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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مؤلف: 임서아
허아연 맞은편에 앉아 있던 주민경이 말했다.

"분명 우리 부모님 때문이 아닐 거야. 현우 오빠는 그렇게 말 잘 듣는 사람이 아니거든. 만약 오빠가 정말 부모님 말을 잘 들었다면 두 사람 이 지경까지 안 됐을 거고 부모님은 진작 손주를 안았을 거야."

"그리고 프로젝트도 그래. 현우 오빠 손에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진작 계약 다 끝났어. 몇 년간 일 안 해도 될 정도야. 게다가 정부랑 협력하는 건 이틀 안에 발표회 할 거야."

주민경의 말에 허아연이 젓가락을 든 채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허아연이 사람을 시켜 주현우 옆에서 지켜본 게 한 것이 헛수고였다니.

주현우의 프로젝트는 진작 계약이 끝나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도 주현우는 아직 안 끝났다며 보름은 더 걸린다고 했다.

허아연의 놀란 눈빛에 주민경이 무심하게 말했다.

"아연아, 또 현우 오빠한테 속았네."

허아연은 할 말이 없었다.

허아연이 어이없어하자 주민경이 또 말했다.

"분명 네가 잘 속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오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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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353화

    전에 경주 그룹을 떠나 새로 시작하려 할 때 파격적으로 채용해준 사람도, 집 살 돈이 없을 때 특허를 사준 사람 역시 유건희였다.스타라이트 테크에서 일할 때도 한 번 또 한 번 지도해주고 업계 원로들을 소개해주었으며 제일 좋은 기회를 늘 남겨주었다.유건희는 스타라이트의 모든 직원들을 온 힘을 다해 지지해 주었다.허아연이 벼랑 끝까지 몰렸을 때도 손을 내밀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도와주었다.유건희는 허아연에게 삶의 은인이었다.허아연은 안씨 가문에서 일상 생활을 케어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문 분야에서도 최대한의 역량을 펼칠 수 있었다.점심 식사는 두 시가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유건희 일행은 스타라이트 테크로 돌아갔고 허아연과 안서준은 위층 스위트룸으로 돌아갔다.처리할 업무가 남아 있었기에 허아연은 안서준의 비즈니스 스위트룸 서재로 따라가서 업무 얘기를 나누었다.안서준이 건넨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던 허아연이 말했다."계약서는 문제없어요. 오빠가 유 대표님 알고 지낸 시간이 더 오라니까 유 대표님 인품이 어떤지 더 잘 알 거예요." "동승 그룹이 이번에 움직임이 커요. 스타라이트 말고 다른 프로젝트 협력 건들도 있는데 넌 어떤 회사 추천해?"안서준의 물음에 허아연은 교진시에서 잘나가는 회사 몇 곳을 추천했다. 전씨 가문, 심씨 가문, 하씨 가문의 회사였다.다만 경주 그룹은 언급하지 않았고 오성 그룹은 더더욱 꺼내지 않았다.편견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안서준의 성격으로 애초에 경주 그룹은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안서준이 도착하자마자 교진시 정부가 추천한 경주 그룹부터 지워버렸다는 걸 어제 이미 알아버렸다. 정부 측에서 이유를 묻자 개인적인 사유라며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방금 안서준은 떠본 것이었다. 허아연이 경주 그룹을 언급하지 않았기에 안서준도 더더욱 꺼내지 않았다.그 뒤 업무 얘기를 잠시 더 나눈 뒤, 안서준도 허아연에게 돌아가서 쉬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352화

    유건희의 한마디에 허아연은 마치 집에 돌아온 것처럼 만감이 교차했다. 2년, 교진시를 떠난 지 꼬박 2년이었다.당시 교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건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다.힘이 부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게 스스로도 확연히 느껴졌고 자꾸 깜빡깜빡했으며 급기야 말까지 더듬을 때도 있었다.교진시가 준 고통이 너무 컸고 더는 주현우와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모든 걸 잊고 주현우의 아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허아연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유건희를 찾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학창 시절 그토록 밝고 눈부시고 자신감 넘쳤던 허아연이 결혼 후엔 지쳐만 가는 걸 본 유건희는 이렇게 훌륭한 인재가 묻히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과거를 내려놓고 교진시를 떠나라고 얘기했었다. 화재 속 가짜 시신은 유건희가 사람을 찾아 허아연의 NDA 데이터를 바탕으로 섬유로 위조한 것이었다. 병원에도 유건희가 미리 손을 써두었다.그날 밤 아레아 베이가 불타고 있을 때, 허아연을 빼내 준 건 유건희였다. 함께 수풀에 숨어 있다가 조용히 주민경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해준 것도 유건희였다.그날 화재에서 허아연을 제일 괴롭게 만든 건 주민경을 속인 일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자기 자신을 먼저 구해야 했다.그러지 않았으면 허아연은 지금쯤 정신병원 신세일지도 몰랐다. 그 뒤로 유건희가 직접 운전해서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새 신분증과 비행기티켓도 준비해 주었다. 강성시에서 허아연을 마중하고 돌봐줄 안서준까지 연결해 준 것 역시 유건희였다.허아연이 떠나던 날 유건희가 말했다."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거예요. 이미 지난 일은 다 잊어요."그리고 한마디 더 보탰다."감정 같은 건 모르겠으면 굳이 알려고 하지 마요. 앞으로는 아연 씨 연구에만 전념해요."그날 밤 유건희와 작별 인사는 나누는 허아연의 눈시울은 계속 빨개져 있었다. 이렇게 떠나면 예전 삶과는 완전히 안녕이었다. 앞으로는 허아연이 아닌 안씨 가문 둘째 딸, 안시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351화

