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 지나자 역시나 약재시장은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고 물건을 들이는 가격이 낮아지니 약재들이 다시 시장에 가득 차있게 되었다. 그녀의 손에는 고가로 들여온 많은 물건들이 비축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다 사용할 수도 없고 팔수도 없었지만 그로 인해 많은 돈이 묶여있었다.그녀의 곁에는 쓸만한 사람들이 없었고 총무와 주인장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녀의 약공장에서 약을 생산한다면 가격이 너무 높아 아예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싼값에 팔면 그녀는 많은 돈을 잃게 될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원망은 조금씩 흘러넘쳐 우문호 부부를 뼈에 사무치게 미워했다.원경릉의 의원과 의관은 여전히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안정된 후 원경릉은 더 이상 도우러 가지 않았다. 연달아 며칠을 바삐 돌아치니 정말 너무 피곤했다. 우문호는 그녀에게 바삐 돌아치지 말고 집에서 며칠 쉬라고 엄명을 내렸다.모처럼 한가해지자 동서들을 불러 모았는데, 궁에서 황후를 모시는 원용의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왔다.요부인은 올 때 아주 큰 보따리를 가지고 왔는데, 열어보니 뜻밖에도 모두 아기의 옷이었다.요부인은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자네가 최근 많은 의원을 열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네. 지금 백성들은 모두 자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 자네 덕분에 그들이 비싼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나야 아무것도 도울 수 없으니 사식이와 미색이의 아이에게 작은 옷 몇 벌을 만들었네, 이쁘오?"원경릉은 원래 자신에게 주는 것으로 알고 이미 들어 보았는데, 요부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자신이 아직 임신 소식을 전하지 않은 일이 생각나 겸연쩍게 말했다."예쁘옵니다. 당연히 예쁘지요."미색과 사식이는 몹시 좋아했고 걸어가서 손에 들고 만든 옷을 들어 올렸다. 옷은 모두 노랗고 옅은 녹색이어서 형제와 자매가 모두 입을 수 있다."정말 감사하옵니다, 부인!"미색과 사식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미색이는 단번에 원경릉이 손에 들고 있는
요부인은 안색이 조금 불편했지만 여전히 말을 이어 나갔다."다만 무공을 아는 사람을 꼭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네."요즈음 그녀는 주변에 무공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고 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 앞장서서 자신의 막을 수 있다.의사는 맥이 없으니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무공을 아는 사람 말이옵니까? 그럼 무부가 아니옵니까?"손 왕비는 그녀와 생각이 달라 바삐 손을 흔들었다."그자는 안돼옵니다. 부부가 화목하면 그만이지, 만약 화목하지 않으면 한 손에 사람을 때려죽일 수도 있사옵니다. 절대 그 위험을 무릅써서는 안돼옵니다."미색이 웃음을 터뜨렸다."태자도 무공을 아시는데, 태자비가 맞아 죽는 것은 보지 못했사옵니다."손 왕비는 미색을 힐긋 쳐다보며 말했다. "어쨌든 무부를 찾는 것보다는 의사를 찾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옵니다. 관심도 잘해주고 병이 나도 나가서 의원을 청할 필요가 없사옵니다."미색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맞사옵니다. 아이를 낳아도 산파를 찾을 필요 없이 부부가 마음을 합쳐 아이를 낳을 수도 있사옵니다."손 왕비는 숨이 넘어갈 듯이 웃었다."자네, 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것이오? 사내가 어찌 산실에 들어갈 수 있사옵니까?"모두들 웃기 시작했고 원경릉도 미소를 지으며 재잘대는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조용함을 되찾은 날들은 조금도 무료하지 않았다.그녀는 운석의 일도 이미 지나갔으니 자신이 임신한 일도 공개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려고 했으나 미색이 말을 꺼냈다."이번에 출산을 할 때 좋기는 사식이와 날이 겹치진 않았으면 좋겠사옵니다. 태자비를 미리 청해야 하옵니다.""겹치지 않을 것이네. 사식이가 자네보다 일찍 임신했으니!"손 왕비가 말했다."그것은 정말 모르는 일이옵니다. 달거리가 원체 정상이 아닌 데다, 노부인께서 그날 진맥을 해주시고 저와 사식이가 비슷하게 낳을 수도 있다 하셨습니다."사식이는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어떡하옵니까? 저
