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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Penulis: 임서아
뭔가 말하려던 주진우는 허아연의 일기장을 봤다는 주현우의 말에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쳐다보는데 한바탕 밤바람이 불어왔다.

주진우가 갑자기 물었다.

"그럼 너는 아연이를 좋아해? 진심이야?"

주현우는 고개를 돌려 주진우를 쳐다봤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거의 다 타버린 담배에 덴 주현우는 그제야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리고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양손을 다시 주머니에 도로 넣고 앞에 있는 화단을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아연이 일기 보기 전에는 제대로 살고 싶었어요. 빨리 아빠가 되고 싶었고요."

주현우가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자 주진우가 물었다.

"아직도 오예은 못 잊었어?"

주진우가 오예은을 언급하자 주현우는 웃기만 하고 말하지 않았다.

초점 없이 마당의 야경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주현우가 일어서며 말했다.

"들어가요."

말을 마친 두 형제는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

넓은 마당에 불어오는 바람이 몸에 닿아 아주 시원했지만 주현우의 마음은 무겁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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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5화

    오지은은 사람들의 환호에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다들 이렇게 치켜세워 주시니 제가 사양하는 게 더 실례겠네요.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너그럽게 봐주세요.""오 대표님, 너무 겸손하세요.""오 대표님, 마음껏 얘기하세요. 대표님이 잘 못하면 저희는 아예 나설 자격도 없는걸요."사람들의 환호에 허아연 옆에 있던 지일우가 피식 웃으며 비웃듯 중얼거렸다."저 여자가 첨단기술 간담회 발언자 자격이 있어? 웃기고 있네."허아연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없이 회의 자료를 넘겼다.옆에서 한민규가 조용히 말했다."됐어, 됐어. 이건 형식일 뿐이잖아. 너무 신경 쓰지 마."사람들이 모이면 분위기에 휩쓸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 다만 이 업계에서 진짜 돈을 벌고 성과를 내려면 결국 실력이 있어야 했다. 진짜 기술이 있어야 했다.한민규와 지일우가 소곤거리는 사이에도 허아연은 크게 끼어들지 않았다.솔직히 오지은에게 그만한 관심이 없었다.잠시 후 회의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기업 관계자들 외에 시청 주요 인사들도 자리했고 몇몇 중요 인사들이 발언을 마친 뒤 오지은이 참석 기업들을 대표해 짧은 오프닝 멘트를 했다.그리고…… 권승준은 오늘 참석하지 않았다.……오전 열한 시가 넘어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다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누군가 밥 먹을 시간이 됐다고 하자 다들 어디 가서 먹을지 의논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오지은을 불러대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오 대표님, 먼저 가시면 안 돼요. 점심은 꼭 같이 해요."손에 휴대폰을 든 오지은이 웃으며 말했다."저 현우랑 점심 약속이 있어서요. 현우한테 전화해서 올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볼게요."오지은의 말에 성대 테크 대표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오 대표님이랑 주 대표님은 정말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시네요. 집안도 걸맞으시니 무슨 얘기든 잘 통하시겠죠.""그러게요, 두 분 참 선남선녀처럼 잘 어울리시잖아요. 오중근 대표님 복도 많으시지."사실 두 집안이 걸맞은 수준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4화

    허아연은 허공에 멈춰 있던 오른손을 천천히 내리며 주먹을 쥔 채 담담하게 말했다."주현우 씨를 때리지 않은 건 나를 구해줬기 때문이에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만큼 난……"잠시 멈칫하던 허아연은 바로 말을 돌렸다. "양가 할아버지들 관계도 있으니까 우리 그냥 깔끔하고 좋게 좋게 마무리해요."이어서 바로 덧붙였다."그리고 주현우 씨 제품 팔로업은 한민규 선배한테 넘길게요. 주현우 씨를 상대할 때면 개인적인 감정이 앞설 것 같아서요."이혼 얘기를 꺼낸 이후로도 허아연은 사실 여러 번 주현우의 생각을 따르고 주현우를 맞춰주었다. 허아연의 퇴사 풍파로 회사 주가가 하한가를 쳤을 때, 주현우는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하면서도 단 한마디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허아연도 마음이 흔들렸었다. 하지만 그날 주현우의 다정함은 그저 허아연을 이용한 연기에 불과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주현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허아연도 더 이상 주현우가 변하길 기대하지 않았다.더는 할 말이 없었던 허아연은 아무 말 없이 주현우 옆을 지나쳐 침실 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갔다.복도에 남은 주현우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몸을 돌려 반대쪽을 바라봤다. 허아연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집스러웠다. 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한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속이 후련했다.주현우가 왜 끝까지 절차를 밟으려 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알고 싶지도 않았다.침대에 잠시 누워 마음을 가라앉힌 뒤 허아연은 일어나 씻으러 갔다.다음 날 출근해서 한민규에게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하고 변호사 사무소에 찾아가 변호사에게 합의서를 받아왔다.변호사가 합의서를 가져가려는 허아연을 보며 난처한 듯 말했다."허 대표님, 주 대표님이 사인을 안 하시면 아무리 많이 가져가셔도 소용이 없어요."허아연은 그래도 합의서를 챙겼다. 변호사 사무소에서 회사로 돌아온 허아연은 주현우 담당 팔로업을 한민규에게 넘기고 다른 고객으로 교체했다.팔로업 고객을 바꾸겠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3화

