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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62화

Author: 유애
나귀빈 무죄의 대가

나귀반은 무죄였다.

황제가 직접 자신의 당초 판결을 뒤엎어 나귀빈은 황후를 암살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 상궁은 숯을 피우다 죽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궁중에 선포되자 조정대신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황제가 이런 시기에 자신의 당초 오판을 시인하는 것이 다소 부적절한 것은 아닐까? 이런 중요한 시점에 진북후의 기세가 등등해 하늘을 찌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명원제의 뜻은 북당에서는 단 한 건의 사건도 억울한 판결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황제의 오판으로 나귀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나씨 집안 사람을 거의 몰살시켜 집안을 산산조각 냈다. 그래서 황제는 자책하는 의미로 스스로에게 벌로 곤장 80대를 내렸다.

기왕은 효심이 지극하여 어전에 무릎을 꿇고 아바마마의 고충을 나누겠다며 15대를 맞았다.

안왕도 바로 나와 15대를 맞고,

손왕도 비실비실 나와 15대를 맞고,

예친왕도 같은 배에서 난 동생으로 역시 10대를 맞았다.

사람들은 다들 우문호를 쳐다봤다.

제왕과 회왕은 오지 않았고 여덟째와 아홉째는 어전에 나오지 않았다.

우문호는 오늘 어전에서 나귀빈 사건을 다룬다는 것을 알고 아침 일찍 조정에 출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닥칠 거란 건 몰랐으며 우문호는 사실 맞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더 맞았다간 엉덩이가 남아 나지 않을 것이다.

주재상이 우문호 앞에서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도 않게 우문호를 흘끔 보고, “왕야 차례십니다.”

우문호는 급한 나머지 목에 신물이 올라올 지경인데, “서두르지 말게, 내가 세 볼 테니.” 우문호가 손가락을 접으며 중얼거리길, “큰형이 15대, 둘째 형이 15대, 넷째 형이 15대, 황숙이 10대, 그러면 총 55대로 80대에서 55대를 빼면……”

주재상이 호기롭게: “왕야, 아직 15대 남았습니다.”

우문호는 머리가 복잡해서 얼굴이 아주 새하얘지는데 15대도 많다. 전에 아팠던 것도 아직 채 낫지 않았고 5대면 좋을 텐데, 우문호가 고개를 드니 아바마마가 엄숙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위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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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63화

    매를 맞고 돌아온 우문호우문호는 끌려서 들어갔다. 두 다리는 이미 설수 없었고, 아예 매를 맞아 죽었는지 하반신이 움직여지지 않아 금군이 반은 부축하고 반은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갔다.정전 문 앞에 대신들이 보니 주재상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가 끌려 갈 때 친절하게: “왕야 괜찮으십니까?”하고 묻기까지 했다.우문호가 이를 갈며: “안 죽었네, 재상의 큰 은혜 잊지 않겠네.”“기억하셔야죠, 당연히 기억하셔야죠. 오늘 이 일은 왕야께서 제일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재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순간 확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힘이 없었다.명원제가 어명을 내려 모든 왕야는 약을 바른 뒤 왕부로 돌아가 쉬도록 했다.탕양이 우문호가 돌려 보내져 마차에 엎드린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이유를 묻는데 우문호가 증오가 가득한 말투로: “잘못은 아바마마께서 했는데, 왜 맞는 건 나야?”탕양이 가슴 아파서, “아이고, 우리 왕야, 왕야 엉덩이는 어째 이리 하루도 고생하지 않는 날이 없습니까? 왕비께서 아시면 또 얼마나 애가 타시겠어요.”“말하지 마.” 우문호가 몸을 일으키자 탕양이 부축하며 마차에서 내렸다.“아마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왕야께서 오늘 하루 안 가셔도 왕비마마께서 애가 탈 걸요.” 탕양이 말했다.그 뿐 아니라, 탕양은 또: “게다가 서일의 주둥이도 다물게 못하지요, 제아무리 신신당부를 해도 왕비마마께서 한마디 추궁하시면 바로 열 테니까요.”우문호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우선 이 일을 얘기하지 말고, 넌 좀 좋은 약을 찾아봐. 이 궁에 약은 도대체 뭐길래 화끈거리는 게 오히려 전보다 더 아파.”탕양이 우문호를 부축하고 들어가서 살펴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어째서 갈은 생강을 발랐지요? 이러니 당연히 화끈거리고 아플 수 밖에 없지요.”“갈은 생강?” 우문호가 열이 뻗쳐서, “목여태감이 직접 내게 보내온 약인데 왜 갈은 생강이지? 다진 마늘도 바르지 왜? 날 잘 구워서 먹으면 되겠어.”