모두들 그녀를 비웃었다. 다 웃고 난 뒤 손 왕비가 문득 일깨워주었다."이 일을 궁에서는 아직 모른 것 아니오?"원경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 잘 모르옵니다. 명일 궁에 한 번 가려고 하옵니다. 어차피 이 일은 이미 숨길 수도 없사옵니다, 석 달이 되었으니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배가 알릴 것이옵니다.""그렇사옵니다. 그러니 더 속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미색은 이마의 땀을 쓸어내리고 몰래 원경릉을 노려보았다. 이 사람도 참, 폭로를 하려면 미리 말을 해주어야지, 하도 그녀의 반응이 빠르니 놀란 척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식이가 그녀와 화를 낼 것이다. 사식이는 초왕부에서 지내고 있는데도 몰랐으나, 그녀는 미리 알았으니 사식이의 성격으로 보아 화를 내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손 왕비도 이런 순서를 많이 따진다. 그녀는 줄곧 자신과 태자비의 사이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단번에 원경릉이 가져간 살구빛 옷을 가져왔다."요부인에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십시오. 이 옷은 제가 마음에 들었으니 제 것이옵니다."원래 그녀가 손을 쓰기 불편할 거라 생각하여 그녀를 주려 빼앗았다. 그러나 예쁜 옷들을 보니 바로 임신을 공개하다니, 정말 약삭빠르다.요부인이 웃으며 말했다."됐네, 빼앗지 말게나. 내가 계속 만들 터이니. 나의 이 고달픈 팔자, 황귀비까지 포함해서 아이가 넷이나 되니 앞으로 많이 바쁠 것 같네."손 왕비가 한숨을 쉬었다."자네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아이를 낳으려 하는데 나만 외손을 기다리고 있다네. 분명 모두 동년배인데, 왠지 모르게 자네들보다 많이 늙은 것 같구려."그녀는 저절로 말을 하다 웃으며 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아니네, 우리 희동이는 그리 일찍 혼사를 치르지 않을 것이오.""둘째 형수님, 둘째 형한테 열심히 노력하라 말씀하십시오. 어쩌면 뚱뚱한 아들내미를 얻을지도 모르옵니다."미색이 농담을 하자 손 왕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진작에 바라지 않았네. 몇 년만 일찍 했어도 자네와 같지 않았
"정말이냐?"소요공은 갑자기 일어나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정말 대단한 경사구려."태상황과 주수보는 동시에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 저 늙은이의 연극은 조금 과장스럽다."좋은 일이지, 정말 대단한 좋은 일이다!"태상황이 웃으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다."얼마나 되었느냐?""황조부께 아뢰옵니다. 석 달이 되었사옵니다!"원경릉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들 셋의 반응을 보니 마음속으로 그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직감이 왔다.희상궁이 밖에서 차를 들고 들어오자마자 임신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모두를 한 번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진작에 아시지 않으셨사옵니까?""알았다니요?"우문호는 넋을 잃고 희상궁을 바라보았다."다들 아셨다는 말씀입니까?""아시옵니다. 태손께서 말했사옵니다."희상궁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태손께서 비밀로 해야 한다고 했사옵니다. 태자께서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옵니다."우문호는 갑자기 의기소침해졌다. 궁에 들어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는 오늘 공무를 미루고 정중하게 이 좋은 소식을 선포하려 했다. 그는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에 이러면 재미가 없었다.태상황이 호의적으로 말했다."네 아바마마는 아직 모르니 네가 가서 그에게 알려주거라.""아바마마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아무래도 아바마마께서도 곧 아버지가 될 것이니 말이옵니다. 그것도 아이가 둘이온데!"우문호가 말했다."그래도 알려야 한다!"태상황이 손을 흔들었다. "가거라."우문호는 태상황이 파리를 쫓는 듯한 손짓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답답해하며 원경릉을 힐긋 보았고 원경릉도 웃으며 말했다."그럼 한 번 가봐. 내가 지난번에 궁에 들어와 아바마마에게 의원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논쟁이 조금 격렬했어. 아바마마께서는 아마 나를 만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나는 가지 않을게. 당신이 나 대신 아바마마께 안부를 전해."우문호는 일어나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원경릉은 정사에 대해 모르지만 수보의 말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바마마께서 일을 하시는 것은 확실히 보수적이였기에 부수가 안전하다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마치 우문군을 대하는 태도와도 같았다. 