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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Author: 바람노래
누가 알았을까?

한밤중에 조경은 급하게 서하를 깨웠다.

“이한이 열났어요!”

서하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새벽 한복판, 서하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이한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서하는 아파트 단지 주변 병원을 미리 알아두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24시간 진료하는 병원이 있었다.

서하는 새벽에 응급실을 접수하고, 진료받고, 약 타고, 수납하고, 검사하고...

이 모든 게 끝났을 때는 이미 새벽 세 시가 훌쩍 넘었다.

이한은 열이 내리고, 볼은 아직 붉지만 곤하게 잠들었다.

서하는 그대로 옆에 걸터누워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아이를 지켜봤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시기라 당장 급한 일이 없다는 사실이 지금만큼 고마운 적은 없었다.

일까지 있었으면 정말 미쳐버렸을 것이다.

병원에서 일단 상황을 정리한 후, 서하는 조경에게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조경은 나이가 적지 않아서 이렇게 밤새도록 병원에서 버텨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조경은 오히려 더 일찍 서하 집에 나타났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온 아침 식사까지 챙겨 들고.

조경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기 보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금방 죽이랑 반찬 조금 해서 왔어요.”

정성스럽게 끓인 죽과 두 가지 반찬.

서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이한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복도로 걸어 나갔다.

그러다 그곳에서 민레나와 마주쳤다.

그 순간 서하는 진심으로 이렇게 느꼈다.

‘H시가 이렇게 작은 도시였나.’

‘어제는 배은혁을 보고, 오늘은 민레나네.’

‘이걸 운이 좋은 거라고 해야 하나,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하나...’

서하는 돌아서서 피하고 싶었지만, 레나도 이미 서하를 발견한 상태였다.

레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귀신이라도 본 듯,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눈을 크게 떴다.

서하는 레나와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짧게 시선을 거두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서하 언니!”

레나가 거의 비명처럼 불렀다.

서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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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295화

    그래서 성우가 레나에게 파혼을 통보했을 때, 레나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어차피 성우는 레나의 눈에 차지 않았고, 은혁만 잡을 수 있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레나는 곧 깨달았다.은혁의 태도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성우와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은혁은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 없었다.레나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그럼에도 레나는 늘 믿고 있었다.‘나는 아직 기회가 있다. 반드시...’그리고 오늘 3년 만에 마주한 서하는 레나의 머릿속을 통째로 뒤집어놨다.레나는 생각했다.서하가 은혁을 떠났다면 삶이 엉망진창일 거라고.초라하게 망가져 있을 거라고.그런데 어째서 서하는 더 예뻐져 있었다.‘임서하... 혹시 성형한 거야?’레나는 그 생각을 그대로 입 밖으로 꺼냈다.“언니... 성형하신 거예요?”서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레나를 보며 말했다.“너 진짜 제정신이냐?”말을 끝내고는 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레나는 포기하지 않고 뒤따라왔다.“언니, 대답하세요! 성형한 거예요? 아니면, 시술이라도 한 거예요?”서하는 레나에게 시선 한 번 주기조차 아까웠다.하지만 마음속은 솔직했다.‘이게 이렇게 통쾌할 일인가?’레나는 늘 서하 앞에서 잘난 척, 우월감, 귀티 나는 태도를 잃지 않았고, 마치 은혁 바로 밑에라도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오늘 이렇게 지쳐 보이고 피부도 상하고, 눈가에 주름까지 생긴 레나를 본 서하는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분명 통쾌했다.그런데 레나는 오히려 서하가 성형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서하는 피식 웃고 말했다.“아니? 나 화장품도 거의 안 써. 근데 네 얼굴은 왜 그래? 내가 기억하기론 너 나보다 몇 달 어렸지? 이 피부... 왜 아줌마 같아?”그렇다. 서하는 이제 피할 생각이 없었다.레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이런 말은 상상도 못 했다.‘아줌마? 내가? 임서하가... 나한테 그런 말을?’“서하 언니!”레나가 소리쳤다.서하는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294화

