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누나 여기 병원이에요. 이러지 좀 말아요.”나는 다급히 바지를 꽉 잡았다. 그러지 않으면 남주 누나가 아예 나를 벗겨버릴까 봐 걱정되었으니까.“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네 거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 절대 너 가만 안 둬.”“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에요. 그냥 찰과상일 뿐이에요.”“못 믿어. 어디 봐 봐.”내 거절에도 남주 누나는 집요하게 말했다.내가 너무 시달리고 있는 걸 본 형수가 보다 못해 나섰다.“최남주, 지금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 고태연, 너도 있었어? 미안해, 마음이 급해서 못 봤어.”남주 누나는 역시나 많이 얌전해져서는 헤실거리며 형수에게 말했다.그랬더니 형수는 콧방귀를 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는 뭐래요?”애교 누나가 걱정스러운 듯 내 침대 머리맡에 앉아 물었다.애교 누나의 걱정은 남주 누나와 달랐다.애교 누나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거고, 남주 누나는 내 거기를 걱정하는 거니까.나를 이토록 관심하는 애교 누나를 보니 나는 무척 기뻤다.“괜찮아요. 살짝 골절된 것뿐이라 며칠만 휴식하면 괜찮아요.”애교 누나는 뭔가 더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형수와 남주 누나 때문에 입밖에 내지 않았다.하지만 나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사고가 일부러 낸 것인지 묻고 싶었을 거다.나는 몰래 애교 누나의 손을 잡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나 때문에.”“그러지 마요. 제가 원해서 한 일이에요. 누나랑 아무 상관도 없어요.”나는 입만 벙긋거리며 내 뜻을 전했다.“두 사람 무슨 얘기해?”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우리 쪽을 바라보자 애교 누나는 다급히 내 손을 놓았다.“아무것도 아니야. 수호 씨 관심 좀 했어.”애교 누나는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을 거야. 찰흙으로 빚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망가지면 안 되지.”나는 그 말에 순간 화가 치밀었다.“남주 누나, 그 말은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찰흙으로 빚은 게 아
“넌 얼굴 두꺼워 괜찮겠지만 수호 씨는 부끄러울 거야.”“흥, 내가 왜 그딴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아무튼 여기에 나를 아는 사람도 없는데.”남주 누나는 역시나 털털하고 시원시원하고 하고 싶은 말은 거리낌 없이 내뱉는 스타일인 것 같다.그런 남주 누나를 보니 나는 순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됐어요, 남주 누나, 형수, 나 보러 왔어요? 아니면 싸우러 왔어요?”그제야 형수는 남주 누나와 싸우지 않았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나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오늘 밤 여기 남아서 보살펴줄까?”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에게 윙크했다.그 순간 나는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 나 갑자기 흥분됐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형수가 여기 있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수는 이미 여러 번 나한테 남주 누나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때문에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형수가 보살펴주면 돼요. 저와 남주 누나는 따지고 보면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남녀가 단둘이 있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안 좋잖아요.”“그럼 형수가 남아 보살펴주는 건 뭐 얼마나 듣기 좋다고? 형수와 시동생 사이에 불꽃이 튈 확률이 더 높은 거 모르나?”형수는 순간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최남주, 그만하면 됐잖아.”남주 누나는 다급히 애교 누나 등 뒤에 숨었다.“아니면 이렇게 해. 나랑 태연은 갈 테니까 애교더러 보살펴 달라고 해. 우리 애교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는 다들 아는 거니까 수호를 어떻게 할 리도 없고, 당할 리도 없고.”남주 누나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하지만 형수는 처음으로 남주 누나의 의견에 동의했다.“그거 좋네. 우리 셋 중에 애교가 남아야 그 누구도 의견이 없을 테니까.”나와 애교 누나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당황함을 감추었다.우리의 목적은 두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니까.그때 애교 누나가 다급히 말했다.“안돼, 오늘 우리 남편 돌아올
