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1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강유영은 잔을 내려놓고는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았다.

소은경은 그런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강유영은 말없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햇볕이 드는 따뜻한 자리를 골라 섰다.

“유영 언니….”

저만치서 조월아가 그녀를 부르며 다가오려 했으나, 도중에 소은경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강유영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서서히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

소은경은 주변의 영애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자연스럽게 행동했으나, 수시로 곁눈질을 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은밀히 살피고 있었다.

과연 그녀의 짐작대로 그 침향수에 뭔가 들어 있던 걸까.

다행히 그녀는 그것을 진짜로 마시지 않고 소맷자락에 슬쩍 쏟아서 버렸다.

‘그렇다면 난 지금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지?’

머리가 어지러운 척 비틀거려야 할까?

강유영은 정자의 난간을 붙잡고 손을 들어 이마를 짚고는 몰래 소은경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본래 소은경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오만방자한 소은경이 이미 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35화

    이참에 강유영의 기세를 꺾어 허황된 꿈은 접고 얌전히 서왕부의 첩실로 들어가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알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풍씨 어멈이 떠나자마자 그녀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아씨, 괜찮으십니까?”단비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괜찮지 않을 일이 뭐가 있다고.”강유영은 단비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가슴 한구석이 미어지듯 아려왔고, 위장까지 뒤틀리는지 속이 메스꺼웠다.단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유영은 늘 혼자 서러움을 감내하며 억지로 집어삼킬 뿐, 밖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매번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기만 하니 병이 나지 않을 리 없었다.궁중 연회는 승평루에서 열렸다.이층에서 어화원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누각이었다.다만 지금은 밤중인 탓에, 정원 곳곳을 밝히는 등불만이 아른거릴 뿐이었다.강유영은 앞장선 한씨와 조연화의 뒤를 따르며 시선을 바닥에만 두었다.아직 황제는 당도하지 않았고, 한씨는 회남왕비 및 다른 대신들의 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세자와 군주께서 안 보이네요?”누군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한씨가 웃으며 답했다.“경이가 비녀 하나를 잃어버려서요. 원철이가 비녀를 사 주러 함께 갔으니 곧 당도할 겁니다.”계단 밑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서 있던 강유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금 심장이 아려왔다.그날 밤, 조원철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몇 번이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이제 와 생각하니 실로 모욕적이고 가소로운 일이었다.“두 분이 참으로 사이가 좋으니, 듣기로 폐하께서 길일을 택해 혼례를 명하실 거라 하더군요. 경사가 머지않았습니다.”또 다른 부인이 거들었다.“저희야 그저 폐하의 뜻에 따를 뿐이지요.”한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회남왕이 경성에 당도한 이후, 황제께서는 무척 반가워하셨다.회남왕은 거의 궁에 머물며 황제와 식사를 함께하고 신변을 보좌하고 있었다.황제께서 이토록 회남왕을 아끼시니, 아들이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34화

    머리를 만지는 솜씨가 서툴러 가장 낮게 틀어 올리는 것이 전부였지만, 강유영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상하게 보여 남들의 눈길을 끌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아씨, 어디 나가시렵니까?”서유가 뒤에서 물었다.“서준을 만나야겠다.”강유영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대꾸했다.“가지 마십시오. 오씨 어멈에게도 가시면 안 됩니다.”서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그녀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한 이상,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더는 세자의 명을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왜 그러느냐?”강유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세자께서 어제 아씨를 보호하라며 문 앞에 사람들을 배치하셨습니다. 아씨께서 외출하시면 그들이 뒤를 쫓을 것입니다.”서유가 설명했다. 강유영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고맙구나.”조원철의 사람인 서유가 그녀에게 실상을 털어놓은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조원철의 수하들이 감시하는 마당에 오씨 어멈을 만나러 갈 수는 없었다.그랬다간 떠나려던 계획을 들키고 말 터였다. 그는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어떻게 해야 그의 수하들을 따돌릴 수 있을까?한참을 궁리하는 사이 어느덧 날이 밝아왔다. 창밖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며 눈부신 아침노을이 번졌다.“아씨, 제가 고기 전병을 좀 사 왔습니다.”돌아온 단비가 싱글벙글 웃으며 따끈따끈한 고기 전병을 건넸다.“오씨 어멈은 좀 어떠시더냐?”강유영은 전병을 받아 한 입 베어 물고는, 꽉 찬 고기 소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이 집 고기 전병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기가 가득 차 있어 그녀가 어릴 적부터 무척 좋아하던 별미였다.이제 경성을 떠나면 다시는 맛보지 못할 맛이었다.“오씨 어멈은 잘 지내십니다. 밖으로 나가 이웃들과 담소도 나누실 정도예요. 그저 아씨를 무척 그리워하십니다.”단비가 웃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33화

