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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Author: 임서아
"근처에 있어, 그쪽으로 갈게."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은 주현우는 몇 분도 안 돼서 차를 몰고 왔다.

집안으로 들어온 주현우는 허민수와 잠깐 인사를 나누고 장기도 두어 판 두고 나서야 허아연의 손을 잡고 떠났다.

마당을 나서자 허아연은 자연스럽게 손을 빼고 차 뒷좌석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허아연이 이미 차에 탄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

"문 잠겼어요."

운전석의 주현우가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앞문은 안 잠겼어."

허아연은 그 자리에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뒤에 탈게요."

허아연을 돌아보던 주현우는 웃음이 터졌다.

"타, 새 차야 조수석에 아무도 안 앉았어."

주현우가 똑같은 새 차로 바꿔버렸을 줄 몰랐다.

뜨거운 햇볕 아래, 허아연은 한옥 마당을 둘러보았다.

자기 집 마당에서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던 허아연은 결국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출발했다.

허아연은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지나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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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58화

    허아연이 흠칫 놀라며 남자를 돌아보는 순간, 차 뒷좌석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허아연 씨."목소리가 무척 중후하고 무게감이 있었다.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 허아연은 뒷좌석에 앉은 사람을 알아보고 놀라며 말했다."권 어르신."예전 스타라이트 테크에 있을 때 유건희를 따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고 권유성의 생일 잔치에도 참석한 적이 있었다.권승준을 알게 된 것보다도 권유성을 알게 된 시기가 더 빨랐다.다만 권유성이 직접 찾아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권유성은 놀란 허아연을 향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아연 씨, 타. 조용한 데 가서 얘기 좀 나누자고."권유성을 본 순간 바로 무슨 일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권승준과의 일 때문이겠지. 피하거나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허아연은 웃으며 알겠다고 답하고 허리를 숙여 차에 올랐다.차가 천천히 출발하자 권유성이 허아연을 돌아보며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아연 씨, 교진시를 떠난 2년 사이 많은 걸 이뤘더군." 허아연이 살짝 웃으며 답했다."과찬이세요, 어르신."권유성 같은 사람 앞에서는 안시연인 척 연기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우스운 꼴만 될 뿐이었다.권유성이 지팡이를 두 손으로 짚은 채 감탄하듯 말했다."아연 씨는 업무 능력이 정말 대단해. 건희가 나만 보면 자네 얘기를 꺼내더라니까."권유성이 유건희 얘기를 하자 허아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유 대표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이에요."권유성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건희가 정말 높이 평가하더라고, 인재를 아낄 줄도 아는 사람이야."허아연도 그 말에 동의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뒤로 두 사람이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을 때 쯤, 차가 한 찻집 앞에 멈춰 섰다.찻집은 무척 고풍스러웠고 마당에는 용안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가지마다 용안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권유성과 기사를 따라 찻집에 들어서자 마치 별천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곳곳에 고풍스러운 정취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57화

    허아연이 들어오자 안서준이 심드렁하게 물었다."권승준이랑 저녁 먹으러 나간 거 아니었어?"안서준의 물음에 허아연이 답했다."걱정돼서 일찍 돌아왔어요."허아연의 걱정에 안서준은 피식 웃으며 방금 집어 들었던 담배와 라이터를 다시 티테이블에 내려놓고 말했다."진 부장이 또 너한테 겁줬나 보네. 별일 아니야, 사람 하나 손봐준 것뿐이니까."원래는 교진시에서 손찌검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주현우가 대신 막아주지 않았다면 허아연이 목숨까지 잃었을 거라는 생각에 안서준은 도저히 분을 삭일 수 없었다.그래서 면회를 가서 때려버린 것이다.대수롭지 않아하는 안서준에게 허아연이 정색하며 말했다."여기는 교진시예요, 우리 구역이 아니라고요."잠시 말을 멈췄던 허아연이 다시 말했다."나 때문에 다치거나 다른 일 생기는 거 싫어요." 은근히 자책하는 허아연을 보며 안서준은 두 손을 도로 주머니에 찔러 넣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도 네가 나나 안씨 가문 때문에 무슨 일 생기는 거 싫어. 누구든 감히 너를 또 건드리면 법이고 뭐고 없다는 거 보여줄 거야."사실 며칠째 이미 허아연을 건드린 장흥 그룹 놈들을 손 봐주고 있었지만 허아연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안서준의 단호함에 허아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고개를 들어 안서준을 바라보던 허아연이 말했다."안서준 씨, 고마워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마음속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 주현우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잘해줬지만 나중에 결국 사이가 틀어지고 말았다.안서준과는 남매 사이를 계속 유지하면서 안씨 가문의 안시연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다. 허아연의 감사 인사에 안서준이 손을 들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했다."됐어, 별일 아니니까 방에 가서 쉬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안서준의 위로에 허아연이 당부했다."서준 씨도 쉬어요. 앞으로는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요. 나도 앞으로 외출할 때 좀 더 조심할게요.""그래. 돌아가서 쉬어."마음을 고백한 건 아니지만 허아연이 권승준과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56화

