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연지아는 손을 들어 성시하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 목이 왜 이렇게 빨개요?”성시하가 갑자기 물었다.연지아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목을 만졌다. 조금 전 옷을 갈아입을 때 보니 온몸에 온갖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녀가 설명했다.“모기한테 물렸어.”성시하는 납득한 듯 대답했다.“엄마가 자는 곳에도 모기가 있었어요?”연지아가 대답했다.“아주 큰 모기였어.”말하는 사이 무심코 눈을 들었다가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성유원은 성시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빠도 어제 모기한테 한 번 물렸어.”연지아는 할 말을 잃어 남자를 흘겨보았다. 성유원은 연지아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성시하는 아빠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의심스럽게 물었다.“모기가 그렇게 많아? 시하는 하나도 안 물렸는데.”성유원은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시하를 무는 모기가 있다면 아빠가 바로 처리할 거야.”성시하가 말했다.“아빠는 항상 시하 곁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 모기가 시하를 물어도 아빠는 모를 텐데.”“아빠는 바로 알 수 있어.”성시하는 아빠의 말에 담긴 의미를 당연히 알지 못했다.“그럼 알았어!”곧 점심시간이 되었다.점심을 먹고 잠시 쉰 뒤 성유원은 연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직 불편해?”연지아는 곁눈질로 남자를 한 번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었다.“이제 괜찮아.”성시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몸이 안 좋아요?”연지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엄마는 괜찮아. 시하는 걱정하지 마.”“그럼 시하랑 아래층에 가서 놀아요.”호텔 안에는 어린이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아이와 놀 수 있었다. 집이 아닌 호텔 방에서 오후 내내 머물러 봐야 딱히 놀 것도 없었다.연지아는 그러자고 했다.두 사람은 성시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어린이 놀이 공간에는 오락기와 에어하키, 아동 도서가 있었고 도자기 만들기도 할 수 있었다.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
“천천히 먹어.”연지아는 곁에 있는 남자를 상대하지 않았다.성유원은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음식만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한 손으로 허리를 감쌌다.연지아가 먹던 동작을 멈췄다.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어젯밤에는 잠시 힘을 조절하지 못했어. 우리가 마지막으로 한 것도 벌써 보름이 넘었으니까.”연지아는 젓가락을 든 손을 잠시 멈췄다. 무언가 말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연지아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일어나서 막 걸음을 떼려던 순간 두 다리가 굳으며 그 자리에 멈췄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운 눈썹을 찌푸렸다.성유원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긴 팔을 뻗어 다시 앉혔다.“서두르지 말고 앉아서 좀 쉬어. 이따가 약을 가져올 거야.”연지아는 남자를 분한 눈으로 노려보았다.성유원은 그저 웃었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성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가서 열었다.호텔 전담 직원이 연고를 가져왔다. 전문적인 태도의 직원은 아무런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공손하게 두 손으로 연고를 남자에게 건넸다.성유원은 손을 뻗어 받아 들고 문을 닫았다. 식당으로 돌아온 그는 연지아를 안아 침실로 데려갔다.“네가 할래, 아니면 내가 할까?”연지아는 연고를 가져갔다.“내가 할 테니까 나가.”성유원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럼 넌 먼저 좀 쉬어. 난 시하를 데리러 갔다 올게.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자.”말을 마친 뒤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정리한 뒤 밖으로 나갔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는 성시하를 검진하고 있었다. 이제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퇴원한 뒤 집에서 요양해도 되었다.“아빠, 엄마는?”“엄마는 호텔에 있어. 엄마 만나러 가자.”“응.”성시하는 아빠에게 안아 달라고 손을 뻗었다.성유원은 성시하를 안아 들고 이서연을 바라보았다.“제가 먼저 시하를 데리고 갈게요. 엄마는 내일 아침 일찍 시하를 데리러 오세요.”이서연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지
연지아는 남자의 눈빛만 보아도 지금 성유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남자가 갑자기 몸을 숙였다. 커다란 손으로 이불 너머 연지아의 손을 움켜쥐자 짙은 술기운이 더욱 강하게 밀려왔다.연지아는 눈앞까지 가까워진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황급히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말했다.“너... 먼저 씻어.”성유원은 연지아의 바로 앞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는 밤바다처럼 깊어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는 연지아의 손을 붙잡았다.“이따가 같이 씻자.”말을 마친 뒤 고개를 숙여 연지아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남자의 숨결에 섞인 알코올의 자극이 연지아의 머릿속을 휩쓸었다.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얇은 이불은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남자의 뜨거운 기운은 더욱 거침없이 그녀의 몸을 침범했다.방 안의 온도가 서서히 높아졌다.남자의 셔츠와 정장 바지, 여자의 잠옷이 뒤엉킨 채 카펫 위에 어지럽게 흩어졌다.오늘 밤의 남자는 평소처럼 다정하지 않았다. 가면을 벗어 던지고 본래의 거친 모습을 드러낸 듯했다.그 모든 과정에서 연지아는 자신이 몇 번이나 그만해 달라고 애원했는지 알 수 없었다.결국 기진맥진해진 그녀는 물에서 갓 건져 올린 사람처럼 온몸이 흠뻑 젖어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다.성유원은 지친 채 품속의 여자를 끌어안고 눈을 감은 뒤 깊이 잠들었다.다음 날 연지아는 몸을 짓누르는 무게에 잠에서 깼다. 남자의 허벅지가 자신의 다리를 완전히 누르고 있어 두 다리에 감각이 사라진 듯했다.눈을 들어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니 그는 눈을 감고 깊이 잠든 채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연지아는 남자의 품에서 몸을 빼내고 다리를 거두려고 애썼지만 잠든 상태에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지금은 그를 깨울까 봐 걱정할 상황도 아니었다.끝내 남자를 밀어내지 못한 연지아는 화가 나 소리쳤다.“성유원!”그 소리에 잠에
