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대공이 내게만 말티즈로 보인다

폭군 대공이 내게만 말티즈로 보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5
By:  슈퍼라이온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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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갈이 하는구나? 아프지 않게 살살 물어야지, 뽀삐야." "……(나는 제국의 대공이다, 네놈의 목을 베…… 아니, 꼬리가 왜 흔들리지?)" 드래곤은 빗자루로 때려잡고, 마신은 살충제로 박멸하며, 대공은 간식으로 조련하는 에델린의 거침없는 북부 정복기! 과연 그녀는 이 험난한(?) 펫샵 경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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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폭군 대공이 내게만 말티즈로 보인다

* 이 구역의 미친 개(가 아니라 강아지)

내 인생의 낙은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모바일 게임 <마이 리틀 펫샵>을 켜는 것이었다.

피 튀기는 경쟁도, 머리 아픈 전략도 필요 없는 궁극의 힐링 게임.

동화 같은 파스텔 톤 그래픽과 귀여운 동물들을 수집해 나만의 정원을 꾸미는 게 전부인 세상.

“아, 이번 업데이트로 추가된 ‘안개 낀 숲’ 맵 진짜 예쁘네.”

새로 열린 히든 맵은 몽환적인 보랏빛 안개가 깔린 신비로운 숲이었다. 나는 화면 속 캐릭터를 조작해 숲을 거닐다가, 현질로 뽑은 SSS급 아이템 ‘요정의 바구니’를 장착했다.

그리고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내 방 천장이 아니었다.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분홍빛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 그리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베리 향기.

“……어?”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푹신한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젤리처럼 말랑거리고 있었다.

시야가 묘하게 달랐다.

마치 세상 전체에 ‘뽀샤시 필터’를 씌운 것처럼 모든 것이 부드럽고 반짝거렸다. 나무들은 크레파스로 그린 듯 아기자기했고, 풀잎 끝에는 보석 같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시스템: ‘안개 낀 숲(Hidden)’에 입장하셨습니다.]

[현재 동기화율: 100%]

허공에 둥둥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

익숙한 폰트, 익숙한 UI.

나는 멍하니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뽀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내가 게임 속에서 착용했던 ‘요정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설마……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거야?”

심장이 쿵쿵 뛰었다. 보통 소설 속 빙의라고 하면 악녀나 시한부 인생으로 떨어져서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던데.

여기는 <마이 리틀 펫샵>이잖아?

맹수도 없고, 악당도 없고, 오로지 귀여운 동물 친구들만 있는 평화로운 세상!

“대박.”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직장 상사의 잔소리도, 갚아야 할 전세 대출 이자도 없는 곳. 내가 할 일이라곤 귀여운 동물들을 줍고(Taming), 씻기고, 먹이는 것뿐이다.

“좋아,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볼까?”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을 걷기 시작했다.

주변은 온통 꽃밭이었다.

저 멀리서 다람쥐처럼 생긴 귀여운 동물들이 나를 보고 쪼르르 도망갔다. 붉은색 털이 복슬복슬한 게 꼭 인형 같았다.

“안녕? 난 해치지 않아~”

내가 손을 흔들자, 다람쥐들은 끼이익! 하고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나무 위로 숨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들인 모양이다.

(사실: 에델린이 마주친 것은 ‘피를 마시는 붉은 식인쥐’ 떼였다. 그들은 제국 기사단 한 개 소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흉폭한 마수였으나, 에델린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마력 파장에 공포를 느끼고 도망친 것이었다.)

숲은 꽤 넓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조차 평범하지 않았다. 빗방울이 닿는 곳마다 퐁, 퐁, 하고 작은 빛 망울이 터졌다.

“비주얼 효과 미쳤다…….”

감탄하며 걷던 내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거대한 고목나무 아래.

축 쳐진 채 쓰러져 있는 하얀 털뭉치 하나.

“……강아지?”

나는 숨을 멈췄다.

세상에. 저 앙증맞은 사이즈.

비에 젖어 털이 찰싹 달라붙은 탓에 더욱 작고 소중해 보이는 생명체였다.

종은…… 말티즈? 아니면 폼피츠?

