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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Author: 보라돌이
하지만 백진아는 왠지 이 사람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그 여자가 옆으로 지나갈 때, 약 가루 한 줌을 슬쩍 뿌렸다.

두 사람이 걸으며 자연스럽게 발소리를 내는 틈을 타, 그녀는 공간에서 나와 재빨리 안쪽 뜰로 향했다.

달문을 하나 지나자, 월국 시녀가 키 크고 청의를 입은, 가림막이 달린 모자를 쓴 여인을 정문 쪽에서 모시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백진아는 그 여인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백우씨였다.

그녀는 몸을 돌려 백우씨의 뒤를 따라갔고, 이내 화문을 지나 본청에 이르렀다.

월국 시녀가 문을 열며 공손히 말했다.

“희월 공주님, 드십시오!”

백우씨가 차갑게 말했다.

“부인이라 부르거라.”

“희월아, 왔구나.”

문 안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는데, 바로 백리효천이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그 작은 흰 담비가 앉아 있었다.

“찍!”

흰 담비가 백진아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경고했다.

백리효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손가락을 튕겨 내공을 날렸다.

백진아는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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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90화

    밤이 깊어지자 사방은 고요에 잠겼다.백진아가 암도의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예전에 바로 이 비밀 통로를 이용해 호박원을 빠져나가, 몰래 당신을 만나러 갔었지요.”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백진아의 마음은 여전히 조금 아팠다.연천능은 황급히 그녀를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 한 번, 또 한 번. 쉴 새 없이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그는 후회했고,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가슴이 아팠다.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이제 와서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그저 행동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결국 백진아는 숨을 헐떡이며 그의 품에 축 늘어졌다. 그러고는 그의 허리를 꼬집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됐어요.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게 먼저예요.”연천능이 퉁명스럽게 말했다.“하룻밤 더 묵으면 될 것을. 연경곤은 병들어 죽게 내버려 두자고.”백진아는 그가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피식 웃었다.“안 돼요. 죽더라도 오라버니 일행을 구해낸 뒤에 죽어야죠.”연천능도 그저 홧김에 한 말일 뿐이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암도로 들어가 호박원을 빠져나왔다.두 사람은 임강성을 벗어나자마자 준마로 갈아타고, 쉬지 않고 종려산을 향해 달렸다.종려산은 원래 산적들의 소굴이었다. 뒷산에는 화약 제조 공방까지 있었는데, 연천능이 산적들을 토벌한 뒤에는 화약과 폭탄을 생산하고 예비 병력을 주둔시키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비호착을 이용해 절벽을 타고 그대로 뒷산으로 내려갔다.“누구냐?”풍일은 이미 사람들을 이끌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연천능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다.“짐이다.”풍일은 한쪽 무릎을 꿇고 포권하며 예를 올렸다.“폐하를 뵙습니다!”“예는 됐다.”연천능은 백진아의 손을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가며 물었다.“준비는 되었느냐?”풍일이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의 뒤를 따르며 대답했다.“모두 준비해 두었습니다.”연천능과 백진아는 거대한 동굴에 도착했다. 원래 이곳은 초석 광산의 갱도였다. 초석은 화약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고,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9화

    백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일어나거라.”소춘영은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당근처럼 가느다란 백진아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말을 전하러 온 궁녀가… 마마께서 저를 날씬하고 예쁘게 만들어 주실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입니까?”백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우선 맥부터 짚어 보마.”소춘영은 잔뜩 긴장한 채 앞으로 다가와 큼지막하고 살집이 두툼한 손을 백진아 곁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백진아는 그녀의 맥을 짚는 동시에 공간의 자동 스캔 진단 시스템을 가동했다.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네가 내 말을 잘 듣기만 한다면 살을 뺄 수 있다. 다만…”소춘영의 눈이 번쩍 빛났다.“알겠습니다! 전제 조건은 더 이상 백 대장군님을 쫓아다니지 않는 것이지요? 저도 동의합니다! 어차피 백 대장군님은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니까요. 제가 날씬해지고 예뻐진 다음에 다시 쫓아가면 되지 않겠습니까?”백진아는 말문이 막혔다.소춘영이 살을 빼려면 아무리 빨라도 2년은 걸릴 터였다. 그동안 백근당은 변방에 있을 테니… 2년이나 만나지 않으면 두 사람 사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어쨌든 백근당이 수도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소춘영이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소춘영은 많이 먹어서 살이 찐 것이 아니었다.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었다. 약을 먹으면서 운동하고 식사만 적절히 조절하면 충분히 살을 뺄 수 있었다.결국 소춘영은 한 무더기의 약과 온갖 주의 사항이 빼곡하게 적힌 종이 한 장을 들고 궁을 나섰다.소성동은 후궁 입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백진아가 소춘영을 혼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소춘영이 멀쩡히 살아서 나오는 데다, 백진아가 그녀의 병까지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그 자리에서 광명전을 향해 아홉 번이나 머리를 세차게 조아렸다.“황후마마의 크나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폐하를 위해 충성을 다해 일하고, 황후마마께서 베풀어 주신 호의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백진아는 아버지를 쫓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8화

