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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Author: 엄이빈
강현수가 말했다.

“그래, 조심해서 가고. 경원시에 도착하면 문자 한 통 남겨줘.”

“네, 알겠어요.”

다음 날 새벽 5시 연지아는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티켓 확인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른 그녀는 비즈니스석 시트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곁에 누군가 앉는 기척이 느껴졌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승무원이 기내식을 나눠줄 때가 되어서야 연지아는 눈을 떴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름 아닌 송나겸인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송나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에블린 씨.”

연지아는 금세 표정을 가다듬고 승무원이 건네주는 기내식을 받았다. 그녀는 송나겸에게 말을 걸 생각조차 없다는 듯 조용히 식사만 이어갔다. 송나겸 역시 굳이 먼저 말을 걸어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두 시간의 비행 동안 송나겸은 줄곧 업무를 처리했고 연지아는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오전 8시 40분, 비행기는 정시에 경원시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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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지아는 입가에 옅은 비웃음을 띠었다.“안타깝지만, 난 당신과는 할 수 없어.”“알아. 괜찮아. 우린 천천히 하면 되니까.”성유원은 손을 거두고 연지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다시 연지아의 손을 조심스레 감싸 쥔 채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내일 경원시로 돌아가?”연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공간은 다시 침묵에 잠겼고 서로의 숨소리만 들릴 만큼 조용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성유원은 식탁 쪽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음식 다 식었네. 나가서 다른 거 먹을래?”연지아는 자신의 손을 성유원의 손에서 빼내며 말했다.“돌아가.”성유원은 허전해진 자신의 손을 잠시 내려다봤다. 더는 머물겠다고 고집하지 않았고 그저 연지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알겠어. 오늘은 일찍 쉬어. 괜한 생각은 하지 말고.”그 말을 끝으로 성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을 열고 룸을 나선 뒤 호텔 1층으로 내려왔을 때 마침 로비로 들어오던 강현수와 마주쳤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잠시 맞닿았다.성유원은 먼저 시선을 거두고 아무 말 없이 강현수의 곁을 지나 호텔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현수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강현수가 연지아의 룸 앞에 도착했을 때 호텔 직원이 막 빈 식기를 정리해 들고나오고 있었다.쟁반 위의 음식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강현수는 문 앞에 서서 가볍게 노크했다.문을 연 연지아는 강현수를 보자 곧바로 표정을 정리하며 말했다.“교수님, 일 끝나셨어요?”강현수는 연지아를 가만히 살폈다. 겉으로는 잘 감추고 있었지만 눈에 어려 있는 피로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그것은 몸의 피로가 아니라 마음의 피로였다.강현수는 조용히 물었다.“입맛이 없었어? 거의 안 먹었네.”연지아는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며 웃었다.“별로 배가 안 고팠어요.”강현수는 옆에 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아 깊은 눈빛으로 연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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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은 적막에 휩싸였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연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잔잔하기만 한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의 기복도 없었다.“성유원, 내가 왜 그때 귀국했는지 알아?”성유원은 제자리에 선 채 연지아의 가녀린 뒷모습만 묵묵히 바라봤다.입술을 굳게 다문 성유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5년 동안 당신은 계속 이혼 절차를 미뤘어. 나도 잘 알고 있었어. 법원까지 가더라도 당신과 이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연지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감춰진 서글픔이 스며 있었다.“그래서 생각했어. 차라리 이번 기회에 당신에게 제대로 복수하자고. 나도 당신이 나한테 줬던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해 주자고. 하지만 당신은 너무 영리했어. 내 속셈을 모를 리가 없었어.”“그래서 내게 맞춰 연기해 준 거야. 다정한 부부인 척, 사랑하는 척. 진심 없는 애정을 보여 주면서 내가 그 거짓된 감정에 빠져들기를 바랐고 시하가 있는 겉보기에는 행복한 가족생활에 안주해서 기꺼이 당신 곁에 남기를 원했던 거잖아.”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던 것 같네. 난 그런 능력이 없었어. 난 그저 정신만은 또렷한 채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을 뿐이었던 거야. 당신 눈에는 지금도 5년 전과 다를 것 없이 우스운 여자겠지.”어느새 성유원은 연지아의 뒤로 다가와 있었다.성유원은 두 팔을 뻗어 그녀를 단단히 품에 안고 턱을 연지아의 정수리에 살며시 기댔다. 