어쨌든 하얗고 작은 소형견인 것은 확실했다.

“어떡해. 다쳤나 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하얀 털 곳곳에 빨간색 페인트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게임 내 표현으로는 ‘HP 감소’ 상태인 듯했다.

강아지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웅크리고 가끔씩 끙,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시스템: 야생의 ‘유기견(???)’을 발견했습니다!]

[상태: 매우 경계함 / 부상 / 배고픔]

상태창이 뜨는 걸 보니 퀘스트가 분명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떨고 있는 강아지라니. 심장이 아려왔다. 나는 전직 ‘프로 랜선 집사’로서 이 아이를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가, 괜찮니?”

내가 손을 뻗자,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나를 쏘아보았다.

‘크르르르…….’

녀석은 작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저 “앙! 앙!” 하는 아기 강아지의 짖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하찮고 귀여워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경계심이 많구나. 하긴, 비 오는 숲에 버려졌으니 사람을 무서워할 만도 하지.

“착하지. 안 잡아먹어. 누나는 그냥 널 도와주고 싶은 거야.”

나는 가방(인벤토리)에서 ‘최상급 육포’ 하나를 꺼냈다. 게임 상점에서 유료 잼으로 산 비싼 간식이었다.

“자, 이거 먹을래? 맘마.”

녀석의 코앞에 육포를 흔들었다.

그러자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이 인간이 미쳤나?’ 하는 표정이었다.

강아지는 육포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휙 고개를 돌려버렸다.

자존심이 센 타입인가?

“먹을 거로 유혹하는 건 실패인가.”

비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녀석의 체온이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일단 줍자.

동물 보호의 제1원칙. 구조가 먼저다.

“미안해, 좀 만질게?”

내가 손을 뻗어 녀석의 몸통을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카앙!

녀석이 잽싸게 고개를 돌려 내 손목을 물었다.

하지만…….

“아야, 씁! 물면 안 돼.”

따끔하지도 않았다.

녀석의 이빨이 내 피부에 닿긴 했지만, 마치 고무 장난감에 물린 것처럼 말랑했다. 아마 내가 끼고 있는 ‘요정의 반지’나 기본 방어력 덕분인 것 같았다.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녀석의 미간을 살살 문질러주었다.

“이 갈이 하는구나? 간지러워서 그래?”

‘……?!’

녀석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꼴이 퍽 우스웠다.

나는 그 틈을 타 녀석을 번쩍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뼈대가 굵은 아이인가 보다.

“크르르! 컹! 컹!”