    권승준이 다시 한번 정중하게 초대하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좋아요."권승준과 한 약속은 제멋대로 어길 생각이 없었다.허아연의 시원시원한 대답에 권승준은 미소가 더 환해진 얼굴로 반찬을 집어 건네며 말했다."허 선생님, 많이 먹어요.""고마워요, 비서실장님."허아연은 여전히 예의를 차리는 게 습관이 된 듯했다.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이 강가를 산책하던 중 진태호가 허아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전화를 받자마자 진태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연 씨, 지금 어디예요? 빨리 호텔로 돌아올 수 있어요? 서준 씨 정말 답이 없네요. 얼른 좀 와줄래요?"허아연은 다급해하는 진태호에게 서둘러 물었다. "진 부장님, 저희 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요?"전화기 너머에서 진태호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전화로는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돌아와서 얘기해요.""네, 바로 갈게요." 답하고 전화를 끊은 허아연은 권승준을 돌아보며 말했다."비서실장님, 산책은 다음에 또 해요. 저 지금 호텔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방금 통화는 권승준도 들었기에 더 캐묻지 않고 바로 허아연을 호텔로 데려다주었다.20분 뒤 차가 호텔 앞에 멈춰 서자 허아연은 차에서 내려 권승준에게 인사를 한 뒤 서둘러 걸음을 옮겨 위층으로 올라갔다.안서준의 방 앞에 도착하니 진태호가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막막한 얼굴로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해 보였다. 성큼성큼 다가간 허아연이 물었다."진 부장님, 저희 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요?"허아연의 목소리에 진태호가 흠칫 돌아서더니 고개를 들어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교도소에 면회 갔다가 용의자를 때려서 지금 병원에서 응급 처치 중이래요."진태호의 말에 허아연은 할 말을 잃었다.더 물을 것도 없이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안서준이 허아연의 교통사고를 낸 용의자를 때린 것이었다.숨을 길게 들이쉰 허아연이 스위트룸 안쪽을 바라보니 안서준이 한 손에는 전화기를, 다른 손은 허리에 얹은 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55화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 두 사람은 방금 유서희와 마주쳤던 일은 언급하지 않고 계속 업무 얘기만 나눴다.……같은 시각, 유서희의 차 안.무거운 표정으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유서희는 방금 권승준이 나타나 허아연을 데려가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괴로웠다.허아연이 너무 많은 억울함을 겪었다는 걸 알기에 이해를 하려 하면서도 막상 권승준과 함께 있는 걸 직접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유서희의 머릿속에서 허아연은 늘 주씨 가문과 가까운 사람이자 며느리였으니까.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었다.어떤 습관이든 마찬가지였다.한참을 고민하던 유서희는 그 시절 주현우가 허아연을 저버렸다는 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에서 주현우가 전화를 받았다. 주현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유서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현우야, 포기해. 아연이 놓아줘."전화기 너머에서 주현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어리둥절해하는 주현우에게 유서희가 말을 이었다."방금 아연이 만나러 갔는데 권승준이 데리러 왔더라, 두 사람 사이도 좋아보이고. 아연이도 그 사람이랑 있는 게 즐거운가 봐."잠시 멈칫하던 유서희가 다시 말했다."현우야, 아연이 놓아줘."주현우한테 허아연을 놓아주라고 하는 유서희도 미처 몰랐던 게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신분인 안시연으로 사는 허아연은 이미 예전의 허아연이 아니었기에 놓아주고 말고 할 게 없었다. 법적으로 허아연은 이미 자유의 몸이었고 누구와 함께하든 본인의 선택이었다. 유서희가 다시 한번 얘기하자 원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주현우는 순간 더 답답해졌다.잠시 침묵하던 주현우가 말했다."전 못 내려놔요." 그럴 자격조차 없었다."너 어떻게……"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던 유서희는 문득 허아연이 지금은 안시연이라 불린다는 사실에 다시 말을 삼켰다.그 생각이 든 유서희도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그럼 끊을게."말을 마친 유서희는 주현우의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54화