낮고도 쉰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나를 너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처럼 생각하지 마. 나도 평범한 남자야.”“지금의 넌 너무 아름답고, 또 너무 뛰어나. 그런 널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전부 거짓이었던 건 아니야.”“우리에겐 그렇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딸도 있고. 너와 함께 시하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도 전부 진심이야.”말을 이어가며 성유원은 그녀가 힘껏 움켜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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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안씨 가문과 협력하고 있으니 이해관계가 하나로 묶이는 것도 시간문제겠죠. 아니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 성유원과 에블린을 이혼시키면 강 대표님도 에블린을 정식으로 붙잡을 기회가 생기지 않겠습니까?”강현수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목소리에는 한층 더 서늘한 경고가 담겼다.“조정혁 씨, 우리 둘 사이의 빚도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에요. 여기가 어디인지 똑똑히 생각해요. 감히 에블린에게 손댈 생각이라면 살아서는 돌아가지 못할 줄 알아요.”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강현수는 냉담하게 말했다.“이만 가요.”조정혁은 표정을 정리한 뒤 옅게 웃었다.“알겠습니다. 업무 방해는 하지 않겠습니다.”조정혁이 떠난 뒤 비서가 들어와 업무를 보고했다.모든 일을 처리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강현수는 휴대전화를 꺼내 연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세 연결됐다.“교수님.”연지아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저녁 먹었어?”“아직이요.”“그럼 같이 먹자. 뭐 먹고 싶어?”연지아는 조용히 말했다.“호텔에 룸서비스만 시켜 먹으려고요. 오늘은 좀 피곤해서 밖에 나가기 싫네요.”강현수는 더 권하지 않았다.“그래. 그런데 오후에는 어디를 다녀왔길래 그렇게 피곤해?”연지아는 대충 둘러대며 넘어갔다.전화를 끊은 뒤 강현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렸다. 연지아의 목소리에 배어 있던 피로를 강현수가 모를 리 없었다.단순히 놀다가 지친 것이 아니었다. 마음속에 무언가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일은 성유원과 관련된 일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강현수는 휴대전화를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고 검은 눈동자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호텔 객실.연지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잔을 집어 들었다. 잔에 남아 있던 와인을 단숨에 비워내자 알코올 기운에 양 볼이 옅게 붉게 물들었다.연지아는 소파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촉촉한 눈동자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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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지아는 시선을 정면에 둔 채 송나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송나겸은 연지아를 옆으로 한 번 바라봤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연지아는 앞쪽 교차로에서 차를 내린 뒤 택시를 잡아타고 떠났고 송나겸은 자신의 차로 그 택시를 뒤따라갔다.택시가 호텔에 도착하고 연지아가 내려 로비로 걸어 들어가려는 순간 마주 호텔에서 나오던 성유원과 눈이 마주쳤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보자 곧바로 걸어왔으나 연지아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그의 곁을 지나쳤다.성유원은 손을 뻗어 연지아의 팔을 붙잡았다.연지아는 곧바로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건드리지 마.”성유원은 시선을 내리깔아 분노로 가득 찬 연지아의 눈을 마주했다.연지아는 그를 한 번도 더 쳐다보지 않고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가자 성유원은 그 자리에 선 채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봤다.그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그대로 서 있던 그는 돌아서려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익숙한 차량 한 대를 발견했다.성유원은 곧바로 그쪽으로 걸어가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탄 뒤 물었다.“오늘 어디 갔었어?”송나겸이 담담하게 답했다.“오동로를 지나가다 우연히 지아랑 조정혁이 함께 있는 걸 봤어. 조정혁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분명 네 이야기를 했겠지.”성유원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영은 해성시 지사, 강현수는 사무실에서 이메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때 내선 전화가 걸려왔다.“강 대표님, 조정혁이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강현수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사무실로 들여보내요.”“네.”잠시 후, 사무실 문이 열리고 조정혁이 들어왔다. 강현수를 보며 그는 특유의 잘생기면서도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님.”강현수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옆으로 내려놓고 안경 너머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정혁을 바라봤다.“먼저 찾으려던 참인데, 오히려 조정혁 씨가 먼저 찾아왔군요.”조정혁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제650화