  • 명의 왕비   제 764화

    우문호가 맞은 걸 안 원경릉원경릉이 오늘 종일 우문호가 오지 않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진북후가 돌아왔으니 우문호도 분명 조금 더 바빠졌을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위왕비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위왕비는 원래 이마에 상처가 있었는데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고름이 생기고 상처가 덧나며 처참한 상황이었다.의례태감이 정후부에 와서 성지를 전하고 합의 이혼을 허락하며 정화군주로 책봉하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의례태감은 위왕이 직접 위왕비에게 사죄하라는 어명도 얘기했다.원경릉은 줄곧 위왕이 올 때를 걱정한 것이 위왕비를 자극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아마도 위왕은 이미 북군 군영에 도착했을 것이라며, 두사람이 만나지 않길 바라며 원경릉은 비로소 마음을 놨지만, 사람을 시켜 확인하지는 않은 것이 지엽적인 문제가 생길 까봐 였다.성벽에서의 순간은 원경릉에게 매우 큰 심리적 상처였으니, 정화군주는 말할 필요도 없다.정화군주의 상처는 점점 나아서 거의 집에 돌아갈 수 있을 정도였지만 정화군주는 정후부에 며칠 더 남고 싶어 해서 원경릉의 의사를 물었다.원경릉도 당연히 정화군주가 친정으로 돌아가면 집안사람들의 애처로워 하는 시선과 조심스런 태도를 맞닥뜨리게 될 것을 알고 최씨 집안 사람들에게 며칠 더 있어야 걸을 수 있다고 했다.최씨 집안은 요즘 원경릉이 말하는 대로 고스란히 믿어서 며칠 더 있어야 한다니 며칠 더 기다렸다.원경릉이 정화군주 처소에서 나와 형녕각으로 돌아오니 만아가 기상궁을 맞아들이는 게 보였다.기상궁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있고 거의 뛸 듯이 들어와 얼굴 근육이 경련하는 것이 상당히 긴장한 듯했다.“왕비마마,” 기상궁이 원경릉을 보고 예를 취하는 것도 잊고 다급하게: “왕야께서 궁에서 매를 맞으셨습니다. 지금 초왕부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계세요.”기상궁은 마음이 급해서 그만 서두르지 말고 이 일은 잘 돌려서 말해야 한다는 탕양의 신신당부를 잊어버리고 왕비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원경릉이 듣더니 과연 애가 타고 열이 뻗쳐서,

  • 명의 왕비   제 765화

    우문호를 찾아 달려간 원경릉원경릉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번엔 또 뭐 때문인데?”우문호가 손을 뻗어 원경릉을 불러 앉히고: “이번은 나 뿐만 아니고 다른 친왕에 예친왕 전하도 맞았어, 우린 다 잘못이 없지만 나귀빈의 사건이 처리되어 아바마마께서 자책의 의미로 80대를 맞기로 하셨는데 그건 안될 말이라며 우리가 나눠서 맞은 거야. 그나마 내가 제일 적게 맞은 셈이야.”“친왕 몇명이 맞았는데?” 원경릉이 우문호 곁에 앉아서 치료한 상처 위에 다시 또 난 상처를 보고 탕양에게 상처에 면보를 덮어 이불에 피가 묻지 않게 했다.원경릉은 화도 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큰형, 둘째형, 넷째형, 그리고 황숙, 그리고 나까지 5명.”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눈물을 닦으며, 탕양의 동작이 약간 거친 것을 보고 얼른 가서 도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바람을 부쳐 주며 묻는 것을 잊지 않고: “5명이 80대를 나눠 맞았는데 왜 왕야가 25대야? 어떻게 계산해도 이상해. 왕야 말로는 왕야가 제일 적게 맞았다며? 25대는 어떻게 해도 제일 적을 수는 없어.”우문호가 임기응변으로: “80대에 비해서는 작다는 뜻이었지”원경릉의 추궁 끝에 주재상에게 한 방 먹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이 일은 따질 데가 없는 것이 주재상이든 황제든 한 손가락으로 우문호 부부를 개미 죽이듯 눌러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당하는 거고, 당하기 싫어도 당해야 한다.금군이 원경릉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안으로 들어와 원경릉에게 잠깐만 보고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성지를 어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원경릉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는데 이 말을 듣고 악다구니를 하며, “가서 폐하께 알려요, 내 목을 자르면 그만이지 왜 내 남자를 때려서 이 꼴을 만들어 놓고, 내가 간호하는 것도 곁을 지키는 것도 안된다는 건가요?”원경릉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이렇게 악다구니를 하며 억지를 부리는 날이 올 거

