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요 며칠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또 이리 나리에게 찾아갔고, 이리 나리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혜평 공주는 곧 고가를 약을 살 것이야, 먼저 그녀가 돈을 좀 잃게 해 우리에게 좋은 물꼬를 트게 하자."원경릉은 멈칫했다."하지만 나리께서는 원래 그녀가 약을 사지 못하게 할 거라 하지 않으셨습니까?"이리 나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가를 주어도 그녀는 사지 못한다.""대체 무슨 수를 쓰신 것입니까? 전 왜 이해가 되지 않지요?"원경릉은 완전히 멍해졌다. 높은 가격을 내었는데도 왜 약을 사지 못한다는 것인가? 약농들도 돈을 벌려고 할 텐데, 약을 비축하기만 하고 팔지 않으면 어떻게 생존을 한단 말인가?그리고 혜평 공주는 약농으로부터 직접 약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약장수와 약재시장을 거쳐 약을 가지는데 어떻게 얻을 수 없단 말인가?이리 나리가 많은 재주가 있어 약농이 혜평 공주에게 약을 팔지 못하게 하더라도 약장수 쪽에서는 여전히 약을 얻을 수 있었다.이리 나리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는 병을 잘 치료하면 된다. 이 일들을 관리해서 무엇 하느냐? 장사를 하려면 조금의 수단이 있어야 한다."원경릉이 말했다."몇 마디만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제 마음이 놓이지가 않습니다."이리 나리가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그래, 몇 마디만 해주마. 지금 혜평의 약은 어디서 사느냐?""약재시장과 약 장수지요. 하지만 공주는 거의 직접 약장수를 상대한다 들었습니다. 약재시장에 갈 필요도 없고 가격도 많이 싸니까요.""그래. 그럼 그녀가 약장수들의 미움을 산다면?""어찌 약장수의 미움을 사려 하겠습니까?"원경릉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멈칫하며 이리 나리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스승님, 말씀을 알아듣기 쉽게 해주시지요. 제자는 너무 우둔합니다."이리 나리가 고개를 저었다."다행히 나의 장사를 너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길바닥에 나앉을뻔했구려.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원경릉은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박수를 쳤다."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더욱 대단한 건, 약장수가 혜평과 사이가 이미 틀어진 것 아니냐?"이리 나리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느긋이 말했다.원경릉은 감탄하며 말했다."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 손에 약이 많아지는데, 자금 밀리면 어떡하옵니까?"이리 나리는 돼지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우리 손에 이렇게나 많은 약들이 있는데, 미리 조제해놓은 약들을 파는 것으로 돈을 들이는 것은 고려할 수 있지 않느냐?"원경릉은 또 멍해졌다."그럼 저희는 미리 조제해놓은 약을 파는 것으로 혜평 공주와 경쟁을 하는 겁니까? 하지만 그들은 장사를 한지 오래되었고 저희는..."이리 나리는 눈을 흘겼다."무슨 경쟁을 한단 말이냐? 깔아뭉개는 것이다. 그들은 미리 조제해놓은 약이 없는데 어떻게 경쟁한단 말이냐? 반드시 일정 시일의 빈틈이 생길 것이니 우리의 약이 마침 나타나 시장을 빠르게 차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냐?""맞습니다, 맞지요!"원경릉은 마침내 자신이 정말 장사할 머리는 아니라고 인정했다.그리고 마침내 이리 나리가 정말 장사의 귀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가 북당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이 운이라 생각했다. 그는 항상 빈둥거리며 장사를 하러 나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집에 앉아서도 전략을 세우고 판을 장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녕 대단했다! 이리 나리는 멍한 그녀를 보며 왜 그때 이리도 둔한 돼지 같은 제자를 받은 건지 후회하였다. 다행히도 경단은 그녀보다 훨씬 똑똑했다.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타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조금 위로를 했다."혜평과 맞서야 하니 의관과 의원을 열어 시장을 빨리 차지하는 것도 묘한 계책이다. 다만 장사를 할 때 그릇된 수들을 너는 모른다. 혜평은 방법을 강구하여 너의 사람들을 데려가려 할 것이다. 대책은 모두 잘 생각해 놓았느냐?"