    누가 알았을까?한밤중에 조경은 급하게 서하를 깨웠다.“이한이 열났어요!”서하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새벽 한복판, 서하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이한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다행히 서하는 아파트 단지 주변 병원을 미리 알아두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24시간 진료하는 병원이 있었다.서하는 새벽에 응급실을 접수하고, 진료받고, 약 타고, 수납하고, 검사하고...이 모든 게 끝났을 때는 이미 새벽 세 시가 훌쩍 넘었다.이한은 열이 내리고, 볼은 아직 붉지만 곤하게 잠들었다.서하는 그대로 옆에 걸터누워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아이를 지켜봤다.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시기라 당장 급한 일이 없다는 사실이 지금만큼 고마운 적은 없었다.일까지 있었으면 정말 미쳐버렸을 것이다.병원에서 일단 상황을 정리한 후, 서하는 조경에게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조경은 나이가 적지 않아서 이렇게 밤새도록 병원에서 버텨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다음 날 아침, 조경은 오히려 더 일찍 서하 집에 나타났다.집에서 직접 만들어온 아침 식사까지 챙겨 들고.조경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기 보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금방 죽이랑 반찬 조금 해서 왔어요.”정성스럽게 끓인 죽과 두 가지 반찬.서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이한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복도로 걸어 나갔다.그러다 그곳에서 민레나와 마주쳤다.그 순간 서하는 진심으로 이렇게 느꼈다.‘H시가 이렇게 작은 도시였나.’‘어제는 배은혁을 보고, 오늘은 민레나네.’‘이걸 운이 좋은 거라고 해야 하나,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하나...’서하는 돌아서서 피하고 싶었지만, 레나도 이미 서하를 발견한 상태였다.레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귀신이라도 본 듯,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눈을 크게 떴다.서하는 레나와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짧게 시선을 거두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서하 언니!”레나가 거의 비명처럼 불렀다.서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293화

    기중환 교수가 굳이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교수들이 올 것임이 분명했다.서하는 집에 있는 조경에게 전화를 걸어 이한에게 열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저녁 식사 장소는 H시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호텔이었다.그리고 서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을 그곳에서 보게 되었다. 바로 은혁이었다.자리에는 정말 유명한 화학, 물리 분야 교수들이 여럿 참석해 있었고, 그중 두 사람은 교과서에도 이름이 실려 있는 인물이었다.요즘은 누구나 ‘덕질’을 한다.연예인을 덕질하는 사람도 있고, 전공 분야의 ‘아이돌’을 덕질하는 사람도 있다.서하는 그중 한 교수의 열렬한 팬이었다.심지어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우연히 보게 된 그 교수의 강의 영상 때문이었다.지금 그 존경하는 교수와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하는 속으로는 벅차오를 만큼 기쁘고 설렜다.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얼굴은 담담했지만, 유독 반짝이는 그 눈빛은 서하의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기중환 교수가 서하를 데리고 교수들께 인사를 돌았다.놀랍게도 교수들은 서하를 기억한다며 ‘어떤 데이터가 혹시 자네가 만든 거냐’라고 먼저 물어왔다.서하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대답했고, 그 뒤 자연스럽게 연구 이야기가 이어졌다.마지막에는 한 교수가 서하에게 느닷없이 한 가지 ‘부탁’을 건넸다.“우리 제자 하나가 외국에서 갓 들어왔어. H시는 처음이라는데, 시간 되면 좀 데리고 다녀줘.”그 교수의 제자라면 실력도 대단하겠거니 하고, 서하는 그 남자에 대해 이미 호감을 느낀 상태였다.그 남자는 안경을 쓴,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의 훈남이었고, 나이는 서른 정도로 보였다.말수가 적고 조용한 타입이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두 사람은 자연스레 연락처를 교환했다.잠시 후, 서하가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복도에서 그 제자를 마주쳤다.“강민우 씨.”서하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민우는 H시에 대해 매우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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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무슨 일이야?”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일 생겼어?”재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대표님, 방금 전에 식사할 때... 사모님을... 아니, 임서하 씨를 뵀습니다.”은혁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급격히 좁아졌다.“뭐라고?”은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임서하’라는 세 글자는 이제 은혁의 꿈에서만 나오는 단어였다.“서하?”은혁은 힘겹게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뱉었다.“나 비서... 서하를 본 거야?”“네, 뵀습니다.”재도는 한 번 더 주저했지만, 끝내 ‘지천후’라는 이름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임서하 씨도 그곳에서 식사하고 있었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도는 조심스레 시선을 올려 은혁을 바라봤다.은혁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마치 ‘임서하’라는 이름도, 그 사람도, 은혁에게는 이제 아무런 파문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재도는 그제야 몸을 돌리려 했다.그때, 은혁이 입을 열었다.“조사해. 서하 지금...”재도는 습관적으로 ‘네’라고 할 뻔했다.그러나 은혁이 바로 말을 이었다.“됐어.”‘됐어?’‘됐다는 건... 무슨 뜻이지?’재도가 다시 바라봤을 때, 은혁은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재도는 조용히 대답했다.“네.”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돌아앉았다.차에서 내릴 때까지, 은혁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하가 돌아온 지 하루가 지나자, 다음 날 아침 소진이 가사도우미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서하는 곧 일을 시작해야 했고, 앞으로도 많이 바쁠 예정이라 이한을 직접 돌볼 시간이 없었다.서하와 소진은 해외에서도 계속 사람을 써서 이한을 돌봤다.이번에 온 가사도우미의 이름은 조경.예전에 소진네 집에서도 일한 적이 있어 경험이 매우 풍부했다.게다가 조경은 성격도 온화하고 인상도 좋았으며, 요리 실력도 훌륭했다.서하는 조경이 마음에 들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한이 조경을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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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290화

