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의 협박정후가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며, “누가? 무슨 말을?”안왕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상부인(尚夫人)이 정후 나리에게 한가지 묻고 싶다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보러 오지 않냐고.”정후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바닥에 꿇어앉아 몸을 채로 치는듯 탈탈거렸다.안왕이 오만하고 냉담한 모습으로 정후를 보고, “정후, 사람은 다 이기적인 법이네, 반편생을 골육간의 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관직과 앞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눈 앞에 큰 기회를 두고 정말 포기할 수 있나? 당신이 이렇게 태자비를 감싼다고 당신한테 일이 터지면 태자비가 감싸 줄까 과연?”정후는 땅에 꿇어 앉아 여전히 몸을 떨며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만 같다.“왕야, 어떻게 알게 된 거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후는 스스로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다고 생각했고 상부인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사람이 아닌데 안왕은 어떻게 안 거지?안왕이 차갑게 웃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군. 상부인 뿐 아니라 정후가 벌인 일을 난 다 알고 있어. 이제 정후에게 두가지 선택만 있지, 어제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느냐, 아니면 내가 이 일을 천하에 공개하느냐, 정후가 직접 결정하지.”정후는 무릎걸음으로 나오며 애원하길, “안됩니다, 왕야, 상의한 대로 해요, 왕야 제발 비밀을 지켜주세요.”“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해.” 안왕이 차갑게 말했다.정후는 울상을 지으며, “왕야, 만약 이 일이 발각되면 사형을 면치 못합니다. 왕야 저는 정말 할 수 없어요, 왕야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거 말고 다른 일은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안왕이 아래로 내려다보며 화조차 내지 않고, “정후 당신에게 안타깝게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능력은 없어, 이 일이 만약 발각될 경우 분명 사형감이지만, 나도 절대 당신이 발각되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발각되면 내가 발각되니까. 내 목숨이 아깝지
인생에 대한 태상황의 생각주지스님이 정말 힘을 써 주신 게 현실로 증명됐다. 명원제는 초왕 가족이 잠시 초왕부에 살도록 윤허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초왕의 전에 봉호로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초왕부라고 불러도 예법에 저촉되거나 타당하지 못한 면이 없었다.세 아가의 만 한달 축하연이 어떤 격식으로 거행되어야 하는지 황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태상황이 일률적으로 황제의 적장자의 규례에 따라 거행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그동안 태상황은 건곤전에서도 안정 하지를 못하고 종일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며 뭔가 상당히 애타는 듯한 모습이었다.상선이 태상황에게,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술이 고프신 건 아닌지요? 만약 드시고 싶으시면 제가 가서 주재상과 소요공에게 입궁하여 폐하를 모시라 전하겠습니다.”태상황이 뒤를 돌아 상선에게, “부르지 마, 됐어, 걔들은 귀찮아.”“그럼 왜 그러십니까?” 상선이 물었다.태상황이 말없이 여전히 뱅글뱅글 맴을 돌고 자리에 앉아 다바오를 오라고 하더니 개를 훈련시키다가, 상선이 멍하니 한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괜찮으면 초왕부에 좀 보러 가.”“뭘 볼까요?” 상선은 태상황이 증손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짐짓 모르는 척, “초왕부에 볼 게 뭐가 있습니까? 궁에 볼 게 많지요.”태상황이 성질을 내며, “가라면 갈 것이지, 뭘 보든 상관없으니 그냥 가.”상선이 웃으며: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태상황이: “창고에 태자비가 몸보신에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고 가져다 줘라.”상선이: “태상황 폐하, 최근 궁에서 나간 인삼(人參)과 녹용(鹿茸)이 아마도 태자비께서 매일 드셔도 1년동안 다 못 드실 양입니다.”“뭘 안다고 그래? 해산한 여인은 몸조리를 잘 해야 하고 말고? 몸조리를 잘해야 계속 낳을 수 있지.” 태상황이 역정을 냈다.상선이 ‘아!’하더니, “일년 육개월은 아마도 낳지 못하실 겁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시겠지만 세 도련님은 배를 가르고 낳으신 겁니다.”“일년 육개월후에 낳