원경릉이 답했다. "안심하셔도 되옵니다, 모두 대응책이 있습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바깥의 일들을 명원제도 자연스레 눈여겨보고 있었고, 원경릉과 혜평이 다투는 것에 대해 그는 속으로 다소 불쾌했다. 그들이 작은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았고 자신의 뜻을 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의서를 증설하는 일은 그가 동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만 천천히 진행할 뿐이었다.하지만 그저 불쾌할 뿐, 그녀가 혜평 공주를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필경 전 경성의 약들은 거의 혜평이 장악하고 있었다.그는 시간이 지나면 원경릉 쪽에서 자연히 힘에 부쳐 나른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혜평 공주가 궁에 들어와 고자질을 하는 것을 기다려냈다. 그녀는 태자가 조정의 신분으로 개입하여 약재시장을 교란하고 그녀와 많은 의관들이 약을 살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명원제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정녕 태자가 그렇게 한 것이라면 정말 타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남강 내전과 회강 수해, 그리고 북막 대군이 국경을 압박해 오는 다급한 일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며느리를 총애하고 그녀와 함께 의관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을 벌이다니, 정말 성공도 실패도 그녀 때문일 것이다.혜평을 달래고 그는 사람을 보내 우문호를 궁으로 들이라 명했다.우문호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우문호에게 편파적으로 행동하여 사람을 실망시킨다고 한바탕 꾸짖었다.우문호는 아주 억울했다."아바마마, 약재시장을 교란하다니요? 소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옵니다!""네가 아니면 또 누구의 짓이란 말이냐? 네 부인이 이런 재주가 있느냐?"명원제가 화를 내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약재시장은 모두가 자유로이 장사를 하는 곳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입니까? 재주도 필요 없이 돈만 있으면 돼옵니다. 과거 황고모께서도 시장 전체를 독점하지 않았습니까? 아바마마께서도 아무 얘기 없으셨잖습니까!""양성의 경쟁은 괜찮지만 악성 투쟁은 백성들의 이익을 해칠 것이다.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야!"명원제는 화가 난 눈을 하고는 소리쳤다. 우문호는 조금 멈칫하고
하지만 태자비의 사람 됨됨이는 그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제멋대로인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부득이한 일일 수도 있었다."나가거라!" 명원제를 그를 흘겨보았다."예!" 우문호는 일어서서 몸을 굽혀 물러났다. 어서방을 나서고 그는 재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모든 일을 그도 잘 알지 못했기에 약재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원 선생도 아마 해내지 못할 것이다.그는 곧장 의원으로 달려가 원 선생에게 물었고 이리 나리의 묘책을 들었다. 우문호는 갑자기 기분이 시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좋아, 아주 좋구려! 의관을 차리는 것은 이리 나리가 안 되지만 장사에는 이리 나리만 한 인물이 없지."원경릉은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바마마께서 혼내셨어?"우문호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훈계는 일상이니 괜찮다. 하지만 내가 짐작건대 아바마마께서 의관을 겨냥해 평상복으로 나와보실 것 같은데, 황고모께서 그의 앞 까지 가 소란을 피워서 아바마마도 어느 정도 일이 은폐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셨지.""정말 나와서 보셔야 해.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이 병을 보는 것이 얼마나 비싼지 영원히 알 수 없으시니까."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문호는 그렇다 답을 한 뒤 말했다."목여 태감께 잘 보고 있으라 할 거야. 정말 나가신다면 목여 태감께서 나에게 말을 전할 거야.""어떻게 하려고?"원경릉은 궁금해하며 물었다."비밀!" 우문호는 그녀를 끌고 한쪽으로 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몰래 볼에 뽀뽀를 했다."오늘 피곤해? 배는 어디 불편한데 없고?""괜찮아, 아주 좋아. 힘이 넘쳐!"원경릉은 그의 긴장한 미간을 보며 말을 이었다."정말 이상하구려. 이 아이를 회임한 후부터 매일 다 쓸 수 없는 정력이 생겨 피곤함을 모르고 있어.""거짓말, 몇 번이나 밤에 네가 깊이 자는 것을 보았어. 그건 피곤한 거야.""잠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저 밤에만 그럴 뿐이지 낮에는 그래도 힘이 넘쳐나."우문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가에 점점 꽃이 피어