애교 누나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왜 갑자기 형수는 끌어들이지?’[애교 누나, 그게 무슨 뜻이에요?][말 그대로예요. 애교와 관계를 맺어요.][왜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와 남주가 수호 씨랑 그런 관계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만약 태연도 끌어들이지 않으면 무조건 우리가 수호 씨랑 같이 있는 걸 반대할 거예요.][하지만 수호 씨가 태연도 끌어들이면 우리 모두 서로의 약점을 잡고 있는 셈이라 서로 뭐라 할 수 없잖아요.]여자들의 생각은 정말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듯싶다.‘남주 누나가 나를 얻으려고 나더러 먼저 애교 누나와 관계를 맺으라 하더니, 이제는 애교 누나마저 나랑 같이 있으려고 형수를 자빠뜨리라고 하네.’이렇게 되면 세 여자를 내가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거다.이건 나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는 그나마 쉬운데 상대가 형수라면 나는 자신이 없었다.형수는 형이 본인한테 어떻게 하는지 알면서도 나에게 넘어오지 않는 사람이니까.때문에 형수를 어떻게 내 여자로 만들어야 할지 나는 도저히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형수의 마음속에는 엄지 못할 벽이 있는 것 같다.나는 형수를 흘긋 바라봤다. 형수는 방금 전에 따뜻한 물을 길러와 지금 내 몸을 닦아주고 있다.하지만 내가 몰래 훔쳐보는 걸 그대로 들키고 말았다.“수호 씨, 나는 왜 그렇게 봐요?”“벼, 별거 아니에요.”형수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에 나는 형수의 흰 가슴을 볼 수 있었다.“수호 씨는 거짓말을 못 해요. 그러니 들키기 싫으면 하지 마요. 애교랑 한 얘기를 나한테 하지 못하겠어요?”형수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바로 승인했다.“애교 누나가 저더러 형수를 제 여자로 만들래요.”“왜요?”“애교 누나도 뭔가 아는 거 아닐까요?”나는 마음이 찔려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만약 나와 애교 누나가 진작 짜고 형수를 속였다는 걸 알면 형수는 분명 속상해할 테니까.때문에 급한대로 말을 지어냈다.내 말에 형
형수는 싱긋 웃으며 내 손등을 톡톡 쳤다.“수호 씨, 우리는 절대 안 돼요. 그러니까 좋은 여자 찾길 바라요. 애교한테 말해요. 만나도 되고, 난 반대 안 해요. 그러니까 나한테 신경 쓸 필요 없어요.”형수의 말에 난 만감이 교차했다.형수가 나와 애교 누나가 만나는 걸 동의하는 것에 아주 기뻤지만, 그건 형수한테 관심 갖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내가 애교 누나와 결혼하고 싶은 건 맞지만 형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특히 애교 누나와 만나면 형수와는 더 불가능해진다.하지만 형과 형수의 관계에 모순이 있다는 걸 아는데, 내가 혼자 해결하더라도 형수한테 손을 대지 않는다면 형수가 얼마나 힘들까?게다가 형수는 줄곧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데, 형이 형수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 형수는 어떻게 하나?수만 가지 생각이 들며 형수가 너무 안쓰러워졌다.나는 참지 못하고 형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럼 형수는 어떡해요?”“내가 뭘요?”“형수와 형 말이에요. 형수 아이 갖고 싶어 했잖아요.”형수는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혼은 안 할 거예요. 아이는 정말 안 되면 시험관 아기 가지면 되고.”“그거 하려면 주사 엄청 많이 맞아야 해서 엄청 고생한다던데.”그 말에 나는 형수가 더 안쓰러워졌다.그때 형수가 웃으며 말했다.“방법 없잖아요. 이게 우리의 명인데. 수호 씨는 좋은 사람이라 내가 수호 씨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나랑 같이 있고 싶다면 애교랑은 같이 있을 수 없잖아요, 안 그래요? 안 그러면 두 사람이 몸을 섞을 때 나를 생각할 거 아니에요.”“애교 누나가 개의치 않다고 하면요?”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럴 리가 없어요. 애교도 최남주처럼 수호 씨와 재미 좀 보려는 거면 모를까. 결혼까지 생각하고 남은 인생 같이할 생각이라면 그 어떤 여자도 그런 걸 원하지 않아요.”형수의 말에 나는 매우 불안해졌다.심지어 애교 누나가 나와 정말 결혼하고 싶긴 한 건지 의심되었다.“됐어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요. 지금 가장 중요한
