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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미끼를 던진 사냥꾼

Author: smkort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7 16:43:32
‘끄응....’

진한상단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행랑아범은 장정들에게 붙잡혀 작은 방 안에 갇힌 신세가 되어 있었다.

그는 손목을 주무르며 낮게 혀를 찼다.

“허, 이것들은 애비도 없나. 사람을 어찌 이리 거칠게 다룬단 말이야.”

행랑아범은 방문을 한 번 바라본 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이로군.... 이대로 언제까지 갇혀 있게 될지도 모르겠어.”

그는 귀를 문에 바짝 대고 바깥의 인기척을 살폈지만, 문밖에서는 장정들의 발소리만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발소리를 들어 보니 아예 밖을 지키고 있는 모양이군.”

행랑아범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진한상단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등유를 구하러 온 손님이라며 둘러보는 것까지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보다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군.' 하고 안도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석유를 누가 대량으로 사 갔는지, 최근 드나든 수상한 손님은 없었는지 몇 마디 떠보듯 질문을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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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89. 해독제의 행방

    쿠란을 따라 급히 달려가던 지우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족장과 김종서를 발견하자 곧장 그들에게 다가갔다.“전하의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니요?”김종서 옆에 있던 군사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저잣거리 의원께서 응급 처치를 하신 덕분에 잠시 차도를 보이셨습니다.”“그런데요?”“몇 시진 전부터 다시 고열이 시작됐습니다. 상처 주변의 검푸른 빛도 다시 번지고 있고요.”지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의원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지금 쓰는 약으로는 독이 퍼지는 것을 늦출 뿐, 완전히 해독하기는 어렵다고 하셨습니다.”“그럼 방법이 없는 겁니까?”“독의 정체만 정확히 알아낸다면 해독제를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그때 족장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마침 잘됐군.”그의 시선이 백현에게 향했다.“독과 약초라면 백현이 누구보다 잘 아니.”백현이 앞으로 나섰다.“전하께서 독화살을 맞으셨다고 했습니까?”“그렇습니다.”“어떤 독인지는요?”군사가 고개를 저었다.“아직 모릅니다.”백현은 곧장 침통을 챙겼다.“전하께서 계신 곳으로 안내해 주십시오.”지우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백현 의원.”“예, 중전마마.”“전하를 살릴 수 있겠습니까?”백현은 잠시 침묵했다.“직접 보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지우의 표정이 굳어지자 백현이 덧붙였다.“하지만 아직 숨이 붙어 계시다면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부탁드립니다.”백현은 고개를 숙였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일행은 곧장 단종이 있는 동굴로 향했다.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저잣거리 의원이 단종의 팔과 가슴에 침을 놓고 있었다.“백현 의원님!”백현은 대답 대신 단종의 상태부터 살폈다.창백한 얼굴.가쁜 숨.그리고 팔 안쪽까지 번져 있는 검푸른 기운.“침으로 독이 퍼지는 걸 막고 계셨군요.”“예. 하지만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백현은 단종 곁에 무릎을 꿇었다.“그래도 잘하셨습니다. 의원 어르신께서 버텨 주신 덕분에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그는 단종

  •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88.서로의 패를 숨긴 채

    지우와 한명회는 마을 중앙에 자리한 정자에 마주 앉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를바라보기만 했다.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먼저 침묵을 깬 것은 한명회였다.“제가 마마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전에, 감히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지우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마마께서는 제게 무엇을 약조해 주실 수 있습니까?”지우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약조라…….”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한명회께서는 제게 무엇을 원하십니까?”한명회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정자 밖을 바라보던 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원하던 것은 이미 전하께서 약조해 주셨습니다.”“전하께서요?”“예.”한명회가 다시 지우를 바라보았다.“허나 수양대군께서 제 손을 놓은 순간부터…… 제 생각도 조금 달라졌습니다.”지우의 눈빛이 가늘어졌다.“무엇이 달라졌다는 겁니까?”한명회는 잠시 침묵했다.“예전에는 그저 살아남아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것이 전부였습니다.”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하지만 지금은…… 제가 왜 버려졌는지부터 알고 싶어졌습니다.”“그걸 알고 나면, 그다음은요?”지우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되묻자 한명회 역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글쎄요.”한명회는 잠시 뜸을 들였다.“아마 그다음에는…… 제 진가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의 편에 서게 되겠지요.”지우의 눈빛이 가늘어졌다.“그게 전하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그건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한명회는 태연하게 웃었다.“저를 버린 사람에게 다시 충성을 바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제 목숨과 재주를 맡길 생각도 없으니까요.”“제가 무엇을 약조할 수 있겠느냐고 하셨지요.”지우는 잠시 한명회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 한명회, 당신의 그 야심과 능력을 전하와 백성을 위해 쓸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요.”한명회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잠시 지우

