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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 두 손이 맞잡히다

작가: 유영실
last update 게시일: 2026-07-12 10:59:23

서이든이 '제대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판은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그는 강윤서를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도심의 한 프라이빗 라운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한쪽은 서영애의 검은 자본을 물려받은 젊은 회장. 다른 한쪽은 HW라는 거대 재벌의 후계자. 각자의 이유로, 서지안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죠, 강윤서 부회장님."

서이든이, 담담하게 잔을 기울였다.

"저는 JL을 원합니다. 회사를요. 부회장님은— 강도현이라는 남자를 원하시죠. 그런데 그 둘 사이에, 공교롭게도 같은 여자가 서 있습니다. 서지안."

강윤서가, 붉은 입술로 웃었다.

"…그래서요?"

"제가 JL을 흔들면, 서지안은 회사를 지키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그동안— 부회장님은, 강도현 곁의 빈자리를 파고드시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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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14화 — 안 산 물건

    이튿날 아침 9시에 법무팀장이 뛰어 들어왔다."정비소에 명도 통보가 갔습니다.""…뭐라고요.""건물주 법인 명의로요. 3일 안에 비우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제 오후 발송입니다."서지안이 날짜를 봤다. 조성달이 검사 앞에 앉아 있던 시간이었다."…네 시간 만에 알았다는 거네요.""그쪽에도 사람이 있는 겁니다."법무팀장이 목소리를 낮췄다."진술 조사 일정은 우리 쪽 여섯 명하고 검찰 쪽 사람들만 알았습니다.""여섯이 정확히 누구예요."법무팀장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저하고 한정우 실장. 진술서 초안 잡은 우리 팀 변호사 둘. 그리고 정비소 골목에 나가 있던 두 사람입니다."서지안은 그 여섯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골목에 나간 둘은 한정우가 직접 골라 보낸 사람들이었다. 변호사 둘은 이번에 처음 이 사건 서류를 읽었다.그러면 남는 얼굴이 둘이었다.떠올리자마자 그 생각을 지웠다. 그런데 지우는 데 시간이 걸렸다.이 여자와 싸울 때는 늘 이랬다.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지난번에 유상증자 초안이 새어 나갔을 때도 재무팀 여섯 명을 놓고 계좌를 뒤졌다. 범인은 나왔고 그 싸움은 이겼다.그런데 그 뒤로 반년 동안 그 팀에서는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이기고도 잃는 것이 있었다."한무현 씨한테 부탁하세요. 여섯 명 계좌하고, 최근 두 달 동선이요. 본인들 모르게요.""…알겠습니다.""저도 넣으세요."법무팀장이 그녀를 봤다."…회장님을요.""제 계좌부터 열라고 하면, 나머지 다섯은 아무 말도 못 해요."3일 안에 비운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것을 다 치운다는 뜻이었다.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3일 뒤에 조성달은 정비소를 잃는다. 그러면 재판에서 저쪽 변호인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사람은 가게를 빼앗기고 나서 입을 연 사람이라고. 앙심으로 지어낸 말이라고.어제 법무팀장이 걱정한 것이 그거였다. 그 여자는 그 걱정을 사실로 만들어 주려고 통보를 보냈다. 종이 한 장으로 장부를 없애고, 동시에 증인을 못 믿을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13화 — 귀한 아들

    조성달의 진술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네 시간이 걸렸다. 그가 나와서 처음 한 말은 담배를 하나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끊은 지 오래됐습니다. 그냥 물어본 겁니다."돌아오는 차에서 법무팀장이 말했다."진술 자체는 충분합니다. 다만 상대가 부인하면 결국 진술 대 진술입니다.""계좌하고 등기가 있잖아요.""돈이 오간 건 증명됩니다. 그렇지만 그쪽은 그걸 자문료라고 할 겁니다. 지시가 있었다는 건 저 사람 입뿐입니다.""부인하겠죠.""당연히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쪽 변호인은 회장님이 직접 묘지까지 찾아가신 걸 걸고 나올 겁니다. 정비소가 당신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 한 진술이라고요."서지안은 창밖을 봤다. 예상한 답이었다.그래서 그날 묘지에서 정비소가 그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고, 어머니 일은 시효가 끝났다는 것도 말했다. 받을 것도 없고 면할 것도 없는 사람의 말에만 무게가 생긴다.그날 오후, 회장실로 강도현이 왔다.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가 들어오면서 외투를 벗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요?""아니."그가 소파에 앉았다. 서류 가방을 무릎에 그대로 올려놓았다.서지안은 그 모습을 잠깐 봤다. 이 사람이 가방을 안 내려놓을 때는 하나였다. 하지 않을 말이 있는 날이었다."선배.""응.""가방 내려놓으세요."그가 잠깐 멈추다가 가방을 옆에 놓았다."…뭐가 있었는지 말해 주세요.""별거 아니야.""그러면 더 말하기 쉽겠네요."강도현이 짧게 웃었다. 웃고 나서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버지가 사람을 보냈어."서지안은 그 말에 잠깐 멈췄다."…아버지요."십오 년을 알았는데, 이 사람이 자기 집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부도가 났던 집이라는 것도, 그 빚을 이 사람이 스무 몇 살에 다 갚았다는 것도 서지안은 다른 사람 입으로 들었다.이 사람이 일으켜 세운 집이었다. 그 집이 지금 이 사람에게 사람을 보냈다."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겠네요."강도현이 그녀를 봤다.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12화 — 소이야