나는 다급히 옆으로 몸을 비켜 형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형수는 그런 나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올라갈 수는 있는데, 나한테 이상한 짓 하지 마요.”“그래요, 약속할게요, 아무 짓도 안 할게요.”지금은 형수를 꼬드기는 게 목적이라 나는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남자의 말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아주 제대로 증명한 셈이다.형수는 내 약속에 결국 내 쪽을 바라봤다.형수가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피가 들끓는 기분이었다.“약속했어요. 나한테 손 안 댄다고?”형수가 나를 보며 부탁하는 말에 나는 흥분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네, 안 그럴게요.”나는 말로만 이렇게 약속하면서 손은 슬그머니 형수의 허리를 만져댔다.그러자 형수가 다급히 내 손을 잡으며 나를 봤다.“지금 뭐 해요? 아까 안 그런다고 했잖아요. 함부로 만지지 마요.”“저 만지지 않았는데요? 그냥 손 얹은 거예요. 이 자세가 편해서요.”나는 엉겁결에 대답했다.“지금 어린애 놀려요? 먼저 허리에 손을 얹고 그다음은 만지고, 그다음은... 이렇게 하려는 생각 아니었어요?”사실 그렇게 많은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저 형수를 끌어안고 싶었으니까.게다가 형수가 바로 옆에 누워있는데, 아무 짓도 안 하면 짐승보다 못한 거 아닌가?병원 침대는 고작 1인용이라 우리는 꼭 붙어 있어야 했다. 게다가 형수가 매력적인 데다 몸매까지 좋아 나는 점차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 손을 허리에만 얹고 있고, 아무 짓도 안 할 게요.”나는 불쌍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형수가 화낼까 봐 두려워 손을 내렸다.그러자 형수가 내 모습에 결국 마음이 약해졌는지 말했다.“그럼 손만 얹고 있어야 해요. 절대 다른 걸 더 하면 안 돼요. 난 수호 씨 형수예요. 딴마음 품으면 안 돼요.”“그런데 어제 화장실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나는 포기하지 않고 형수에게 매달렸다.“그때는 술에 취해서 헛소리한 거예요. 그것도 믿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진짜라고 여겼으니까.그러고는 대담하게
형수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에 나는 형수의 따뜻한 숨결과 향긋한 체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주체하지 못하고 형수를 와락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안 돼요, 이러면 안 돼요.”형수는 다급히 나를 밀어냈지만 나는 오히려 형수에게 작은 소리로 경고했다.“소리 낮춰요. 다른 사람이 듣는 걸 원하지 않으면.”내 말에 형수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수호 씨, 정말 안 돼요. 이러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우리 다 끝장이에요.”“작게 움직이면 발견할 리 없어요.”내가 포기를 모르고 말하자 형수는 내 벨트를 꽉 잡은 채 나에게 바지를 벗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래도 안 돼요. 다들 내가 수호 씨 형인 줄 아는데, 우리가 정말 뭐라도 하다가 발각되면 얼굴 어떻게 들고 다녀요?”“그럼 집에 돌아가면 해도 돼요?”나도 형수의 걱정을 알았기에 몰아붙이지는 않았다.내 말에 형수는 한참 동안 망설였다.이에 나는 아예 형수의 바지를 잡아당겼다.“됐어요. 형수가 집에 돌아가도 동의하지 않을 것 같으니 차라리 여기서 나를 만족시켜 줘요.”형수는 다급히 내 손을 잡았다.“수호 씨, 잠깐만 기다려요. 생각할 시간을 줘요.”나는 형수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고민할 거 뭐 있어요? 고민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지. 형수, 제가 어렵게 참고 있는 거 알잖아요, 형수도 한 번만 제멋대로 하면 안 돼요? 저 정말 형수를 돕고 싶어요.”나는 형수의 귓가에 대고 헐떡이며 말했다.그 말에 형수도 얼굴이 빨개지며 헐떡였다.“하지만 내가 정말 그런 짓을 하면 수호 씨 형과는 계속할 수 없잖아요.”“형수와 제가 말하지 않으면 형도 모를 거예요. 게다가 그날 형수도 봤잖아요. 형 변심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저와 형이 화장실에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물었죠?”“지금 알려 줄게요. 그때 형이 화장실에서 동영상을 보며 자위하고 있었어요. 형수를 보면 아무 반응도 없어 마치 왼손으로 오른손을 만지는
“수호 씨는 애교와 결혼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형수는 내가 점점 달려들자 다급히 나를 제지했다.하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히 형수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형수의 반대에도 나는 계속했다.나는 곧바로 형수의 청바지 버클을 풀어 해쳤다.형수는 내가 너무 급박하게 밀어붙이자 애원하는 말투로 말했다.“수호 씨, 진정해요.”“형수, 제가 지금 이 상황에서 진정하게 생겼어요?”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남자가 이런 순간 하는 생각은 단 하나, 바로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거다.나는 강제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그리고 순간 미끌미끌한 것이 느껴지자 싱긋 웃으며 형수를 바라봤다.“이렇게 됐으면서 왜 얌전한 척해요?”