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돌은 걱정이 가득했다."한 달에 일요일이 네 번밖에 없잖아. 겨우 그 정도 보충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을까?"우문황이 말했다."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 일요일뿐만 아니라 평소 기숙사에서도 수다 떨지 말고 계속 보충해야 해.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한 시간씩은 할 수 있어. 낮잠은 30분이면 충분하잖아."그 말은 곧 밥을 허겁지겁 먹어야 한다는 뜻이었다.이건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고생하며 지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고민했다.우문황은 그들을 격려하지는 않았지만, 한마디 덧붙였다."자기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는 거야."사람들은 원래 무리에서 낙오되는 걸 두려워한다. 특히 항상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다.그래서 그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낸 것이었다.그렇게 몇 주가 지났고, 이건휘는 빠르게 성장했다. 그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에, 다른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신기하게도, 이건휘가 집중해서 수업을 듣기 시작하자, 반 친구들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수업도 듣고, 복습하고, 문제까지 풀며,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남아 공부했다.이런 변화를 장 선생님도 눈치챘다. 비록 기뻤지만, 그는 이 분위기가 오래갈 거라 기대하진 않았고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될 거라고 생각했다.마침 학교의 두 번째 모의고사가 다가왔다.이번 시험은 학교에서도 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우문황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그의 실력이 운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될 것이기 때문이다.두 번째 모의고사 후, 시 전체가 참여하는 중간고사가 있었기에, 그때 그의 성적이 공개되면 시 전체가 깜짝 놀랄 것이었다.교장과 이사들, 그리고 학교의 여러 고위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며 기대하고 있었다.시험이 끝난 뒤, 그날 밤 학교에서는 우문황의 시험지를 우선 채점했다.채점이 끝나고, 성적이 교장에게 전달되었다.교장은 성적표를 한참 들여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성적표를 내려놓고는 핸드폰과 자동차 키를 들고 장
기숙사에 있는 몇몇 남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는데, 특히 이건휘는 수학 점수가 76점까지 올랐다. 이는 고등학교 입학 이후 한 번도 일어난적 없던 일이다.비록 낮은 성적이긴 했지만,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반 친구들은 우문황이 보충수업을 도와준 덕분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에게 찾아가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하지만 반 전체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우문황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자신에게 찾아오라고 말하며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했다.이 사실을 알게 된 교장은 걱정이 많았다. 두 번의 시험에서 우문황이 만점을 받기는 했지만, 보충수업과 문제 풀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으면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그래서 교장은 과목 담당 선생님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그는 선생님들이 조금씩 개인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자고 제안했다.또한, 각 반 담임과 의논하여 점심시간과 야간 자습 전후 30분 동안 교실에 남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고, 교사들이 돌아가며 당번을 서기로 했다.학교가 설립된 이후, 이렇게 촘촘히 일정을 안배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여섯 개 학급의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니 선생님들도 피곤할 터였다.그렇다고 해서 외부 강사를 불러 보충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었기에, 선생님들은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모두가 올해는 시 꼴찌를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오랫동안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던 터라, "성화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하면 다들 민망해할 정도였기 때문이다.모든 선생님들이 이 계획에게 동의했고, 당번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공지했다.각 반에서는 "자율 참여"를 강조했고, 쉬고 싶은 학생들은 자도 되고, 활동하고 싶은 학생들은 자유롭게 움직여도 된다고 했다.교장은 이런 고강도의 학습이 아이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고3 학생들은 이미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6반
이번에 그들은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 놀라움을 선사했다.오늘은 원 선생이 요 부인을 찾아가는 날이었기에, 우문호는 어서방에서 늦게 돌아왔다. 요 부인은 요즘 출산을 앞두고 있어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다."요 부인의 이번 출산이 정말 신경이 많이 쓰이는군."우문호가 궁으로 들어서며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그러자 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불쾌한 기색을 눈치챘다. 요즘 황자와 공주들이 모두 궁을 떠났고, 황후마저 요 부인의 출산으로 바쁜 탓에 며칠 동안 소월궁에서 홀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폐하, 기분이 좋지 않으십니까?"목여 태감이 걱정하며 물었다."그런 건 아니네. 황후가 요 부인에게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 설령 그녀가 가지 않겠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니 바로 가라고 했을 것이네."