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상궁과 기상궁이 우문호를 도와 원경릉을 밖으로 빼냈다. “드디어 나오셨네요! 태자, 태자비님을 씻겨야 할 것 같습니다. 옷에 술을 쏟으셔서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합니다.” 희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지저분한 옷과 얼굴에 덕지덕지 묻은 먼지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술을 마신 거야? 아니면 술독에 빠졌던 거야?” 우문호의 목소리가 떨렸다.“오늘은 기쁜 날이니 태자비께서도 술을 많이 드신 모양입니다. 아까 다른 하인들의 말을 들으니 의자에 다리를 하나 올리고는 손으로 술이 담긴 항아리를 들어 벌컥벌컥 마시다가 머리가 항아리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기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한숨을 내쉬며 원경릉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는 오늘 연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 두 사람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설마 원경릉이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우문호는 원경릉을 보며 혀를 찼다.“어쩌죠. 황친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태자비께서 그런 흉한 모습을 보이셨으니, 내일이면 소문이 파다하게 날 텐데 말입니다.” 기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소문이 나는 것보다 지금 당장이 중요했다. 그는 바지 쪽을 내려다보며 오늘도 글렀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어의를 불러라! 무슨 수를 써도 태자비를 깨워야 한다!” 조어의는 오늘 같은 날 호출될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연회에서 술을 마셨기에 얼굴이 붉었다. 하지만 그는 어의로서 술에 쉽게 취하지 않는 안주만 골라 먹어 취하지는 않았다.어의는 태자의 급한 부름에 태자비가 사고라도 난 줄 알고 약상자를 짊어지고 빠르게 소월각으로 달렸다.“무슨 일입니까?” 조어의가 물었다.“태자비께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하셨습니다!” 기상궁이 말했다.우문호는 조어의의 옷깃을 잡고 “조어의,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태자비가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놓거라!” 라고 말했다.‘왕야께서 왜 이렇게 조급하신 거지? 설마……’ 조어의는 우문
우문호는 조어의를 보며 “방법을 생각해 내거라.” 라고 말했다.조어의는 고심 끝에 이를 악물었다.“토를 하셔야겠다면 목구멍에 손을 넣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그건 안 돼. 억지로 하면 몸 상해.” 우문호는 원경릉의 몸이 상하는 것은 싫었다.“그럼 태자비를 모시고 바깥바람을 쐬는 것은 어떠십니까? 땀이 좀 나면 술이 빨리 깹니다. 그 후에 뜨거운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 숙취가 좀 사라질 겁니다.”어의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그녀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에 두 사람이 나오자 다바오는 무슨 일인가 하고 그들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몸에 기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별이 보였으며, 속이 울렁거렸지만 토해내지 못했기에 견디기 힘들었다.원경릉이 헛구역질을 하자 우문호는 그녀를 번쩍 안고 소월각으로 들어와 희상궁에게 따듯한 물을 가져오라 했다. 희상궁은 따듯한 물과 수건을 가지고 와서 원경릉의 옷을 벗기고 몸을 닦았다. 희상궁은 상처가 있는 복부를 닦으며 원경릉이 안쓰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만약 삼둥이를 낳는 날에 원경릉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희상궁은 황실에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희상궁에게 원경릉이란 딸과 같은 존재였다.‘왕야께서는 몸이 성치도 않은 왕비를 데리고 그걸 꼭 해야겠는가? 남자란 참……’희상궁은 우문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녀는 원경릉의 몸을 닦고 이불을 덮어 주고 나서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주었다. 꼬질꼬질한 물이 뚝뚝 떨어지자 원경릉의 불그스름한 얼굴이 드러났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고비가 많았지만, 지금 왕비는 전처럼 건강해졌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보고 마치 사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그는 원경릉을 볼 때마다 추녀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당시 원경릉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원경릉은 그때와 다르다. 얼굴도 마음도 너무 아름답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에게 세 아이를 낳아주다니…… 앞으로 난