“얌전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신 차리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실수하는 건 쉽지만 실수를 만회하려면 너무 어려워요. 우리가 정말 그런 관계로 발전했다가 수호 씨 형한테 발각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요?”찬물을 끼얹는 듯한 형수의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어 끈질기게 몰아붙였다.“이번 한 번만이요. 형수와 저만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어요.”“형수, 약속할게요. 오늘 저를 만족시켜 준다면 앞으로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을게요”“그런 말은 어린 여자애한테나 하는 거지 나한테는 안 통해요.”형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수호 씨, 우리는 불가능해요. 그러니 아무 일도 일어나면 안 돼요. 애교랑 만나고 싶다면 애교랑만 만나요.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마음에 두지 말고.”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침대에서 내리려고 했다.만약 형수가 이렇게 가버리면 난 앞으로 기회가 없게 된다.그 순간 나는 어디서 용기가 생겨났는지 형수를 내 쪽으로 끌어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형수의 바지를 풀었다.형수는 소리가 나 옆 침대 환자가 깨어날까 봐 애써 소리를 참았다.하지만 형수가 그럴수록 나는 더 흥분됐다.그러다 내가 이성을 잃고 끝까지 가려고 할 때, 내 핸드폰이 진동했다.그 틈에 형수는 다
나는 너무 미안했다.“이건 사고잖아.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겠어? 몸조리 잘하고 있어? 다른 일은 생각하지 말고. 참, 네 형수는 저녁에 병원에 있는대? 아니면 호텔에 묵는대?”“오늘 밤은 병원에 묵는대. 내 병실에 빈 침대가 있거든. 형수는 그 빈 침대에서 지낸대.”“응, 형수가 남도 아니고 너무 내외할 거 없어. 내일 일 처리 다하면 병원에 너 보러 갈게.”왠지 모르겠으나 나는 자꾸만 형이 나를 시험하는 것만 같았다.‘설마 나와 형수 관계 의심하는 건가?’나는 너무 불안했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직 형수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안 그랬으면 분명 들키고 말았을 테니. 그러면 어떻게 형을 본단 말인가?나는 형과 몇 마디 더 수다를 떨다가 전화를 끊었다.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밖에서 들어왔고,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형수를 바라봤다.“형수, 정말 죄송해요. 전 정말 사람이 아니에요.”“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쉬어요.”형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아래쪽에 누웠다.이번에 나는 더 이상 헛된 생각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내 몸이 형수와 꼭 붙은 순간 또 다시 괴로워졌다.‘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오늘 밤은 다 잤어.’나는 결국 형수의 몸을 느끼며 팔근육을 단련해야만 했다.내 아래쪽에 누운 형수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애써 모든 걸 외면했다....그 시각, 애교의 집.왕정민은 정말 약속대로 집에 돌아왔지만 남주는 대놓고 왕정민을 쌀쌀맞게 대했다.이에 애교는 남주를 방으로 보내도 왕정민과 대화를 나눴다.“애교야, 나 먼저 들어간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나 불러.”남주는 말하면서 왕정민을 째려보더니 이내 객실로 들어갔다.그렇게 남주가 사라지자 왕정민은 바로 헤실거리며 애교를 끌어안았다.“여보, 이것 봐. 나 빨리 돌아왔어. 말 잘 듣지?”심지어 한편으로 애교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댔다.하지만
“서 사장님, 괜찮습니까?”“서 사장님...”룸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잇달아 서윤기를 부축했다.서윤기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코에서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모두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젠장. 누군데 서 사장님을 때려?”사람들은 나를 보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서윤기가 손을 뻗자 사람들은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서윤기는 휴지로 피를 닦더니 나를 싸늘하게 바라봤다.“정수호,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이렇게 큰 Y시에서 다 만나고.”나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정 사장님이 여기로 인도해 주셨어. 네놈이 여기 있는 줄 알고 너 처리하라고 여기로 이끌어 주셨어.”