  •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87. 뜻밖의 패

    “백현이 한명회를 데려왔다고?”족장의 되물음에 쿠란이 고개를 숙였다.“그렇습니다. 그래서 일단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게 했습니다. 족장께서 허락하시기 전에는 안으로 들이지 않는것이 좋을 듯하여 직접 여쭈러 왔습니다.”족장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백현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 안도했던 얼굴은 어느새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김종서라는 자도 함께 있다고 했지?”“예. 조선의 대감이라고 합니다.”“그리고 한명회까지라…….”족장이 낮게 중얼거렸다.수양대군의 최측근이었던 자가 하필 지금 백현과 함께 나타났다.“잘했다.”족장이 단호하게 말했다.“한명회는 들이지 마라.”“예.”“아직 수양대군의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전하께서 계신 곳을 함부로 보여 줄 수는 없지.”쿠란이 고개를 숙였다.“그럼 백현 의원과 김종서 대감만 안으로 들이겠습니까?”“그래.”족장이 대답하다 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아니.”“예?”“백현부터 내게 데려와라.”쿠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백현 의원만 말입니까?”“내가 직접 물어볼 것이 있다.”족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어째서 한명회를 데리고 왔는지부터 들어봐야겠다.”“알겠습니다.”쿠란이 몸을 돌리려 하자 족장이 다시 불러 세웠다.“그리고 쿠란.”“예, 족장.”“한명회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즉시 제압해.”“명을 받들겠습니다.”쿠란이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족장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검자루를 움켜쥐었다.백현이 아무 이유 없이 한명회를 데려왔을 리는 없었다.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목숨이 위태로운 조선의 왕이 있었다.확인되지 않은 자를 들일 수는 없었다.그때였다.“지금 한명회가 백현 의원과 함께 있다고요?”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족장이 고개를 돌렸다.어느새 지우가 사당 밖으로 나와 서 있었다.“중전마마?”족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사당 안에 계신 것 아니었소?”“아, 이걸 전해 드리려고 나왔다가 우

  •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86. 뜻밖의 방문자

    얼마나 달렸을까.숲길을 따라 말을 달리던 지우는 앞서가던 족장의 말이 서서히 속도를 늦추자 의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다 온 겁니까?”“그렇소.”족장은 짧게 대답한 뒤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았다.하지만 지우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울창한 나무와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법한 좁은 산길뿐이었다.“여기에 마을이 있다고요?”“따라오면 알게 될 것이오.”족장은 익숙한 듯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어 들어갔다.지우도 말에서 내려 그 뒤를 따랐다.한참을 걸었을까.빽빽하게 이어지던 나무들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더니, 곧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지우의 눈앞에 펼쳐졌다.“어……?”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분지 안에 수십 채의 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조선에서 흔히 보던 초가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달랐다. 집집마다 말이 묶여 있었고, 한쪽 공터에서는 활을 든 사내들이 말을 달리며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다.아이들마저 작은 활을 들고 뛰어다녔다.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이런 곳에 마을이 있었네요.”족장이 피식 웃었다.“놀란 모양이군.”“당연하죠. 조선 안에 이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조선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당연하오.”족장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이곳은 일부러 세상에 드러내지 않은 곳이니.”마을 사람들이 족장을 발견하자 하나둘 하던 일을 멈췄다.“족장께서 돌아오셨다!”누군가 외치자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지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향했다.차림새부터 한양에서 보던 백성들과는 조금 달랐다.가죽으로 만든 옷을 걸친 사람도 있었고, 허리에는 짧은 칼이나 활을 찬 이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그들 가운데에는 조선식 옷을 입은 사람도 섞여 있었다.지우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모두 거란 사람들입니까?”족장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조선 사람들은 우리를 북방인이라 부르기도 하고, 호인이라 부르기도 하지.”그는 말을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85. 시간과의 싸움