저녁이 되어서야 황귀비는 명원제에게 와 수녀를 뽑는 것을 이야기했다.명원제는 듣자마자 화를 냈다."소란이오! 안 뽑은지 오래되었는데 뽑아서 무엇을 한단 말이오?"황귀비가 말했다."전하께서는 호비가 화를 낼까 두려워하시는 것이옵니까?"명원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오?""전하께서 반대를 하신다면 신첩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옵니다. 지금 전하께서 호비만 총애하고 계신다고 전조와 후궁에서 모두들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진비가 제의를 했을 때 신첩이 특별히 사람을 보내 물어보았고 그제야 위태부와 다른 신하들이 일찍이 수녀를 뽑아야 한다 상소를 한 것을 알았습니다. 전하께서 줄곧 이 일을 누르고 계셨사옵니다."명원제는 불쾌하게 목여 태감을 힐긋 보았는데, 목여 태감은 옆에 서서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황귀비가 회임을 한 상태니 조용히 몸조리를 하는 것이 좋겠소. 그리 힘들게 할 필요는 없소. 올해에는 수녀를 뽑지 않을 것이오, 몇 년 지난 후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소."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하자 황귀비는 한숨을 내쉬었다."전하, 바깥사람들은 전하께서 일편단심이라 하시겠지만 호비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하겠습니까? 호비의 입지를 어디에 두시려는 것이옵입니까?"명원제가 화를 내며 말했다."호비와는 상관이 없소. 짐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호비가 궁에 들어오기 전부터 짐은 이미 더 이상 수녀를 뽑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소."황귀비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전하, 신첩이 전하를 여러 해 동안 모셔오셨는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호비가 궁으로 들어오기 전 전하께서는 신첩에게도 잘해 주셨습니다. 신첩을 핑계로 삼아 수녀를 뽑지 않았고 다행히 신첩은 아이가 없어 질투와 원한을 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호비는 다르옵니다. 호비는 이미 황자를 낳았고 지금 또 회임을 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정녕 그녀를 아껴주신다면 이렇게 많은 욕을 떠안겨서는
명원제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목여 태감을 힐긋 보며 물었다. "자네가 황귀비 앞에서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한 건가?""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전하!"목여 태감이 바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소인도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마께서 얼마나 영명하시옵니까? 두세 마디 말로 소인의 말을 꿰었습니다."명원제는 콧방귀를 뀌었다."자네의 수단으로, 황귀비가 자네의 적수가 될 수 있겠나? 분명 자네가 의도적으로 알린 것이지."목여 태감이 겸연쩍게 말했다."전하께서 소인을 추켜올리셨습니다, 단지 소인은 조정의 일부 대신들이 확실히 전하께서 호비마마를 총애한다 생각하옵니다. 지금 대장군께서 밖에서 전투를 하고 계시니 외가 친척이 장대해져 태자를 위협할까..."그는 몰래 명원제를 한 번 보았고 명원제의 눈동자가 싸늘해진 것을 보고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명원제는 극히 노여워했다."그 자들이 멍청하니 자네도 덩달아 멍청해진 건가? 다섯째도 이 점을 의심한 적 없고 짐도 설마 누가 이 천하를 다스릴지 분간을 못한단 말인가? 열째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누구를 위협한단 말인가?"목여 태감이 대담하게 말했다."전하, 신들도 10황자가 어리다고 생각하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도 젊으십니다. 소인은 당연히 함부로 추측을 할 수 없지만 대신들이 이런 걱정이 있으니 호비 마마에게 영향을 미칠까 걱정돼옵니다. 지금 물론 전조와 후궁을 나누고 있지만 어찌 경위가 분명하게 나뉠 수가 있겠습니까? 모두 관련이 되어있지 않습니까? 바깥에서 조금의 풍랑이 일면 궁중에는 큰 폭풍이 일어나오니 심사숙고 하시옵소서 전하.""짐이 수녀를 뽑으려 하지 않는 것은 단지 호비 때문이 아닐세!"명원제는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었다."됐네, 자네랑 더는 말해도 이해를 못 할 터이니. 이만 건곤전으로 가세!"그는 이미 태상황에게 물어보겠다 말을 했으니 어쨌든 물어보러 가야 한다. 비록 이 일을 태상황에게 물어보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지만.아니나 다를까 태상황은 그의 질문을 들은 후