녀석이 버둥거리며 발톱으로 내 옷을 긁어댔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꼬물거리는 ‘꾹꾹이’로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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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군 대공이 내게만 말티즈로 보인다
* 이 구역의 미친 개(가 아니라 강아지)내 인생의 낙은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모바일 게임 을 켜는 것이었다.피 튀기는 경쟁도, 머리 아픈 전략도 필요 없는 궁극의 힐링 게임.동화 같은 파스텔 톤 그래픽과 귀여운 동물들을 수집해 나만의 정원을 꾸미는 게 전부인 세상.“아, 이번 업데이트로 추가된 ‘안개 낀 숲’ 맵 진짜 예쁘네.”새로 열린 히든 맵은 몽환적인 보랏빛 안개가 깔린 신비로운 숲이었다. 나는 화면 속 캐릭터를 조작해 숲을 거닐다가, 현질로 뽑은 SSS급 아이템 ‘요정의 바구니’를 장착했다.그리고 스르르 눈이 감겼다.그게 마지막이었다.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내 방 천장이 아니었다.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분홍빛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 그리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베리 향기.“……어?”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푹신한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젤리처럼 말랑거리고 있었다.시야가 묘하게 달랐다.마치 세상 전체에 ‘뽀샤시 필터’를 씌운 것처럼 모든 것이 부드럽고 반짝거렸다. 나무들은 크레파스로 그린 듯 아기자기했고, 풀잎 끝에는 보석 같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시스템: ‘안개 낀 숲(Hidden)’에 입장하셨습니다.][현재 동기화율: 100%]허공에 둥둥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익숙한 폰트, 익숙한 UI.나는 멍하니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뽀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내가 게임 속에서 착용했던 ‘요정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설마……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거야?”심장이 쿵쿵 뛰었다. 보통 소설 속 빙의라고 하면 악녀나 시한부 인생으로 떨어져서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던데.여기는 이잖아?맹수도 없고, 악당도 없고, 오로지 귀여운 동물 친구들만 있는 평화로운 세상!“대박.”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직장 상사의 잔소리도, 갚아야 할 전세 대출 이자도 없는 곳. 내가 할 일이라곤 귀여운 동물들을 줍고(Taming), 씻기고, 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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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구구, 힘도 세네. 알았어, 알았어. 집에 가서 씻고 맘마 먹자.”나는 녀석을 품에 꼭 안았다.비에 젖은 털에서 비릿한 쇠 냄새가 났지만, 깨끗이 씻기면 비누 향이 날 것이다.따뜻한 내 체온이 닿자, 격렬하게 저항하던 녀석의 몸이 조금씩 굳어졌다.‘이제 좀 얌전해졌네.’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 보이는 오두막(내 하우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품에 안긴 녀석이, 제국 북부를 공포로 몰아넣은 ‘광증의 폭군’ 칼리드 대공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칼리드 드 에페르토 시점]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칼리드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그렇게 생각했다.저주받은 피가 폭주했다. 이성을 잃고 마수화가 진행된 상태로 북부의 숲을 며칠이나 헤맸는지 모른다.몸은 찢어질 듯 아팠고, 뼛속 깊이 박힌 마기의 독성이 전신을 마비시키고 있었다.‘이대로 죽는 건가.’차라리 다행이었다. 자신이 완전히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 사람들을 학살하기 전에 죽는 편이 나았다.기사단도 따돌렸다. 이제 이 숲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면 끝날 일이었다.그때였다.안개 속에서 누군가 걸어왔다.‘……인간?’아니, 인간일 리가 없다.이곳은 ‘죽음의 숲’이다. S급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이곳에, 호위 하나 없이 제 발로 들어올 인간은 없다.하지만 다가오는 형체는 분명히 가녀린 여자의 모습이었다.그녀는 맨발로, 독초가 가득한 숲을 산책하듯 걸어오고 있었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녀의 태도였다.칼리드는 현재 반쯤 마수화가 진행되어 흉측한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크기만 조금 줄어들었을 뿐, 뿜어내는 살기와 마기는 여전히 주변의 풀을 말라 죽일 만큼 맹독성이었다.그런데.“아가, 괜찮니?”여자가 눈높이를 맞추며 말을 걸어왔다.미친 건가?칼리드는 본능적으로 살기를 뿜으며 경고했다. 목구멍에서 짐승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당장 꺼지라고. 내게 가까이 오면 너도 찢어발겨질 거라고.하지만 여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자, 이거 먹을래? 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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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접시를 비운 녀석이 혀로 입맛을 다시며 나를 쳐다봤다. 