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소파에 다시 털썩 주저앉은 허아연이 말했다."주현우 씨, 대체 뭐 하는 거예요? 나한테 따질 거면 나도 먼저 물어볼 게 있어요. 주현우 씨 이틀 뒤에 온다더니 왜 오늘 갑자기 일찍 돌아온 거예요?"허아연이 야무지게 받아치자 주현우가 말했다."그럼 유건희가 좋은 거야?"말을 마친 주현우가 손을 뻗어 티 테이블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허아연은 그 모습에 주현우의 휴대폰을 낚아챘다."함부로 전화해서 캐묻지 마요. 내 근무 환경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요. 당신의 쓸데없는 일들 나한테 막 끼워 맞추지 마요."허아연이 말을 마치자마자 주현우가 갑자기 몸을 확 숙이더니 허아연을 어깨에 둘러메고 일어섰다.허아연이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주현우의 등을 퍽퍽 쳤다."주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나 내려놔요!"주현우는 허아연의 말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아연을 침대에 살포시 던진 주현우가 허아연을 품에 가뒀다.하루 종일 참고 있었다.오늘 주현우는 화도 내지 않고 꼬박 하루 종일 참았다.지금 허아연이 전혀 대수롭지 않게 굴며 큰소리까지 치는 걸 본 주현우는 그저 호되게 혼내주고 싶었다. 허아연이 울면서 용서를 빌게 만들고 싶었고 앞으로 다시는 이혼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허아연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두 손으로 침대를 짚고 일어나려 했지만 주현우가 허아연의 손을 확 잡아 꼼짝 못 하게 눌러버렸다.원래도 힘이 센 주현우였는데 심지어 예전 어느 때보다 강압적이고 제멋대로였다.그러면서도 무척 조심스럽고 부드럽기도 했다.주현우는 한 손으로 허아연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금세 허아연의 옷을 벗겼다.저녁 내내 주현우한테 휘둘려서 좀 짜증이 났던 허아연이 발버둥 치며 반항하듯 말했다."주현우 씨, 내가 동의 안 하면 불법이에요."주현우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럼 고소해 봐. 누가 감히 네 사건 맡아주나 봐봐.""주……"현우라는 두 글자는 허아연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키스에 잠겨버렸다.허아연에게 키스하면서도 주현우
아무도 몰랐다. 주건영이 전에 주진우와 결혼시키려 했을 때 허아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칠 밤을 잠을 설치다가 결국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허민수를 찾아가 전후 사정을 얘기했다. 그 후에야 주건영이 허아연에게 물어보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다만 그때는 설렘 가득한 선택이 이런 3년이 될 줄은 몰랐다. 주현우의 눈을 바라보던 허아연은 오늘 오전 오성 그룹의 인수 계약 발표회에서 오지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주현우가 떠올랐다. 그 생각이 든 허아연은 3년간 자신의 난처하던 순간과 주현우의 수없이 많은 냉대들을 다시 떠올렸다.침을 꿀꺽 삼키고 허아연이 막 입을 열려는데 주현우가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확 일으키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됐어, 괴롭히지 않을게. 들어가자."주현우는 사실 진작에 허아연의 일기에서 답을 봤었다. 게다가 허아연의 침묵도 대답이었다.주현우가 차에서 내려 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 있던 허아연은 차 앞을 지나가는 주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물었다."주현우 씨, 그럼 주현우 씨는 날 좋아한 적 있어요?"주현우가 조수석 앞으로 와서 허아연 쪽 차 문을 열어주고 여유롭게 문에 팔을 올린 채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집에 안 들어갈 거야?"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차에서 내렸다.침실로 돌아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허아연은 주현우와 얘기를 나누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미 이혼할 걸 알고 있고 법무팀도 합의서를 준비 중이니 주현우 방에 안 자고 옆방으로 가겠다고 말하려는데 주현우가 갑자기 의자 하나를 끌어다 소파 앞에 놓더니 턱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허아연에게 말했다."앉아."허아연이 의자를 바라봤다.역시 주현우가 오늘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역시나였다. 별다른 감정 없이 주현우를 한참 보던 허아연이 침착하게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이런 장면을 수없이 상상해봤고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책상에 펜이 있으니 언제든 서명할 수 있었다.