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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作者: 진해랑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19 21:07:14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대표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커피부터 마시죠.”

“맞습니다.”

“그리고 커피 내리는 동안 아무 말도 안 하는 스타일.”

그가 잠깐 웃었다.

“그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셔츠 소매를 힐끗 봤다.

“넥타이는 항상 느슨하게 풀어두네요.”

“아침이라서요.”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은 긴장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 같아요.”

그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게 보였습니까.”

“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그래서 계약 결혼도 받아들인 거겠죠.”

그의 시선이 잠깐 나에게 머물렀다.

“대표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저요?”

“네.”

그는 말했다.

“대표님도 통제 가능한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 같거든요.”

나는 웃었다.

“그래서 계약서를 그렇게 꼼꼼히 검토했나 보네요.”

“대표님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건 인정해요.”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도 하나 아쉬운 건 있네요.”

“뭡니까.”

“계약서에 빠진 조항이 하나 있어요.”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떤 조항입니까.”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침 식사는 같이 할 것.”

그가 잠깐 웃었다.

“지금이라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거절합니다.”

“이유는요.”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은 아침에 말이 너무 많거든요.”

도영이 작게 웃었다.

“대표님이 먼저 질문하셨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대표님이 먼저 눈썰미를 자랑했잖아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는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그가 말했다.

“생각보다 편합니다.”

“뭐가요.”

“이 결혼.”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햇빛이 유리창을 타고 거실 바닥 위로 길게 번지고 있었다.

“저도요.”

나는 말했다.

“생각보다 자연스럽네요.”

“뭐가 말입니까?”

“그냥 이런 상황이?”

나는 거실을 가볍게 둘러봤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얼마 전까지 남이었는데 이렇게 아침에 같이 커피 마시고 있는 거.”

도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업은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이깁니다.”

나는 웃었다.

“하긴 이 결혼도 사업의 일환이었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은 그렇습니다.”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지금은, 이라.

그 말은 이상하게도 계약서의 여백처럼 들렸다.

그때의 나는 이 결혼이 꽤 성공적인 거래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우리 둘 사이에서는 그랬다.

문제는, 세상은 거래를 거래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남의 결혼에 자신들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덧씌웠다.

재계는 정략이라 수군거렸다.

SLP가 경영권 분쟁으로 혼란스러운 그랑 팔레를 삼키기 위한 수라고.

주체가 뒤바뀌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작은 분명히 거래였으니까.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한다는 발표 후, 연일 기사들이 쏟아졌다.

<경영권 분쟁 속 깜짝 웨딩... 그랑 팔레 신채은 대표, SLP 차도영과 전격 결혼>

<세기의 로맨스인가, 완벽한 시나리오인가?>

<단독 포착! 신채은-차도영의 심야 데이트>

하지만 언론보다 더 빠르게 반응한 건 재계였다.

결혼 발표가 나간 바로 다음 날, 그랑 팔레 본사.

회의실 공기가 술렁였다.

긴 테이블 양쪽에 앉은 임원들의 시선이 전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다들 기사 보셨겠죠. 하긴 그렇게 떠들썩했는데 못 보셨다는 게 이상한 거겠지만.”

내 비아냥거리는 말투에도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임직원들은 딱 두 분류로 나뉘어 있었다. 전무인 숙부를 지지하는 쪽과 대표인 나를 지지하는 쪽. 하지만 나를 지지하는 쪽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그들도 의구심이 어린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줄 잘못 선거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낙하산이나 마찬가지인데 믿어도 되나.’

나는 그런 그들의 속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지지나마 있으니 고립무원 상태에서도 대표로서 직무를 할 수 있었으니까.

길어지려는 정적을 깬 건 전략기획실장이었다.

“대표님.”

그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시장 반응이 조금... 과열된 상태입니다.”

나는 무심하게 태블릿으로 실시간 기사와 댓글을 읽어내려갔다.

<솔직히 재벌끼리 연애결혼이 말이 되나? 계산하고 따져서 하는 거지.>

<어쨌든 둘 다 윈윈이네.>

나는 재미없다는 얼굴을 하고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그래서요. 제가 결혼한 게 문제입니까, 아니면 여러분이 그 결혼을 이용할 방법을 아직 못 찾은 게 문제입니까?”

상무가 말을 이었다.

“주주들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합니까?”

“SLP가 경영에 개입하는 건 아닌지 확인받고 싶어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그들이 걱정하는 건 그랑 팔레의 미래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서 있는 줄이 안전한지였다.

나는 잠시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불안.

의심.

계산.

익숙한 얼굴들 위에 전부 같은 표정이 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확실히 알았다.

이 결혼은 차도영과 나, 단둘만의 계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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