    유서희를 본 순간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유서희가 갑자기 나타난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허아연을 보러 온 것이 분명했다.허아연의 정체나 죽은 척해서 도망갔다는 사실도 이미 다 알고 있겠지. 주민경 앞에서는 그래도 차분할 수 있었지만 유서희 앞에서는 조금 달랐다.어쨌든 윗어른이었다. 허아연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가가자 유서희는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외쳤다."아연아."전에 허아연 병문안 갔을 때만 해도 겨우 감정을 억누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감정이 격해진 유서희 앞에 다가선 허아연은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 결국 도로 말을 삼켰다.정확히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부터 문제였다. 예전에는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 됐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무지 그렇게 부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주머니"라고 하기엔 너무 남 같고 어색했다. 주현우와는 망설임없이 선을 그을 수 있었지만 어른들에게는 매몰차게 굴 수 없었다. 허아연의 복잡한 표정을 본 유서희가 말했다."아연아, 아무 말 안 해도 돼. 엄마는 다 알아, 다 현우 잘못인 거 알아. 현우 때문에 네가 억울한 일을 겪어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다 알아.""네가 무사하게 건강히 잘 지내기만 하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같은 여자로서 허아연이 이렇게까지 한 사정을 유서희는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찾아온 것도 얼굴을 보며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서였다.다 안다는 유서희의 말에 허아연은 잠시 신중히 고민하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고마워요, 어머니."허아연의 어머니라는 말에 유서희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꾹 참고 다시 말했다."아연아, 엄마 다 알아. 너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 네가 민경이처럼 나를 엄마라고 부른 거 알아."허아연의 손을 잡은 유서희가 이어 말했다."아연아, 우리 둘 밥 한 끼 같이 할 수 있을까? 네 일에 관해서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유서희의 식사 약속에 허아연이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손목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53화

    "게다가 요즘 계속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 너랑 안 선생님 사고 걱정 때문에."오지은의 하소연에도 주현우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딱 잘라 말했다."다른 볼일 없으면 나가."여전히 싸늘한 주현우의 태도에 오지은은 약간 민망해진 눈치였다. 한참 동안 꼼짝 않고 주현우를 빤히 쳐다보던 오지은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현우야, 정말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아연이한테 받은 화풀이를 왜 나한테 하는데?""너 진짜 예은이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해? 예은이 자체를 아예 잊은 거야?" 말을 마친 오지은이 다시 주현우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죽었다 다시 살아 돌아온 허아연이 이렇게 중요한 거면 예은이가 살아 돌아온다면 현우 너는 대체 어떻게 할 건데? 어떤 선택을 할 건데?"오지은이 억울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주현우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눈빛이 한없이 날카로웠다.정면으로 마주한 눈빛에 오지은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란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말과 우스갯소리를 했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오지은은 황급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냥 해본 말이야. 예은이는 아연이랑 다르잖아, 계산적이고 꿍꿍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게다가 많이 아팠던 거 너도 알잖아."허아연이 계산적이라는 오지은의 말에 주현우는 들고 있던 서류를 탁하고 책상에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주현우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는 걸 느낀 오지은의 표정도 조금씩 굳어갔다.그렇다고 주현우한테 말대꾸를 할 수도 없었기에 결국 한발 물러나 사과했다."방금 말이 심했으면 사과할게."그리고 다시 앞으로 다가와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사인 받으러 왔어, 지난번 협력 프로젝트 추가 계약서야."계약서를 건네던 오지은이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그동안 사업들 신경 써줘서 고마워."오지은이 감정이나 허아연과 오예은 얘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자 주현우의 표정도 조금 전만큼 어둡지는 않았다.오지은이 건넨 계약서를 받아든 주현우는 대충 훑어보고 갑 측 자리에 서명한 뒤 계약서를 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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