    백근당의 곁은 병사들이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어, 소춘영도 감히 앞으로 달려들지 못했다. 그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서서 백근당의 늠름하고 호탕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백근당은 말에 훌쩍 올라탔다. 그러다 소춘영이 하녀조차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을 보고는 이내 병사에게 명했다.“사람을 시켜 내가 토한 것을 깨끗이 치우도록 하고, 궁에 사람을 보내 마마 두 분을 모셔 오너라. 소 낭자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도록 해.”그리하여 백진아는 이 일을 곧바로 알게 되었다.“하하하……”백진아는 못된 심보라도 발동한 듯 한참을 크게 웃었다.“아버지도 참… 왜 하필 토하셨답니까? 소춘영이 술에 취해서 그런 줄 알았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얼마나 상처받았겠습니까?”연천능은 능숙하게 배불리 먹은 자현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술에 취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백진아는 웃음을 거두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소성동은 관리로서 어떻습니까? 소춘영의 품행은요?”연천능은 조정의 관리들을 샅샅이 조사해 둔 터였다. 특히 돈과 식량을 관장하는 호부시랑 소성동은 더욱 철저하게 조사했을 것이 분명했다.연천능은 자현을 포대기에 싸면서 말했다.“소성동은 능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관리로서는 청렴한 편이고, 일 처리도 꽤 고지식하지. 하지만 호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눈치 빠르고 융통성 있는 성격까지 필요한 건 아니다. 장부만 제대로 관리하면 되니까. 소춘영은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아가씨다. 글도 모르고 견문도 좁은 데다 저런 체격까지 가졌지. 재주와 외모를 모두 갖춘 부군에게 시집가고 싶어 하니 평소에도 남들의 비웃음을 사곤 했다. 그래도 소성동 부부는 이 딸을 무척이나 아끼더군. 정 시집을 못 가면 평생 데리고 살겠다는 기세였다.”백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면… 소춘영이 저렇게 살이 찐 것도 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일 사람을 보내 소춘영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요. 살을 빼고 미모를 되찾을 것인지,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7화

    백진아가 답했다.“그럴 수도 있겠네요.”그러고는 이내 바닥에 놓인 나무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간에서 닭이랑 오리, 생선과 고기를 꺼내놨어요. 수라간에 있는 재료와 바꿔서 아버지와 경유에게 요리해 드리도록 해요.”연천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걱정하지 말거라.”그는 나무통을 들고 밖으로 나가 수라간의 식재료와 바꿔 놓았다.식재료를 사 오는 사람과 요리하는 사람이 서로 달랐기에 수라간 나인들도 별다른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다.백진아는 공간에서 좋은 술도 두 항아리 꺼내 놓았다. 공간이 반년 넘게 봉인되어 있었기에 그 안에서는 무려 스무 해의 세월이 흐른 셈이었다. 예전에 빚어 두었던 술을 꺼내 보니 향은 더욱 짙어졌고 맛도 훨씬 깊어져 있었다.백근당은 술을 꽤 많이 마셨고, 걸음걸이까지 조금 휘청거렸다.연천능은 그에게 궁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지만, 백근당은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사양했다. 백경유도 별다른 일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함께 궁을 나섰다.백근당은 승은후였기에 경성에 자신의 저택이 있었다.그런데 황궁 문을 막 나서자마자 거대한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백 대장군! 백 대장군!”바로 백근당을 짝사랑하며 상사병에 시달린 나머지 사십여 근이나 살이 빠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백오십 근이나 나가는 소춘영이었다.그녀는 새빨간 저고리에 짙은 초록색 치마를 받쳐 입고 있었다.머리 한쪽에는 비녀 하나를 꽂았고, 그 옆으로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비녀를 서너 개나 꽂아 두었다. 달릴 때마다 장신구들이 찰랑찰랑 요란한 소리를 냈다.두꺼운 칼날 같은 눈썹도 진하게 그려 놓았고, 얼굴에는 대체 얼마나 두껍게 분을 발랐는지 새하얗게 질린 것처럼 보였다. 입술에는 피처럼 붉은 연지를 발랐다.그런 차림으로 불빛 아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라니.온몸의 살이 출렁출렁 흔들릴 때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마치 땅이 쿵쿵 울리는 듯했다.백근당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술이 절반쯤 깰 정도로 화들짝 놀랐다.그는 연신 뒤로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6화