그가 어떻게 우문군이 황제의 자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모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장남이기 때문에 일으켜 세우기 힘든 재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꾸 기회를 주어 우문군의 기염과 야망을 키웠다.수보는 조당의 정세에 대한 판단이 아주 잘 되어있다.그녀는 건곤전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끝내고 돌아와 점심을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을 만나지 않으니 아이들이 모두 좀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들은 어머니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자신의 공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자신이 쓴 글을 원경릉에게 보여주었다. 만두가 특히 글자를 날아갈 듯이 썼고, 경단은 한 획 한 획 이어 쓴 곳이 없게 아주 단정하게 썼다.그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큰 장사를 해야 하고 거짓이 없는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자를 반드시 또렷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찰떡의 글씨를 매우 수려했지만 수려함 속에는 한 가닥 떠도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대로 쓴 것을 알 수 있었고 변화무쌍했다. 그는 가장 부담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입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궁에서 공부를 하니 부모님과 아이가 학습으로 인한 모순을 피면했고 모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도 않아 정말 성과를 거저 얻는 것만 같았다.다섯째는 어서방에서 명원제와 거의 두 시진을 담론했다. 원경릉이 임신한 일을 말한 후 명원제는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바로 다소 난감해졌다. 필경 부자 둘의 아이가 거의 동시에 태어나기 때문이다.사적인 일을 말했으니 당장의 큰일도 언급을 해야 한다.의료 개혁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한 가지 일을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그것은 바로 회강에 제방을 건
이리 나리가 무기를 연구 제작하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소도 비교적 은밀한 곳으로 잘 선택되었다. 우문호는 소문이 날까 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원경릉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자연히 묻지 않고 원 할머니를 도와 전의감의 일을 조심스레 처리했다.할머니는 패기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학원을 설립하는 것은 이미 행동 중에 있었다. 앞서 한동안 선전을 하고 조정의 정책까지 더해져,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의술을 배우려 왔다.학생들은 공명을 따는 것 외에 출로가 하나 더 생겼으니 자연히 좋아했다.이날, 사식이는 원경릉을 청하여 함께 시장을 돌며 물건을 좀 사려 했다. 원경릉은 오랫동안 쌍둥이를 데리고 나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 쌍둥이를 데리고 함께 나갔다.날씨는 아직 비교적 추웠고 설이 지난 거리라 그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설 소비 후의 냉정기에 들어섰다 보니 청란 대가도 비교적 썰렁했다.사식이는 모처럼 한 번 나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녀는 춥고 습한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쌍둥이에게 과편을 사주었다. 그녀도 과편을 들고 먹으며 예쁜 얼굴이 찬바람으로 인해 붉어졌다. 마치 예전에 원경릉의 곁을 따랐을 때의 그 계집애인 것처럼 어머니가 될 모습은 전혀 없었다.원경릉은 그녀처럼 그렇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줄곧 옆의 의관을 보고 있었고 보원당의 환자는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출입을 하는 자들은 모두 옷차림이 괜찮았다. 혜평은 가격을 내렸지만 돈을 따로 받을 길이 있었다. 바로 이전처럼 고뿔 약 한 첩에도 모두 비싼 약재를 쓰는 것이다. 약이 비싸면 이윤이 높기 때문에 오래 지나다 보면 집안이 부유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다.사식이는 금은방을 둘러보고 또 비단장을 둘러보며 물건을 골랐고 주인장에게 아랫사람을 시켜 댁으로 보내라 했다. 그녀들은 오늘 나오면서 시중드는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고 두 여자가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한참을 돌아다니니 쌍둥이도 배가 고팠다. 사식이가 호기롭게 말했다."우리 밖에서