    전화기 너머에서 들린 이한의 울음소리에 서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왜 그래요?”소진도 급히 일어나며 외쳤다.“천후 왜 또 사고 쳤어!”서하는 급하게 물었다.“천후 씨, 지금 어디인데?”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밖으로 향했다.소진도 곧바로 뒤따랐고 선우 역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룸을 빠져나갔다....한편, 천후는 자신이야말로 가장 억울했다.원래는 이한을 안고 잉어를 구경하고 있었는데,이한이 갑자기 ‘쉬’를 외치며 화장실 가고 싶다고 했다.그래서 화장실까지 안고 갔고, 이한 볼일을 봐주고 나니, 천후도 조금 급해졌다.천후는 이한을 몇 걸음 떨어진 작은 소변기 앞에 세워 두고, 자기도 허리띠를 풀며 일을 보려던 참이었다.딱 그 잠깐 사이.그는 고개를 들었을 때, 이한이 없었다.천후는 등골이 써늘해졌다.바지 정리할 틈도 없이 뛰쳐나갔다.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이한이 보였다.바로 그 순간, 서하의 전화까지 울렸다.이한은 원래 천후 말 잘 듣고 서 있었는데, 어디선가 스커트 자락이 스치듯 보이자 그게 엄마의 치마라고 착각한 듯했다.작은 두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이한은 금세 가만히 있지 못했다.스커트 자락이 코너로 사라지자 이한은 짧은 다리로 쫄랑쫄랑 뒤를 쫓아갔다.그러다...쿵!다른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이한은 머리를 박고 뒤로 넘어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곧바로...“와아아아앙...!” 울음을 터뜨렸다.‘너무 아파!’천후는 허겁지겁 달려와 아이를 안아 달래면서 울리는 전화에 답하려다 그만 전화를 끊어버렸다.결국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이한을 품에 꼭 안아 달랬다.“울지 마, 울지 마. 어디 다쳤는데? 대디가 봐줄게.”“우리 이한이는 남자다! 어허, 남자는 용감해야지!”이한은 흐느끼며 중간중간 말랐다.“이한이... 용감해...”천후는 아이가 진정된 걸 확인하고 그제야 부딪힌 상대를 바라봤다.그리고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나재도.배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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