서윤기는 그 말에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호섭 말이야? 그렇다면 좋겠지만 정호섭이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신통하다면 왜 자기 죽음도 못 막았겠어?”정 사장님이 불상사를 당한 뒤 모든 사람이 비통했는데, 서윤기는 오히려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울화가 치밀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룸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막아섰다.그때 이동민이 굳은 얼굴로 나에게 걸어왔다.“젠장. 감히 내 앞에서 서 사장님께 폭력을 써?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이동민은 키가 크고 덩치가 산만 했다. 듣기로 이동민은 예전에 백정이라서 아주 포악했었다는 말도 있다.나 역시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도살업자는 설령 그 일을 그만두더라도 피부와 핏속까지 스며든 피비린내를 지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동민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커다란 주먹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두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나와 이동민의 표정은 동시에 일그러졌다.이동민은 내 주먹이 그렇게 단단할 걸 몰랐는지, 아니면 내가 자기 주먹을 받아낼 줄 몰랐는지 살짝 당황했다.나 역시 꽤 센 이동민의 주먹에 흠칫 놀랐다.싸움을 배운 뒤로 나는 이 정도 상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주먹끼리 부딪힌 뒤 한동안 팔이 저리더니 잠
버섯전골은 Y시 명물이라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 어느새 냄비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방안 전체에 퍼져 버섯 냄새가 가득했다.윤지은은 사모님한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유미야, 너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많이 먹어.”“그만 집어 줘. 내가 직접 먹을 수 있어. 두 사람도 먹어.”우리는 묵묵히 전골을 먹었다.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나는 몇 번이나 분위기를 띄워주려고 했지만 사모님이 별 반응이 없고, 윤지은도 협조하지 않아 혼자 원맨쇼를 하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차 마시고 싶어...”사모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제가 물어볼게요.”무엇보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낸 사모님의 요구를 얼른 만족시켜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나는 얼른 밖으로 나가 큰 방을 지나다가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안을 들여다봤다.그랬더니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 서윤기가 들어왔다.‘서윤기가 Y시에 왔다고?’나는 얼른 몸을 숨긴 채 안대성에게 전화했다.“서윤기를 감사하라고 했잖아. Y시에 온 건 왜 말 안 했어?”[네? 서윤기가 Y시에 갔다고요? 몰랐는데요? 형님, 제가 부하들한테 서윤기 잘 감시하라고 시켰는데...]안대성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얼른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나는 당장 놈을 발로 걷어차고 싶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룸 안을 훔쳐봤다.룸 안에는 서윤기 외에 Y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성은 왠지 낯이 익었다.나는 몰래 중년 남자의 사진을 찍어 판자촌 노랑머리에게 보냈다.[이 사람 알아요?]노랑머리는 곧바로 답장했다.[그 사람은 이연화의 아버지 판자촌 터줏대감 이동민이에요.]‘젠장.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연화와 닮았잖아.’‘이동민이 여기 나타난 데다 서윤기와 웃고 떠드는 걸 보니 설마 정 사장님 교통사고가 서윤기 짓인가?’나는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다.서윤기가 강북 시장
