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일단 돌아가자.”녕홍소의 안색은 심각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그토록 더럽고도 추악한 광경을 두 소녀가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떤 상처를 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공자님, 무슨 큰일이 생긴 것입니까?”목두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지만 모두 그저 풀이 죽은 채로 녕홍소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목두는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기둥을 붙잡고 물었다.“형님, 공자께서 왜 저러시는 겁니까? 오늘은 장차 부인이 될 분을 뵈러 간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혹시 부인께서 공자 때문에 화가 나신 것입니까?”기둥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런 셈일지도 모른다.”목두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럼, 부인의 기분만 달래드리면 되잖아요? 공자는 폐하와도 사이가 가깝지 않습니까? 게다가 폐하께서 비결까지 전해주셨으니, 충분히 부인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그럴 수도 있겠구나. 목두야, 또 무엇이 먹고 싶으냐? 형이 사줄 테니,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자꾸나.”기둥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문제는 부인이 될 그분뿐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앞으로 황후가 될 분이었다. 만약 폐하가 오늘 일을 알게 된다면, 아무리 공자와 가까운 사이라 해도 가만두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목두의 관심은 바로 다른 데로 옮겨진듯,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엿 사탕, 찹쌀떡, 계화 떡... 등 지금 먹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오늘 공자가 사주신 걸 한 입도 못 먹어서 배가 고픕니다.”늦은 밤이 되고 나서야 안왕은 심문을 마쳤다. 그들을 따로 감금한 뒤, 서재로 돌아가자마자 밤새 조서를 작성해서 도성으로 보냈다. 이제 내일 아침 그들을 관아의 옥으로 옮겨, 처형할 일만 남았다.녕홍소가 제출한 증거 덕분에, 그들은 위왕을 해하려 한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서로 이미 입을 맞춘 듯, 재물을 탐하다가 그만 살인을 저질러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동료가 참수된 후 안왕에게 복수하고자 녕홍소를 유혹해 혼사를 방해하려
“이젠 맞지 않습니까?“택란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안지는 얼굴을 붉히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녕 공자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집에 돌아가면, 어머니와 상의해야지.““예, 늦었으니 돌아가시지요.“택란은 언니의 수줍은 모습을 보며, 재밌는 듯 미소를 지었다. 택란은 무엇보다 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기뻤다. 녕공자는 용맹하고 지략이 뛰어나며, 몸가짐도 바르고 언니를 진심으로 아끼는 듯했다.“잠깐만. 저 요홍장은 셋째 백부를 해치려 했던 자들과 한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안지가 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렸다.택란이 웃으며 답했다.“서두를 필요 없습니다.“역시 서두를 필요 없이, 날이 완전히 저물기도 전에 안왕이 직접 요홍장 일행을 안왕부로 끌고 왔다.그들 몸은 다급히 걸쳐진 옷으로 가려져 있고,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단단히 묶인 와중에도 여전히 몸을 꿈틀거렸다.“보아하니, 그 향이 정말 독하구나.“정원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안지가 택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몇 시진이나 지났건만, 그들 몸에 아직도 약효가 사라지지 않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택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람 마음이 독할수록, 만들어내는 것도 독한 법입니다.“안지는 안왕의 요청을 받고 대청으로 들어가는 녕홍소를 보며 화를 냈다.“아버지께서 저들의 심문을 마치시면, 우리도 내려가서 셋째 백부와 녕공자의 원한을 풀어드리자.“택란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예. 명여를 불러서 밥부터 먹으러 가시지요.“한편, 대청 안에서 안왕과 단둘이 앉은 녕홍소는 조금 긴장한듯 보였다. 그는 미리 준비한 조사 서류를 내밀고, 바르게 고쳐 앉으며 입을 열었다.“소인은 강북부에 들어선 후, 이 여인을 만난 적 있습니다. 당시, 요 씨는 이 씨라 자칭하고, 외곽에서 도적에게 습격당했다고 거짓을 고한 후, 저희 일행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수상쩍은 이유라 사람을 보내 그녀의 내력을 캐보게 하였습니다. 비록 치밀하게 정체를 숨겼으나, 그래도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이 무