    "몇 년 동안, 텅 빈 방을 혼자 지키고 현우 씨 대신 뒷수습을 할 때마다 합의서를 줘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꾹 눌러 참았어요.""그런데 주현우 씨, 사람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해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기다려주는 건 더더욱 그래요. 세상에 누구도 언제까지나 당신을 감싸주고 맞춰줄 순 없어요.""내가 원래부터 잘 참는 사람인 줄 알아요? 내가 진짜 감정도 없고 괴롭지도 않고 현우 씨 일들 하나도 신경 안 쓰는 줄 알아요? 현우 씨와 오지은이 같이 다니는 거 정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아요? 그래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요. 주현우 씨를 향한 감정은 3년 동안 주현우 씨의 거듭된 배신으로 이미 다 닳아 사라졌으니까요.""현우 씨는 우리 결혼을 배신한 거예요.""주현우 씨, 우리 오랜 시간 알고 지냈으니 잘 알 거잖아요. 내가 이혼 합의서를 건넨 순간부터 우리 혼인은 더 이상 어떠한 가능성도 없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더 이상 주현우 씨 일에 나서서 대신 수습하지 않을 거예요.""물론 주현우 씨가 누구를 만나든 이제 상관없어요. 내 마음속에서 주현우 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남편이 아니었으니까요.""지금 이렇게 합의서에 사인도 안 하고 신청도 안 하고 질질 끄는 게 내가 만만하게 보여서인지, 아니면 이혼만 안 하면 예전처럼 내가 다 받아주고 감싸주고 온갖 거지 같은 뒷수습까지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허아연이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에요, 주현우 씨. 난 이제 예전 허아연이 아니에요. 더 이상 주현우 씨만 바라보며 살지 않을 거예요."잠깐 말을 끊었던 허아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절차는 주현우 씨 마음대로 해요. 안 밟아도 그만이고요. 현우 씨가 유부남인 상태로 바람을 피워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그러니까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 줘요. 한 달 후, 두 달 후, 연말까지 이런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3년을 참고 억눌러왔는데 주현우가 계속 질질 끌더니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2화

    전화기 너머에서 전해지는 말에 감동이 밀려온 허아연은 주민경이 남자였으면 애초에 결혼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주민경은 그 말에 깔깔 웃으며 지금이라도 하고 싶으면 자기는 상관없다고 했다.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오니 마침 유미 이모가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이 시간에야 들어오는 허아연을 보며 유미 이모가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사모님, 이렇게 야근하시면 몸이 버티질 못해요. 저녁도 아직 못 드셨죠? 밥 남겨뒀는데 가져다드릴게요."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유미 이모."밥을 먹는 동안 유미 이모는 주현우가 출장에서 돌아왔는데 요즘 부쩍 야위어 보인다고 했다.허아연은 그냥 웃기만 했다.밥을 다 먹고 위층으로 올라간 허아연은 주현우가 이미 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올라가자마자 주현우가 손에 물컵을 들고 안방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복도에서 마침 마주치자 허아연이 가볍게 인사했다."돌아왔어요?""응."주현우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그때 체험 로봇이 떠오른 허아연이 말했다."참, 회사에서 보낸 체험 제품 있잖아요. 궁금한 점이나 건의 사항 있으면 나한테 보내줘요."주현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알았어요."주현우가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허아연, 업무 시간 좀 조율해. 계속 이렇게 일하면 몸이 못 버텨.""알아요, 조절할게요."두 사람은 그렇게 복도에 서 있었다. 노란 불빛이 은근히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주현우가 허아연의 앞을 막고 선 모양이 됐다.갑자기 찾아든 침묵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사이 같았다.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던 허아연이 왼쪽으로 비키려는 순간, 주현우도 왼쪽으로 비켜섰다.두 사람은 또 다시 마주쳤다.허아연이 얼른 오른쪽으로 자리를 내주자 주현우도 오른쪽으로 비켜섰다.또 마주쳤다.두 번 연속 마주치자 허아연은 조금 난감해졌다. 그러다 허아연이 문득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참, 진 변호사님한테 전화했더니 이미 합의서를 작성해서 현우 씨한테 전달했다고 하더라고요. 나 지금 시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1화

