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 갈이 하는구나? 아프지 않게 살살 물어야지, 뽀삐야." "……(나는 제국의 대공이다, 네놈의 목을 베…… 아니, 꼬리가 왜 흔들리지?)" 드래곤은 빗자루로 때려잡고, 마신은 살충제로 박멸하며, 대공은 간식으로 조련하는 에델린의 거침없는 북부 정복기! 과연 그녀는 이 험난한(?) 펫샵 경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View More* 이 구역의 미친 개(가 아니라 강아지)
내 인생의 낙은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모바일 게임 <마이 리틀 펫샵>을 켜는 것이었다.
피 튀기는 경쟁도, 머리 아픈 전략도 필요 없는 궁극의 힐링 게임.
동화 같은 파스텔 톤 그래픽과 귀여운 동물들을 수집해 나만의 정원을 꾸미는 게 전부인 세상.
“아, 이번 업데이트로 추가된 ‘안개 낀 숲’ 맵 진짜 예쁘네.”
새로 열린 히든 맵은 몽환적인 보랏빛 안개가 깔린 신비로운 숲이었다. 나는 화면 속 캐릭터를 조작해 숲을 거닐다가, 현질로 뽑은 SSS급 아이템 ‘요정의 바구니’를 장착했다.
그리고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내 방 천장이 아니었다.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분홍빛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 그리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베리 향기.
“……어?”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푹신한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젤리처럼 말랑거리고 있었다.
시야가 묘하게 달랐다.
마치 세상 전체에 ‘뽀샤시 필터’를 씌운 것처럼 모든 것이 부드럽고 반짝거렸다. 나무들은 크레파스로 그린 듯 아기자기했고, 풀잎 끝에는 보석 같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시스템: ‘안개 낀 숲(Hidden)’에 입장하셨습니다.]
[현재 동기화율: 100%]
허공에 둥둥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
익숙한 폰트, 익숙한 UI.
나는 멍하니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뽀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내가 게임 속에서 착용했던 ‘요정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설마……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거야?”
심장이 쿵쿵 뛰었다. 보통 소설 속 빙의라고 하면 악녀나 시한부 인생으로 떨어져서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던데.
여기는 <마이 리틀 펫샵>이잖아?
맹수도 없고, 악당도 없고, 오로지 귀여운 동물 친구들만 있는 평화로운 세상!
“대박.”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직장 상사의 잔소리도, 갚아야 할 전세 대출 이자도 없는 곳. 내가 할 일이라곤 귀여운 동물들을 줍고(Taming), 씻기고, 먹이는 것뿐이다.
“좋아,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볼까?”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을 걷기 시작했다.
주변은 온통 꽃밭이었다.
저 멀리서 다람쥐처럼 생긴 귀여운 동물들이 나를 보고 쪼르르 도망갔다. 붉은색 털이 복슬복슬한 게 꼭 인형 같았다.
“안녕? 난 해치지 않아~”
내가 손을 흔들자, 다람쥐들은 끼이익! 하고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나무 위로 숨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들인 모양이다.
(사실: 에델린이 마주친 것은 ‘피를 마시는 붉은 식인쥐’ 떼였다. 그들은 제국 기사단 한 개 소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흉폭한 마수였으나, 에델린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마력 파장에 공포를 느끼고 도망친 것이었다.)
숲은 꽤 넓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조차 평범하지 않았다. 빗방울이 닿는 곳마다 퐁, 퐁, 하고 작은 빛 망울이 터졌다.
“비주얼 효과 미쳤다…….”
감탄하며 걷던 내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거대한 고목나무 아래.
축 쳐진 채 쓰러져 있는 하얀 털뭉치 하나.
“……강아지?”
나는 숨을 멈췄다.
세상에. 저 앙증맞은 사이즈.
비에 젖어 털이 찰싹 달라붙은 탓에 더욱 작고 소중해 보이는 생명체였다.
종은…… 말티즈? 아니면 폼피츠?
어쨌든 하얗고 작은 소형견인 것은 확실했다.
“어떡해. 다쳤나 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하얀 털 곳곳에 빨간색 페인트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게임 내 표현으로는 ‘HP 감소’ 상태인 듯했다.
강아지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웅크리고 가끔씩 끙,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시스템: 야생의 ‘유기견(???)’을 발견했습니다!]
[상태: 매우 경계함 / 부상 / 배고픔]
상태창이 뜨는 걸 보니 퀘스트가 분명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떨고 있는 강아지라니. 심장이 아려왔다. 나는 전직 ‘프로 랜선 집사’로서 이 아이를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가, 괜찮니?”
내가 손을 뻗자,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나를 쏘아보았다.
‘크르르르…….’
녀석은 작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저 “앙! 앙!” 하는 아기 강아지의 짖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하찮고 귀여워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경계심이 많구나. 하긴, 비 오는 숲에 버려졌으니 사람을 무서워할 만도 하지.
“착하지. 안 잡아먹어. 누나는 그냥 널 도와주고 싶은 거야.”
나는 가방(인벤토리)에서 ‘최상급 육포’ 하나를 꺼냈다. 게임 상점에서 유료 잼으로 산 비싼 간식이었다.
“자, 이거 먹을래? 맘마.”
녀석의 코앞에 육포를 흔들었다.
그러자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이 인간이 미쳤나?’ 하는 표정이었다.
강아지는 육포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휙 고개를 돌려버렸다.
자존심이 센 타입인가?
“먹을 거로 유혹하는 건 실패인가.”
비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녀석의 체온이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일단 줍자.
동물 보호의 제1원칙. 구조가 먼저다.
“미안해, 좀 만질게?”
내가 손을 뻗어 녀석의 몸통을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카앙!