녕홍소는 향로를 꺼버린 후, 창을 열어 방 안에 퍼진 향을 흩어냈다.요홍장은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향의 효과 때문에 머릿속이 괴로웠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어, 더없이 고통스러웠다.그때, 눈앞에 밝은 빛이 비쳤다.녕홍소는 남은 창문 지지대로 그녀 머리 위의 이불을 걷어, 간신히 그녀가 앞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이씨 아가씨… 아니면 요씨 아가씨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요홍장은 녕홍소의 싸늘한 표정과 단정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옷깃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꾀에 넘어가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 이불을 찢어버리고 싶었다.“녕홍소! 나를 가지고 논 것이냐!““그저 받은 대로 갚았을 뿐이오.“녕홍소가 공손히 답하자, 요홍장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풀거라!“녕홍소가 답했다.“조금만 기다리시오.“분노에 사로잡힌 요홍장은 애써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물었다.“무엇을 원하는 것이냐?“녕홍소가 담담히 답했다.“요 아가씨는 어느 나라 사람이오? 어찌 자꾸 나를 자꾸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오?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이오?“약이 머리를 뒤흔들고, 분노와 욕망에 사로잡힌 요홍장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너를 사모했기에, 혼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따라다닌 것이다. 나는 이제 너를 만족시켜 줄 수 있으니, 어서 날 풀어주거라. 우문맹화, 그 어린 계집아이는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왕인 아버지가 있는 것이 무슨 대수란 말이냐...“하지만 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 속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약의 효과가 워낙 세다 보니, 요홍장은 아픔 때문에 비명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흐느끼는 소리로 변해버렸다.녕홍소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했다.“요 아가씨,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면, 말조심하시오.“요홍장은 그의 눈에서 번뜩이는 살기를 보고,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방금 ‘채중’이란 말을 들었는데, 산채의
“녕홍소, 당신이 아무리 군자라고 해도, 결국은 이미 내 손 안입니다. 오늘은, 지난번 나를 내쫓은 그 원수를 갚으리라!”그 아씨는 방 안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누운 이가 녕홍소인지 확인한 후, 흐뭇한 얼굴로 저고리를 풀기 시작했다. 겉옷을 반쯤 벗으니, 고운 자태가 어슴푸레 드러났다.이때, 마침 바깥에 있던 한 시녀가 입을 열었다.“아씨, 결국 우문맹화를 놓쳤고… 서신도 잃어버렸습니다.”“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보내려 했던 편지가 도착하지 않아서 우문맹화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아씨, 이 녕홍소는 어찌 처리하면 될까요?”그 아씨는 억울한 듯 침대 위의 녕홍소를 돌아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계획대로 하거라.”“하지만 우문맹화 곁에 무엇인가...”그 아씨는 ‘쾅’하고 문을 세게 닫고는 차갑게 웃더니, 계속 옷을 벗기 시작했다.“내 일을 방해하지 말거라. 나 요홍장은 이곳에서 제일가는 미색이다. 수많은 사내가 내 치마폭에 빠져서 생명까지 바치려 했지. 이 녕홍소도 맛을 보고 나면, 그 계집아이 따위에 마음이 갈 리가 없을 것이다!”시녀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고개 숙여 물러났다.“자신감이 넘치는구나.“안지는 얼굴을 붉히며 주먹을 꼭 쥐며, 당장 아래로 내려가 몇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그러자 택란이 조용히 그녀의 손을 누르며 말했다.“언니, 조급해하지 마시지요.”앞으로 때릴 기회는 많을 것이다.택란은 요홍장의 자만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요홍장은 분명 안지 언니를 본 적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녕 공자도 아직 안지 언니를 본 적이 없으니, 정말 저 여인의 미색에 홀려 버린다면... 안지 언니의 마음을 잃어도 마땅한 법이었다!그리고 안지는 대체 왜 지금 손을 쓰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 뻔뻔한 여인이 올라탄 후에야 움직일 생각인 건가? 하지만 동생의 판단이 언제나 옳았으므로, 안지는 그저 이를 악물고 기다리기로 했다.요홍장은 녕홍소에게 신경을 쏟고 있었기에, 처마에