태자에게 후궁을?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죽기 살기로 싸워서 결국 편안해 지자는 거 아닌가?상선은 초왕부에 와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어르려고 했다.왜냐면 본인은 남녀의 인연이 없는 몸이라 소월각 안에 들어가 아이들을 볼 수 있고 원경릉도 일어나 옆에서 같이 있을 수 있었다.만두는 특히 상선을 좋아해서 상선을 보자 헤벌쭉 웃었다.만두는 많이 먹고 통통해서 웃는 모습이 동자승 같은데 상당히 귀엽고 상선이 어르는 맛이 있다.“궁 안에 사시면 딱 좋을 텐데요.” 상선이 아쉬운 듯 만두를 내려놓고 경단이와 찰떡이를 안으며, “궁 안에 사셔야 합니다, 밖에 계시니 한 달에 한 번 뵙기도 어렵고 태상황 폐하께서는 아가들이 보고 싶으신데 태자비께서 아직 나오지 못하는 개월수라 궁 안을 안고 걷지도 못하고, 폐하 본인도 밖에 나오시기 어려운지라 아주 많이 그리워하세요.”원경릉이 웃으며: “만약 태상황 폐하께서 데리고 계신 것이 좋으시면 만 한달이 차거든 데려다 주시고 2년간 데리고 있다가 돌려주셔도 됩니다.”상선이 보물을 다루듯 경단이를 가슴에 안고 살살 흔들며, “정말이십니까? 만약 정말 이시면 폐하깨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실 겁니다.” 원경릉이: “저도 한적하니 좋지요.”상선이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에게: “맞아요, 몸조리를 잘 하셔야지요, 오늘 태상황께서 또 그러셨습니다, 앞으로 만약 태자 전하께서 딸을 원하시면 후궁에게 낳도록 하고 마마를 고생시킬 수는 없다고. 태상황 폐하는 참으로 마마를 제 몸처럼 아끼세요.”원경릉이 놀라며, “뭐요? 어느 후궁에게서 낳게 한다는 겁니까?”“아직 후궁도 없지 않습니까?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고르시지요.” 상선이 말했다.원경릉이 정신이 안 돌아온 상태로 희상궁이 한손으로 경단이를 빼앗으며 화가 나서: “후궁이 왠말입니까? 왕비마마께서 아직 산후 조리도 마치지 않으셨는데 고작 태자 생각한다는 게 전하께 후궁을 맞이하시게 하는 겁니까?”상선이: “빠르던 늦던 언젠가는 있을 일이 아닙니까? 전에 친
태자 책봉 전희상궁이 화가 나서: “어서 가기나 해,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을 해야지, 사람 마음 다치게 하는 거 안보여?”상선이 희상궁의 격한 반응을 보고 태자비 원경릉의 불쾌한 낯빛을 떠올리며 가는 수밖에 없었다.상선이 돌아가서 태상황에게, “폐하께서 분부하신 말씀을 소인이 했더니 태자비는 불쾌해 하시고, 희상궁도 바로 저를 쫓아내던 데요, 일이 쉽지 않겠습니다!”태상황이: “무슨 말?”“말씀하셨던 후궁일 말입니다.”태상황이 놀라며, “후궁? 뜬금없이 왠 후궁?”상선이: “아직 맞지 않아서 그렇지 맞으면 후궁의 딸도 있는 거지요.”태상황이 담담하게: “네가 이런 몹쓸 놈이라고 욕 먹었다고 했지? 아직 후궁조차 없는데 네가 먼저 말을 꺼낸 데다가 배를 갈라 아이 셋을 나은 게 가슴 아프다고 했지? 어쩌자고 이럴 때 가서 태자비에게 후궁이 어쩌고 산통이 어쩌고 지껄였어? 과인이 보니 넌 나이가 들수록 잔인해 져. 독하다 독해.”상선이 말문이 막혀서, “소인이 뭐가 잔인한데요? 이건 오늘 폐하께서 분부하신 일이 아니십니까?”“시끄러워, 과인은 성정이 착해서 이런 일 안 해, 과인이 살아 있을 동안은 후궁 어쩌고는 없는 일이니, 과인이 죽은 후에 알아서 들 하든가!”태상황은 ‘인생 뭘까’하는 눈빛인 상선에게: “아가들은 어땠어?”상선이 얼른 답하길: “좋아요, 소인이 안으니 바로 웃는데 웃는 모습이 제가 그냥 샘물처럼 녹아버리겠더라구요.”“하루에 젖은 몇 번 먹는데? 끙아는 몇 번 하고? 쉬는? 잠은 얼마나 자? 찰떡이는 황달 없어졌어?”태상황이 줄줄이 질문을 해대는데 상선이 눈만 뻐끔뻐끔 뜨고 아무 말도 못하는게 후궁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이런 얘기를 묻기도 전에 희상궁에게 쫓겨났기 때문이다.태상황은 상선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진짜 갈수록 쓸모가 없다니까 태자에게 후궁이 필요한 게 너와 무슨 상관인가?”말을 마치고 유유히 다바오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했다.상선이 따라 나가 복도 앞에 앉아 태상황이 다바