“경릉아. 왜 여기서 자고 있느냐? 어후, 술 냄새!”원경릉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아, 어지러워.”“누구랑 마셨길래 이렇게 된 거야. 술 마시지 말라니까 진짜 말 안 듣네.”원경릉은 눈을 감고 아픈 머리를 감쌌다. 잠시 후, 따듯한 수건이 이마에 닿았다. 순간 원경릉은 익숙한 향에 눈을 떴다.“엄마?”“응, 왜 갑자기 새삼스럽게 그래? 너 어제 누구랑 술 마셨어?” 원경릉은 깜짝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켜 자신 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장실, 소파, 티브이, 탁자, 장롱, 유리창……‘세상에, 내가 지금 집 거실에 와있잖아?’원경릉은 벌떡 일어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익숙한 옷장과 거울이 있었다.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청바지에 티셔츠, 포니테일, 엄마가 생일에 선물해 준 백금 목걸이……‘세상에, 세상에!’원경릉이 놀라서 침대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돌아온 건가? 그럼 다섯째는? 삼둥이는?’그녀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에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경릉아, 왜 울어! 누가 널 괴롭혔어?” 원경릉의 엄마가 놀라서 그녀에게 물었다.원경릉은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껴안았다. “엄마, 미안해! 걱정 많이 했지!”원경릉의 엄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엄마는 항상 여기 있어.”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았다. 그녀는 이게 꿈이 아닌가 하며 손을 뻗어 엄마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진짜 같은데 진짜인가?.’그녀는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로 나가 벽에 걸린 그녀의 사진을 주의 깊게 보았다. 졸업식에 박사모를 쓰고 있는 원경릉의 얼굴.그 사진은 졸업사진을 고를 때 아빠가 가장 예쁘다고 골라준 사진이었다.그녀는 소파에 누워 탁자 위에 놓은 열다섯 살때 사진을 보았다. 열다섯 번째 생일에 아빠가 그녀를 위해 찍은 사진으로 그녀는 그네를 타고 있고, 뒤에는 그녀의 오빠가
원경릉의 엄마는 원경릉을 안고 울었다. 그녀는 엄마를 보며 “아빠는? 오빠는? 할머니는?” 이라고 물었다.엄마는 눈물을 닦으며 “아빠랑 오빠는 출근했지.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하셨어. 네가 간 후로 할머니께서 몸이 계속 편찮으셨거든. 1년 내내 병원 신세셔.” 라고 말했다.“세상에. 나 빨리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 할머니 어디 병원에 계셔?” 원경릉이 물었다.“시립병원이야. 준비해 엄마가 데리고 갈 테니.”원경릉의 엄마는 핸드폰을 들었다.“네 아빠랑 오빠한테 전화해서 네가 돌아왔다고 말해야 하니까 좀 기다려봐.”원경릉은 순간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다. “경릉아! 어디 갔니 경릉아!” 원경릉은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하게 들렸다.“엄마!” *“경릉아! 일어나 봐! 왜 울어? 설마 악몽이라도 꾼 거야?” 눈을 뜨자 그녀의 앞에는 우문호가 보였다. “우리 엄마는? 엄마 어디 갔어?” 원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밀치고 침상에서 내려왔다.“아냐…… 또 여기야? 나 방금까지 엄마랑 같이 있었는데, 할머니 병원도 가야 하는데…… 다섯째 안되겠어 나 돌아가야 해.”우문호는 놀라서 그녀를 껴안았다.“경릉아, 너 악몽을 꿨나 봐. 걱정 마 내가 여기 있잖아.”“아니야! 나 방금 엄마를 봤다고! 엄마가 내가 없어져서 매우 슬퍼하셨어…… 그래서 우울증 약도 먹고…… 내가 엄마를 아프게 했어. 할머니도…… 이거 놔! 나 돌아가야 해. 나 집으로 가야 한다고!”원경릉은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경릉아 일단 진정 좀 해.” 우문호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나 가야 한다고!”“넌 아무 데도 가면 안 돼. 나와 우리 삼둥이 곁에 있어야지.” 원경릉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보았다.“넌 몰라. 하나도 모른다고. 우리 엄마가 아프다고! 그렇게 강했던 사람이 나 때문에 아프다고! 지금 엄마가 나를 찾고 있을 거야. 나 빨리 돌아가야 해.”우문호는 처음 보는 원경릉의 모습에 놀라서 그녀