허아연이 소파에 앉자 주현우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주현우는 차를 들던 손을 멈춘 채, 허아연을 빤히 바라봤다.한참 보던 주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 몰래 한 일이 꽤 많네."직원이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하자 주현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허아연에게 국과 밥을 떠줬다.반찬을 집어줄 때도 허아연이 싫어하는 양념은 골라내고 생선 가시도 대신 발라주었다.허아연은 주현우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현우가 먼저 털어놓기를 조용히 기다렸다.오늘 주현우의 다정함이 헤어지기 전 작별 인사 같았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치고 주현우는 허아연을 데리고 강변을 산책했다.주현우는 허아연의 손을 잡고 예전처럼 걸었다.밤 9시가 넘어 차가 아레아 베이 입구에 멈췄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허아연이 깨어났을 때 주현우가 몸을 기울여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허아연은 꼼짝 않고 주현우를 바라봤다.밖은 벌써 캄캄해져 있었다.차 안의 파란 무드 등이 분위기를 야릇하고…… 감미롭게 만들었다.몸을 기울여 허아연 앞에 다가온 주현우는 원래 안전벨트를 풀어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허아연이 깨어나 눈을 뜨자 주현우도 행동을 멈추고 빤히 쳐다봤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치고 마당 밖에서는 개구리 소리와 벌레 소리가 들렸다.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그녀의 눈동자에 선명하게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마음이 움직인 주현우가 몸을 더 앞으로 기울이며 바로 허아연의 입술에 키스했다.허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올려 밀어내려 했지만 주현우가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주현우는 허아연의 손을 잡아 열 손가락을 깍지 껴서 꼼짝 못 하게 했다. 한없이 조용한 차 안, 두 사람은 서로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주현우의 입술은 무척 부드러웠다. 주현우는 키스와 강약 조절에 능했고…… 허아연을 컨트롤하는 것도 아주 잘했다.분위기가 너무 야릇했다. 허아연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야릇했다.허아연이 그저 눈을 뜬 채 주현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뜨거운 키스가 끝난 뒤 허아연
연달아 십여 장의 사진 모두 허아연이 유건희 부녀와 햄버거를 먹는 사진이었다.사진 속 허아연은 한없이 다정하게 웃으며 유지원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유지원도 가끔 허아연과 유건희에게 음식을 먹여줬고 유건희도 허아연을 무척 챙겼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 사람이 한 가족인 줄 알 것이다.좌우로 사진들을 넘겨보던 주현우는 허아연이 환하게 웃을수록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옆에서 주현우의 얼굴이 어두워진 걸 본 오지은이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게 물었다."현우야, 무슨 일이야?"SNS를 닫은 주현우는 휴대폰을 테이블에 가볍게 던지고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오지은이 급히 웃으며 주현우에게 반찬을 집어줬다."방금 별로 안 먹었잖아. 좀 더 먹어."오지은이 다정한 모습에도 주현우는 허아연이 유건희 부녀와 밥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순간 주현우의 마음이 불편해졌다.그렇지만 오씨 집안 점심 연회가 끝난 뒤 주현우는 이 일로 허아연을 찾아가거나 연락하지도 않았고 더더욱 묻지도 않았다.봤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저녁 퇴근 시간이 되어 허아연이 가방을 메고 손에 차 키를 든 채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오피스 빌딩 앞 야외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옆에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가 클락션을 빵빵 울렸다.고개를 돌린 허아연은 익숙한 번호판을 발견하고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다 멈춰섰다.주현우였다.주현우가 왜 여기 있을까?허아연이 놀라 발걸음을 멈춘 것을 본 주현우가 천천히 창문을 내리고 두 손을 핸들에 올린 채 물었다."거기 서서 뭐 해? 집에 안 가?"주현우의 목소리에 허아연이 다시 걸음을 옮겨 주현우 쪽으로 걸어갔다.그때 주현우가 나른하게 말했다."타."주현우의 태연한 표정을 바라보던 허아연은 결국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직감적으로 주현우가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허아연이 차에 타자 주현우가 액셀을 밟아 허아연을 식당으로 데려갔다.결혼 이후 두
