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73화

Author: 유애
쓰러진 황후를 찾아간 황제

중신궁 안, 주명취는 어의가 오길 기다렸다.

어의는 황후의 맥을 짚고, 황후는 울화가 맺혀 있을 뿐 큰 문제는 없다며 약방문을 내린 후 바로 갔다.

어의가 가고 나서야 밖에서 누가 고하길: “황제 폐하 납시오!”

주명취가 일어섰다. 반 시진 넘게 지나서야 황제 폐하가 오시다니 식사는 이미 다 하셨겠지?

명원제는 큰 걸음으로 중신궁에 들어서고, 주명취는 서둘러 예를 취하며,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명원제는 그녀를 흘깃 보고, “제왕비도 있느냐? 효심이 지극하구나.”

“마땅히 할 일입니다.” 주명취가 웃으며 말했다.

주황후는 몸을 일으켜 병색이 완연하게: “황제 폐하 어찌 오셨습니까? 신첩은 별 일 아닙니다.”

명원제는 침대 맡에 앉아 황후의 얼굴을 보고, “사람을 시켜 짐을 오라 하지 않았느냐?”

주황후는 곤혹스러워 하며 주명취를 봤다.

주명취는 다급히: “아바마마, 제가 사람을 보냈습니다. 어마마마께서 혼절하신 것을 보고 순간 너무 황망하고 왕야도 곁에 없어……”

명원제가: “너는 평소에 생각이 깊은 듯하더니 어찌 오늘은 생각이 없었느냐?”

주명취는 가슴이 덜컥한다. 황제의 이 말은 가시가 돋친 것 같은데?

원경릉이 황제 앞에서 주명취의 험담을 한 게 분명하다.

주명취는 명원제가 아직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알고 선선하게 답하며: “어마마마가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명원제는 황후를 보며, “어의가 뭐라고 하던가?”

황후는 부드럽게: “어의 말이 기혈이 부족한데 울화가 맺혀서 일시적으로 혼절했으나 어느 정도 쉬면 크게 무리 없답니다.”

명원제는 황후에게 이불 자락을 끌어 덮어주며, 온화하게: “응, 그럼 잘 쉬도록 하게, 태상황 폐하께는 굳이 들릴 필요 없소.”

황후는 놀라, 황급히: “신첩은 괜찮습니다.”

“짐이 당신의 효심을 알고 있소.” 명원제는 미소를 띠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명취에게, “제왕비야, 황후를 잘 돌봐 드려라, 태상황 쪽은 초왕비가 병구완을 하면 되니.”

주명취의 순간 얼굴이 하얘졌다. 황제 폐하의 이 말은 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74화

    명원제의 반격명원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화한 목소리로, “그럼, 황후 생각엔 초왕비를 어찌 처벌하는 것이 좋겠소?”주황후는 황제가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는 기쁨에, “신첩이 생각하기에 태상황 폐하의 옥체는 북당의 국운과 관련이 있는 바, 초왕비가 똑똑함을 자초해 의술이 뛰어나다며 제멋대로 치료해 태상황 폐하의 안위를 돌보지 않았으니 대역무도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불미스런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으나, 신첩은 마땅히 궁에서 쫓아 내고 첩으로 강등하여 어명이 없이는 궁에 출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명원제는 빙긋 웃으며, “황후의 말에 일리가 있구려. 죄가 있는데 벌하지 않고, 공로가 있는데 상을 내리지 않으면 분명 천자의 도리가 아니지. 그럼 황후가 말한대로 합시다.” 주황후는 황제가 동의한 것으로 알았다. 물론 처벌이 엄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첩으로 강등하는 것도 단지 명목상에 불과하고 초왕비는 어차피 황실의 족보에 이름이 올랐으니 앞으로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실지로 황후는 초왕비와 어떤 마찰도 빚고 싶지 않지만, 제일 중요한 건 원경릉이 다시 입궁할 수 없게, 다시는 태상황 앞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됐다.주명취도 다소 안도하며, 보아하니 저녁 수라 정도로 폐하가 지난 원경릉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하진 못한 것 같다.하지만, 명원제는 말의 칼끝을 황후와 제왕비에게 돌려, “잘못이 있으면 벌을 주지만 공이 있어도 상을 줘야 마땅하겠군, 원경릉이 태상황을 구한 공은 작은 공이 아니니 공이 과실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어. 짐이 우선 죄를 주고 다음에 상을 내리는 형태로 강등했다 다시 초왕비로 복귀하게 하고, 연후에 남주(南珠, 류큐에서 나는 귀한 진주) 두 줄을 하사하는 것이 어떠한가?”주명취는 도무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다. 공이 과실을 상쇄하고도 남아 상을 내리겠다고? 폐하는 원경릉을 처벌할 생각이 아예 없으신 거야.“남주 두 줄이요?” 주황후의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으로 얼굴빛이 흐려지며,