태상황은 명원제가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는 말했다."잠재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하거라. 열째는 호비의 곁에 두지 말고 밖으로 내보내서 키우거라."명원제는 그의 말에 크게 놀랐다."아바마마, 이것은 절대로 안돼옵니다!""왜 안 되는 것이냐? 황자가 어려서 어머니를 떠나면 후궁과 외가의 친척들에게 쉬이 선동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비도 전심전력으로 너를 모실 수 있을 것이다."태상황은 곰곰이 생각하다 이 방법이 절묘하다 생각하는 모습이었다."이렇게 결정하려무나. 왕으로 봉하고 저택을 하사하라!"명원제는 초조하기 그지 없었다."그것은 단지 노신들의 헛된 추측일 뿐이옵니다. 열째는 아직 어린데 어찌 궁 밖으로 보낼 수 있사옵니까?"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믿을 만한 사람을 골라 나가서 시중을 들라 하면 되지 않겠느냐?""어느 누가 시중을 들어도 어미가 보살피는 것만 하겠습니까? 아바마마, 열째는 호비가 열 달을 고생해 낳은 아이옵니다. 모자가 떨어지는 것은 처참한 일이니 소자는 그렇게 할 수 없사옵니다."명원제는 결연히 반대했고, 태상황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것도 원하지 않고 저것도 원하지 않으면 어쩌려는 것이냐?"명원제는 그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짐은 수녀를 뽑기로 결정하였습니다!""이미 결정을 하였으면 무엇 하러 과인에게 물으러 온 것이냐? 가거라, 가거라. 과인은 후궁의 일을 더는 상관하지 않는데, 과인의 위풍을 꺾어 과인을 아낙네처럼 만들었구나."태상황은 빈랑을 토해냈다. 이가 없으니 씹기 어려워 소요공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저 늙은이는 빈랑이 담뱃대와 같다고 하였는데 어디를 봐서 같단 말인가.담뱃대는 이로 물지 않아도 된다.명원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물러갔다.명원제가 나간 후 소요공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전하께서는 여전히 그다지 원하지 않나 봅니다. 태상황의 고심을 모르십니다."태상황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는 먼저 황제가 되는 것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태상황의 표정은 완화되었다."태자는 수녀를 뽑지 않아도 되네. 전조에도 후궁을 폐하고 일부일처만 지키는 황제가 있지 않았나.""너무 편파적인 것 아닌가?" 소요공은 멈칫했다.태상황은 그를 흘겨보고 말했다."이것이 어찌 편파적이라 할 수 있는가? 과인이 묻지, 후궁 빈비들이 입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자연히 후손을 낳아 자손이 번성하게 하는 것이지.""태자비는 지금 이미 아들을 다섯이나 낳았으니 자손이 번창하지 않았나?""음... 따지자 보면 그렇군!"소요공은 또 웃었다."황제도 지금 아들이 많지만 쟁탈을 시작하는 않았는가? 그리고 황제에게 수녀를 뽑으라 하는 것이 태자의 지위가 위협받지 않게 하려는 것 아닌가?""황제의 아들은 동일한 빈비가 낳은 것이 아니네. 하지만 태자비는 다섯이나 낳았고 어미가 같으니 마음이 통하여 싸움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과인은 왜 태자를 세우고 바로 태손을 세웠겠나, 어려서부터 앞으로 만두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이 인식은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릴 것이야. 만두는 장남이니 명분도 바른데, 다른 뜻이 있다고 한들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큰일을 성사하려면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맞는 말이군!"소용공은 그의 곁으로 가까이 가며 물었다. "그럼 사실대로 말하자면 자네는 태자비를 두둔하는 것 아닌가?"태상황은 그를 할 번 힐끗 보았다."맞네!"소요공은 입을 헤벌리고 웃었다."그냥 이 말만 하면 되지 않느냐? 가식적으로 많은 것을 분석하고 있군."태상황은 승복하지 않으며 말했다."과인도 이유 없이 두둔하는 것이 아니네. 태자비의 친청을 말하자면 정후가 무슨 큰일을 낼 수 있겠나? 태자가 나중에 황제가 되어 빈비를 간택하는 것이 골칫거리의 시작일세."소요공이 말했다."다만 후궁은 전조를 회유하는 수단이었는데, 후궁을 폐한다면 아깝지 않은가?""태자는 아직 젊은데도 불과하고 재능을 보이고 있네. 한 무리의 젊은 관원들을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