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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한 줌의 무게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1:08

다섯 살 봄, 루엔은 부엌에 자주 갔다.

베르타가 좋아할 리 없었다.

“도련님, 여긴 뜨거운 데예요. 불똥 튀어요.”

“구석에 있겠습니다.”

“구석도 뜨거워요.”

루엔은 장작 더미 옆 구석에 앉았다. 베르타는 국자를 들고 한참 노려보다가, 결국 등을 돌렸다. 영주님 아들을 국자로 때릴 수는 없었다. 아직은.

루엔이 보는 건 소금이었다.

베르타는 저녁 수프를 끓일 때 소금을 한 번 넣었다. 부엌데기 소녀가 소금 단지에서 작은 나무 접시에 소금을 덜어 오면, 베르타가 그걸 한 손에 쥐어 냄비에 뿌렸다.

“얼마나 넣습니까.”

“한 줌요.”

“한 줌은 얼마입니까.”

베르타가 돌아보았다. 두꺼운 손을 펴서 보여 주었다.

“이만큼요.”

그 손이 기준이었다. 베르타의 손. 그런데 그 손은 날마다 같은 만큼 쥐었을까.

루엔은 지난 두 주 동안 저녁마다 아버지가 수프를 먹고 물을 몇 잔 마시는지 세 왔다. 한 잔인 날도 있었고, 세 잔인 날도 있었다.

수프가 짠 날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날 저녁에도 루엔은 식탁에서 아버지 잔을 보았다. 가렛이 한 잔을 비웠다. 하인이 채웠다. 가렛이 잔을 들다 멈췄다.

“왜 내 잔을 보느냐.”

“세고 있습니다.”

“무엇을.”

“아버지가 물을 몇 잔 드시는지요.”

가렛이 잔을 내려다보았다. 엘리나가 고개를 숙이고 빵을 뜯었다. 웃음을 참는 어깨였다.

“… 왜.”

“수프가 짠 날을 알려고요.”

가렛은 잔을 든 채 한참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마셨다. 반 모금만.

루엔은 그날을 「두 잔, 둘째 잔은 반」이라고 적었다. 아버지가 일부러 덜 마신 것 같았지만, 그것까지 셈에 넣을 방법은 없었다.

*

재려면 저울이 있어야 했다.

아버지 방 선반에 작은 놋쇠 저울이 있었다. 접시 둘이 달린 저울이었다. 가운데 기둥에 가로대가 걸리고, 가로대 양 끝에 접시가 매달렸다. 상인이 은화를 치를 때 무게를 확인하는 데 쓰는 것이었다.

추는 큰 것 하나만 남아 있었다. 작은 추들은 할아버지 때 잃어버렸다고 했다.

“작은 건 동화로 단다.” 가렛이 말했다. “동화 두 닢 무게, 세 닢 무게. 다들 그렇게 한다.”

루엔은 동전 주머니를 얻었다. 동화 열 닢.

소금을 달기 전에 먼저 추를 확인하기로 했다. 확인하지 않은 추로 잰 것은 잰 것이 아니었다.

왼쪽 접시에 동화 한 닢. 오른쪽 접시에 동화 한 닢.

가로대가 기울었다. 왼쪽으로.

루엔은 오른쪽 동전을 다른 것으로 바꿨다.

기울었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또 바꿨다. 기울었다. 또 바꿨다. 기울었다.

열 닢을 둘씩 전부 맞대 보았다. 한참 걸렸다. 저녁 먹으라는 소리를 두 번 흘려들었다.

가로대가 가운데서 멈춘 쌍은 하나도 없었다.

열 닢이 전부 무게가 달랐다.

*

루엔은 동전을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어떤 것은 가장자리가 매끈하지 않았다. 조금씩 잘려 나간 자국이 있었다. 어떤 것은 너무 오래 손을 탄 탓에 얼굴이 닳아 평평했다. 어떤 것은 무늬가 달랐다. 왕도 조폐소의 왕관 무늬가 아니라, 탑 모양이 찍혀 있었다.

“로센 동화입니다.” 펠릭스가 들여다보며 말했다. “로센 영주님이 따로 찍지요. 조금 가볍습니다.”

펠릭스는 알았다. 수도원에서도 헌금을 셀 때 저울을 썼다고 했다.

“새로 찍은 동화는 보리알 스물넷 무게라고들 합니다. 조폐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요.”