더 달라는 눈치였다.“맛있어? 더 줄까?”나는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내 손길이 닿자 녀석의 귀가 살짝 뒤로 젖혀졌다.아, 이 보드라운 촉감.이게 바로 힐링이지.“우리 여기서 잘 지내보자, 뽀삐야.”나는 뽀삐를 꼭 껴안고 볼을 비볐다.내 볼에 닿는 녀석의 털이 따뜻했다.하지만 나는 몰랐다.내 품에 안긴 이 귀여운 강아지가, 사실은 ‘와이번의 심장’과 ‘만드라고라의 뿌리(영양제)’를 먹고 기력을 회복해 살기를 번뜩이고 있다는 것을.그리고 지금 당장 내 목덜미를 물어뜯을지, 아니면 이 기이한 사육에 조금 더 몸을 맡길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것을.나의 착각과, 녀석의 오해가 얽힌 기묘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창밖에는 여전히 폭죽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 뽀삐는 집이 필요해밤이 깊었다.창밖에는 여전히 빛망울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오두막 안은 평화로운 정적에 잠겨 있었다.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었다. 낯선 곳에 떨어졌지만, 불면증에 시달리던 현실보다 잠자리가 훨씬 편안했다. 아마도 이 세계의 공기에 섞인 달콤한 향기 덕분인 것 같았다.내 옆자리, 보들보들한 극세사 이불 위에는 하얀 털뭉치가 웅크리고 있었다.오늘 주워 온 나의 반려견, 뽀삐였다.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든(것으로 보이는) 뽀삐를 보며, 나는 꿈결 속에서도 헤실헤실 웃었다.아, 따뜻해. 이게 행복이지.내일 일어나면 뽀삐 집도 만들어주고, 마당에 꽃도 심어야지.행복한 계획을 세우며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 시각, 나의 품에 안긴 뽀삐, 아니 칼리드 대공은 전혀 다른 밤을 보내고 있었다.[칼리드 드 에페르토 시점]칼리드는 숨을 죽이고 여자의 동태를 살폈다.규칙적인 호흡. 완전히 이완된 근육.여자는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었다.‘지금이다.’칼리드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마수화된 신체의 본능이 당장 저 여자의 목을 물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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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두막 뒤편의 숲으로 향했다.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하게 뻗어 있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덤불을 줍기 시작했다.우두둑, 뚝.손을 댈 때마다 아이템이 쑥쑥 들어왔다.[시스템: ‘저주받은 흑철목’을 획득했습니다.][시스템: ‘식인 덩굴의 줄기’를 획득했습니다.]‘응? 이름이 좀 살벌하네.’게임 설정인가 보다. 원래 판타지 테마 맵이라 아이템 이름도 좀 유니크한가 보지.어쨌든 화면상으로는 그냥 튼튼해 보이는 고동색 나무와 질긴 덩굴이었다.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재료를 모았다.뒤따라 나온 뽀삐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딱 벌린 채 굳어 있었다.아마 주인이 일하는 모습이 신기한가 보다.“뽀삐야, 기다려! 금방 멋진 집 지어줄게!”나는 재료를 다 모은 뒤, 마당으로 돌아와 [건설] 버튼을 눌렀다.팡! 팡!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망치질 몇 번 하는 시늉을 하자, 눈앞에 근사한 개집이 뚝딱 완성되었다.고풍스러운 원목으로 지어진, 붉은 지붕이 예쁜 강아지 집이었다. 입구에는 라고 쓴 명패도 달아주었다.“완성! 어때, 마음에 들어?”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뽀삐를 바라보았다.뽀삐는 완성된 집을 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감동받아서 말이 안 나오나?[칼리드 시점]칼리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여자가 아침부터 부산을 떨더니, 오두막 뒤편 ‘마수들의 무덤’으로 향했다.그곳은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흑철목’이 자라는 곳이자, 살아있는 생명체는 닥치는 대로 휘감아 말려 죽이는 ‘블러드 바인(식인 덩굴)’ 군락지였다.그런데 여자는.맨손으로.흑철목을 엿가락처럼 툭툭 부러뜨리고 있었다.도끼도, 톱도 없었다. 그냥 산책하다 떨어진 나뭇가지 줍듯이, 수백 년 묵은 흑철목을 ‘우두둑’ 뜯어냈다.식인 덩굴이 공격하려고 꿈틀거리자, 여자가 “어머, 잡초가 많네.”라며 덩굴의 숨통을 끊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괴력…… 아니, 저건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권능이다.’공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그녀가 마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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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폭군 대공이 내게만 말티즈로 보인다