  • 명의 왕비   제 75화

    원경릉과 우문호가 아이를 가질까?우문호는 아바마마가 무슨 소식을 캐낼 지는 두렵지 않지만, 원경릉이 아무 말이나 지껄여서 아바마마를 노엽게 할까 걱정이 됐다.그 추녀, 임금을 기만한 죄의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지.원경릉이 멀뚱멀뚱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자, 원경릉이 예리하게 발견하고는 잽싸게 가서 한 손으로 누르며, “함부로 움직이면 안돼.”“더러운 앞발 치워라.” 우문호는 자기가 원경릉에게 그 정도나 애정 어린 마음을 가졌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기분이 상하면서 그녀에게 더 못되게 굴었다.원경릉은 이 사람은 진짜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 부질없이 우문호에게 관심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넌 어째 똥 오줌을 구분을 못해? 내가 그쪽에 관심이 있다고.”“누가 관심 가져 달래?” 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말을 말자.” 원경릉이 우문호 옆에 엎드려, “안으로 좀더 들어가, 나 좀 자게.”우문호는 안 들어가니 두 사람의 어깨가 맞붙는다. 우문호는 중상을 입어서 움직일 수 없으니 어깨가 좀 닿을 수도 있다고 자신을 설득시켰다. 원경릉의 얼굴이 침대 밖으로 향해 우문호가 보는 건 새카만 뒤통수다.“야, 아바마마께서 너한테 뭐라셔?”“너 상처 좀 어떠냐고 물어보시더라.” 원경릉이 눈을 감자, 눈꺼풀을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식곤증이다.“그리고?”“그리고 우리가 언제 아들 낳을 거냐고 물어보셨어.”우문호는 당황해서,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물어 보셨어?”“물어봤다고 할 순 없고, 우리가 혼례를 치른지 1년인데, 어째서 태기가 없냐고 하시길래, 내가 노력 중입니다. 일년 후에는 태어날 겁니다 했지.” 원경릉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사실 이 자세가 정말 편하다.“애를 낳아준다고? 너 말 똑바로 할 줄 알아 몰라?” 우문호는 기가 막힌다. 아바마마께서 이런 답을 들으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나? “폐하의 손자라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이런 날카로운 소리를 참을 수가 없고 화가 나서 얼굴을 돌리고, 우문호도 마침

  • 명의 왕비   제 76화

    우문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무조건 여자들만 고생한다고 그래?”원경릉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혼인은 여자가 전적으로 손해지. 남존여비 사회에서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 하고, 그나마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은 애 낳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것도 첩들하고 경쟁해야하고! 남자들은 진정한 사랑을 눈곱 만치도 몰라.”우문호는 말문이 막혔다. 이게 무슨 무논리인가? 무엇을 업으로 삼고? 무슨 경쟁? 또 무슨 근거로 남자가 사랑을 모른다고 말하는거지? “본왕이 뭘 모른다는거냐?” 우문호의 눈썹 사이의 흉터가 일그러졌다. “뭘 안다는거죠? 만약에 당신이 주명취랑 결혼했다고 치고 평생 그녀를 위해 첩을 두지 않을 겁니까?”원경릉이 물었다. “본왕이 첩을 두든 말든 너랑은 무슨 상관이고, 왜 갑자기 주명취를 들먹여?”“툭 까놓고 애기해보자구요. 당신은 그 여자를 위해서 평생 첩을 들이지 않을건가요?”“주명취는 너랑 달라. 그녀는 너처럼 논리 없는 사람이 아니다.”“그래, 논리! 논리있는 주명취는 아마 친히 당신에게 첩을 소개해줄 수도 있겠네요. 내가 묻고 싶은건 당신이 한 여자와 평생 살고 싶으냐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거에요!”원경릉은 남존여비 사회에서 나고 자란 남자에게 마치 이혼 연애 상담 전문가라도 된 듯 쏘아붙였다. 그녀는 연애 관련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시공간을 초월하기 전 그녀의 조교였던 에이미가 그런 글들을 많이 읽고 그녀 앞에서 사랑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에이미는 뚱뚱한 대학원생으로 아직 키스도 한번 못해 본 모태솔로이다. 하지만 에이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도 언젠가는 꼭 반쪽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한참을 쏘아 붙이던 원경릉은 지쳤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잠을 청했다. 우문호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도대에 누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산다는 말인가? 본래 첩을 두는 것은 자손 번