보리알.

루엔은 부엌에 가서 보리 한 줌을 얻어 왔다. 알이 고르고 통통한 것만 골랐다.

그리고 달기 전에 보리부터 의심했다.

보리알도 하나하나 크기가 달랐다. 손톱으로 눌러 보면 단단한 것, 무른 것, 마른 것이 있었다. 동전이 다르듯 보리도 달랐다.

루엔은 고른 보리를 백 알씩 두 무더기로 세어 양쪽 접시에 올렸다.

가로대가 흔들리다 거의 가운데서 멈췄다. 조금 기울었다. 정말 조금.

다른 백 알, 또 다른 백 알. 몇 번을 해도 비슷했다. 한 알씩은 달라도, 백 알씩 모으면 서로 거의 같았다. 큰 알과 작은 알이 섞이면서 고르게 맞춰지는 것이었다.

좋다. 한 알로는 못 믿어도, 여러 알로는 믿을 수 있다.

그걸로 동전을 하나씩 달았다.

가장 가벼운 동전은 보리알 스물한 알이었다. 가장 무거운 동전은 스물다섯 알이었다. 스물넷에 딱 맞는 동전은 하나뿐이었다.

전생의 저울이라면 몇 분의 일 그램까지 나왔을 것이다. 여기선 보리알 한 알이 끝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날 저녁, 루엔은 아버지 책상 앞에 섰다.

“아버지. 이 집 동전은 전부 깎였습니다.”

가렛이 장부에서 눈을 들었다.

“안다.”

루엔은 잠깐 말을 잃었다.

“아십니까.”

“다 안다. 가장자리를 조금씩 긁어서 모은 부스러기를 녹여 파는 놈들이 있다. 오래 쓰면 닳기도 하고.” 가렛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상인들은 큰돈은 저울로 받는다. 우리도 은화는 단다.”

“동화는요.”

“동화는 센다. 세금도 센다. 한 닢은 한 닢이다.”

“그러면 셈이 틀립니다. 스물한 알짜리와 스물다섯 알짜리가 같은 한 닢입니다.”

“그렇지.”

가렛은 아들을 보았다. 화난 얼굴이 아니었다. 오래 생각해 본 사람의 얼굴이었다.

“동화 한 닢마다 저울을 대면 장이 하루에 끝나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

또 나왔다.

*

그날 밤, 펠릭스가 루엔에게 작은 묶음을 건넸다.

종이 여남은 장을 반으로 접어 실로 꿰맨 것이었다. 손바닥만 했다. 종이는 비쌌다. 펠릭스가 자기 궤짝에서 아껴 쓰던 것을 잘라 만든 게 분명했다.

“요즘 도련님이 무언가를 자꾸 입속으로 되뇌시길래요. 적어 두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루엔은 수첩을 받았다.

그리고 첫 장 맨 위에 적었다.

원래 그렇다.

그 아래에 번호를 붙여 적었다. 자기 글자로. 동그라미가 들어가는 그 글자로.

하나. 되는 고을마다 다르다. — 핌 할아버지, 아버지. 네 살 가을.

둘. 동전은 깎여 있고, 깎인 채로 한 닢이다. — 아버지. 다섯 살 봄.

적고 나서 한참 보았다.

펠릭스가 어깨 너머로 들여다보았다. 루엔 글자는 이제 펠릭스도 읽을 줄 알았다.

“누가 말했는지도 적으십니까.”

“예. 나중에 고쳐지면, 누구에게 알려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펠릭스가 웃었다. 이번엔 소리 없이.

*

소금으로 돌아왔다.

동전을 추로 쓸 수 있으려면 기준이 하나 있어야 했다. 루엔은 보리알 스물넷짜리 동전을 골랐다. 그 한 닢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표시를 해 두려고 칼끝을 댔다가, 멈췄다.

긁으면 깎인다.

루엔은 칼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동전을 작은 천 주머니에 따로 넣어 목에 걸었다. 다시는 다른 동전과 섞이지 않게.

코넬이 그 주머니를 먼저 알아봤다.

“그거 뭐야. 목에 건 거.”

“기준입니다.”

“뭔 기준.”

“동화 한 닢입니다.”

코넬이 눈을 가늘게 떴다. “돈이잖아. 목에 걸고 다니다 사탕 사 먹으려고?”

“이제 쓰지 않습니다. 쓰면 다른 동전과 섞입니다.”