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적막한 소월궁을 둘러보며 말했다."그저, 좀 외롭다는 생각이 드네."목여 태감은 다급히 차를 준비하며 웃으며 말했다."외로움이란 건 점점 익숙해지는 법이지요. 게다가 이제 나이가 드셨으니, 황자와 공주들이 보고 싶은 것도 당연합니다."그러자 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나이가 들었다니?""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시기이십니다. 대업을 펼치기에 최적의 나이지요!"목여 태감은 이내 실수를 깨닫고 급히 말을 돌렸다.우문호는 연탑에 반쯤 누운 채 말했다."정말 그들이 보고 싶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니, 먼저 나가시게."북당에 있는 자식들도 보고 싶지만, 특히 칠성과 콜라가 더 그리웠다. 시공간이 달라 마음껏 대화를 나누지 못하니, 더욱 그러했다.목여 태감이 말했다."저는 이만 수라간에 가서,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서두르지 마시오. 원 선생이 돌아오면 같이 먹을 테니."우문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나가보시게."공손히 밖으로 나온 목여 태감은, 궁 밖에 나오자마자 두 사람이 짐을 가득 들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아니, 이게 누구...""목여 태
원경릉은 아이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요 부인의 저택에서 떠났다.곧 명절이라 원경릉한테도 휴가가 생기니, 곧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집에 돌아와 보니, 짧은 머리를 두 명의 커다란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이미 이곳의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원경릉은 여전히 그들에게 학생다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그러자 아들들이 다가와 엄마를 안았고, 그녀가 그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조금 하얘졌네. 잘 지낸 것 같구나.”“그럼요! 매일 에어컨 있는 곳에서만 지내서 그럴 거예요! 교실, 기숙사, 집만 오가서 태양을 몇 번 본 적도 없습니다.”콜라는 엄마를 자리에 앉히고, 가방에서 동생과 자기의 성적표를 꺼내며 신비롭게 말했다.“자, 이건 저희의 모의고사 성적입니다.”원경릉은 성적표를 건네받았다. 사실 보지 않아도 만점일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와, 대단하구나! 만점이라니!”콜라와 칠성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속으로 엄마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생각해 웃음을 터트렸다.우문호가 성적표를 한 손으로 낚아채더니 말했다.“만점? 잘 본 것인가? 선생님께도 칭찬받았느냐?”콜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반에서 1등, 학년 전체 1등한 겁니다.”우문호가 다시 물었다.“학년 전체에 몇 명이 있느냐?”“800명 넘게요.”“저희는 300명이 넘습니다.”콜라가 답하자, 칠성이 덧붙였다.우문호는 즉시 자랑스러워졌다. 수백 명 중에서 1등이라니,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원경릉 또한 웃으며 말했다.“우리 애들 성적이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오.”“전국에서도 손꼽힌다니? 그럼 장원급제할 수 있는 것이오?”우문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들들이 잘난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뛰어난 줄은 몰랐다.“아바마마, 이건 대학 시험 성적이 아니라, 단순한 모의고사 성적입니다.”칠성이 웃으며 설명했다.“그럼 대학 시험 문제는 더 어려운 것이냐?”“그건 아무도 모
황조부와 호비의 선물도 빼놓지 않았다.산속은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기 때문에, 호비에게는 목도리를 준비해주었다. 비록 이미 무예를 익히긴 했지만, 후손으로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가장 큰 문제는 다들 그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다는 것이었다.아이들은 숙왕부를 떠난 뒤, 바로 매화장으로 향했다.열째는 군에 있기에, 산속에는 두 분만 계셨다. 그들은 산에서 유유자적 지내서인지, 원래 희끗희끗했던 전 명원제의 머리가 다시 검어졌고 덕분에 예전보다 더 젊어 보였다. 소란스러운 열째가 산을 떠났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전 명원제은 손자들을 보자, 매우 기뻐했다. 나이가 드니, 얌전한 후손들이 곁에 있는 것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그는 자리에서 물러난 후, 조정의 일에 대해 일절 묻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변경에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다섯째와 조정을 믿었다. 묻는 순간부터 간섭이 되기에, 그저 다섯째가 염려 없이 거침없이 나아가기만을 바랬다.부자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만나더라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정도로 시간이 많지도 않았다.오늘처럼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몹시 귀했기에, 그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 가볍게 술을 마시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아바마마, 이곳의 생활은 즐거우십니까?"우문호가 물었다."아주 좋다!"전 명원제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짓고느, 산속의 풍경을 둘러보며 말했다."이곳에서 몇 년을 살다 보니, 궁에서 지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황제로 있던 동안, 단 한 번도 일출과 일몰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황제가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출과 일몰을 가끔은 봅니다.""너는 나와 다르다. 너는 나보다 훨씬 유능하지."그 당시, 전 명원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끝없는 압박 속에서 고되게 지냈다.휴식 시간도 없이 매일 밤 국정을 걱정하며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끝없는 상소가 쌓여 있었고, 그것을 처리하는 데 정신없이