    당당하게 안서준 옆에 있는 낯익은 실루엣에서 주현우는 눈을 뗄 수 없었다.옆 사람을 제쳐두고 저도 모르게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 안시연은 이미 자리를 떠나 회의장에 없었다. "주 대표님.""주 대표님."옆 사람이 인사를 건네서야 주현우는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답했다.잘못 본 걸까?아니, 잘못 본 게 아니었다.어떻게 이토록 닮을 수 있을까?허아연을 십여 년이나 알고 지냈으니 잘못 볼 리 없었다. 방금 그 뒷모습은 분명 허아연과 닮아 있었다.아니, 허아연 그 자체였다.그 생각이 든 주현우가 고개를 돌려 회의장 출구를 바라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그 시각 안시연과 안서준 남매는 이미 차를 타고 컨벤션 센터를 떠나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저녁에는 교류 만찬이 있었기에 남매는 먼저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돌아가는 길, 기사가 앞에서 운전하고 남매는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안시연을 돌아보던 안서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교진시 오니까 느낌이 어때?"안서준의 물음에 허아연이 웃었다."나쁘지 않네요."감정 동요가 전혀 없는 차분한 눈빛의 동생을 부드럽게 바라보던 안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번 일 다 마무리하면 일찍 돌아가."허아연이 차분하게 답했다."네."잠시 뒤, 차가 호텔 앞에 멈춰섰고 두 사람이 내리자 기사는 주차하러 갔다.남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즈니스 회의실에 도착하자 유건희와 한민규, 지일우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안씨 남매의 등장에 한민규와 지일우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길 한 번 떼지 않고 안시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놀라서 안시연을 한참 바라보던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다가 동시에 유건희를 쳐다보았다.너무 허아연 같았다.너무 닮았다.분위기가 좀 달라지고 풍기는 아우라도 좀 달라져 있었다. 키가 조금 더 크고 오른쪽 눈밑의 점만 빼면 이목구비는 허아연과 거의 똑같았다.그러나 유건희는 태연하게 안서준과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350화

    주변에는 온통 셔터 소리뿐이었다.세상에 둘도 없는 풍채를 가진 남자였다. 안서준에 대해서는 다들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일 처리가 과감하고 빈틈이 없기로 유명했으며 강성시에서는 안서준을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젊은 나이에 능력이 출중하고 일 처리가 과감하고 대담해서 안씨 가문 어르신이 일찍 모든 실권을 넘겼다고 전해졌다. 게다가 외모까지 출중한데 아직 미혼이라는 것이다. 평소 스캔들 하나 없었고 남매 사이도 무척 좋았다. 성큼성큼 무대로 걸어가자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는데 강성시 지도부보다도 인기가 더 많아보였다. 객석 뒤쪽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눈을 반짝이며 강성시가 실력파 다이아몬드 싱글남을 하나 배출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대 중앙에 선 안서준은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미소를 머금었다. 한 손은 등 뒤로 하고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채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지도부 여러분, 각 기업 책임자 여러분, 그리고 업계 전문가와 기술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교진시에 오게 되어 무척 기쁘고 교진시 정부와 협력을 맺고 신형 에너지, 반도체, 무인 주행 기술 등 첨단 기술을 공동 연구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5년 계획에서 동승 그룹은 강성시를 대표해……"안서준이 무대에서 발표하는 동안 사람들은 아래에서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안서준을 눈여겨보던 전서진과 심유환이 귓속말을 주고받았다."강성시가 이번에 진짜 물건을 보냈네. 안서준한테 여동생이 하나 있다던데 전문 분야에서 탑이래." "안시연이라고 나도 들어본 적 있어. 동승 그룹 연구 개발 쪽을 주로 맡고 있다던데 남매 둘 다 되게 조용한 성격인가 봐.""안서준 얼굴이 저 정도면 안시연도 나쁘지 않을 거야.""언젠가 볼 기회가 있겠지."……열한 시쯤, 발표회가 마무리되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동안, 안서준은 강성시 지도부의 안내를 받으며 교진시 지도부와 인사를 마치고 구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세련되고 당당한 분위기의 여성을 불렀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349화