몇 가지 요리를 시켰고 쌍둥이들은 매우 맛있게 먹었다. 이곳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비교적 달고 고기도 많이 있어 쌍둥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원경릉도 적지 않게 먹었다. 이번 임신은 비교적 편안하고 거의 반응이 없어 입맛이 점점 커졌다. 먹으려면 먹고 마시려면 마시고, 다만 가끔 신 것이 먹고 싶었다.사식이는 하인을 불러 계산을 하려 했지만 하인이 들어와 웃으며 누군가 이미 계산을 했다고 알렸다.원경릉과 사식이는 순간 멍해졌다. 계산이 되었다니?원경릉이 물었다."대체 누가 우리를 위해 계산을 하였느냐?"하인이 답했다."방국공 부의 한 부이옵니다. 그 부인께서 아시는 분이라 했고 와서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그저 계산을 도와 했사옵니다."방국공 부의 부인이라 하면 아마도 방국공의 며느리일 것이다. 예전에 노부인을 치료할 때 알고 지냈으니 원경릉이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계산을 해준 것 같았다. 원경릉은 남에게 신세를 질까 봐 말을 했다."그럼 그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을 좀 안내해 주시게.""예!" 하인이 허리를 굽혀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사식이에게 말했다."여기서 쌍둥이를 보고 있거라. 인차 다녀오마."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가십시오."환타가 일어서서 원경릉에게 다가갔다."어머니, 그럼 저도 가겠사옵니다."원경릉은 그의 작은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그러려무나."환타는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칠성에게 말했다."넷째 이모를 잘 보호해!""그래!"칠성은 까만 눈동자를 깜박였다.사식이는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칠성이가 나를 보호하는 것이냐? 그것참 너무 좋구나, 칠성아, 나중에 이모가 맛있는 것을 사주마."칠성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넷째 이모, 저는 이미 밥을 먹었사옵니다.""그럼 군것질을 사면 되지 않느냐!""좋아하지 않사옵니다.""어머,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럼 방금 과편은 왜 먹은 것이냐?"칠성은 턱을 괴고 말했다."이모의 체면을 세워 드려야 하옵니다."사식이는 깔깔대며 웃었다
사랑방에는 그녀 혼자만 앉아 있었고 웬 노파가 옆에 서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몇 가지 주문한 음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먹지 않은 듯했다.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혜평은 계속 사람을 명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고, 그녀와 사식이가 이 요리점에 들어온 후 혜평도 온 것 같았다.혜평은 의자에 앉아 푸른색 비단옷을 입고 머리에는 차갑고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 표정은 싸늘했고 올라간 눈가는 매정과 증오로 가득 찼다."태자비, 앉으시오!"노파는 재빨리 문을 닫았고, 문을 닫고 난 뒤 일그러진 냉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환타를 잡으려 했다.그러자 원경릉은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노여워했다."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그 노파의 닭발 같은 손은 다시 꼿꼿이 뻗어왔고 얼굴에는 이상하고 음침한 웃음이 가득했다."태자비, 공주께서는 황손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옵니다. 그러니 쇤네가 황손을 데리고 한쪽에서 놀고 있겠사옵니다."원경릉은 그녀의 손에서 거센 바람이 끼워져 있는 것을 보고 무예를 아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다시 힘껏 뿌리쳤다. 비록 무예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노파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뿌리치는 순간 옷소매가 바로 노파의 얼굴을 쓸어 버렸고, 노파의 뺨을 한 대 때린 것과 같았다.노파는 원경릉도 무예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잠시 멈칫했다.원경릉은 혜평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래서 공주는 여기에서 저에게 손을 대려는 것이옵니까?"혜평도 그녀를 노려보았다."아마도!"그녀는 손을 흔들어 노파를 물러가게 하고 원경릉에게 말했다."앉아서 나와 얘기를 나누어 보게나. 자네와 나 사이의 원한을 분명히 말하면 좋겠지만 잘 말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오늘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것이네.""저는 공주와 더는 할 말이 없사옵니다."원경릉은 소매 주머니에서 어음을 한 장 꺼내 탁자 위에 버리고 돌아서려 했다.문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고, 문에 바른 문풍지를 통해 밖에 적어도 여서 일곱 명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