햄버거 가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창가 자리를 골랐다. 허아연과 유지원이 긴 소파에 앉고 유건희는 혼자 맞은편에 앉았다.겨우 밖에 나온 유지원은 신이 나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가끔 감자튀김을 집어 허아연과 유건희에게 먹여줬다.허아연도 아주 꼼꼼하게 돌봤는데 냅킨을 턱밑에 받쳐주고 입과 손이 더러워지면 바로 닦아줬다.유지원을 돌보며 허아연은 자기 엄마를 떠올렸다.얼마 기억에 남지 않은 모성애가 떠올랐다.엄마가 좀 더 오래 곁에 있어줬다면 허아연의 어린 시절은 더 행복했을 것이다.주현우와의 결혼 생활이 정상이었다면 허아연도 이제 엄마가 되었겠지. 점심을 먹고 유지원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재운 뒤 유건희는 허아연을 차에 태워 회사로 돌아갔다.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유건희가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아이들은 단순하고 귀여워요. 사실 저도 릴렉스하는 거예요."유건희가 돌아앉으며 뒷좌석에서 빨간색 초대장 두 장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권 어르신이 다음 주 토요일 생신인데 아연 씨 것도 챙겨달라고 하셨어요. 아연 씨 거 확인해서 가져가요.""네."유건희가 건넨 초대장을 받은 허아연이 첫 번째 장을 펼치자 바로 허아연 것이었다. 자세한 시간과 장소가 적혀 있었는데 초대란에는 '허아연 씨를 20xx년……에 정중히 초대합니다, 권승준'이라고 적혀 있었다.초대장은 권승준이 보낸 것이었다.권승준이라는 글자를 보며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그날 권씨 저택을 떠날 때 권승준의 차와 마주쳤던 상황을 떠올렸다.권승준은 카리스마가 정말 대단했다.게다가 이 초대장은 허아연 본인만 초대하는 것이지 가족까지 초대하는 게 아니었다.자기 초대장을 골라낸 허아연이 유건희의 초대장을 대신 수납함에 넣어줬다."권 어르신은 보통 생신을 안 쇠시는데 올해는 좀 크게 하실 건가 봐요. 가면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고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예요."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열심히 배울게요."……바로 그때
허아연의 일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혼자인 나날들을 보냈다. 주말 휴일이 되자 허아연은 주민경을 데리고 집을 보러 갔다. 오늘 본 집들이 저번에 본 것보다 훨씬 좋았다.어느 집을 살지는 아직 두 사람이 상의 중이었다.……이날 오전, 한민규 팀과 함께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온라인에는 온통 오성 그룹이 성공적으로 비범을 인수했다는 뉴스로 도배됐다.뉴스에서는 흰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오피스룩 차림의 오지은이 오성 그룹을 대표해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계약 발표회에서 오지은은 봄바람처럼 활기차고 빛났다.수많은 남자들 속에서 오지은은 빛나는 야광주 같았다.현장의 많은 남자들이 오지은을 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고 온통 찬사와 호감 어린 눈빛이었다. 이렇게 뛰어난 데다 집안도 이렇게 좋은 여자이니 오지은과 결혼하면 평생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책상 앞에 있던 허아연이 아무 뉴스나 클릭했다. 그런데…… 한눈에 주현우가 현장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출장에서 돌아온 것이다.손가락으로 휴대폰 뉴스 사진을 확대하니 확실히 주현우가 맞았다. 주현우는 객석 1열에 앉아 오지은을 보고 있었다.차분하게 사진을 한참 보던 허아연이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놨다.출장 가기 전에 주현우는 이틀 뒤에 돌아온다고 했었다. 일찍 돌아온 건 아마 오성 그룹이 오늘 비범을 인수한다는 소식 때문에 오지은을 응원하러 온 거겠지. 말없이 서류함에서 서류를 꺼내는데 방금 내려놓은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들어 전화번호를 확인한 허아연의 평온하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전화를 받은 허아연이 부드럽게 인사했다."지원아, 안녕."며칠 전, 허아연은 지일우를 비롯한 실험실 사람들과 함께 유지원을 두 번 보러 갔었다. 그때 유지원이 허아연의 전화번호를 받아 가정부 휴대폰에 저장했다.전화기 너머에서 유지원이 천천히 물었다."아연 언니, 지금 시간 있어요? 언니 너무 보고 싶어요. 와서 같이 놀아줄 수 있어요?"유지원의 말을 듣던 허아연이 컴퓨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