    강유영은 문가에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한씨가 판을 깔고, 소은경이 사람을 보냈다.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조원철이 그들을 추궁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한씨는 그의 어머니였으니 문책할 리는 없을 테고, 소은경은 그가 마음에 품은 정인이자 곧 부인으로 맞이할 사람이니 추궁할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가슴속 깊이 밀려드는 쓰라림을 억눌렀다.어차피 이번에 다친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가 죄를 묻지 않는 것 역시 그의 일일 뿐, 이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역시나 기나긴 침묵 끝에 문밖에서 조원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풀어 주거라.”강유영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이미 예상한 바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의 결정을 들으니, 머리 위로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내려갔다.그녀의 생각이 맞았다.그가 그녀를 위해 했던 그 모든 행동은 그저 흥미를 쫓은 짓에 불과했다.그에게 그녀는 욕망의 대상일 뿐, 한 자락의 진심도 없었던 것이다.‘내가 정신이 나갔지.’그에게 홀려 거절하는 것조차 잊다니.앞으로는 두 번 다시 흔들리지 않으리라.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다.비록 그가 자신을 대신해 다쳤을지언정, 떠나겠다는 결심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흔들리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문걸이를 걸어 잠근 뒤, 피로가 몰려오는 몸을 이끌고 침상으로 향했다.달칵.가벼운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조원철과 청운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았다.청운은 저도 모르게 상전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영민한 그로서는 조원철이 소은경의 죄를 묻지 않는 바람에 강유영이 노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챘다.하지만 조원철에게도 말 못 할 고충이 있었다.조정에 몸담은 이상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은 법이었다.“먼저 물러가거라.”조원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두드리려 다가갔다.“세자!”문밖에서 청류가 급히 뛰어왔다. 조원철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32화

    내실 안은 어느새 정적에 휩싸였다.따스한 불빛이 조원철의 수려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는데, 특유의 날카로운 기세가 촛불에 번져 부드러워 보였다. 눈꼬리에는 옅은 붉은 기가 감돌았고, 긴 속눈썹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는 동안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강유영은 얼굴이 화끈거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사방을 뒤덮은 감송향과 약 냄새는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그녀를 옭아매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었다.그녀는 물기 어린 눈을 크게 뜬 채 아득해지는 정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림 같은 이목구비가 다시금 천천히 다가왔다.머릿속에 겨우 한 가닥 남은 이성으로, 그녀는 몸을 굳히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피했다.이러면 안 될 것만 같았다.“세자, 자객이 자백했습니다.”바깥에서 문득 청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순간이었다.강유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갑자기 들려온 청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그제야 꿈에서 깬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조원철의 눈빛이 가라앉으며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당황한 강유영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쳐 내고는, 허둥지둥 그의 품에서 도망쳤다.마치 겁먹은 토끼처럼 침상 발치 너머,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해 버렸다.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움켜쥔 채 진정하려고 애썼다.입을 맞추는 사이 미혼약이라도 쓴 게 분명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이성이 이 정도로 흐트러져 거절조차 잊었을 리 없었다.조원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의자를 거칠게 걷어찼다.강유영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폈다. 그는 몹시 심사가 뒤틀린 모양이었다.“배후가 누구냐?”조원철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의복을 정돈했다.문밖의 청운은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강유영은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청운이 보기에 그녀가 들어서는 안 될 밀어인 모양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가만히 그를 살폈다.그는 상의의 매듭단추를 하나씩 채워 나갔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31화

