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성유원이 결혼을 했는지, 성시하가 혼인 중 태어난 아이인지 아니면 혼외자인지는 오직 성씨 가문과 박씨 가문 사람들만이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입을 열지 않으니 외부 사람들도 감히 깊이 파고들지 못할 뿐이었다.성유원은 석진운을 곁눈질하며 얇은 입술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부러워요?”석진운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부럽죠! 그런데 유원 씨 같은 사람한테서 어떻게 시하 같은 천사 같은 아이가 나왔는지 모르겠네요.”석진운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성유원은 누구에게도 진심을 주지 않는 무정하고 냉혈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으니까.박형주가 어느새 성시하의 손을 잡고 멀어지는 연지아를 곁눈질하며 거들었다.“말해 뭐해, 시하가 제 엄마를 닮아 온순하고 착한 거겠지. 유원 씨를 닮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석진운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형주 형, 그럼 형이 말해봐요. 시하 엄마가 대체 누구예요?”성유원이 아이를 낳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난 몇 년간 성시하 엄마에 대한 소문이 단 한 줄도 안 날 리가 없었고 그녀가 성씨가문이나 박씨 가문의 공식 석상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을 리 없었다.하지만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딸 성시하에게만큼은 지극정성이었다. 성유원이 누군가에게 진심을 쏟는다면 그 대상은 오직 제 딸뿐이었다.박형주가 성유원을 쳐다보며 말했다.“궁금하면 본인한테 직접 물어봐.”석진운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봐요, 유원 씨. 유원 씨도 예전에 형주 형네 딸 부러워서 딸 갖고 싶었던 거죠?”성유원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시하에게 머물렀다.해맑고 예쁜 꼬마 공주님 같은 아이가 연지아가 꽃 한 송이를 꺾어 아이의 머리에 꽂아주자 햇살보다 더 찬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모습에 성유원의 눈매도 부드럽게 풀렸다. 그는 석진운을 보며 대꾸했다.“부러우면 진운 씨도 얼른 낳든가요.”“싱글 대디 주제에 기세등등하네요. 형주 형은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
에블린이라는 이름은 이제 금융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녀의 미모와 분위기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직접 보고서야 ‘천향국색'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실감했다.해성의 안씨 가문 딸조차 그녀와 비교하면 빛이 바랠 정도라는 소문이 돌았으니 다들 에블린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연지아는 예의 바르고 정중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과찬이세요.”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먼저 자기소개를 건넸다.“석진운이라고 합니다. 오늘 에블린 씨를 뵙게 되어 정말 영광이네요.”석씨 가문 역시 경원시의 최상위 명문가 중 하나였다.연지아는 가볍게 인사했다.“석진운 씨, 만나서 반가워요.”석진운이 농담 반 진담 반의 어조로 물었다.“에블린 씨, 혹시 남자친구 있으신가요?”옆에 있던 박형주가 거들었다.“진운아, 너무 직설적이잖아. 사람 놀라게 하지 마.”석진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여쭤보는 거예요, 뭐. 에블린 씨가 불쾌하시다면 사과하겠습니다.”연지아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남자친구 없습니다.”그 말에 석진운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그럼 에블린 씨, 연락처 좀 받아갈 수 있을까요?”“물론이죠.”박형주는 두 사람이 연락처를 교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유원을 슬쩍 쳐다보았다. 성유원은 처음부터 옆에 서서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어 박형주는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연지아와 석진운이 연락처 교환을 마쳤을 때였다.“에블린 이모!”성시하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손에는 방금 꺾은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고 노느라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이었다.“이모, 이것 봐!”성시하가 꽃을 내밀자 연지아는 허리를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살랑이는 바람에 귀밑머리가 흩날렸고 뼛속까지 다정한 그 미소는 손에 든 꽃보다도 화사했다.“정말 예쁘다.”가까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석진운은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었다.“아빠!”석진운
박아린의 열 살 생일 파티가 박씨 가문의 커다란 저택에서 열렸다.가문의 금쪽같은 외동딸을 위해 박형주와 추민정은 최고의 모든 것을 준비했다. 몇억 원을 호가하는 성 모양의 제작 케이크부터 해외에서 직송된 값비싼 생화 장식까지...맞춤 제작한 공주 드레스를 입은 박아린이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커다란 문 너머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오자 부부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과 다정함이 가득 고였다.박아린은 무대 위로 춤을 추며 나아갔고 그 모습은 무척이나 예쁘고 자신감이 넘쳤다. 손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들어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성시하는 성유원에게 기대어 흥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린 언니 정말 예쁘다.”성유원은 그런 딸을 품에 안아주었다.공연이 끝나자 박아린은 하객들을 향해 깊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박형주와 추민정이 다가가 딸의 손을 잡고 축하 노래를 함께 불렀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때 그 눈동자에는 오직 서로만이 담겨 있었다.그 행복하고 화목한 분위기가 현장에 있는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그때 무대 아래에서 아빠의 품에 안겨 있던 성시하가 갑자기 시무룩해졌다.성유원이 아이를 살피며 물었다.“시하야, 왜 그래?”성시하는 아빠를 바라보며 속상한 듯 대답했다.“에블린 이모는 왜 아직 안 와?”성유원이 달래듯 말했다.“곧 도착할 거야.”성시하는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입을 닫았다. 무언가 고민이 많은 표정이었다.“우리 시하, 뭐가 속상하니?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아빠한테 말해봐.”성유원은 딸의 작은 손을 잡고 부드럽게 달랬다.성시하가 중얼거렸다.“나도 아빠랑 엄마랑 같이 생일 파티하고 싶어.”성유원이 다독이며 말했다.“다음 시하 생일 때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그러자 성시하의 커다란 눈망울이 금세 반짝였다.“정말? 그럼 에블린 이모랑 아빠랑 같이 내 생일 축하해주고 노래도 불러줬으면 좋겠어.”성유원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직이 대답했다.“그래.”그제야 성시하의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성유원의 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가라앉았다.“그 사람, 그럴만한 능력 안 됩니다. 이혼 문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아빠!”