  • 명의 왕비   제 766화

    원경릉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귀빈은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었고 나씨 집안사람들 모두 연좌제를 사면받았다. 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울지 마. 난 괜찮으니까.”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쉰 목소리로 “그렇게 아프면 진통제라도 놔줄까?”라고 물었다.“그렇게 아픈 건 아니지만, 진통제가 있다면 맞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우문호가 주사를 놓아달라는 것은 확실히 아프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살갗이 찢기고 터졌을 텐데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원경릉은 그에게 진통제와 소염제를 놓아 염증이 나지 않게 했다. 오늘 밤, 어찌 됐든 옥제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나갈 수 없었다. 원경릉은 저녁도 먹지 못했기에 국만 몇 술 먹고는 그릇을 치웠다. 우문호는 침상에 엎드려 음식을 먹었다. 그는 힘에 부쳐도 다른 이에게 먹여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 팔꿈치 때문에 나중에는 그릇에 머리를 박고 돼지처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원경릉은 안쓰럽고 딱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 “이리 와 내가 먹여줄게.”우문호는 그런 원경릉의 마음을 알고 웃었다. “좋아, 먹여줘. 너 한 입 나 한 입 번갈아 먹자.”원경릉은 그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며 “난 배불러서 너 많이 먹어.”라고 말했다. “맛있다. 곤장을 맞을 만한 가치가 있었어! 그렇게 얻어맞고나니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내 옆에서 시중을 들잖아?” 우문호가 철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이게 그렇게도 좋아? 이 모양으로 어떻게 정후부로 날 보러 오겠어?”“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데려다 달라고 하면 돼.” 우문호가 아픈 몸으로 꾸역꾸역 그녀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다른 데는 다 괜찮은데 목이랑 코가 막혀서 힘들어.”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밥을 먹은 후 사람을 불러 둥근 베개를 가져다 달라고 해서 그의 이마와 턱을 받쳤더니 그의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 식사를 마친 후 구사가 들어와 시중을 들었다. “왕야도 참 바보 같

  • 명의 왕비   제 767화

    구사는 ‘오’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왕비께서는 언제 돌아오셨습니까?”구사는 우문호만 신경 쓰느라고 왕비가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까부터 여기 계속 있었습니다.”원경릉이 힘없이 대답했다.원경릉은 나한 침상 가장자리를 붙들고 내려오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황상께서 내일 위왕을 데리고 정화군주에게 사과하라고 하셨다고요?”“예, 만약 위왕이 안 간다고 하면,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든 일이거든요.” 구사가 말했다.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황상께서도 어찌 그런 부탁을…… 그가 가기 싫다고 하면 안 가면 되지, 그렇게 끌고 가서 하는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사과 자체가 의식이지요. 황상께서는 부부 싸움이나 서로 원한을 품지 않도록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습니다.”원경릉은 침상에 앉아 구사를 바라보았다.“위왕이 가기 싫어할 텐데, 강요하지 마세요.”우문호는 그녀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등에 올려놓았다.“경릉아 등이 가렵다. 날개 뼈 아래 좀 긁어줘…… 어 그래 거기!”원경릉은 우문호의 등을 긁어주며 구사에게 말했다. “정화군주의 정서가 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지금은 시기상조 같습니다. 추후에 사과를 해도 늦지 않을 텐데…… 그리고 사과 한 마디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사, 황상께 말씀을 드려보는 게 어떻습니까?”원경릉의 말을 듣고 구사는 웃었다. “왕비님, 소인을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닙니까? 황상께 제가 어찌 그런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냉대인이라면 모를까.”“냉정언 대인?”“예.”원경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면, 냉대인을 여기로 오시라고 하는 건 어때?” 원경릉이 우문호를 보며 물었다.“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우문호가 물었다.“난 군주가 더 이상 충격을 받는 게 싫어.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마음이 좀 풀렸을 텐데…… 그녀는 정서장애가 있으니,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면 역효과가 날 거야.”그 말을 들은 구사

  • 명의 왕비   제 768화

    원경릉은 냉정언의 선택이 독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그녀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지금 위왕을 보면 위왕이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녀 마음속에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어떻게 할 겁니까?”냉정언은 고개를 저으며 “왕비, 그건 왕비의 생각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그의 말에 의자 팔걸이에 걸친 그녀의 손목의 힘줄이 도드라졌다.“제 생각입니다. 저도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누군가가 제 아이를 죽인 사람이 뻔뻔하게 찾아와 사과를 한다면…… 그건 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으면 내 아이를 죽인 원수를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냉정언은 격분하는 원경릉을 보고 그녀와 더 이상 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옆에 우문호를 보았다. “왕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우문호는 냉정언의 질문에 놀랐다. 그가 여인의 마음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곧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우문호는 원경릉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문호라면 자기의 자식을 죽인 원수에게 똑같이 죽음으로 복수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화군주가 셋째를 만나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뺨을 때리거나 칼을 휘둘러도 그 모든 것은 셋째가 마땅히 받아야 할 죄라고 생각됐다. “부황께서 그렇게 명령을 내리셨다고 하니 그렇게 합시다. 정화군주가 위왕이 꼴도 보기 싫다고 한다면 셋째를 끌고 나가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우문호가 냉정언을 보며 말했다.원경릉은 엄마가 되어보지도 않은 세 남자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경릉이 황제를 만나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구사를 보며 “내일 위왕을 잘 지켜보세요. 만약 위왕이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면 바로 기절시켜서 끌고 나오세요.”라고 말했다.“왕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구사가 말했다. “내일 제가 좀 일찍 가서 저도 그곳에 있겠습니다.”