    허아연은 유건희가 건넨 메모지를 받아들며 말했다."네, 대표님. 이따 민규 선배랑 한번 상의해 볼게요."그렇게 유건희는 몇 가지 사항을 더 전달했고 허아연은 바로 아래층으로 한민규를 찾으러 내려갔다. 함께 팔로업 명단을 상의하던 한민규는 주현우, 권승준, 그리고 일흔 살의 할머니인 나문희를 허아연에게 맡기고 본인은 나머지 사용자 세 명을 맡았다. 나머지 두 명은 팀 내 다른 담당자에게 배정했다.담당 사용자 자료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온 허아연은 먼저 나문희에게 연락했다. 제품은 어제 이미 받았고 손자가 어젯밤 내내 도와서 설명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몇 가지 기능은 결국 헷갈린다고 했다. 연세가 있는 분이기도 하고 가정용 로봇이 워낙 생소한 기술이다 보니 허아연은 오후에 시간을 내어 직접 찾아뵙고 사용법을 설명하기로 했다.나문희는 연신 좋다며 허아연이 참 다정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책상 앞에서 웃으며 전화를 끊은 허아연은 곧바로 AI로 어르신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제품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작업을 마친 뒤에는 권승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통화가 연결되며 권승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허아연은 서둘러 자기소개를 했다."권 비서실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스타라이트 테크의 허아연이라고 합니다."전화 너머에서 허아연의 소개를 들은 권승준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허 선생님."허아연은 정중하게 대답했다."비서실장님, 스타라이트 홈 로봇 체험 사용과 관련해서 얘기 좀 나누려고 연락드렸어요. 사용하시는 중에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제품에 건의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지금 연락드린 번호가 제 번호예요."허아연은 차분하고 부드럽게 연락한 용건을 전달했다.전화기 너머 권승준의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졌다."허 선생님, 스타라이트 테크에서 보내주신 체험 제품은 아직 사용해 보지 못했어요. 사용해 보고 나서 궁금한 점이나 좋은 건의 사항이 있으면 그때 연락드릴게요. 괜찮겠어요?""그럼요, 비서실장님. 실례했습니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0화

    주건영이 말했다."이혼 생각이 없었다고? 그러면 왜 잘살아 보지 않고 오지은이랑 그렇게 붙어먹어?"주건영의 말에 주현우는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 잘 달래고 있어요."어릴 때부터 주현우가 고개를 숙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따라 풀이 죽은 듯한 주현우의 모습에 주건영도 더 이상 잔소리하지 않고 그저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빨리 달래서 앞으로는 똑바로 잘 살아."말을 마친 주건영이 한마디 덧붙였다."단 아연이가 정말 싫다고 하면 억지로 잡지는 마. 괜히 그 애 힘들게 하지 말고.""삼 년 동안 네가 아연이한테 잘못한 거니까 나중에 줘야 할 건 한 푼도 빠짐없이 줘. 혹시라도 얄팍한 수 쓰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주건영이 덧붙이는 말을 들은 주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알아요."이제는 주현우와 허아연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허아연의 사직서에는 주현우의 아버지가 사인했고 이제는 할아버지까지 이혼을 권하고 있었다.바지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려던 주현우는 병원이라는 게 생각나 다시 집어넣었다.어쩌면 처음부터 주현우의 방법이 잘못됐던 걸지도 몰랐다.……그 시각, 병원을 나온 주민경은 곧장 차를 몰아 허아연을 새집으로 데려갔다.주민경이 주문한 홈시어터가 오늘 도착하는 날이었다. 점점 살림살이가 갖춰져 가는 집을 보니 허아연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혼자만의 생활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주민경이 허아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허 대표, 어때? 괜찮지?"허아연이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주 대표 안목이 최고지.""당연하지, 내가 너랑 같은 줄 알아?"허아연이 허리를 씰룩여 주민경과 엉덩이를 살짝 부딪치며 말했다."지금 나 비꼬는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주문한 배달 음식이 도착한 것이었다.이번에도 에어컨을 쐬며 바닥에 앉아 밥을 먹었다. 다만 이번엔 볼 수 있는 TV가 생겼다.밥을 먹던 주민경이 가구는 수요일에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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