    연지아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조정혁은 서두르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걸음으로 줄곧 연지아를 따라왔다.“성유원도 참 독하네. 자기 아내한테조차 조금도 마음이 약해지지 않잖아. 그런데 너는 애초에 왜 돌아온 거야? 그냥 해외에 남아 있는 게 낫지 않았어? 아니면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자신을 바꾼 게, 너도 충분히 그 사람에게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정말 안타깝네. 성유원은 보는 눈도 없어. 네가 아무리 완벽하게 변해도 안연청 같은 머리 빈 꽃병을 좋아하잖아.”“...”“남자들은 어느 정도 소유욕이 있거든. 한때 자기 여자였던 사람이 다른 남자와 함께하려는 걸 보면 속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지.”“...”“에블린, 너는 성유원이 너를 사랑해 주길 바라는 거야? 이 세상에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랑 같은 건 없어. 여자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들어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바라지만, 남자들이 원하는 건 욕망을 채우는 것뿐이야. 감정싸움에서 여자는 절대 남자를 이길 수 없어. 하물며 상대가 성유원 같은 남자라면 더 그렇지. 그 사람은 보통 수준으로 냉혈하고 무정한 인간이 아니잖아.”“...”“그 사람이 예전에 너를 상처 입혔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 지금 네가 이렇게 완전히 달라지고, 일에서도 성공하고, 외모까지 완벽해진 걸 보면 오히려 이 모든 게 자기가 그때 네게 준 원동력 덕분이라고 생각할걸.”“...”연지아의 얼굴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연지아는 길가로 나가 손을 들어 택시 한 대를 세웠다.택시가 연지아 앞에 멈췄다. 연지아가 차 문을 열고 올라탄 뒤 문을 닫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힘으로 차 문을 붙잡았다.조정혁의 큰 손이 차 문을 움켜쥐고 있었다.연지아는 화가 난 눈으로 조정혁을 노려보았다.“손 놔요.”조정혁이 말했다.“안쪽으로 들어가.”연지아는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당장이라도 발로 걷어차고 싶었다.기사가 말했다.“손님, 여기 오래 정차하면 안 돼요.”연지아는 꼼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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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나겸은 성유원의 말을 듣고 대강 무슨 상황인지 짐작했다.“지아가 지금 너랑 이혼하려는 거지?”성유원이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화가 난 것뿐이야. 지금은 이혼할 수 없어.”송나겸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더 어두워졌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주변의 공기마저 가라앉은 듯 고요해졌다.한참 뒤.성유원이 다시 말했다.“어쨌든 연청이 일은 네가 처리해. 더 잘 맞는 사람을 다시 알아봐 주고, 안씨 가문 사모님에게도 이해관계를 분명히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연청이는 지금 조정혁과 함께하겠다고 완전히 마음을 굳혔어. 네가 직접 나서서 붙잡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만나겠어.”안연청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성유원이 말했다.“그렇다면 그냥 내버려둬.”다음 날.연지아는 토요일 경원시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해연 테크 프로젝트는 강현수가 직접 후속 업무를 맡기로 했기 때문에, 연지아가 계속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금요일 오전 반나절만 일하면 이곳에서 맡은 업무도 거의 마무리될 예정이었다.오후.연지아는 오동로에 들렀다. 그곳에는 백 년 전통의 오래된 제과점이 하나 있었다. 전국에 오직 이곳 한 곳뿐이고 지점도 없었다. 손재인은 해성에 올 때마다 그곳의 과자를 잔뜩 사다 주었고, 성시하도 무척 좋아했다.그래서 연지아는 돌아갈 때 가져가려고 조금 사둘 생각이었다.연지아가 가게에 도착했을 때.제과점 앞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상황을 보니 적어도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할 듯했다.연지아는 줄 끝에 섰다.기다리는 동안 휴대폰으로 릴스를 넘겨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한 어린이 한복 가게를 발견했다. 영상 속 어린 모델은 한복을 입고 꽃밭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성시하가 입으면 분명 훨씬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연지아는 가게에 개인 메시지를 보내 구매 방법을 물어보고 있었다. 대량 생산 제품이 아니라 주문 일정까지 기다려야 했다.같은 시각.길 건너편에 슈퍼카 한 대가 천천히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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