택란은 안지를 이끌고 목두를 따돌린 후, 여우롭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는데, 이내 꼬마 봉황이 공중을 질풍같이 가르며 거리 일대를 순식간에 훑어보며 지나갔다. 꼬마 봉황은 단번에 녕홍소의 행방을 파악할 수 있었다.녕홍소는 강북부에서 가장 번화한 상가 거리에 있었다!안지는 택란의 발걸음을 바싹 따르며,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택란아,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사칭하여 녕 공자를 꾀어낸 것이냐?”비록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말 속엔 이미 확신이 서려 있었다.“예.”택란은 길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 사실 진작에 눈치채야 했던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녕 공자를 데려간 사내의 회갈색 도포는 안왕부 하인의 옷차림과 비슷하기도 했다.“택란아, 그들이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느냐? 상대의 목적이 무엇이든, 녕 공자가 강북부에서 변고가 있어선 안 된다. 아니면, 나를 이곳에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찾거라. 네 속도가 제일 빠르지 않으냐?”안지는 초조한 듯 가슴을 쓰러내리며 말했다. 그녀는 못내 자신 때문에 녕 공자가 해를 입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러나 상가 거리에 이르자, 택란은 오히려 발걸음을 늦추며 안지를 옆 골목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저를 믿으십니까?”“내가 어찌 너를 믿지 않겠느냐?”안지는 당혹스럽긴 했으나, 솔직하게 답했다. 녕 공자를 너무 걱정해서인지, 택란과 함께 너무 빠른 속도로 걸어서인지, 아니면 너무 다급하게 말을 꺼내서인지, 가슴이 쿵쾅거린 안지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애써 숨을 고를 뿐이었다.그 모습을 본 택란이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그리 급히 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안지가 넋을 잃고 물었다.“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이미 누군가 나서서 녕 공자를 시험하고 있는데, 그저 지켜보면 되지 않겠습니까?”“허나, 만에 하나 그들이 녕 공자에게 해를 가한다면…”안지는 뒷말을 잇기 두려워져 바로 입을 다물었다.택란이 웃으며 답했다.“녕 공자는 문무를
지난번 외출 후, 택란과 안지 두 자매는 또 하나의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화창한 날씨에 두 자매는 냉명여를 이끌고 은밀히 문을 나섰는데, 호심정에 도착하자마자 그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녕홍소가 앉아 있어야 할 방에 웬 한 쌍의 부부가 있었기 때문이다!“택란아, 녕 공자가 떠난 것이냐?”안지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택란을 바라보았다. 택란이 고개를 들자, 구름 사이를 가르던 꼬마 봉황이 갑작스레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작은 머리로 그녀의 뺨을 살짝 밀었다.“반 시진 전에 녕 공자는 회갈색 도포를 입은 한 사내와 함께 이곳을 떠났습니다.”안지의 마음에 왠지 모를 실망감이 스며들었다.“급한 일이 있는 듯하니, 우린 먼저 집으로 돌아가자.”“그럼 거리를 둘러보고 집에 가는 게 어떻습니까?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니, 강북부의 상가 거리를 둘러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저도 오라버니들께 무엇을 드릴지 정하지 못해가지고요.”택란이 말하자, 냉명여도 눈빛을 반짝이며, 검을 품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좋습니다!”강북부의 상가 거리는 약도성의 경영 방식을 본뜬 곳이었다. 주 아가씨와 호명도 과거 놀러 온 적 있었는데 대흥국의 상인들이 묘기를 부리는 것도 있어, 매우 흥미롭다고 하였다.안지도 그 말에 흥미가 생겨, 마음속의 실망이 금세 사라진듯 말했다.“어서 가자꾸나.”꼬마 봉황은 다시 구름 속으로 날아올랐고, 세 사람은 흥이 가득한 채로 호심정을 떠나 성북의 상가 거리로 향하였다. 하지만 막 거리 모퉁이를 나서려 할 즈음, 갑자기 한 사람과 마주치고 말았다.“너냐!”목두는 품 안에는 가득 계화 떡을 품고 있었고, 손에는 엿 사탕 한 웅큼을 쥐고 있었다. 그는 화가 난 얼굴로 냉명여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마침 잘 왔구나. 나와 겨루자!”택란은 안지를 끌고 옆으로 비켜선 후,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녕홍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맞닥뜨린 줄 안 두 자매는 저도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냉명여가 냉랭히 답했다.“비키거라.”목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