    금성대군은 무사 몇 명과 함께 부둣가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흔적 하나도 놓치지 마라!"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창고와 골목을 살피는 사이, 김종서가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벌써 한참을 뒤졌는데도 두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군."그는 바닥에 남은 발자국을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혹, 우리가 흔적을 잘못 쫓은 것은 아니겠소?"금성대군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분명 여기까지 이어진 흔적을 따라왔습니다."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조금만 더 찾아보시지요. 어쩌면 두 의원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놈들의 행방을 알 결정적인 단서가 나올지도 모릅니다."김종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전원 수색 범위를 넓혀라!창고와 부두, 배 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뒤져라!”“명을 받들겠습니다!”그때였다."대감! 대군마마!"수색을 나갔던 군사 한 명이 다급히 달려왔다.그의 곁에는 낯선 중년 사내가 함께 서 있었다."두 의원 가운데 한 분을 찾았습니다!"그 말을 들은 금성대군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감이 스쳤다.그는 곧장 의원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혹시 중전마마께서 말씀하신 저잣거리 의원이시오?"의원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예. 얼마 전 중전마마를 뵌 적이 있습니다."금성대군과 김종서는 서로 짧게 시선을 마주쳤다."다행이군."하지만 김종서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그는 곧바로 군사들을 향해 외쳤다."한 사람은 찾았다!""이제 남은 것은 백현 의원이다!""놈들이 멀리 달아나기 전에 반드시 찾아내라!""명을 받들겠습니다!"군사들은 일제히 흩어져 다시 부두 곳곳으로 달려갔다."의원 어르신께서는 저와 함께 전하께 가셔야겠습니다.""예?"의원이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금성대군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하께서 독화살을 맞아 위중한 상태입니다. 의원 어르신의 도움이 절실합니다."그 말을 들은 의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

  •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84. 부두에서의 탈출

    짙은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철썩.파도가 부두의 나무 말뚝을 때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희미한 등불이 흔들리는 낡은 창고 안.백현은 거친 밧줄에 손발이 묶인 채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맞은편에는 저잣거리 의원이 같은 모습으로 결박되어 있었다.“괜찮으십니까?”백현의 낮은 물음에 의원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겨우 정신만 붙어 있습니다.”창고 밖에서는 사내들의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밤 배가 뜬다더군.”“이 둘과 맞은편 창고에 있는 자까지 넘기면 끝이야.”백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우리 말고 한 사람이 더 있군.’그는 창고 안을 빠르게 훑었다.낡은 상자와 밧줄 사이, 바닥에 작은 쇠갈고리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의원이 낮게 속삭였다.“빠져나갈 방법이 있겠습니까?”백현은 쇠갈고리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지금부터 만들어야지요.”그 순간 창고 문이 열리며 검은 두건을 쓴 사내 둘이 들어왔다.“슬슬 준비해라. 배가 들어왔다.”백현은 고개를 숙였다.백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사내들의 움직임을 살폈다.다행히 두 사내는 잠시 후 도착할 배를 맞이하기 위해 창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지금이다.'백현은 묶인 다리를 최대한 앞으로 뻗었다.바닥에 떨어진 쇠갈고리는 손끝이 아닌 발끝으로도 닿기 어려운 거리에 있었다.몇 번이고 발끝으로 끌어당겼지만 쇠갈고리는 미끄러지기만 했다.의원은 초조한 눈빛으로 창고 문과 백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백현 선생....""조금만 더."백현은 이를 악문 채 다시 다리를 뻗었다.달칵.이번에는 쇠갈고리가 발가락 사이에 걸렸다.그는 숨을 죽인 채 천천히 갈고리를 몸쪽으로 끌어당겼다.바로 그 순간.터벅, 터벅.사내들의 발소리가 다시 가까워졌다.백현은 재빨리 쇠갈고리를 품속으로 숨긴 뒤 다시 기둥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창고 문이 열렸다."두 사람 다 이제 떠날 준비나 해라.""배가 곧 들어온다."사내 하나가 의원을 둘러메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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