태후를 조르는 현비진심이든 거짓이든 후궁 마마들은 태후 앞에 문안하며 모두 세 쌍둥이의 복을 비는 말을 하곤 했다.태후도 기분이 좋은데 유일하게 불만인 것이 태자가 동궁에 살지 않는 것으로 태후가 아무 때나 세 쌍둥이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하지만 주지 스님이 세 쌍둥이가 부처님 오신 날 태어나서 태어난 곳에서 한동안 머물러야 한다고 하니 주지 스님의 말 대로 했다. 어쨌든 그 방면에선 주지 스님이 전문가니 말이다.이날 현비는 또 태후를 찾아왔다.태후도 요즘 현비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필 자기 조카에 소씨 집안 사람이라 또 귀찮게 해도 형식적으로 대강대강 받아주는 수밖에 없다.사실 황제가 현비의 책봉을 이래저래 늦추는 게 태후가 생각해도 이상하다.하지만 태후는 이 사실을 묻지 않고 늘 자식의 뜻을 따랐듯이 아들이 그렇다면 그러려니 했다.현비는 여전히 질질 짰지만 오늘 한층 더 조급증이 나는지 아니면 그날 호비에게 따귀를 맞았는데 황제가 결국 호비에게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의 지위와 신분이 매우 위험하다고 느꼈나 보다.현비가 훌쩍 거리며: “고모, 폐하께서 조카를 말려 죽이시려고 해요. 바깥사람들이 전부 제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는 바람에 아들은 태자로 책봉되었는데 어미의 품계는 오르지 못한다고 추측한다고요. 마마께서 조카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으시면 조카는 사람들을 볼 낯이 없어요.”태후는 위로할 수 있는 말은 다했는데 현비가 이렇게 집착하며 나날이 강도가 더하는 게 방법이 없어: “네 품계를 높이지 않는 것은 폐하가 틀림없이 생각이 있어서니 네가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다. 미움만 커지게 할 뿐이니 돌아가거라, 나도 널 도울 수가 없구나.”현비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여전히 달갑지 않다는 얼굴로, “북당 왕조가 시작된 이래 아들이 태자에 오르면 어미의 품계가 오르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 조상께서 정해 놓은 규칙임을 태후마마도 아시는데 폐하께서 어찌 조상의 규칙을
진실을 알게 된 태후태후가 본론으로 들어가며: “이제 황태자가 정해졌으니 이 어미도 한시름 덜었구나, 그런데 아들 덕에 어미가 귀해진다고 하지 않더냐, 우리 북당은 예로부터 자식덕에 비빈의 품계를 올려주는 규례가 있는데 태자를 세웠는데도 현비의 품계를 올려주지 않으니 바깥 사람들이 네가 아직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예단해도 어쩔 수 없구나.”명원제가 미소를 지으며, “어마마마 안심하세요, 짐에게 이미 생각이 있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태후가 명원제에게, “어미에게 얘기해 다오, 현비가 출산을 방해했던 일 때문이 아니냐?”명원제의 눈이 다시 한번 병풍을 흘끔 보더니: “태자비가 해산하기 전후 및 해산할 때 현비가 ‘어미를 버리고 아이를 남기라’고 했는데 다행히 태자비의 명이 길어 살아서 버텨내고 다섯째를 태자에 옹립 시켰지요. 짐도 당연히 조상의 규칙을 알고 태자의 어미도 함께 책봉하고자 했으나 짐이 연속으로 삼일간 황실의 종묘에서 성배를 잃어버린 것이 열조께서 전부 현비의 책봉에 동의하지 않아서 인가 싶습니다.”태후가 놀라서, “세상에 그랬단 말이냐?”명원제가: “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현비는 이런 걸 따질 사람이 아닙니다. 결국 어미를 버리고 아이를 살리라는 건 현비의 주장이었으니, 지금 아들은 귀한 몸이 되고 어미는 평범한 신분인 것도 바로 그 이치가 아니겠습니까.”태후가 쓴웃음을 지으며 이치 따위 따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어미를 버리고 아이를 남기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냐?” 태후가 그날 해산할 때 현비가 소동을 일으킨 것을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몰랐다.명원제가 약간 의외라는 듯, “어마마마, 그 일은 궁 안에 소문이 자자한테 모르셨습니까?”명원제는 태후가 이미 알고 있는 줄 안 게 어쨌든 이미 비밀도 아니고 태후가 벌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예전처럼 고모 조카 정에 끌려서 그러는구나 생각했었다.“무슨 소문인데? 그런데 왜 나는 몰랐지?” 태후가 점점 어안이 벙벙해 졌다.호상궁이 당황해서 태후를 쳐다보