불길하고 아픈 꿈“그건 분명 악몽이야, 생각하지 마.” 우문호가 얼른 말했다.원경릉이 ‘응’하더니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와서, “가서 우리 떡들 좀 보고 올 게.”“나도 같이 가.” 우문호도 얼른 내려와서 한 손으로 원경릉 팔을 잡고, “기다려.”원경릉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우문호에게, “자기를 또 기다려야 해? 그냥 오면 되잖아, 바로 옆방인데.”우문호가: “그래도 같이 가, 너 아직 세수도 안 했잖아, 당신 몸에 술냄새때문에 우리 떡들 훈제 되겠어.”원경릉이 웃으며: “그렇기는 하네, 당신은 어젯밤 어떻게 참았어? 취했던 거야?”“반쯤, 괜찮아.” 우문호가 말했다.만아가 문을 두드리며, “전하, 태자비 마마, 시중들어 드릴까요?”“가서 물 좀 길어다 줘.” 우문호가 말했다.“예!” 만아가 물러났다.원경릉의 습관에 따르면 옷을 입을 때는 시중들 필요가 없어서, 우문호 이 쟁쟁하신 분도 혼자 옷을 입으시는데 오늘따라 헤롱헤롱 해서 입는데 오래 걸리고 심지어 속옷도 입지 않았다.원경릉이 웃으며 다가와, “그러고도 안 취했다고 할 거야, 어젯밤에 나보다 더 심하게 취했나 봐? 옷도 제대로 못 입고.”원경릉이 우문호의 속옷 끈을 매 주고 겉옷을 걸쳐 주는데 비단 옷감에 우문호의 쭉 뻗은 몸매가 드러나고 조각 같은 얼굴로, “왜 계속 날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원경릉이 우문호의 눈빛이 또렷한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자기 얼굴을 더듬어 봤다.우문호가 고개를 가로 젓더니 원경릉을 안으며 작은 소리로: “자기야,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누가 널 불러도, 아니 네가 어디 있어도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곁으로 돌아오기로, 우리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기로 말이야.”“내가 어디를 가는데 어디?” 원경릉이 어이가 없는듯 웃었다.“어디를 가든.” 우문호가 강조하며,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곁으로 돌아와야 해. 난 당신 없으면 안돼.”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았어, 술 좀 취했다고 어떻게 바로 들러붙
정정 대장군을 만나러원경릉의 머릿속에 꿈속의 광경이 천천히 떠올랐고,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또렷해 지더니 꿈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오히려 지금이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숙취때문에 몽롱해서 그런지 땅을 밟고 있는게 구름이나 안개를 밟고 있는 것처럼 붕 뜬 느낌이다.우문호를 대하는 원경릉의 미소는 전부 생기 없이 창백했다. 억지로 만들어내서 어색할 수밖에.문득 귓가에 엄마의 애끓는 부르짖음이 들리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허리를 숙이고 가슴을 감싸 쥐어야 겨우 멈췄다.그리고 그런 원경릉을 우문호는 쭈그리고 앉아 살포시 안고, 아무 말 없이 그저 침통한 눈빛으로 바라봤다.원경릉은 우문호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꿈 속에 다시 꿈이 있고 그녀가 엄마를 찾아 뛰어내렸지만 우문호가 원경릉을 안고 죽는 한이 있어도 그녀가 가도록 보내지 않았다.우문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경악을 발견하고 원경릉은 아픔과 그리움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기로 했다.우문호도 원경릉도 아무 말이 없다. 마치 그렇게 술이 취한 적이 없었다는 듯.하지만 원경릉은 이날 저녁 우문호에 기대 정자에서 별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자기가 전에 그랬지 내가 만약 당신 곁을 떠나가게 되면 자기를 찾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그럴 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난 만드시 자기와 아이들을 찾아 돌아 오고 말 거야. 절대로 당신과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아.”우문호가 원경릉을 꼭 끌어 안고 목이 메어 그저 몇 번이고 ‘응’하고 말했다.원경릉의 마음은 여전히 묵직하게 아프지만 어떻게 이 마음을 가눠야 하는지 배웠다.아이들의 한달 축하를 마친 다음은 북당의 태자 책봉 의식이다.명원제는 전에 국서를 보내 각국의 사신들을 초대했고, 지금 사신들이 줄지어 도착하고 있다.우문호도 기쁜 것이 파견 갔던 사람들이 돌아와 보고하길 정정대장군이 내일 경성에 도착한다는 것이다.우문호는 들뜬 나머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원경릉을 안고 계속 자신과
