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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Author: 레몬티
도진은 물결 하나 없는 호수처럼 차분한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

“스팸 전화예요.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 말을 마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설의 찻잔에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다.

“아... 네.”

지설은 조용히 대답한 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직원이 카트를 밀고 와, 준비된 음식들을 하나씩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올려놓았다.

모든 재료가 다 갖춰지자, 도진은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도진은 유난히 꼼꼼한 사람이었다.

각 재료를 냄비에 넣는 순서, 익히는 시간, 건져 올리는 순간까지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단 한 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설은 그런 도진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도진은 잘 익은 재료들을 하나씩 지설 앞에 놓인 그릇에 담아 주었다.

계속해서 쌓여 가는 음식에 지설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제 충분해요. 저 그렇게 많이 못 먹어요.”

하지만 도진은 말을 듣지 않았다.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고, 익힌 재료는 계속해서 지설의 그릇으로 옮겨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옆 테이블의 여자아이가, 맞은편에 앉은 남자친구에게 투덜거렸다.

“흥, 우리 샤브샤브 먹으러 올 때마다 항상 내가 너 먹을 거 다 해 주잖아. 너는 한 번도 나 대신 해 준 적 없잖아. 가끔은 좀 배려해 줄 수 없는 거야?”

그 말에 남자친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내가 매번 계산하잖아. 그리고 우리 사귄 지도 꽤 됐는데, 왜 아직도 그렇게 유난이야? 내가 무슨 도우미처럼 네 옆에서 다 해 줘야 해?”

둘의 말다툼은 고스란히 지설의 귀에 들어왔다.

지설은 순간 젓가락을 멈춘 채 잠시 멍해졌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잖아. 남자의 태도에는 단계가 있다고.’

‘연애 초반에는 열정적이고 다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노력이 줄어들고...’

‘결혼하고 나면... 아예 손을 놓아 버린다고.’

‘지금은 기 변호사님이 아직 고백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애매한 단계에 있으니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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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150화

    도진은 아무 표정 없이 지설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깊은 눈동자는 겨울밤의 별처럼 차갑게 빛났고, 오뚝한 콧날 아래로 다문 입술에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기운이 풍겼다.머리 위 조명이 도진의 몸을 비추며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냉랭한 분위기까지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도진은 지설 앞에 멈춰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지설 씨, 예전에 말했죠. 제가 부씨 집안 남매 사건 도와드렸으니 밥 한 번 사신다고요?”지설은 그 사건이 바로 떠올라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물론이죠. 도진 씨 시간만 괜찮으시면 언제든지요.”그동안 도진 덕분에 지설은 영민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옆에 서 있던 호안은 갑자기 끼어든 사람이 못마땅했지만, 상대가 도진이라는 걸 알아보는 순간 기세가 확 꺾였다.기도진 변호사.부모님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게다가 외모, 분위기, 능력까지 어느 하나 호안이 앞선다고 말할 수 없었다.지설이 도진을 대하는 태도 또한 분명히 달랐다.‘이건... 상대가 안 되잖아.’도진은 호안의 속내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시선을 옮겨 민호안을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민호안 씨죠, 백양그룹이 민호안 씨 댁 회사인가요?”호안은 자신도 모르게 기세가 눌린 채로 대답했다.“네, 맞습니다.”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실무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예전에 백양그룹에서 경제 사건 의뢰하셨을 때 제가 일정이 안 맞아서 못 맡았는데, 마침 지금 시간이 좀 생겨서요, 오늘 밤까지 자료 정리해 주시면 내일 로펌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죠.”‘뭐?’호안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기도진 변호사가 우리 회사 사건을 맡아준다고?’‘이건 부모님이 들으셨으면 난리 날 일인데.’아무리 연애에 정신이 팔려 있어도, 회사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건 분명했다.호안은 즉시 자세를 바로 하고 말했다.“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도진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강한 존재감 탓에 호안은 마치 도진의 비서처럼 보일 정도였다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149화