  • 명의 왕비   제 769화

    고열이 계속되자 우문호는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만아는 원경릉 옆에서 수건 짜는 것을 도왔고, 서일은 우문호를 들어서 외풍이 들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 겨우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링거를 맞은 우문호는 한참 후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았다. “경릉아, 나 못 참겠어.”온몸에 상처 투성이인 우문호는 화장실에 가는 것마저도 힘들었다. 서일이 요강을 들고 오자 우문호는 화를 내며 “그런 건 필요 없다! 본왕을 화장실로 옮겨줘.”라고 말했다.“안돼, 움직이면 많이 아플 거야. 오늘은 이거 쓰고 내일부터는 화장실로 데려다줄게.”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고집을 부리며 화장실로 가겠다고 했다. 화장실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한 걸음 걷기도 힘든 우문호에게는 무리였다. 서일은 요강을 들고 어쩔 수 없이 원경릉을 보았다. “왕비, 저와 탕대인이 부축해서 다녀오겠습니다.”원경릉은 만아를 시켜 탕양을 불러오라고 했다. 탕양과 서일은 우문호를 부축해서 나갔다가 잠시 후 들어왔다. 화장실에 다녀온 우문호는 아파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원경릉이 다시 체온을 재자 39.3도 해열제를 먹어도 체온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약을 추가했고 링거도 바꿨다. ‘체온이 너무 높은데……’원경릉은 원래 정후부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우문호의 고열이 계속되자 정후부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사식이를 정후부로 보내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하라고 했다. 원경릉의 말에 사식이가 급히 정후부로 갔다. 점심쯤이 지나서야 우문호가 땀을 한 바가지를 흘리더니 열이 내리기 시작해다. 원경릉은 안도감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것도 잠시. 원경릉은 쉴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마차를 준비해 바로 정후부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녀가 마차에 올라타기도 전에 저 멀리서 사식이가 급히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원누이! 사고가 났습니다! 위왕이 정화군주를 때렸습니다!”그 말을 듣고 원경릉이 놀라서 쓰러질 뻔한 것을 만아가 붙잡았다. “어떻

  • 명의 왕비   제 770화

    “위왕은 지금 어디에 있어?”원경릉이 물었다. “아직 정후부에 계십니다. 어찌나 고집이 센지, 구사도 끌고 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사식이가 한숨을 쉬었다. “구사도 어쩔 수 없다고?” 원경릉이 놀랐다.사식이는 고개를 저었다. “위왕이 구사의 장검을 빼앗아 휘두르는 마당에 구사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제가 바로 왕비께 이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마차가 정후부에 도착하자 사식이와 만아는 원경릉을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정화군주가 있던 정원은 난장판이 되어있었고, 사람들이 입구를 지키고 서있었다. 밖이 소란스럽자 노마님과 원륜문까지 나와있었다. 위왕은 손에 구사의 장검을 쥐고 회화나무 아래에 서있었다. 그의 안색은 창백했으며 눈밑이 시커멓고 목에는 핏발이 서있었다. 그는 마치 오랜 시간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피곤해 보였으면서도 언제라도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공포가 느껴졌다. 구사는 위왕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정원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모두들 숨죽이고 위왕을 지켜보았다. 원경릉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왕은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들이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불안해진 원륜문이 달려와 원경릉의 앞을 가로막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위왕! 검을 내려놓으세요!” 원경릉이 소리를 질렀다. “네가 저 여자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지? 나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고! 꿈깨라 죄책감은커녕 난 내가 한 모든 행동에 대해 떳떳해!” 위왕이 검을 들어 원경릉이 걸어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죠?” 원경릉이 가볍게 원륜문을 밀치고 천천히 걸어 나와 뒷짐을 졌다. “뭐라고?”“지금 와서 그녀가 당신을 사랑했는지 아닌지 그게 뭐가 중요하죠? 설령 그녀가 당신을 사랑한 적 없다고 해도, 강제 혼인이라고 해도, 그게 뭐가 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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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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