  • 명의 왕비   제 77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밖에는 야간 수위를 하는 태감이 있었는데, 원경릉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지금 시진은?”“왕비님 돌아가시지오. 자시(밤 11시~오전 1시)가 막 지났습니다.”원경릉이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문 앞에 걸려 있던 풍등의 불빛으로 마당을 어슴푸레했다. 그녀는 몇 걸음 걸어 마당 밖 가까운 목련나무 아래에 앉았다.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벌레가 내는 소리, 개구리의 울음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원경릉은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즐겼다. 잠시 후, 천천히 눈을 뜬 그녀가 깜짝 놀라 수풀을 보았다. 벌레와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놀랍게도 그녀가 이해할 수 있었다. 푸바오의 말을 알아들는 것 자체도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벌레나 개구리와도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설마 내가 죽었다 살았난 걸까? 아니면 혹시 내가 귀신인가? 세상에 귀신이 존재한단 말인가?원경릉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귀신에게 쫓기듯 궁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탕양과 서일은 그녀의 다급한 발걸음에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침상으로 오르더니 다급하게 이불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깬 우문호가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왜 그러느냐?”원경릉은 그에게 가깝게 붙었다. “무서워!”“뭐가 무섭느냐?” 그는 원경릉이 덜덜 떨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불 속으로 머리를 파묻고 혼란스러워했다. 이유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휘감았다. 차가운 손이 그녀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까칠한 손바닥과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손을 꽉 잡는 것이 느껴졌다. 원경릉은 그의 손에서 강한 힘을 느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그녀의 마음을 끌어내려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문호가 그녀를 비웃을 줄 알았는데 이런 따뜻한 행동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머리를 천천히 이불 위로 들어올리며 그녀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연약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우문호

  • 명의 왕비   제 78화

    원경릉은 잠에 들었다. 이후에 그녀는 어떻게 우문호 곁에서 울다 잠이 들수 있었을까? 생각하다가 우문호의 몸에서 난 소독약 냄새가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준게 아닐까 라고 결론을 내렸다.다음날, 그녀는 오랜만에 단잠으로 원기가 회복된 것 같았다.원경릉이 고개를 들자 우문호의 까만 눈동자가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네가 자는 내내 침을 질질 흘려서 내 소매가 이리 더러워졌다.”“엇! 미안해!” 원경릉은 우문호의 소매가 젖은 것을 보고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우문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원경릉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탕양과 서일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준비해 둔 세숫물로 간단하게 입과 얼굴을 닦고, 머리를 빗은 후,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희상궁과 궁녀가 있었다. 그들은 원경릉을 보고 희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왕비님. 태상황님께서 왕비님이 깨시면 병구완을 들러 오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왕야의 상처를 먼저 치료하고 가도 될까요?”“어의가 치료할 것 입니다.”“하지만……”희상궁이 미소를 지으며“태상황님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그 자식은 안 죽으니, 어의에게 맡기고 빨리 오라’고 하라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우문호를 보며 말했다. “저는 태상황님 병구완을 하러 가야합니다. 어의가 상처를 치료해줄 때 짜증내지 마시고, 상처에 소독약을 꼭 발라주셔야 합니다.”우문호가 인상을 쓰며 “내가 언제 짜증을 냈다고 그러느냐? 말이 참 많구나! 가보거라!” 라고 소리쳤다. 어휴. 할아버지나 손주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건 마찬가지구나.건곤전에 이르니 제왕과 주명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왕이 그녀에게 우문호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제왕에게 대답하며 주명취를 바라보았다. 주명취의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원경릉은 그녀를 무시하고는 희상궁을 따라 건곤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희상궁에게

  • 명의 왕비   제 79화

    태상황은 주사를 맞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기에 어쩔 수 없이 약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약을 마시는 얼굴이 마치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처럼 일그러졌다. 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약사발을 상선에게 건네주었다. 상선은 비워진 약사발을 받아들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왕비님 건곤전에 계속 계셔주셔야 겠습니다!”상선을 말을 마치고 사발을 들고 나갔다. 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 앞에 섰다. “태황상님 약도 드셨으니, 이제 주사를 맞을 차례입니다.”태상황의 얼굴이 한순간 일그러지며 원경릉에게 욕을 퍼부으려던 찰라 원경릉이 잽싸게 말을 이어나갔다. “보아하니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으니 화를 가라앉히는 주사를 한대 더 놓아드려야겠네요.”그러자 태상황이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잠시 금방 또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전에는 손에 바늘을 꽂지 않았느냐? 왜 이번엔 바지를 벗으라고 하는것이야? 너는 수치도 못느끼느냐?”“꼭 엉덩이에 맞아야 하는 주사가 있습니다.” 원경릉이 주사기에 들어간 공기를 빼내며 대답했다. 공기가 다 빠지고 바늘위로 물약이 튀어나오자 그녀는 주사를 놓을 준비를 했다. “잘 협조하시면, 제가 살살 놔드릴게요.”태상황은 그녀가 주사를 놓는 것에 협조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살고 싶었다. 그는 원경릉의 주사가 무슨 성분으로 이루어졌고,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묻지도 않았다. 주사를 다 맞은 후 상선이 들어오자 태상황은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밖에 사람이 아직 있는가?”“있습니다.” 상선이 대답했다. 원경릉은 건곤전 앞에서 태상황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제왕 내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태상황이 그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다. 태상황은 눈을 감고 말했다. “그냥 서 있게 냅두어라.”원경릉 앞에 푸바오가 보였다. 푸바오가 약을 잘 먹기는 했지만, 원래 개들이 자가치유 능력이 강해서 상처는 금방 아물어 있었다.“아유 착하지.” 원경릉이 푸바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