“한 번에 천만 원? 여기가 뭔 금은방인 줄 알아요?”나도 이제는 돈 좀 있지만 한 번에 음식점에 천만 원을 충전하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북에서 최고급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도 고작 몇백만 원인데, 길가에 널리고 널린 버섯전골 집이 멤버십 카드만 천만 원이라니?매니저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돈 없으면 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나가요.”“잠깐!”나는 언성을 높였다.그러자 매니저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왜요? 또 무슨 일이죠?”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난 이 가게가 악의적으로 손님들에게 소비를 강요한다고 의심되거든. 그래서 지금 신고할 생각이야.”내가 신고하겠다는 말에 매니저는 얼굴색이 싹 바뀌더니 나를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당신 미쳤어? 본인이 밥 먹을 돈 없으면서 왜 남의 가게를 신고해?”“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더니, 왜? 내가 신고할까 봐 두려워? 불법 경영한 거 걸릴까 봐 걱정돼? 그렇다면 더 신고해야겠네. 이렇게 부도덕한 가게는 문 닫아야 하니까.”윤지은은 네 행동을 지지했다. 심지어 사모님 역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나는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매니저의 태도가 너무 괘씸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이분을 풀 생각이었다.내가 정말 전화하자 매니저는 이내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알았어요. 오늘 일은 저희 측 책임이니 사과드리죠. 지금 당장 자리 내어드릴게요. 됐죠?”“어디? 홀? 아니면 구석?”내가 따져 물었다.그러자 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연히 룸을 내드려야죠. 하지만 큰 룸은 이미 손님이 꽉 차 작은 룸밖에 남지 않았어요. 비용은 사과하는 의미에서 받지 않겠습니다.”나는 손을 뻗어 매니저의 말을 잘랐다.“됐어. 값은 원래대로 받아요. 안 그러면 음식에 또 뭔 짓 할지도 모르니까.”매니저는 내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은 매니저가 비열한 소인배라고 공개 처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윤지은과
결국 어쩔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내려가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Y시에 버섯전골 맛집은 꽤 많았다. 하지만 사모님 기분이 안 좋은 지금 작은 가게를 가면 보는 눈이 많고 시끄러워 기분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때문에 나는 한적한 가게를 찾으려고 한참을 더 걸었다. 다행히 그런 가게를 찾는데 겨우 성공했다.“안녕하세요. 프라이빗룸 하나 예약하게요.”이 가게는 환경도 좋고 손님도 많은 걸 보니 맛도 괜찮은 듯 시었다.“큰 룸 하나가 남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큰 룸은 얼마인데요?”“큰 룸은 기본 소비가 60만 원 이상입니다.”“좋아요. 그걸로 주세요.”60만 원이면 괜찮았다.룸을 예약한 뒤 나는 또 운전해서 윤지은과 사모님을 픽업하러 호텔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어느새 현지 특색이 담겨 있는 꽃무늬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절세 미녀들이라 그런지 뭘 입어도 예뻤다.물론 나는 칭찬의 말을 아꼈다. 지금 장소와 분위기에 그런 칭찬은 맞지 않았으니까.잘못했다가 또 윤지은의 욕지거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나는 일부러 맞을 짓을 골라 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우리는 버섯전골 가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하테 큰 룸 예약을 도와줬던 종업원이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손님, 죄송하지만 큰 룸은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셨습니다.”“방금 분명 내가 먼저 예약했잖아요. 왜 남의 방을 함부로 다른 손님한테 내줘요?”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종업원은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인터넷 오류가 났는지 그 방은 이미 예약한 분이 있어요.”이미 이곳에 왔는데 그대로 갈 수 없었기에 나는 차선책을 제시했다.“그럼 작은 방이라도 줘요.”“죄송하지만 오늘 가게에 있는 모든 룸은 이미 예약돼서 남은 룸이 없어요. 괜찮으시면 홀에 있는 자리를 내어줄게요. 동남쪽에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당신들 장사 이따위로 할 거야? 내가 예약한 자리가