불같이 화가 난 태후그때 현비는 황제가 다섯째를 이렇게 바로 태자로 책봉할 줄 알기나 했나? 만약 알았으면 원경릉을 아예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명원제가 간 뒤 태후가 소리 지르며: “당장 나와!”현비가 눈이 퉁퉁 부은 채 바닥에 꿇어 앉아 슬픈 목소리로: “고모, 조카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태후는 현비가 여전히 자기만 아는 것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따귀를 때리며, “네가 정말 날 아주 열 받아 죽게 할 참이구나. 천하에 어찌 너 같은 시어머니가 있느냐? 며느리가 산실에서 생사를 오가는데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목숨을 구하려는 걸 방해해? 세상 어떤 이치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 조령이라고 거짓으로 꾸며 나를 불의한 존재로 모함하다니. 초왕비가 마침 황실의 대통을 낳았는데 너는 내가 그녀를 죽이려 했다고 말해? 어찌 이런 법이 있을 수가 있어, 내가 지금 당장 너를 죽여도 시원치 않아.”태후는 분노로 이를 딱딱 부딪히며 한바탕 욕을 해댔다.“고모, 왜 또 그 얘기를 하세요? 당시에 조카도 잠시 미련했던 거잖아요?” 현비는 따귀를 맞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넌 이생에 정신 차리긴 글렀어,” 태후는 계속 욕을 해대며, “어쩐지 삼일 목욕 때 누가 아가들을 안아도 괜찮았는데 유독 너만 안지 못하고 네가 안으면 울고, 찰떡이는 울다가 숨이 멎을 뻔한 게, 아이들이 막 태어났지만 전생의 영성이 있어서 네가 자신들의 어미를 죽이려 했던 걸 알고 너를 멀리하는 게야. 앞으로 내 명령없이 세 아이 곁에 갈 수 없을 줄 알아.”태후는 현비가 산실에서 소란을 피운 것을 생각하니 부들부들 떨리는데 감히 어디서 아이들을 봐? 아이들이 현비를 싫어하는 것이 일시적인 충동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누가 그래? 현비는 태후가 이 일을 들어서 알게 되면 화를 낼 걸 알고, 호상궁에게 신신당부하며 비밀을 엄수하게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돌이켜보니 자신이 그렇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현비는 즉시 태후의 말에 수긍이 안돼서,
태후는 눈썹을 찌푸렸다.“뭣하고 있는 게야? 서둘러 초왕부에 가서 오해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태후 마마, 화 푸십시오. 굳이 초왕부에 가서 말을 하지 않아도 태자비는 현비가 거짓을 전했다는 것을 알 겁니다. 그리고 모두들 현비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압니다.” 호 상궁이 말했다.“그게 더 큰일이야! 그들은 내가 현비를 감싸고 있다고 여길 텐데…… 나와 현비가 한 통속이라고 알 것이야!”“태후 마마 걱정 마십시오. 그 누구도 태후 마마에 대해 논할 수 없습니다.” 태후는 호 상궁의 말을 듣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그렇게 설교할 시간에 당장 초왕부로 가보거라!”태후가 호 상궁에게 명령했다.“예!”원경릉은 갑자기 태후의 사람인 호 상궁이 왕부로 찾아온 것을 보고 의아했다.이미 오래전 일로 현비가 태후를 들먹이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원경릉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는데, 태후께서 왜 호 상궁을 보내 이 일을 해명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원경릉은 호 상궁에게 자신이 전혀 태후 마마를 의심하지 않고 있으니 염려 마시라고 전해달라고 하며, 덧붙여 태어난 세 증손주들을 대신해 태후 마마의 안부를 물어달라고 했다.태후는 돌아온 호 상궁에게 말을 전해 듣고 기쁜 마음으로 우문호를 불러 선물을 하사했다.*호 상궁이 떠난 후, 원경릉은 잊고 있었던 현비의 독사 같은 말들이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다.그녀가 아무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해도,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 현비가 했던 말이 가슴에 박혀있었다. 당시에 현비는 아이들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그냥 원경릉을 없애버리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태어나고도 그런 소란을 피운 것이다.원경릉은 현비와 원한 관계도 없는데, 현비가 왜 이렇게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이 답답해서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터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우문호가 국자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문호가 왕부로 돌아오자 그녀는 하인들을 시켜 그가 좋아하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