    조성달의 진술 조사는 사흘 뒤로 잡혔다.증언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과 실제로 검사 앞에 앉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 사흘 동안 그가 마음을 바꿀 이유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었다.그때까지 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법무팀장은 안전한 곳에 옮기자고 했고, 서지안은 반대했다."옮기면 저 사람은 오늘 밤에 도망가요. 십오 년 동안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에요. 자리를 빼면 무너져요.""그러면요.""정비소에 그대로 두고, 그 골목에 사람을 붙이세요. 지키는 게 아니라 보이게요."한정우가 그 골목에 사람 둘을 붙였다. 조성달이 아침에 셔터를 올리는 것과 저녁에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낯선 차가 들어오면 사진을 찍는 조건이었다.이틀째 저녁에 낯선 차가 한 번 들어왔다가 나갔다. 손님 차였다.그 사흘 동안 다른 일이 있었다.토요일이 면접교섭 날이었다.가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날이었다. 지난주에 그 자리에 윤세라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서지안은 법무팀에 한 번 물어봤다. 면접교섭 자리에 제3자를 데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고.답은 이랬다.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어렵다고. 불편한 것과 위험한 것은 법에서 다르다고.아이 이름은 서아한테서 들었다.그 밤에 이불 속에서 잠들기 전에 아이가 한 번 더 말했다. 이름이 소이래. 윤소이.여덟 살은 이름을 외웠고, 엄마는 성을 먼저 들었다.윤씨였다. 강민호가 아직 자기 아이로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그 여자는 회장실까지 아이를 안고 와서 아빠가 누구인지 말했다. 그런데 서류에는 안 올렸다.서지안은 그때 그것이 잠깐 이상했다. 그리고 오래 붙들지 않았다. 그 집 일이었다.서지안은 아이를 카페 앞에 내려 주고 두 시간을 근처에서 기다렸다. 예전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11화 — 손을 안 댄 사람

    조성달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눈이 그녀의 얼굴에서 장주련 비석으로, 다시 얼굴로 옮겨 갔다."…아닙니다."그가 먼저 한 말이 그것이었다."사람 잘못 보신 겁니다. 저는—""조성달 씨."이름을 부르자 그가 입을 닫았다.서지안은 그가 왜 저러는지 알았다.이 사람은 열다섯 살 여울의 얼굴을 모른다. 그때 정비소에서 마주친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얼굴은 안다. 차를 맡기러 오던 손님이었으니까.고모도 언젠가 그 얼굴을 두고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죽은 새언니와 너무 닮았다고."제 어머니 이름이 저 비석에 있어요.""…예.""그 옆에 있는 이름이 제 본명이에요."조성달의 어깨가 내려갔다. 서 있기가 힘들어진 사람의 움직임이었다."십오 년 전 조사에서 두 문장만 답하셨어요. 정비는 정상적으로 했다. 브레이크 쪽은 손대지 않았다."서지안이 한 걸음 다가섰다."감정서에 이상 소견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고가 났어요. 저는 차를 몰라서, 그게 어떻게 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조성달이 아주 낮게 말했다."…손을 댄 게 아니라, 안 댄 겁니다."바람에 국화 잎이 한 장 떨어졌다."패드가 다 닳아 있었습니다. 갈아야 하는 상태였어요. 저는 안 갈고, 청구서에는 정상이라고 썼습니다."서지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십오 년 동안 그 서류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한 흔적이 아니라 하지 않은 흔적이었다. 그런 것은 종이에 남지 않는다."…빗길이었습니다."조성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그 사모님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10화 — 11월 20일