    눈물에 젖은 긴 속눈썹이 가닥가닥 뭉쳐서 축 늘어진 모습이 꽤나 쓸쓸해 보였다.“이제 무슨 일만 생기면 웃는 버릇은 고쳐야 한다. 눈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그녀를 바라보는 조원철의 짙은 눈동자 깊은 곳에는 연민이 서려 있었다.“예.”강유영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전에도 가르쳐준 적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나름대로 울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으나, 가끔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언제까지 나를 이대로 방치할 셈이지?”조원철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의 어깨를 힐끗 보며 물었다.강유영은 그제야 상처에 아직 약도 안 발라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이 상태로도 약은 바를 수 있다.”조원철은 다시금 그녀를 눌러앉혔다.강유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약병을 집어들고 꼼꼼히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다친 사람이니 이번만큼은 뜻대로 해주기로 했다.반쯤 풀어헤친 그의 옷자락 사이로 희고 넓은 어깨가 드러났다.그의 품에 안긴 채 앞에서 약을 바르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레 그의 목을 감싸 안는 자세가 되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감송향과 약냄새가 섞여 코끝을 감돌았다. 강유영은 마음을 다잡으며 손끝의 움직임에 집중했으나, 턱이 그의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스칠 때마다 맨살에서 배어 나오는 열기 때문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의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녀의 자그마한 귀는 이미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귀 주변의 살결과 목덜미까지 옅은 분홍빛으로 물든 모습이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마침내 약을 다 바른 강유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무명천을 가져와 상처를 감싸기 시작했다.그제야 그의 어깨 아래에 남은 흉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장에서 얻은 옛 상처들이었다. 보이는 것만 해도 두 군데나 되었다.그녀는 지난날 밤, 그의 온몸을 어루만지며 수많은 흉터를 만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개선한 뒤 그가 누리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30화

    강유영은 그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의 어깨 부근에 난 상처를 보는 순간, 그녀는 그가 자신을 대신해 칼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 오며,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들었다.“어서요, 어서 약방으로 모셔 가서 상처를 싸매야 해요...”그녀는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져, 조원철을 붙잡은 채 청운 일행을 다급히 재촉했다.“가벼운 상처니 상관없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조원철은 그녀를 붙잡아 말린 뒤, 청운에게 마차를 대기시키도록 일렀다.“안 돼요, 지혈부터 해야죠.”강유영은 그의 상처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손을 바르르 떨었다.이대로 피를 계속 흘리다가는 과다출혈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누가 보낸 자들인지 배후를 철저히 추궁하거라.”조원철은 청운에게 짧게 명한 뒤, 그녀를 이끌고 마차에 올랐다.“약방으로 가면 안 될까요?”강유영은 마차 안에서 그의 등 뒤에 난 상처를 확인할 수 없어 마음이 더욱 타들어 갔다.그녀는 그를 떠나고 싶었고,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으며, 영영 보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를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비록 모든 인연을 끊어 낼지언정, 그가 경성에서 평안하고 순탄하게 지내기를 원했다.그녀가 없는 세상에서도 매일을 무탈하게 보내기를 간절히 바랐다.“네가 지혈 가루 좀 발라 주겠느냐.”조원철이 마차 안 서랍을 열어 청자병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그는 여전히 다치지 않은 사람처럼 태연하게 굴었다.강유영은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갔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그녀는 조심스레 손을 움직여 그에게 지혈 가루를 뿌려 주었다.내내 마음을 졸이다 보니 어느새 마차가 멈추어 섰다.요월원 입구였다.그녀는 조원철을 이끌고 서둘러 처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조원철은 제 손을 꼭 맞잡은 그녀의 손길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그녀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자신을 처소에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아가씨, 세자께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