요 부인의 출산이 임박했기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원경릉은 억제제를 맞으러 돌아가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요 부인의 출산이 위험하다는 건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괜히 현대로 갔다가 출산 시기를 놓치거나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다.그녀는 요 부인이 출산한 후에 돌아가려 결심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것이오?"우문호는 그녀가 이따금 눈을 찡그리거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이곳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한 것이오?""아니, 정말 좋소. 이 저택을 짓는 데 백만 냥이 들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서둘러 입을 막으며 말했다."조용히 하시오. 아버지께서 들으시면 원망이 자자할 것이오."원경릉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지금 아바마마께서는 호비 마마와 이야기 중이시오.""설마 들은 것이오?"그들은 산 중턱에 있었다."추측이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신경 쓰지 않으면 들리지 않지만, 집중하면 뚜렷하게 들을 수는 있었다.심지어 요 부인의 저택에서 나는 소리 또한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청각과 시각이 한층 예리해진 기분이 들었다. 아마 억제제의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야 능력을 다루는 법을 예전보다 훨씬 익숙하게 터득한 것 같다. 역시 시간이 쌓이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이틀 후면 호명과 주 아가씨의 결혼식이네."그러자 원경릉이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 호명이 처음 궁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특히나 고집스러웠던 소년이었는데, 지금은 변경에서 반쪽 하늘을 떠받치는 인물이 되었다."그래, 이미 축하 선물을 보냈소. 바로 보냈으니, 곧 도착할 것이오."우문호가 말했다.그 또한 초왕부 출신이고, 계란을 도와 약도성을 지키고 있는 만큼 제대로 챙겨줘야 했다."만아도 갔소."원경릉이 말했다.만아와 호명의 관계는 단순한
오랫동안 모두가 고대하던 새로운 생명이 드디어 칠성과 콜라의 네 번째 휴일에 찾아오는 순간이었다.이날 아침, 요 부인은 배가 특히나 아픈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황후가 말했던 출산 예정일까지는 아직 열흘이나 남아 있었다.오늘은 미색과 손왕비가 간호를 맡은 날이었지만, 정화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오늘 그녀는 집사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가, 집을 나선 참에 요 부인을 찾아가기로 했다.요 부인이 배가 아프다고 말하자, 정화는 황급히 훼천에게 궁으로 가서 황후를 모셔 오라고 했다. 그러자 훼천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날이 되지 않았습니다. 열흘이나 남았습니다.""아이 낳는 것이 꼭 황후가 정한 날에 맞춰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서요!"정화가 발을 굴렀다.훼천 또한 몹시 다급해졌다."날을 꼭 맞춰서 낳는 게 아니라니? 그럼 황후가 거짓을 말한 것입니까? 이것 거짓입니다."요 부인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너무 서두르지 마시게. 산파가 이미 집에 있으니, 괜찮네. 게다가 힘이 있으니, 스스로 낳을 수 있을 것 같네."훼천은 그제야 산파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곧장 산파를 오게 했다. 그러고는 그는 말을 타고 황후를 찾으러 궁으로 향했다.그렇게 궁문에 도착하자마자, 황후의 마차가 안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원경릉이 가림막을 들어 올리고 말했다."이미 상황을 알고 있으니, 어서 가시오, 어서!"훼천은 머뭇거리다가, 다급히 말을 돌려 궁을 빠져나왔다. 그는 황후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훼천은 늑대파의 뛰어난 인물로, 이미 많은 경험을 쌓긴 했지만, 아버지가 되는 일에 있어서는 완전 초보였다. 요 부인을 맞이했을 때, 희열과 희성은 이미 다 컸던 터라, 그는 신생아를 맞이하는 것이 낯설었다.그는 지난 아홉 달 내내 불안했었는데, 오늘은 특히나 심했고 손도 계속 떨려왔다.집에 도착하자, 미색과 손왕비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미색은 요 부인이 오늘 출산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안왕비와 원용의를 불러오라고 했다.
훼천은 꼭 수술실에 따라 들어가겠다고 고집했다.훼천 때문에 원경릉은 다소 난감했다. 아내를 아끼는 훼천이 수술 도중 요부인의 배를 가르는 걸 본다면, 화가 나서 자신을 걷어차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하지만, 그를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수술실에 들어가 요부인을 수술대에 눕힌 후, 원경릉은 약상자를 뒤적이다가 물에 적신 종이를 한 장 꺼내 그에게 건넸다."늘 밖에서 지내다 보니 몸에 독이 있을 수도 있소. 칼을 쓰려면 주변 환경이 깨끗해야 하니, 이것으로 입과 코를 막고 깊이 숨을 들이마셔서 몸을 깨끗하게 해야 하오."훼천은 지금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종이를 입과 코에 대고 숨을 들이마시며 물었다."이건 무슨 재질의 손수건이오?""말하지 말고 어서 숨을 쉬시오!"원경릉이 재촉했다.훼천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몇 번 숨을 들이쉬고 나니, 눈앞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어... 좀 어지럽습니다…"그러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이 모습을 본 요부인이 깜짝 놀라, 원경릉이 웃으며 안심시켰다."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술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냥 잠시 재운 것입니다."요부인은 배가 아픈 와중에도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다들 내가 힘들다고 하지만, 사실 가장 힘든 건 저 사람이네. 밤새 잠도 못 자고 나만 지켜봤으니.""걱정되니까요."원경릉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마취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시작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아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요부인은 오히려 더 이상 긴장하지 않는 듯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기다리겠네.""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앞으로 또 아이를 낳고 싶습니까?""아니, 이제는 싫네!"요부인은 지난 몇 달간의 고생이 떠올라 단호하게 말했다. 본인도 힘들었지만, 훼천이 함께 고생한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더 이상 출산을 감당할 수 있는 몸도 아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