    연천능이 말했다.“이름은 백리명엽이라 지었습니다. 해와 달의 밝음을 뜻하는 ‘명’ 자에, 불꽃처럼 빛난다는 뜻의 ‘엽’ 자를 썼지요. 자는 자현이며, 천지현황의 ‘현’ 자를 썼습니다. 녀석이 어미 뱃속에 있을 때부터 어찌나 부산스럽게 굴던지… 그래서 장난꾸러기라고 불렀는데, 어느새 입에 붙어 버렸네요.”“명엽, 자현… 좋군요!”백근당은 장난꾸러기의 이름을 듣자마자 연천능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아차렸다.“이제부터는 장난꾸러기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부르십시오. 엄연히 황태자 전하인데, 위엄에 손상이 가지 않겠습니까?”연천능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자현아, 자현아!”백경유는 자현의 작은 손을 흔들어 주며 계속 아이를 놀렸다.그때 연천능이 말했다.“진아와 의논했는데, 열흘 뒤 대량의 수도 천무성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그 말을 듣자 백근당과 백경유의 표정이 동시에 진지해졌다.백근당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이 못난 장수의 자식이 변변치 못해 폐하와 마마께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백경유도 나섰다.“저 역시 정예병 만 명을 이끌고 함께 가겠습니다.”연천능은 고개를 저었다.“연경곤은 우리가 그만한 병력을 대놓고 대량으로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백경유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괜찮습니다. 몇 달 전부터 이미 사람들을 여러 무리로 나누어 대량에 몰래 잠입시켜 두었습니다. 지금은 삼만 명에 달합니다.”백근당도 자현을 품에 안은 채 살살 흔들어 주며 말했다.“은밀히 숨겨 둔 사람들을 연경곤이 전부 알아차린 것은 아닙니다. 그중 이만 명은 경패 일행조차 모르는 자들입니다.”그러면서 품에서 영패 하나를 꺼내 연천능에게 건넸다.“필요할 때 이들을 동원하십시오.”연천능은 영패를 받아 들며 말했다.“고맙습니다.”얼핏 계산해 보니 벌써 오만 명이었다. 여기에 백진아의 공간에 오만 명을 더 숨겨 데려가고, 고지행이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385화

    백진아는 현상과 현빙에게 분유를 타서 평이와 안이에게 먹이라 명하고는, 장난꾸러기에게는 자신이 직접 젖을 물렸다.안이와 장난꾸러기는 먹을 것이 생기자 금세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평이만은 여전히 먹지 않고 울며 보챘다.백진아는 다시 공간에서 기른 젖소의 우유를 먹여 보았지만, 평이는 끝내 입도 대지 않았다.잠시 생각하던 백진아는 젖꼭지를 하나 바꿔 끼워 주었다. 그러자 평이는 젖꼭지를 쪽쪽 빨며 금세 신이 났고, 울음도 뚝 그쳤다.백진아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이 녀석, 내가 못 당해낼 줄 알아?”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아는 괜히 배가 고파졌다. 이내 우유가 담긴 젖병을 집어 들어 꿀꺽꿀꺽 맛있게 마시기 시작했다.백진아는 돼지 새끼처럼 먹어대는 꼬맹이들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야말로 희망이었다.그때 이유니가 돌아와 이 광경을 보고는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이후 낮의 광명전은 더욱 시끌벅적해졌다.꼬맹이들이 잠들면 백진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간으로 들어가 함께 쉬었다. 덕분에 휴식을 방해받을 일도 없었다.하지만 연천능의 표정은 갈수록 싸늘해졌다. 낮에는 바쁘게 정사를 처리하고, 밤이 되면 백진아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건만, 열 번 중 여덟 번은 장난꾸러기에게 방해를 받았다.이 녀석이 아직 너무 어리지만 않았다면, 정말 한 번쯤 혼쭐을 내주고 싶을 정도였다. 눈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연천능은 속으로 몰래 결심했다. 장난꾸러기가 네댓 살쯤 되면 곧바로 암위영으로 보내 버리겠다고. 괜히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지 못하도록 말이다.아기의 울음소리와 연천능의 원망 속에서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눈 깜짝할 사이, 장난꾸러기의 만월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고지행도 미리 돌아왔다. 그는 젖꼭지와 젖병, 그리고 커다란 분유 한 상자를 받아 갔다. 그 뒤로는 평이와 안이도 더 이상 궁에 오지 않았다.백진아는 틈만 나면 공간에 들어가 운동했다. 덕분에 임신으로 불룩해지고 둔해졌던 몸매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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