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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作者: 임서아
갑작스러운 주현우의 입맞춤에 허아연의 미간이 순식간에 팍 일그러졌다.

입맞춤은 분명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

함께하는 저녁 내내 괜찮았던 허아연의 얼굴이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단번에 어두워졌다.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주현우를 힘껏 밀어낸 허아연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오른팔을 들어 뺨을 향해 휘둘렀다.

주현우도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손만 뻗으면 허아연의 팔을 붙잡아 따귀를 막을 수 있었지만 주현우는 막지 않고 조용히 뺨을 때리기를 기다렸다.

차라리 한 대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서 허아연을 놓아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눈빛으로 태연하게 따귀를 기다리는 주현우를 본 순간 치켜든 오른손이 뺨에 닿기 직전 허아연은 문득 그날의 화재가 떠올랐다.

주현우가 물불 가리지 않고 불길 속에서 자신을 안고 나오던 모습이 떠올랐다.

숨을 죽인 허아연은 손바닥이 주현우의 뺨에 닿기 직전 가까스로 힘을 거두었고 허공에 치켜든 오른손은 순식간에 주먹을 쥔 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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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에는 입맞춤은커녕 주현우가 눈길 한 번 더 주거나 말 몇 마디만 더 걸어줘도 허아연은 이틀 내내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분이 아니었다. 입술을 닦은 물티슈를 옆에 툭 던져놓은 허아연은 그제야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안씨 본가에 도착한 뒤에도 허아연은 한참을 차 안에 앉아 있다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아까 호텔에서 주현우에게 집에 도착하면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 귀찮았다.기분을 추스르고 집에 들어서니 박혜숙이 아직 자지 않고 거실에서 허아연을 기다리고 있었다.허아연이 얼른 다가가 물었다."엄마, 이렇게 늦었는데 왜 아직 안 주무셨어요?"박혜숙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허아연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허아연이 돌아오자 그제야 한시름 놓은 박혜숙이 말했다."너 기다리고 있었지. 실험실에서 바쁜데 괜히 일하는 거 방해할까 봐 전화는 안 했어."박혜숙의 말에 허아연은 다가가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엄마, 앞으로는 저 기다리지 말고 일찍 주무세요. 오늘은 야근한 게 아니라 교진시에서 프로젝트 협력사 쪽 사람이 와서 저녁 대접하느라 늦었어요."교진시라는 말에 박혜숙은 금세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교진시에서 온 협력사? 건희가 왔어? 강성시에 왔으면서 왜 미리 연락도 안 하고 집에 들르지도 않았대?"유건희가 허아연을 안씨 가문에 맡긴 덕분에 안시연을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기에 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유건희에게 고마워하며 무척 아꼈다.박혜숙이 유건희 얘기를 꺼내자 허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유 대표님이 아니라 경주 그룹 주 대표님이에요."주현우라는 말에 박혜숙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더니 못마땅해하며 말했다."그 사람이었어."허아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박혜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시연아, 내가 보기에 주현우라는 사람은 일 때문에 온 게 아니라 너 보러 온 거 같아.""시연아, 같은 구덩이에 두 번 빠지면 안 돼. 엄마는 네가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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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503화

    그리고 허아연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주현우도 강성시로 사업을 넓힐 생각이 있었다.두 도시를 오가며 허아연을 챙길 수 있을 테니까.주현우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던 허아연도 굳이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일이 있을 때 갈 거예요."말이 끝나자 직원들이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일고여덟 가지 요리가 테이블에 가득 오르자 허아연은 젓가락을 들어 주현우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맛 좀 봐요. 교진시 음식과는 맛이 좀 다를 거예요."허아연이 예의를 차리며 음식을 덜어주자 주현우는 문득 두 사람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그때 허아연은 맛있는 것이 있으면 늘 주현우 몫을 남겨두고 제일 먼저 맛보도록 했었다."현우 오빠, 이 방울토마토 좀 봐. 초록색인데도 엄청 달아. 얼른 먹어 봐.""현우 오빠, 삶은 계란도 맛있어."주현우는 꼼짝 않고 허아연을 바라보았다.허아연이 그토록 좋아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오히려 일기장 때문에 오해까지 했다니.주현우가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보자 허아연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얼굴에 뭐 묻었어요?"주현우는 피식 웃었다."아니."그리고 담담하게 덧붙였다."그냥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다는 말에 허아연은 차분히 시선을 거두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요즘 주현우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었기에 여러 번 들었었다.다만 두 사람은 한 번도 마음이 같은 곳을 향한 적이 없었고 번번이 엇갈리기만 했다.허아연이 그리워하고 좋아할 때 주현우는 온갖 스캔들을 뿌리고 다녔다.젓가락을 든 허아연이 다시 차분하게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협력 프로젝트의 기술 개발은 강성시에서 해도 문제없어요. 업무 보고가 있을 때는 교진시로 갈 거예요."안서준이 허아연에게 정해준 방식이기도 했다.허아연도 이런 방식이 훨씬 편했다.교진시에 있을 때처럼 사람들을 상대하고 일 처리를 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없었다.허아연이 업무 얘기를 꺼내자 주현우가 웃으며 물었다."나 피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502화