    민호안은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며, 어딘가 혼혈처럼 보이는 깊은 윤곽을 지니고 있었다.거기에 재력 있는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옷차림과 태도에서도 자연스럽게 여유와 센스가 묻어났다.학원에 있는 여자 강사들은 호안이 가져온 간식을 하나둘 받아 들고는, 눈에 별이라도 뜬 듯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호안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설에게만 가 있었다.은화를 보자마자 호안이 서둘러 물었다.“원장님, 부원장님 어디 계신지 아세요? 아무리 둘러봐도 안 보이시네요.”은화는 미소를 지으며 지설의 사무실 쪽을 가리켰다.“부원장님은 지금 업무 처리 중이세요. 간식 드실 시간도 없으신가 봐요.”말을 마친 은화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같이 일하는 저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예요.”호안의 얼굴에 즉각 걱정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그럼 안 되죠. 일이 아무리 많아도 몸부터 챙기셔야죠. 제가 사무실로 들어가서 간식 전해드려도 될까요? 일은 끝이 없잖아요.”그 열성적인 모습에 은화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이 정도면 거의 헌신하는 수준이네.’은화는 일부러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그럼요. 민호안 씨 마음이 정 그렇다면 한번 들어가 보세요. 부원장님이 받아주실지는 모르겠지만요.”은화는 슬쩍 핸드폰을 꺼내, 호안이 간식을 들고 지설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몰래 찍었다.그리고 그 사진을 그대로 도진에게 전송했다....도진은 그 시각 공항에 있었다.무더운 Y시에서 K시로 돌아오자마자, 공기의 온도부터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핸드폰을 켜는 순간, 읽지 않은 메시지 알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보낸 사람은 은화였다.사진을 여는 순간, 도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화면 속에는 낯선 남자가 간식을 들고 지설의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불쾌함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질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도진은 곧바로 비서를 향해 말했다.“로펌으로 바로 갑시다.”비서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조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148화

    하지만 지설의 탄탄한 피아노 실력과 과거 악단에서 활동했던 이력은, 자연스럽게 학원의 간판으로 이어졌다.실력과 경력이 곧 신뢰가 되었고, 그 신뢰는 학원의 경쟁력이 되었다.시간이 흘러 6월에 접어들자, 학원의 수강생 수는 점차 안정세에 들어섰다.지설은 단정하면서도 눈에 띄는 외모와 차분한 분위기, 거기에 확실한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학생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지설 주변으로 몰려들어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냈고, 학부모들 역시 지설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신뢰를 표현했다.최근에는 한 학생의 오빠라는 남자가 눈에 띄게 지설을 따라다니고 있었다.이름은 민호안.열흘이 넘도록, 지설의 책상 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꽃다발이 놓였다.호안은 종종 고급 세단을 몰고 학원 앞에 나타나 지설의 퇴근 시간을 기다렸고, 식사 초대를 건네곤 했다.하지만 지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런데도, 호안은 포기할 기색이 없었다.그날도 호안은 간식을 들고 학원을 찾았다.지설은 일부러 사무실에 머무르며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그때, 사무실 문이 천천히 열리며 은화가 들어왔다.은화는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운 채 말했다.“지설아, 그 민호안이라는 사람 진짜 멀끔하지 않냐? 사람도 훤칠하고 성의도 넘치고, 그렇게까지 쫓아다니는데... 너 진짜 아무 감정도 안 들어?”은화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말을 이었다.“아, 그리고 집안도 꽤 괜찮다더라. 부모님이 무역회사 하시고 K시에 부동산도 많다던데, 완전 금수저야. 그 조건이면 한 번쯤 만나 봐도 되는 거 아니야?”은화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지설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뿐이었다.은화가 다시 한번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지설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선배, 저는 지금 연애할 마음이 없어요.”은화의 눈이 반짝였다.“오, 그럼 아예 연애 자체가 싫은 거야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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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146화