녀석이 잽싸게 고개를 돌려 내 손목을 물었다.
하지만…….
“아야, 씁! 물면 안 돼.”
따끔하지도 않았다.
녀석의 이빨이 내 피부에 닿긴 했지만, 마치 고무 장난감에 물린 것처럼 말랑했다. 아마 내가 끼고 있는 ‘요정의 반지’나 기본 방어력 덕분인 것 같았다.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녀석의 미간을 살살 문질러주었다.
“이 갈이 하는구나? 간지러워서 그래?”
‘……?!’
녀석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꼴이 퍽 우스웠다.
나는 그 틈을 타 녀석을 번쩍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뼈대가 굵은 아이인가 보다.
“크르르! 컹! 컹!”
녀석이 버둥거리며 발톱으로 내 옷을 긁어댔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꼬물거리는 ‘꾹꾹이’로만 보였다.
“역시! 심오한 병법이군요. 잘 먹어야 잘 싸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시 퇴비 뿌리러 가겠습니다!”발렌은 경례를 붙이고 밭으로 뛰어갔다.단순해서 다행이다.그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칼 씨? 누구랑 얘기해요?”에델린이었다.그녀는 바구니에 빨래를 가득 담고 있었다.“아,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혼잣말이다.”“그래요? 발렌 아저씨랑 되게 친해 보이던데. 둘이 무슨 작당 모의라도 했나?”“자, 작당 모의라니. 그냥…… 농사 노하우를 물어봤을 뿐이다.”칼리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빨래 바구니를 뺏어 들었다.“이거 무거워 보이는데 내가 들겠다.”“어머, 고마워요. 역시 칼 씨는 힘도 세네.”에델린이 팔짱을 껴왔다.부드러운 감촉이 팔뚝에 닿았다.칼리드의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작당 모의고 뭐고,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오늘 날씨도 좋은데, 이불 빨래하고 나서 뒤뜰에서 고기 구워 먹을까요?”“좋다. 아주 좋다.”칼리드
“손님, 자리가 좁으니 조심하시죠.”칼리드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발렌은 얼어붙었다.주군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나는 지금 ‘칼’이라는 이름의 알바생이다. 대공이라고 부르는 순간 네 목은 없다.]“아, 아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봤네요. 너무 잘생기셔서 그만.”발렌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돌렸다.역시 전하. 잠복근무 중이시구나. 마녀의 약점을 캐내기 위해 ‘미남계’를 쓰고 계신 거야!발렌은 혼자 감동하며 주군의 깊은 뜻(사실은 얹혀살기)을 오해했다.“칼 씨, 저기 설거지 좀 도와줄래요?”“알겠다.”칼리드는 싱크대로 갔다.쌓여 있는 그릇들.평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는 대공이었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검술의 원리는 만물에 통하는 법.‘오러를 얇게 두른다.’칼리드의 손끝에서 푸른 오러가 피어올랐다.그는 접시를 공중에 띄웠다.슉, 슉, 슉!오러가 회전하며 접시의 기름기를 완벽하게 깎아냈다.물줄기를 검기처럼 제어하여 헹구고, 열기로 순식간에 건조까지.설거지가 아니라 ‘접시 연마’에 가까운 수준이었다.&nbs
칼리드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주인? 내가 내 주인이라고?아니, 그보다 나를 변태 취급하다니!“아니, 내 말을 들어봐라. 내가 바로 그 강아지…….”“거짓말하지 마세요! 사람이 어떻게 강아지가 돼요? 동화책 너무 많이 읽으셨나 봐.”에델린은 단호했다.그녀의 상식선(게임 설정)에서 수인(Werewolf)은 있어도, 강아지가 미남으로 변하는 건 ‘유료 스킨’이나 ‘이벤트 NPC’뿐이었다.그리고 이 남자는…… 너무 잘생겼다.딱 봐도 ‘히든 로맨스 대상’ NPC 비주얼이다.“잠깐, 얼굴 보니까 낯이 익는데…….”에델린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칼리드는 침을 삼켰다.그래, 꿈속에서... 드디어 알아보는 건가?“아! 꿈에 나왔던 그 요정님?!”“……요정?”“맞네, 맞아! 꿈속의 요정님이 현실로 튀어나온 거네! 이거 무슨 이벤트지? ‘크리스마스의 기적’ 같은 건가?”에델린은 혼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칼리드는 할 말을 잃었다.
“자, 이제 좀 진정이 되셨나요?”나는 빗자루를 들고 다가갔다.예티는 나를 보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뒷걸음질 쳤다.자신의 냉기 브레스를 맨몸으로 맞고도(사실 빗겨갔지만) 멀쩡하고, 태양을 던져서 자신을 파마시킨 이 작은 여자가 무서웠던 것이다.“앉아.”내가 단호하게 말했다.예티는 뽀삐를 힐끔 쳐다봤다.뽀삐는 ‘너도 당해봐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선배의 조언을 알아들은 걸까?예티는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얌전히 앉았다.“착하네. 진작 그럴 것이지.”나는 볶아진 예티의 털을 쓰다듬었다.따뜻하고 푹신했다.이거 겨울에 난로 대용으로 쓰면 딱이겠는데?[시스템: ‘에이션트 예티’를 길들였습니다!][펫 ‘설돌이(Snowy)’가 추가되었습니다.][보상: 무제한 얼음 공급원 확보]“이름은 ‘설돌이’로 하자. 뽀삐 동생 생겼네, 축하해!”나는 뽀삐를 보며 손뼉을 쳤다.뽀삐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자신의 라이벌이 엘프, 마법사, 기사단도 모자라 이제는 5미터짜리 몬스터까지 늘어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설돌이(구 예티)의 합류는 우리 오두막에 혁명을 가져왔다.바로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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