이서연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럼 연지아가 지금 어디 엄마답게 행동하고 있는지 봐라. 너희 가정을 생각하려는 마음이 어디 있니? 너와 연지아는 애초에 서로 맞지 않아. 이대로 가면 상처받는 건 시하뿐이야. 차라리 시하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는 게 나아.”성유원은 눈빛을 가라앉힌 채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이서연은 몸을 돌려 소파에 다시 앉았고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성유원은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마디만 했다.“시하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다시는 하지 마세요.”씻고 옷을 갈아입은 성시하가 나오자 성유원은 다가가 성시하를 안아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시하는 오늘 푹 쉬어. 아빠가 내일 아침에 와서 곁에 있어 줄게.”성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얼른 가.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성유원은 성시하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잘 자, 우리 딸.”성유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 시간의 병원 로비는 유난히 한산하고 쓸쓸했다.연지아는 의자에 앉아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있었다.성유원은 고개를 들자 그곳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병원의 불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가냘파 보였다.그는 앞으로 걸어갔다.연지아는 눈앞에 나타난 구두를 보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성유원은 곧이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한쪽 다리를 길게 뻗고 등받이에 기댄 두 사람은 조용히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넓고 고요한 로비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연지아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매에는 감추지 못한 피로가 어려 있었다.“시하는 잠들었어?”성유원은 짧게 대답한 뒤 말했다.“방금 잠들었어.”연지아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남자가 물었다.“방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연지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아무 생각도
여자는 카메라를 받아 사진을 확인하고 서둘러 감사 인사를 건넸다.“고맙습니다. 정말 잘 찍어 주셨어요.”“별말씀을요.”연지아가 돌아가려던 순간 여자가 갑자기 말했다.“제가 가족사진을 한 장 찍어 드릴까요? 세 분 모두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보다 더 멋져 보여요. 남편분도 잘생기셨고 따님도 정말 예쁘고 귀여워요.”연지아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반사적으로 거절하려다가 말을 멈추고 성유원을 한 번 바라본 뒤 성시하에게 시선을 옮겼다.성시하는 그저 엄마를 바라볼 뿐 전처럼 먼저 사진을 찍자고 외치지 않았지만 반짝이는 두 눈에는 기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순간 연지아의 마음속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들었다. 그녀는 성유원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우리 사진 한 장 찍자.”성유원이 대답했다.“그래.”연지아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켠 뒤 여자에게 건넸다.“시하야, 이리 와.”성시하는 엄마에게 걸어갔다.연지아는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 전 여자와 남편이 사진을 찍었던 자리에 섰다.“나도 아빠가 안아 줬으면 좋겠어.”성시하는 아빠를 향해 손을 뻗었다.성유원은 허리를 숙여 성시하를 안아 들고 연지아의 옆에 섰다.여자는 휴대전화를 들고 세 사람에게 카메라를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잘 어울리는 가족이었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가족 특유의 친밀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여자는 사진을 몇 장 찍었다.“다 됐어요.”연지아가 다가가자 여자는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말했다.“세 분 모두 외모가 워낙 뛰어나서 그런지 사진이 실물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네요.”연지아는 사진을 한 번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했다. 그 후 세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연지아는 촬영한 사진을 성시하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시하야, 사진 한번 봐.”성유원은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에 담긴 사진을 바라보았다. 성시하도 사진을 보며 말했다.“아빠랑 엄마 정말 예뻐.”연지아는 손을 뻗어 아이의 작은 볼을 꼬집었다
연지아는 성시하를 꼭 끌어안았다.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놓였다.연지아는 성시하를 놓아주고 아이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아팠는데 왜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어?”성시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웅얼거렸다.“시하는 엄마가 걱정하는 게 싫었어요.”연지아는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시하와 연락이 안 되니까 엄마가 더 걱정했잖아.”성시하가 사과했다.“그럼 엄마, 미안해요.”연지아는 성시하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 가슴에 견디기 힘든 쓰라림이 밀려들어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잠겼다.“시하는 엄마한테 미안할 것 없어.”“...”성유원은 곁에 서서 두 모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서연의 안색은 유난히 좋지 않았다.“아빠.”성유원은 손을 뻗어 딸을 안아 들었다.“괜찮다니 다행이야. 저녁에는 뭘 먹었어?”성시하는 아빠에게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었다.“아빠랑 엄마는 밥 먹었어?”성유원은 연지아를 한 번 바라보았고 연지아도 그를 보고 있었다. 성유원은 성시하를 내려놓은 뒤 이서연에게 말했다.“어머니, 먼저 시하 옷 좀 갈아입혀 주세요. 저희가 시하를 데리고 저녁을 먹고 다시 올게요.”이서연은 아들을 한 번 바라보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시하의 옷을 갈아입혀 주며 당부했다.“시하를 꼭 다시 데려와.”“네.”성시하는 손을 흔들며 할머니에게 인사했다.성유원은 성시하를 안고 병실을 나갔고 연지아도 뒤따라 문밖으로 나갔다.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 뒤 성유원이 연지아에게 물었다.“뭐 먹고 싶어?”연지아가 대답했다.“아무거나 괜찮아.”세 사람은 결국 호텔 안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음식을 주문한 뒤 성유원은 성시하에게 작은 케이크 하나를 주문해 주었다.“저녁 먹었으니까 조금만 먹어.”성시하는 두 다리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응.”아빠와 엄마가 곁에 있어 주자 아이의 작은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아빠, 돌아와서도 또 출장 가야 해?”성시하가 물었다.성유원은 짧게 대답한 뒤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