요즘 겪은 일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나도 가끔 감회가 새로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특히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유골이 된 걸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우리는 한동안 돌아갈 수 없기에 사모님은 부모님을 불러 사장님의 유골함을 강북으로 가져가 매장했다.두 어르신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순식간에 더 늙어진 것 같았다. 항상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사위가 그렇게 됐으니. 간암인 줄 알았을 때도 그렇게 믿기 어려웠는데 또 이런 불상사를 겪었으니 당연히 충격이 컸을 거다.하지만 임민수는 딸이 더 걱정됐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미야, 너 정말 강북에 안 돌아갈 거니?”사모님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진실을 파헤치기 전에 절대 안 돌아가요. 엄마, 아빠, 호섭 씨는 두 분께 맡길게요.”사모님은 무척 아쉬워하며 사장님의 유골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 순간 사모님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아쉬움과 슬픔, 괴로움 그리고 아름다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한데 섞여 있었다.나는 절친한 사람을 잃어본 적 없어 사모님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알고 있었다.나와 윤지은은 사모님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사모님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니까.”사모님은 매우 침착했고 엉엉 울지도 않았다.그런 사모님의 모습이 나와 윤지은은 모두 걱정되었다.하지만 사모님이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비록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않을 거야. 호섭 씨도 내가 이러는 모습 원하지 않을 거야.”“유미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윤지은은 감개무량하듯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이내 나를 째려봤다.‘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무엇보다 난 아직도 내가 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윤지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묵묵히 두 사람을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
우리는 희망을 이연화에게 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때문에 그 백수들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서 기다리기만 했다.하지만 윤지은은 호텔에 갇혀만 있으면 사모님이 답답해할까 봐 한가할 때면 사모님과 함께 산책하곤 했다.사모님이 자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하지만 동력과 희망이 없는 탓에 사모님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Y시에 온 지 사흘 만에 강한나는 다시 강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 우리와 함께 시사 자리를 가졌다.“정말 여기 남아서 조사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강한나가 말했다.“알았어. 나도 도와줄 건 없으니 성공하길 빌게.”나와 윤지은은 곧바로 강한나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이 화장실 간 틈에 강한나는 얼른 우리에게 말했다.“호섭 씨 시신 어느 때 화장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몰라. 유미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그 말에 강한나가 말했다.“시체를 화장하지 않아도 시체에서 단서를 찾는 건 어려울 거야. 난 고인 편히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하. 그런데 문제는 유미가...”사모님이 아쉬워하는 게 문제다.화장하지 않으면 그래도 보러 갈 수 있지만 화장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사실 나도 강한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도 그 말 이해해요. 사모님은 저희가 설득해 볼게요.”식사를 마친 뒤 강한나는 그 길로 떠났다.나와 윤지은은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두 사람 먼저 돌아가. 난 장례식장에 가볼 거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사모님이 또 사장님 보러 간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장례식장도 규정이 있는데, 아무 때나 들여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그건 다른 것도 아닌 시신이니까.그때 윤지은이 입을 열었다.“유미야, 이번에 보고 난 뒤 호섭 씨 편히 자게 해주자.”“안 돼!”사모