  • 명의 왕비   제 80화

    이 모든 것들이 사전에 계획 된 것이었다. 어린 남나인은 그저 희생양일 뿐, 그의 집에서 찾아낸 은표는 초왕부에서 발행한 것이었고, 원경릉은 태상황을 치료해주다가 누군가에게 고발을 당했다. 만약에 구전단을 찾지 못했다면 그녀는 끝까지 태상황을 해하려고 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었을 것이다.현재 그녀는 깨끗하게 혐의를 벗은걸까? 태상황은 원경릉이 그랬다 할 확실한 증거를 못 찾았을 뿐, 암암리에 이 사건을 뒤쫓고 있고, 초왕부는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태상황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원경릉은 자신도 모르게 태상황의 눈치를 살폈다. 태상황은 엄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원경릉은 푸바오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태평한 척했다. 그녀는 혹시 태상황이 이상한 낌새를 느낀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자신이 푸바오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안심했다.“이리오거라!” 태상황 소리쳤다. “태상황님 분부하십시오.” 원경릉은 천천히 다가갔다.“아까 무슨 생각을 한 것이냐? 얼굴이 왜 갑자기 창백해졌느냐?” 태상황이 말했다. 원경릉은 상선과 희상궁 쪽을 힐끗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아침 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갑자기 어지러워서 창백해진 것 같습니다.”희상궁이 웃으면서 답했다. “태상황님께서도 아직 드시지 않았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 곧 식사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희상궁님 감사합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태상황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해독을 한 직 후라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그는 원경릉을 노려보던 눈을 거두었다. 아침으로는 다진 고기를 넣은 죽이 준비됐다. 원경릉은 두 그릇이나 먹었다. 죽을 먹고 난 후 원경릉은 정신이 들고 온 몸에 기운이 솟는게 느껴졌다. 먹는 내내 푸바오가 혀를 길게 내밀고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원경릉은 이를 보고 웃으며 희상궁에게 “푸바오도 먹을 수 있게 소금을 넣지 않은 죽을 좀 내어주세요. 사실 태상황님도 소

  • 명의 왕비   제 81화

    원경릉은 이런 주명취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아 예. 감사합니다.”“남주(南珠)는 미인에게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 한번 보여주시지오.” 주명취가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아직 안에서 태상황님을 모셔야합니다. 지금 보여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주명취의 말이 모두 의심스러웠기에 그녀가 하는 말마다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다. “그건 그렇네요. 태상황님의 상태는 어떠신지요?” 주명취가 말했다. 원경릉은 그녀를 보며 “궁금하시면 제왕비께서 직접 들어와 문안을 드리는게 어떠십니까?” 라고 말했다.주명취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자 제왕이 한걸음 다가와서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황조부께서 왜 본왕을 만나주시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원경릉은 제왕의 말을 듣고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주명취가 못들어오는거지, 제왕이 못들어갈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원경릉은 사실을 말해 제왕에게 미움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태상황님은 원래 사람이 바글바글 한 것을 싫어하시니까 그런게 아닐까요.” 라고 웃으며 답했다. “하긴 본왕 생각도 그럽니다.” 제왕은 고개를 돌려 주명취를 바라보았다.“그럼 우리는 이만 돌아갑시다. 황조부께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시면 찾아뵙시다.” 밖에서 줄곧 서서 기다리던 제왕은 급 피로감이 느껴졌다.주명취는 분노를 속으로 삼키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 태상황은 원래 제왕과 자신을 매우 아꼈는데 이럴수는 없다. 그녀는 이렇게 손도 못써보고 죽을 날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태상황의 총애를 되찾아야 한다. 만약 그녀가 건곤전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원경릉이 태상황 옆에서 주명취의 험담을 해도 막을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신경이 곤두섰다. 주명취는 제왕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건 도리가 아니지요.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하지만 어마마마의 몸도 좋지 않으신데, 돌아가서 어마마마를 돌보는게 어떠십니까?”제왕은 건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