    핸들을 잡고 있던 허아연은 더 질색하며 말했다."됐어요. 연기 좀 그만해요."태어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면 이런 허튼소리에 정말 속았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은 너무 오래 알고 지냈다.허아연은 주현우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질색하는 허아연의 반응조차 주현우는 즐거웠고 여유로워진 지금의 허아연이 예전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다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주현우가 계속 쳐다보자 허아연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민망해졌다.몇 번이나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운전 중이라 앞을 봐야만 했다.20여 분 뒤 차는 강성시에서 가장 큰 호텔의 야외 주차장에 멈췄고 허아연은 차에서 내려 주현우와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안녕하십니까, 시연 씨.""어서 오십시오, 시연 씨.""안녕하세요, 시연 씨."두 사람이 호텔에 들어서자 안내 직원과 호텔 직원들이 깍듯하고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다.덕분에 허아연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졌고 강성시에서 안씨 가문의 위상과 허아연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났다.허아연은 룸 대신 전망이 좋은 창가 자리를 골랐다.대표 메뉴 몇 가지를 주문하고 주현우에게 메뉴판을 건넸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시켜요."주현우는 허아연이 사람을 대하는 여유로운 태도와 물 만난 고기처럼 강성시에서 지내는 모습만 봐도 안씨 가문에서 잘 지내고 있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메뉴판을 받아 들고도 주현우의 시선은 좀처럼 허아연의 얼굴을 떠날 줄 몰랐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선명하게 느껴질수록 더욱 허아연과 함께하고 싶었다.예전에 함께 살 때는 허아연이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고 전화해도 주현우는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허아연을 한 번 보고 밥 한 끼 같이 먹으려고 하던 일도 전부 제쳐두고 교진시에서 강성시까지 날아온 것이다.허아연이 물을 따라주자 주현우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메뉴판을 펼쳐 아무 일도 없는 듯 요리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501화

    주현우가 강성시까지 와서 이렇게 눈앞에 나타날 줄 몰랐다.허아연이 걸음을 멈추자 주현우가 차 문에 팔을 걸친 채 씩 웃었다."왜, 놀라서 말도 안 나와?"허아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현우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전화를 그렇게 했는데 어떻게 한 통을 안 해?"다시 만난 뒤로 주현우는 돌려 말하는 법 없이 뭐든 대놓고 얘기했고 예전처럼 혼자 짐작하며 끙끙 앓지도 않았다.주현우의 물음에 허아연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똑같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어이가 없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설마 전화 안 한 이유를 따지려고 그 먼 길을 달려온 건 아닐 것이다.주현우를 잠시 쳐다보던 허아연이 입을 열었다."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안 했어요."허아연을 빤히 쳐다보던 주현우는 괜히 물은 것 같았다.이번에 다시 만난 뒤로 허아연 입에서 좋은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허아연을 빤히 바라보던 주현우가 느긋하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말했다."너 이제 어떻게 해야 내가 열 받고 난감해하는지 아주 잘 아네."허아연은 주현우를 가볍게 밀어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회사 앞이에요. 행동 조심해요."허아연이 밀어내자 주현우는 오른손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고 화제를 돌렸다."아침 일찍 비행기 타느라 하루 종일 굶었어. 밥 사줘."허아연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데는 거리낌도 없었다.다만…… 정말 너무 보고 싶어서 하던 일까지 내려놓고 강성시로 날아온 것이었다.고개를 들어 보니 주현우의 눈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하고 다크서클까지 살짝 내려앉아 있어 허아연은 귀찮은 티를 내면서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어쨌든 두 회사는 협력 관계였고 주현우는 교진시에서 먼 길을 떠나왔으니까.설령 협력 관계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강성시까지 찾아온 손님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건 당연한 도리였다.허아연은 주현우를 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옆에 있는 그 차 타요."허아연이 밥을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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