에 진짜 신선이 있으면 저들이 안전하게 그쪽에 도착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보호해 달라고 빌었다.원래는 우문호와 원경릉만 같이 참배하려 했으나 밖에서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도 전부 들어와 같이 참배하고 아빠가 꿇어앉으면 자기들도 같이 꿇어앉고 아빠가 절하면 자기들도 따라
“초 정확하게 잴 수 있지?” 안풍친왕비가 묻자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요!”“좋아. 다음은 제일 중요한 시공간 왜곡의 문제인데 너희들이 들어간 뒤에 어쩌면 광원 길의 교착 왜곡에 맞닥뜨릴 수 있어. 이 왜곡때문에 그 자리에서 맴돌다 보면 어쩌면 통로에 회오리바람이 불지도 몰라. 왜곡과 회오리바람이 너희들이 진행하는데 영향을 줘서 걸음을 늦출 테니 속도가 느려질 거야. 그냥 81초가 아니야. 반드시 마음속으로 암묵적으로 얼마나 오래 멈췄었는지 잘 헤아려뒀다가 그러헥 지연된 만큼 감안해서 81초를 제대로 세야 해. 이해 되지?”원경릉은 당황스러워 안색이 살짝 변했다. 정확한 초시계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초를 정확히 잴 수가 있어? 특히 멈추거나 회오리바람으로 걸음이 늦춰질 경우 남은 게 몇 초인지 확실히 셀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또 중요한 건 이 81초마저도 편차가 있어서 전후 1~2초정도에 광원이 있고 출구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런 편차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커서 정확히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0.3~0.4%에만 불과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보고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자신 있지?”원경릉은 초조한 우문호의 눈빛을 보며 답했다. “최선을 다해야지.”그때 찰떡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원경릉의 다리를 꽉 안았다. “엄마, 제가 세는 거 도와드릴게요. 저도 엄마를 도울 수 있어요.”“네가? 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겠어?” 원경릉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안풍친왕이 입을 열었다. “소용돌이 안에서 사람을 볼 수 있기만 하면 소리를 전할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보는 건 네가 보는 것과 같아서 왜곡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 그래도 우리는 일련의 과정과 모든 광원의 통로를 다 볼 수 있어. 따라서 약간은 널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만 정확한 시간은 우리도 몰라. 왜냐하면 너희들이 들어간다는 건 우리와 시공간이 달라져 시간적 지연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시간은 스스로 직접 파악해야 해
아이들도 원경릉을 둘러쌓는데 긴장한 모습이 한가득이었다.그러자 원경릉이 눈물을 꾹 참고 그들을 다독였다. “걱정하지 마, 우리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아빠랑 잘 기다리고 있어.”우문호는 일시에 원경릉의 책임이 너무도 막중해 진 것을 알고 정신줄을 놓을 수 없었다. 슬픔과 눈물을 가까스로 견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꼭 조심하고. 만두에게 언제든 가보라고 해서 당신이랑 서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다행이네.” 우문호는 원경릉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고 조금의 문제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 결심에 찬 말투로 말했다.“응, 당연하지!” 원경릉은 우문호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모습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자, 준비하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안풍친왕의 얼굴에도 그제서야 한줄기 측은함이 번졌다.둘은 천천히 떨어져, 원경릉은 다시 우문호와 아이들을 한 번씩 바라보더니 호숫가에 섰다.소용돌이는 호숫가에서 대략 5~6m 거리에 있어 소요공과 태상황은 스스로 뛰어내릴 수 있지만 원경릉과 주재상은 누군가가 꼭 도와줘야 한다. 또한, 비록 시간 차는 호수에 뛰어내린 뒤 다시 조정해야 하지만 차이를 1초 이내로 통제해야 한다.“기억해, 우리가 세는 81초는 너희들의 한 걸음씩이야.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0.5m 간격을 반드시 지켜. 0.5m는 이렇게......” 안풍친왕은 스스로 보폭을 0.5m에 맞춰 걸으며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다. 주재상은 볼 수 없었지만 모두가 잡아서 이끌어 주었다.“준비됐나?” 안풍친왕비가 네 사람에게 묻자 넷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재상과 태자비가 먼저 뛰어내리니 태자가 데리고 가도록. 그리고 소용돌이에 도착한 뒤에는 반드시 바로 손을 놔야 해. 태자, 수면을 스치며 지나야지, 절대로 물에 발을 담가서는 안 되고. 할 수 있겠나?”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습니다!”“좋아, 여섯째, 십팔매. 두 사람은 태자비가 움직인 직후 바로 움직이도록. 동시에 입수할 수 없더라도 최대한 간격을 좁혀야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