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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에 돛을 달고 (2)

Autor: 뮤네바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8-27 17:50:34

그곳은 로젤 수도에서도 가장 자릿세가 비싸고, 기존의 상인들이 절대로 자리를 내놓지 않는 황금 구역이었다. 아일라도 내심 거절당하거나 몇 달을 대기해야 할 것이라 예상하고 던진 조건이었다.

바르토는 책상 위에 놓인 두꺼운 장부를 펼쳤다. 장부를 넘기던 그의 손가락이 어느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아주 찰나의 순간, 바르토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묘하게 굳어지는 듯했지만, 그것은 눈을 깜빡일 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아아, 영애께서는 참으로 운의 여신이 따르시는 모양입니다."

바르토가 장부를 덮으며 과장된 손짓으로 웃어 보였다.

"마침 어젯밤, 교차로 정중앙에 위치한 3층짜리 양장점 주인이 갑작스럽게 낙향을 결정하며 점포의 권리를 연합에 위임하고 떠났습니다. 건물 상태도 최상급이고, 영애께서 원하시는 조건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아일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젯밤에요. 그 황금 상권을 그렇게 갑자기 포기하고 떠난다고요."

"가족 중에 몹시 위독한 분이 생겨 야반도주하듯 떠나버렸지요. 덕분에 권리금도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 바로 계약하시면, 이 훌륭한 건물이 영애의 차지가 되는 겁니다."

아일라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시세의 절반이라니, 너무 조건이 좋았다. 마치 누군가 그녀가 올 것을 알고 미리 자리를 비워둔 것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장사를 하다 보면 이런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운이 좋긴 좋은 모양이네. 하긴, 죽음의 문턱에서 회귀까지 했는데 이 정도 행운쯤이야.'

자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아일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토의 안내를 받아 직접 방문해 본 점포는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넓은 아치형 창문은 채광이 훌륭했고, 내부의 목재 장식들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아일라가 1층의 진열장 위치를 구상하며 건물 내부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딸랑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건물의 문이 열리며, 화려한 프릴 장식의 드레스를 입은 붉은 머리의 여자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어머나. 새로운 이웃이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인사하러 왔어요. 바로 옆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마리안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자는 붙임성 좋은 태도로 다가와 아일라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남부 특유의 스스럼없고 다정한 태도였다.

"안녕하세요, 마리안. 저는 아일라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세상에, 은빛 머리카락이 정말 달빛처럼 아름다우시네요. 안 그래도 아침에 상단 연합의 직원이 와서,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눈부신 아가씨가 이사 올 테니 복숭아꽃 홍차를 준비해 두면 좋아하실 거라고 하길래 반신반의했거든요."

마리안이 호호 웃으며 내민 바구니 안에는 최고급 복숭아꽃 홍차가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아일라는 감사히 바구니를 받아 들려다, 문득 행동을 멈추고 마리안을 바라보았다.

"연합 직원이 제 머리 색과 차 취향을 알려주었다고요. 저는 바르토 관리장님께 차 취향을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요."

그 순간, 쉴 새 없이 웃고 떠들던 마리안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어졌다. 마리안의 동공이 잘게 떨렸고, 그녀의 얼굴에서 찰나의 시간 동안 모든 감정이 증발한 것처럼 섬뜩한 공백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마리안은 한층 더 과장되고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머, 제가 말을 잘못 전했나 봐요. 연합 직원이 아니라 저희 보석상에 들른 수도의 소문쟁이 부인들이 그랬어요. 펠루아 구역에 엄청난 부자 아가씨가 이사 왔는데 은발이 눈부시다면서요. 북부나 먼 타지에서 오신 귀족 영애들은 보통 저희 남부의 복숭아꽃 홍차를 가장 신기해하고 좋아하시길래 제가 짐작해서 가져온 거랍니다. 제 짐작이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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