“쓰지 않는 돈이 무슨 돈이야.”

루엔은 생각해 보았다. 형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돈이 아닙니다. 추입니다.”

코넬은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대신 그날 밤 마르타에게 「쟤 이제 돈을 목에 걸고 다녀」라고 일렀다.

그다음은 부엌데기 소녀였다.

루엔은 저녁마다 자기 몫의 꿀과자를 그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소금 접시를 베르타에게 가져가기 전에 아버지 방에 먼저 들렀다. 루엔이 접시를 달았다. 베르타가 한 줌을 쥐어 간 뒤, 남은 접시를 소녀가 다시 가져왔다. 또 달았다.

두 번 단 것의 차이가 그날의 한 줌이었다.

열흘 동안 그렇게 했다. 보리알로 적었다.

가장 적은 날은 보리알 이백열 알. 가장 많은 날은 사백 알.

거의 두 배였다.

가장 많은 날은 베르타가 마부와 크게 다툰 날이었다. 가장 적은 날은 베르타가 콧노래를 부른 날이었다. 루엔은 그것도 옆 칸에 적었다.

아버지가 물을 세 잔 마신 날은, 표를 맞춰 보니 전부 한 줌이 삼백오십 알을 넘은 날이었다.

표가 완성됐다.

*

루엔은 표를 들고 부엌에 갔다.

“베르타. 한 줌은 날마다 다릅니다.”

베르타가 돌아보았다. 루엔은 표를 내밀었다. 베르타는 글을 몰랐다. 그래서 루엔이 읽어 주었다. 날짜, 한 줌, 그날 있었던 일.

“… 마부와 다툰 날 사백 알입니다.”

베르타의 얼굴이 붉어졌다.

“가장 적은 날의 거의 두 배입니다. 아버지는 그날 물을 세 잔—”

“나가요!”

국자가 올라갔다.

“간은 손이 아는 거예요! 삼십 년을 이 손으로 끓였어요! 원래 그런 거예요!”

루엔은 나갔다. 빨리 나갔다. 국자가 문설주를 쳤다. 쾅 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렸다.

그날 밤 수첩에 한 줄이 늘었다.

셋. 간은 손이 안다. — 베르타. 다섯 살 봄.

*

사흘 뒤 저녁이었다.

루엔은 부엌 앞을 지나다 멈췄다.

베르타가 소금 접시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손을 쓰지 않았다. 손에 든 건 작은 나무 잔이었다. 투박하게 깎은, 손잡이도 없는 잔. 베르타는 그 잔으로 소금을 떠서 위를 손바닥으로 쓸고, 냄비에 부었다.

루엔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베르타도 루엔을 보았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국자도 들지 않았다.

그날 밤 루엔은 부엌데기 소녀에게 꿀과자를 하나 더 주고, 그 잔을 몰래 빌려 달았다.

보리알 삼백 알.

열흘 동안 잰 것의 딱 가운데였다.

베르타는 표를 들은 적이 없다. 루엔이 읽어 줬을 뿐이다. 그런데도 가운데를 골랐다. 삼십 년 동안 수프를 끓인 손은, 어느 날이 맞는 날인지 알고 있었다.

부엌 사람들은 그 잔을 「한 줌 그릇」이라고 불렀다. 누가 먼저 그렇게 불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날 아버지는 물을 한 잔 마셨다.

루엔은 수첩을 폈다. 셋째 줄 옆에 작게 적었다.

고침. — 베르타가 고쳤다.

처음으로 고쳐진 한 줄이었다. 루엔이 고친 게 아니었다.

루엔은 그 줄을 오래 보았다. 그리고 둘째 줄을 보았다. 동전.

목에 건 주머니를 만져 보았다. 보리알 스물넷짜리 동전 한 닢.

이건 오래 걸릴 것이다.

*

이튿날, 가렛이 루엔 방 앞을 지나다 책상 위에 펼쳐진 수첩을 보았다.

루엔 글자는 읽을 줄 몰랐다. 하지만 펠릭스가 옆에서 읽어 주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가렛은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내 이름이 몇 번 있느냐.”

“두 번입니다.”

가렛은 수염을 쓸었다. 한참 뒤에 말했다.

“… 줄이도록 하마.”

그날 저녁, 코넬이 방앗간까지 얼마나 되느냐고 또 물었다. 가렛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

“가서 세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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