그때 성시하가 갑자기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김미현과 성한민은 하던 말을 멈췄다. 성시하는 아빠의 품으로 달려들며 말했다.“아빠, 엄마한테 전화해서 오늘 밤에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댁에 오셔서 저녁 드시라고 하면 안 돼?”성유원은 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다음에 그러자. 아빠가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성시하가 입술을 내밀며 중얼거렸다.“하지만 에블린 이모는 딱 일주일만 내 엄마 해주기로 했단 말이야.”성유원의 목소리가 다정해졌다.“그럼 엄마 해주는 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하면 되잖아.”성시하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에블린 이모가 승낙해 줄까? 내가 너무 철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해?”“그럴 리 없어.”아빠의 말에 성시하는 그제야 안심한 듯했다.“그럼 오늘 밤에 에블린 이모한테 물어볼게.”“그래.”연지아는 하루 내내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국 출국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구율의 업무도 처리해야 하기도 했다.월요일 출근길, 그녀는 강현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강현수도 동의했다.“가서 바람 좀 쐬고 오는 것도 좋겠어. 이혼 소송이라는 게 서두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니까.”연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강현수에게 물었다.“교수님, 이혼 소송을 취하할까 생각 중이에요.”강현수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유원은 그저 저를 옭아매고 싶어 하는 거예요. 계속 소송을 진행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몇 년씩이나 이 소송에 매달리다가는 제가 먼저 미쳐버릴 것 같아요. 지금처럼 제가 맞서 싸울수록 그 사람의 소유욕만 자극해서 더 놓아주지 않으려 하겠죠. 차라리 소송을 취하하는 게 나아요. 그 사람도 저 때문에 재혼을 포기할 사람은 아니니까요.”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생각이 그렇다면 곽
점심 무렵 손재인이 강현수의 병문안을 왔다. 세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연지아와 손재인은 오래 머물지 않고 곧 병원을 떠났다.연지아는 집으로 향했다. 차가 연씨 가문 저택 입구에 다다랐을 때 정면에서 흰색 마세라티 한 대가 다가왔다.마세라티 뒷좌석에 앉아 있던 송정미는 운전석에 앉은 연지아를 발견하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집으로 들어온 연지아는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연무현을 보았다. 배난화와 연지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아빠.”연지아의 부름에 연무현은 정신을 차리고 감정을 추스르며 고개를 돌렸다.“지아야, 왔구나.”연지아가 다가가 물었다.“엄마랑 지훈이는요?”“지훈이 낮잠 재우러 위층에 올라갔단다. 오늘 일찍 왔구나, 시하는?”“시하는 성씨 가문 본가에 갔어요.”연무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지아야, 이리 와서 앉아봐라.”연지아는 옆쪽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아빠, 무슨 일이에요?”연무현은 연지아를 바라보며 간곡하게 입을 뗐다.“지아야, 혹시 다시 헤리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니?”연지아는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아빠,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세요?”“아빠 생각엔, 네가 헤리국에 있을 때 성유원과 접촉하지 않았던 게 참 좋았던 것 같구나. 지금처럼 고통스럽지도 않았을 테고. 지금 소송까지 하니 오히려 그 아이가 오기로 널 놓아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아버지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만약 너희가 마주치지 않았고 네가 시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도 조만간 네게 이혼을 요구했을 게다.”연지아는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아빠, 제가 헤리국으로 돌아가길 바라시는 거예요?”연무현이 대답했다.“아빠야 당연히 네가 떠나는 걸 원치 않지. 다만 네 결정을 존중해서 상의해보는 거란다. 네가 시하에게 정이 깊어질수록 나중에 너나 아이에게나 고통이 될까 봐 걱정되는구나. 아빠는 네가 나중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란단다.”전에 송정미가 했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성시하는 결국 성씨 가문
성유원은 병원 로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때 정면에서 들어오는 두 사람과 마주쳤다.연지아는 손에 든 과일 솜사탕를 먹고 있었고 강현수는 그녀를 대신해 간식 봉투를 들고 있었다. 과일 솜사탕의 과일이 너무 셨는지 연지아는 첫 알을 먹자마자 더는 먹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강현수가 맛을 보겠다며 나섰다. 연지아가 꼬치를 내밀자 그가 손으로 빼낼 줄 알았는데 강현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입술로 직접 과일 한 알을 물었다.그가 고개를 숙인 순간 두 사람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졌다.연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강현수는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한 듯 과일을 씹으며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매에는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나쁘지 않은데? 안 먹을 거면 나 줘. 버리면 아깝잖아.”연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교수님 위장병도 다 안 나았는데 맛만 보세요.”“그래, 그러자.”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걸어 나오다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연지아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 부드럽던 미소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표정을 갈무리하고 강현수와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직진했다.두 사람이 성유원의 곁을 두 걸음 정도 남겨두고 스쳐 지나가려 할 때였다.남자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 대표님, 유부녀에게 관심이 아주 많으시군요.”연지아가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린 채 남자를 쏘아보았다.“성유원, 모든 사람이 너처럼 저급하고...”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강현수가 그녀를 살짝 가로막으며 성유원을 바라보았다.“성 대표님 눈에는 지아가 여전히 유부녀로 보이시는 모양이군요.”성유원이 몸을 틀어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강현수를 마주 보았다.막상막하인 두 남자의 기싸움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감히 다가오지 못한 채 주춤거렸다. 뛰어난 외모의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구도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강 대표님도 나이가 적지 않으신데 슬슬 혼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