여자는 웃으면서 그에게 ‘목줄’을 채웠다.도망가지 말라는 경고이자, 네 힘 따위는 언제든 제어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칼리드는 굴욕감보다 안도감을 느꼈다. 적어도 이 목줄이 있는 한 마수화가 폭주하여 이성을 잃을 일은 없을 테니까.하지만 산책, 아니 ‘죽음의 행군’은 공포 그 자체였다.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S급 마수들의 영역을 가로질렀다.그리고 마주친 ‘킬러 래빗’.저놈은 작아 보여도 북부 기사단의 정예 병사 한 명의 목을 순식간에 따버리는 놈이다.칼리드는 본능적으로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앞을 막아섰다. 아무리 그녀가 괴물이라도, 일단은 자신의 ‘주인’이니까.하지만 여자는 그를 밀쳐내고 맨몸으로 킬러 래빗을 맞이했다.킬러 래빗의 뿔이 그녀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 순간.딱!여자가 손가락으로, 마치 모기를 쫓듯이 래빗의 이마를 튕겼다.그 단순한 동작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공기를 찢었다.킬러 래빗의 머리통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에델린의 눈에는 그냥 날아간 걸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충격으로 즉사하며 날아갔다).마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숲 반대편으로 사출되어 버렸다.“친구네.”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저게 친구라고?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게 친구 사이의 인사법인가?칼리드는 오한을 느꼈다.이 여자의 ‘상식’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그녀에게 ‘친구’란, 자신의 힘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강자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그렇다면 나에게 ‘가족(뽀삐)’이라고 부르는 것은…….‘설마, 나를 자신과 동급의 괴물로 키우려는 건가?’대공, 아니 뽀삐는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여기서 주저앉으면 그녀가 ‘실망’할지도 모른다.실망의 대가는 아마도 저 토끼처럼 되는 것일 테지.“가자, 다른 친구 찾아보자.”여자가 목줄을 당겼다.칼리드는 군말 없이 그녀를 따랐다.이제 그는 확실히 알았다.이 숲에서 가장 위험한 마수는 킬러 래빗도, 마수화된 자신도 아니다.바로 저 해맑게 웃으며 산책을 즐기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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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드는 떨리는 입으로 물통을 물어다가 밭에 뿌렸다.마나 용액을 머금은 만드라고라와 봄버 포테이토가 순식간에 줄기를 뻗으며 거대해졌다.여자는 흐뭇한 미소로 그 지옥도를 바라보았다.  “무럭무럭 자라라~ 우리 뽀삐 간식하게.” 칼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간식.그녀가 말하는 간식이 나를 강하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내 위장을 폭파하려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나는 지금 이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농부의 조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농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뽀삐가 구덩이를 워낙 잘 파준 덕분이다. 앞발로 타닥타닥 흙을 파헤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테리어 종의 피가 섞였나? 게다가 내가 심은 토마토랑 감자는 성장 속도가 엄청 빨랐다.심은 지 몇 분 만에 싹이 트고 줄기가 굵어졌다. “역시 게임 속이라 그런가? 성장 촉진제가 기본 옵션인가 봐.” 나는 만족스럽게 손을 털었다.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다. “뽀삐야, 고생했어! 앉아!” 나는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며 외쳤다.강아지 훈련의 기본은 ‘앉아’와 ‘기다려’다. 뽀삐는 내 말을 알아들은 듯, 즉시 뒷다리를 굽히고 엉덩이를 바닥에 붙였다.자세가 아주 각 잡혀 있었다. 군견 출신인가 싶을 정도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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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편, 오두막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숲의 외곽. “대공 전하의 흔적이 여기서 끊겼습니다.”  은색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빗물에 젖은 숲을 수색하고 있었다.그들의 가슴에는 북부 대공가의 문장인 ‘포효하는 늑대’가 새겨져 있었다.기사단장 ‘발렌’은 침통한 표정으로 바닥을 살폈다.  마수들의 시체가 즐비했다.갈기갈기 찢겨 죽은 마수들.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이 흉폭한 힘에 의해 꺾여 있었다.분명 대공의 폭주 흔적이었다. “마기 반응이 이쪽으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발렌은 미간을 찌푸렸다.대공의 폭주는 한번 시작되면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마기가 증발하듯 사라졌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대공이 죽었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대공을 제압했거나.  “단장님! 저쪽을 보십시오!” 부관이 다급하게 외쳤다.발렌의 시선이 부관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숲의 안개가 걷히고, 기이할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마치 다른 세상처럼 꽃이 만발하고, 따스한 빛이 감도는 구역. 하지만 발렌은 본능적으로 검자루를 쥐었다.그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서, 소드마스터인 자신조차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압도적인 공포심(Fear)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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