정정대장군을 기다리며원경릉이 사기이 말에 웃으며, “사람이 어떻게 초능력이 있어? 너무 과장한 거 아냐?”“초능력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체격이 건장하고 무공이 느껴질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여 장군이라니 까요.” 사식이가 받아 치며 말했다.원경릉이 ‘풉’하고 웃으며, “사식아, 너희 원씨 집안도 여장부 집안이라고 하던데 원씨 집안 사람도 다들 체격이 건장하고 무공이 느껴지는가 보지?”자기 집안 얘기를 하니 사식이도 자랑스럽지만: “우리 원씨 집안은 당연히 대단하죠. 하지만 진근영 군주만큼은 아니예요. 진근영 군주는 직접 병사를 데리고 내란을 평정했을 뿐 아니라, 여러차례 선비족과 싸우는 지휘관이 여장군인 거니까요. 그리고 단번의 전투로 이름을 날리다니 남자들도 못하지 않을까요?”단번의 전쟁으로 명성을 얻는 것은 확실히 대단하다. 원경릉도 능력 있는 사람을 존경하기 때문에 진대장군 부인에게 상당히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성문 입구에 도착하자 예부의 영접 인력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요 며칠 타국의 사신들이 줄지어 도착하므로 영접을 담당하는 예부는 일찍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파견했던 사람의 보고에 따르면 오늘 도착하는 사람은 대주의 사신이라고 한다.우문호가 오자마자 예부 시랑에게: “오늘 사신단은 내가 맞으면 되니 다들 돌아가시게.”시랑 대인이 웃으며: ‘태자 전하, 같이 맞으시지요. 소신은 사절을 접대하러 보내야 하거든요.”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보고 말하려다 말고 우물쭈물했다.원경릉이 보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우문호가 원경릉을 끌고 한쪽으로 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만약 내가 정정을 초왕부에 초대해도 당신 괜찮겠어? 싫지 않을까?”원경릉이, “싫지 않아요. 초왕부에 머물 곳도 있잖아요. 만약 초왕부로 초대하고 싶으면 초대하면 되죠.”가까이 있으면 더 좋지, 적어도 좀더 볼 수 있고.우문호가 뛸 듯 기뻐하며, 좋아서: “원 선생, 진짜 최고야.”원경릉은 우문호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정신차려 정후원경릉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사식이에게, “왜 그렇게 생각해?”사식이가: “그냥 느낌이요, 지금 정화군주의 유일한 짐이라면 위왕 전하일텐데, 정말 다 벗어 던지려면 위왕 전하를 찾아가서 얘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얘기할 게 뭐가 있다고?” 원경릉은 위왕이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을 생각하고 위왕이 정화군주의 인생에 더이상 얽히지 말기를 바랬다.“모르죠.” 사식이는 남녀 간의 사랑을 모르고 그저 생각하길, 여자 혼자 갈 데가 어디 있어?원경릉이 한걸음 앞으로 나가자 사식이가 얼른: “원 언니, 앞으로 가시면 안돼요, 위험해요.”원경릉이 사식이를 돌아보며, “괜찮아, 바람 좋아, 바람 좀 맞고 싶어.”“희상궁이 있으면 분경 또 그랬을 거예요, 이제 막 산후조리하고 나왔는데 바람 맞으시면 안된다고.” 사식이가 말했다.“괜찮아, 날씨가 따듯해.” 원경릉이 말했다.사식이가 웃으며, “따듯한 것까지는 아니죠, 어제 탕대인이 옥중에 이불 넣어드렸다고요, 정후께서 감옥이 춥다고.”황제는 계속 조사중이다. 정후가 최선을 다해 변명을 했지만 어디 황제를 속여 넘길 리가 있나? 황제는 일단 정후를 경조부 관아에 있는 감옥에 투옥 시켰다. 하지만 황제가 깊이 파고들 리가 없다는 게 우문호 생각이다. 혜선생(惠先生)이 혀를 깨물고 죽은 것은 자신의 의사였다는 조사결과 때문이다. 그리고 혜선생이 날조하길 우문호에게 개인적인 복수를 하고 싶어서 안왕의 말투를 흉내내 정후와 연락을 취하고. 관직을 미끼로 찰떡이를 안고 나오라고 했다는 것이다.황제가 정후를 압송해 투옥한 이유는 아마 그게 본인에게 교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천자의 어심을 감히 누가 가벼이 속여넘길 수 있을까? 철저히 조사하라는 성지를 내리지 않았지만 안왕이 이미 남영(南營)까지 조사했으나, 정후의 꺼림칙한 일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정후는 태자비의 친정이고, 태자비가 되자마자 친정에서 문제가 터지면 보기 좋지 않다. 이것도 다 원경릉의 체면을 봐서 넘어가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