    마치 허아연이 떠나지 않은 것처럼.명절 때마다 주민경은 생화를 챙겨 허아연과 허민수의 묘원을 찾곤 했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허아연과 함께 하며 그리워했다.……2년 뒤.어두컴컴한 하늘에서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주현우는 허아연의 묘비 앞에 이미 한참을 서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틈만 나면 어김없이 허아연을 보러 오곤 했다. 옆에서는 기사가 아무 말없이 우산을 받쳐주고 있었다.그때 통화를 마친 오원빈이 빗속을 뚫고 빠르게 뛰어와서 말했다. "대표님, 발표회 곧 시작합니다. 지금 안 가시면 지각하실 수도 있어요." 오원빈이 말한 발표회는 교진시와 강성시의 첨단 기술 협력 발표회였다. 강성시에서는 지방 정부 연구소 외에 동승 그룹도 협력에 참여했다.이 회사는 강성시 정부와 현지 최대 기업 가문인 안씨 가문이 공동 지분을 소유한 기술 연구 개발 기업이었다.정부는 투자와 자원 유치를 담당하고 경영은 주로 안씨 가문이 하고 있었다. 연구 개발은 안씨 가문 둘째 딸이 전담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안씨 가문 두 남매 중 첫째 안서준은 올해 30살, 둘째 안시연은 25살로 자동화 전공 박사 학위를 갖고 있었고 제어 시스템, 산업용 로봇 등의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다.안서준은 금융과 경영에 능했고 안시연은 기술형 인재였다.남매 모두 보기 드문 인재였다.오원빈의 말에 주현우는 묘비 위 사진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아연아, 먼저 일하러 가야 해. 며칠 뒤에 또 보러 올게."사진 속 허아연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마치 이 세상에 있을 때 무척 행복했던 것처럼.차가 시내로 돌아가는 동안 주현우는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서류를 훑어보았고 오원빈은 몸을 틀어 곧 있을 발표회 얘기를 끊임없이 전했다.지난 2년 동안 경주 그룹은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가정용 로봇과 무선 전력 프로젝트 외에도 스타라이트 테크와 두 건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협력했다.경주 그룹은 자체 연구소도 세워 해외에서 전문 인재를 대거 영입해 왔다.얼마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348화

    주현우는 후회가 되었다. 평생 후회할 것이다.자신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던 허아연의 노트를 떠올린 순간, 주현우는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숨이 턱 막혀 한동안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주차장에 도착한 뒤, 쓸쓸한 주현우의 옆모습을 보던 주민경이 문득 돌아서서 담담하게 말했다."현우 오빠, 아연이는 오빠한테 오해받고 오빠 때문에 병이 난 거야. 아연이가 이제 없으니까 마음이 편해?"이런 말로 주현우를 자극하려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허아연이 3년 동안 겪었을 괴로움과, 두 사람이 함께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종양이 있다고 했던 의사의 말, 그리고 허아연의 우울증, 지난 몇 년간 주현우의 지나친 냉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주현우의 마음을 도려내서라도 괴롭게 만들고 싶었다.게다가 이 정도 괴로움이 허아연의 병이나 목숨과 비교할 수라도 있을까? 허아연이 체면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을 주민경이 대신 해준 셈이었다.주민경의 비난에도 주현우는 등을 돌린 채 차 문 손잡이를 잡고 한참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끝내 돌아서지도, 반박하지도 않았다.주현우가 차 문을 열고 올라타더니 아무 말 없이 차를 몰고 떠나는 걸 보던 주민경도 눈시울이 붉어졌다.허아연이 떠났다.주현우는 앞으로 더 이상 편히 지내지 못할 것이다.주현우의 차가 병원을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던 주민경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주현우에게 화풀이를 했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괴로웠다. ……주현우는 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운전하는 중에 휴대폰이 몇 번이나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허아연은 병이 난 뒤에도 주현우를 볼 때마다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허아연이 계속 진지하게 얘기 좀 나누자고 부탁했지만 주현우가 응하지도 않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허씨 본가 앞에 멈췄다. 주현우는 본가를 돌아보았지만 이제 다시는 웃으며 뛰어나와 반겨줄 허아연이 없었다.눈시울이 붉어진 주현우는 자신이 나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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