    그날 밤, 서지안은 서아 방에 앉았다.아이는 이불을 목까지 덮고 누워 있었다.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숨소리가 자는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서아야.""…응.""엄마가 하나만 물어볼게. 화내려고 묻는 거 아니야."아이가 이불 속에서 눈만 떴다."지난주에 아빠 만났을 때, 아기 봤어?"이불이 한 번 크게 움직였다."…엄마가 어떻게 알아?""엄마가 아빠 만나서 알게 됐어."아이는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 작게 말했다."…말하면 엄마가 슬퍼할 것 같아서."서지안은 그 말에 잠깐 눈을 감았다.여덟 살이 엿새를 혼자 삼켰다. 그것도 엄마가 슬퍼할까 봐 그랬다고 했다."서아야. 엄마가 슬픈 건, 서아가 혼자 참는 거야. 그게 제일 슬퍼."아이가 이불을 내렸다."엄마 진짜 안 화났어?""안 화났어. 그리고 하나 더 말해 줄게."서지안이 아이 머리를 넘겨 주었다."서아가 그 아기 손 잡아 준 거, 잘한 거야."아이가 눈을 크게 떴다. 야단맞을 줄 알았던 얼굴이었다."그 아기는 아무것도 몰라. 잘못한 것도 없어. 어른들 일은 어른들이 정리하는 거지. 서아는 서아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돼.""…근데 그 아기가 내 동생이래.""서아는 동생이 생겨서 좋아?""…모르겠어. 그런데 너무 귀여웠어. 자꾸 생각나…"서지안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아이는 그 말을 하고 나서 조금 편해진 얼굴이 됐다. 이불을 다시 목까지 끌어 올리고, 두 번쯤 몸을 뒤척이다가 곧 잠들었다. 엿새 만에 마음을 내려놓은 아이의 숨소리였다.방을 나오는데 거실 불빛 아래에 강도현이 서 있었다."…들었어요?""조금."그가 잠깐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네가 아기 손 잡아 준 거 잘했다고 한 거. 나는 그런 네가 존경스럽다.""…존경이요?""너한테 인내심이 얼마나 있는 건지 가늠이 안 돼. 내 여자, 정말 멋진 여자야."서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날 처음으로 웃었다.이튿날 오후, 법무팀장이 서류를 들고 왔다."정비소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09화 — 초대하지 않은 사람

    김 여사가 JL 로비에 온 것은 그 이틀 뒤였다.혼자가 아니었다. 강민호가 반걸음 뒤에 서 있었다."회장님. 아래에서 손님이…""올려 보내세요."한정우가 잠깐 멈칫했다."괜찮으시겠습니까.""여기서 안 만나면 성당으로 갈 사람들이에요."한정우가 더 말하지 않고 나갔다. 서지안은 책상 위 서류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앉은 채로 맞을 생각은 없었다.회장실 문이 열렸다. 김 여사는 들어서면서부터 방을 한 바퀴 둘러봤다. 며느리가 앉아 있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눈으로 재는 얼굴이었다.십 년 동안 저 눈으로 자기 부엌을 봤던 사람이었다. 냉장고를 열어 보고, 반찬 그릇 수를 세고, 살림을 이렇게 하느냐고 묻던 눈이었다."…앉으세요.""됐다."김 여사가 선 채로 말했다."내가 여기 앉을 사람은 아니지.""그럼 서서 말씀하세요."서지안도 앉지 않았다."결혼한다더구나.""네.""성당에서 한다고.""네.""우리는 안 부르고?"서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답이었다.김 여사의 얼굴이 붉어졌다."내가 그 애 할미다. 십 년을 손주 기저귀 갈아 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을 자리에도 안 넣는다는 게 사람이 할 짓이냐.""…""서아가 꽃 들고 앞장서서 걸어간다더구나. 그걸 내가 봐야지, 누가 봐.""…""그리고 너도 생각을 좀 해 봐. 그 애가 나중에 커서 우리 할머니는 왜 그때 안 왔느냐고 물으면, 너는 뭐라고 대답할 거야."서지안은 그 말을 끝까지 들었다.이 사람은 미안한 게 없었다. 십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자기가 받을 것이 남아 있다고 믿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받을 것을 요구할 때 늘 아이를 앞에 세웠다."어머니."강민호가 낮게 불렀다. 김 여사가 아들을 노려봤다."너는 가만있어. 네가 물러서서 이 꼴이 된 거야."서지안은 그 광경을 잠깐 봤다. 십 년 동안 저 집에서 저 목소리가 나면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대꾸하면 하루가 길어졌고, 길어진 하루의 값은 늘 부엌에 있는 사람이 냈다.그게 이 집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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