“왕정민 이 파렴치한 놈. 어떻게 이럴 수 있지?”분명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뻔뻔하게 애교 누나한테 집착하다니.“애교 누나는 그럼 어떻게 처리했어요? 신고는 했어요?”[애교가 예전보다 많이 강해졌더라고요. 그걸 다시 왕정민한테 보냈어요. 심지어 안에 뭔갈 더 추가해서.]“네? 하하. 애교 누나가 정말 변했네요.”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그것도 다 왕정민 때문에 할 수 없이 변한 거긴 하지만요. 애교가 만만한 줄 알고 애교만 괴롭히다니. 그렇게 대단하면 그 여자를 그렇게 괴롭히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못 할 걸요.][그런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여자들은 뭐 드세고 화를 자주 내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되겠어요? 다 남자들이 행복한 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한 거죠.][특히 우리 여자들은 가끔 독해질 필요가 있어요. 독하지 않으면 남들이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아요...]나는 형수의 말에 백 번 동의한다.애교 누나가 이토록 강해졌다니 나는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형수도 마찬가지고.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내가 마음 놓고 할 일을 할 수 있다.형수와 한참 얘기한 뒤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에게 전화했다.“누나, 왕정민 일은 왜 말 안 했어요?”애교 누나 목소리는 여전히 간질거리고 듣기 좋았다.[수호 씨가 Y시에 있는데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수호 씨 가 나 때문에 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나 이제 많이 변했어요. 다른 사람의 보호만 받으면서 살 수는 없어요.][그동안 아빠한테 반항하면서 독립적인 여자가 될 거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산 적이 없어요.][예전에 결혼에 묶여 나를 잃었고, 행복한 결혼만 있으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았어요. 여자는 자기 마음이 강해져야 진짜 강한 거예요.]애교 누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순간 누나를 다시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알던 나약하기만 하고, 무
“내가 방 하나 더 잡을게요.”나는 말하면서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사모님 목소리가 들렸다.“수호 씨, 먼저 내 침대에서 눈 붙여요.”고개를 돌아보니 사모님은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내가 누울 공간을 내주었다.나는 속으로 거절했다.비록 사모님이 다른 마음 없이 그저 나를 휴식하라고 호의를 베푸는 거라는 걸 알지만, 사장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사모님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말도 안 됐다.게다가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내가 동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나는 결국 거절했다.“아니에요. 가서 다른 방 구하면 돼요.”나는 다급히 방을 나가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갔다.처음 온 날 우리는 사실 싱글룸 세 개를 잡았다. 하지만 나중에 사모님 상태가 걱정되어 나와 윤지은이 사모님 방에 들어와 지내게 되면서 나머지 싱글룸 두 개를 취소했다.확인 결과 더블룸 하나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얼른 그 방을 잡았다. 그러면 사모님과 윤지은이 더블룸에서 함께 지내고 내가 싱글룸에서 지내면 되니까.나는 카드키를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조용한 데다 환경도 좋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침대에 눕기 바쁘게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형수였다.요즘 사장님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달려 다니느라 형수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때문에 마침 조용한 틈을 타 나는 형수와 얘기하려고 여상 통화를 받았다.형수는 사모님 상태를 걱정하며 일의 진전을 물어봤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쉽지 않아요.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한동안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수호 씨 사장님 내외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번 기회에 유미 씨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형수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저도 알아요. 형수는 요즘 어때요?”[좋아요.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요.]“진짜예요? 사진 찍어 보내 봐요.”나는 너무 기뻐 흥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