    리사는 동시에 여러 남자들과 부적절한 거래를 이어오고 있었다.그중 한 남자의 아내가 호텔로 들이닥쳐 현장을 잡았고, 남편이 유흥업소 여성과 금전 거래를 했다는 사실로 경찰에 신고했다.그 일로 리사 역시 함께 연행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다른 남자들의 이름까지 줄줄이 드러났다.그 명단 안에는 영민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FH그룹의 경쟁사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영민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일부러 이 사건을 외부에 폭로했다.지설은 그 소식을 듣고 비웃듯 웃었다.예전에 영민이 자신 앞에서 얼마나 다정하고 진심인 척 연기했는지를 떠올리자, 속이 울렁거릴 만큼 역겨웠다.‘그래, 부영민 같은 인간이 무슨 진심이 있겠어.’‘부영민이 예전에 주유연을 쫓아다닌 것도 결국 미련 때문이었고.’‘지금 나를 놓지 않는 것도, 다 같은 이유야.’지설은 도진을 향해 말했다.“이 뉴스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건 엄마한테 꼭 보여드려야겠어요, 엄마는 아직도 부영민을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계시거든요.”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지설은 병실로 들어갔다.며칠째 예연숙은 딸을 거의 상대하지 않고 있었다.지설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 불렀다.“엄마.”예연숙은 대답하지 않았다.지설은 핸드폰을 어머니 앞에 내밀며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이거 직접 보세요. 이 기사 하나면 부영민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아실 거예요.”말을 마치고 지설이 화면을 터치하자, 큼지막한 제목이 예연숙의 눈에 들어왔다.〈충격 단독! 재계 인사 부영민, 유흥업소 여성과 문란한 관계로 체포〉예연숙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받아 들고, 기사를 한 줄 한 줄 읽기 시작했다.글자가 눈앞을 지나갈수록 예연숙의 안색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연숙은 끝내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이마에 핏줄이 불거진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부영민이라는 인간이... 나를 이렇게까지 속여 왔단 말이냐.”그동안 영민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145화

    주유연은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심지설 씨, 영민 오빠를 두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어요?”지설은 냉소를 흘렸다.“부영민이 어떤 인간인지 저는 누구보다 잘 알아요. 당신은 그 인간을 보물처럼 끌어안고 살면 되지만 저는 조금도 미련 없어요.”“지금 제 심정은 딱 하나예요. 부영민이 제 인생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요.”그 말에 옆에 있던 장경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이마에는 굵은 핏줄이 불거졌고 손가락으로 지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감히 내 아들을 그렇게 모욕해, 네가 뭔데 내 아들을 욕해, 네 주제에!”장경은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치켜들어 지설의 뺨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지설은 재빠르게 몸을 틀어 유연의 옆으로 피했다.하지만 장경은은 멈추지 않았다. 분에 찬 얼굴로 성큼 다가와 다시 손을 휘둘렀고, 지설은 급히 뒤로 두 걸음 더 물러났다.그 순간, 힘 조절이 되지 않은 장경은의 손바닥이 피하지 못한 유연의 뺨에 그대로 떨어졌다.짝!경쾌하면서도 잔인한 소리가 울렸고, 유연의 뺨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화끈거리는 통증에 유연은 놀란 얼굴로 뺨을 감싸 쥐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하지만 상대가 영민의 어머니라는 사실 때문에, 유연은 억울함과 분노를 드러내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 지설만 노려볼 뿐이었다.지설은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사모님, 더 소란 피우시면 경찰 부를 수밖에 없어요.”장경은은 여전히 악을 쓰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유연이 서둘러 장경은의 팔을 붙잡았다.“인제 그만 가시죠.”장경은은 지설도 싫었지만 유연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거칠게 유연을 밀치며 소리쳤다.“치워! 위선 떨지 마! 내 아들 교통사고 난 것도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영민이가 심지설 같은 재수 없는 여자랑 엮일 일도 없었어!”모욕적인 말에 유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마침, 도환과 도진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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