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소진이 말했다.“내가 뭐 불꽃 같은 눈을 가진 건 아니지만, 진짜 연애하는 사람 얼굴은 너처럼 이렇지는 않아.”“좀 생각해 보자. 눈에 생기가 돌고, 기운이 넘치고, 최소한 그런 느낌은 있어야지.”서하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그만해.”“왜, 말도 못 해?”소진이 말을 이었다.“너희 둘이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데, 이제 와서 인생 좀 즐기지도 않아? 솔직히 말하면, 예전엔 나도 배은혁이 마음에 안 들었어.”“근데 네가 그 사람 아니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럼 이제는 미적거리지 말고, 즐길 건 즐겨야지.”“아니면... 배은혁이 그렇게 덩치도 크고 멀쩡해 보이는데, 설마 진짜로... 안 되는 거야?”“진짜 그만해.”서하는 소진의 입을 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선우가 들어올까 봐 참고 말했다.“우리 둘 다 괜찮아.”“알았어, 알았어.”서하가 부끄러움 많이 타는 걸 아는 소진은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았다.“그래도 하나만 말해 줄게. 남자는 오래 욕구 해소 못 하면 바람나기 쉬워.”서하가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릿속에는 그 말만 맴돌았다.생각해 보니 두 사람은 벌써 3년이 넘도록 함께하지 않았다.그 3년 동안 서하는 당연히 혼자였고, 자신을 지켜왔다.은혁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예전에 그 일에 그렇게 적극적이던 은혁은 3년 넘게 부부 생활 없이 지냈다고 생각하니, 소진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서하는 말없이 걸었다.‘왜 갑자기 배은혁이 불쌍해지는 거지...?’그런데 이런 일은 은혁이 먼저 말하지 않으면, 설마 자신이 먼저 꺼내야 하는 걸까?말로 하지 않으면, 먼저 스킨십을 해야 하나?‘그건... 나한테 너무 어려워.’게다가 오늘 밤이면 다시 짐을 옮겨야 했다.구나린이 돌아왔고, 감기도 거의 다 나은 상태였다.그렇지 않았다면, 구나린은 서하와 아이를 만나는 것조차 조심했을 것이다.감기가 옮을까 봐서였다.이한은 외할머니를 보자마자 무척 기뻐했다.구나린 역시 이한을 많이 보고 싶어 했다.사람들
서하의 팔에 먼저 서늘함이 전해졌다.서하는 고개를 기울여 은혁을 바라봤다.“당신, 찬물로 씻었어?”은혁의 몸은 전체적으로 차가웠다.실내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기에, 그 차가움은 더 분명했다.“괜찮아.”은혁은 웃으며 말했다.“졸려? 침대에서 자.”“아니.”서하는 이제야 숨을 고르고 몸을 일으켰다.“이 날씨에 찬물 샤워하면 안 되지.”은혁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다음엔 안 그럴게.”서하는 그가 왜 찬물 샤워를 했는지 알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잠시, 괜히 은혁이 원망스러워졌다.아까 그 분위기라면, 두 사람은 충분히...아니, 분명히 그다음으로 갈 수도 있었다.그런데 은혁은 갑자기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서하는 예전부터 은혁에게서 ‘존중’을 원했다.은혁은 늘 그녀의 감정보다 자신의 욕망이 앞서 있었고, 원하면 바로 행동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은혁은 그녀를 존중하고 있었다.그게 오히려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서하의 기분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성격상 먼저 키스한 것만 해도 이미 한계를 넘었다.그 이상을 먼저 하라고 하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나... 자러 갈게.”서하는 자신의 안방으로 돌아갔다.은혁은 안방 문 앞까지 따라와서 짧게 인사했다.“잘 자.”안아주지도 않은 채, 문은 그대로 닫혔다.‘하.’서하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자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은혁이 정말 달라졌다.그런데 조금 전, 키스할 때의 반응은 또 분명했는데.서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문제는 자신이었다.은혁은 아마도 자신에게 완전히 겁을 먹은 상태일 것이다.더 이상 한 발짝도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서하는 그렇게 천천히 잠들었다.다음 날이면 구나린이 돌아오고, 서하는 이한과 함께 ‘구름바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점심때, 서하는 소진을 보러 갔다.그런데 소진은 서하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서하는 무의식적으로
은혁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은혁은 자신을 억누르며 극도로 참은 채 서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안 돼.”서하가 말했다.은혁은 서하가 거절하는 줄로 생각했다.“알겠어. 앞으로는 당신 허락 없이는...”“그게 아니야.”서하는 은혁을 똑바로 바라봤다.“난 이런 키스가 싫어. 잠깐 닿았다가 바로 떨어지는 거. 배은혁, 당신 키스하는 법 잊은 거야?”은혁은 멍하니 서하를 바라봤다.서하는 손을 들어 은혁의 목에 걸었다.그리고 말했다.“잊었으면, 내가 가르쳐 줄게.”서하가 은혁에게 다가갔다. 부드럽고 연약한 장미꽃잎 같은 입술이 은혁의 입술에 닿았다.은혁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평소 사람들에게 보이는 은혁은 위엄 있고, 냉정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이렇게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 이런 입술을 가졌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서하는 살며시 그의 입술을 빨았다. 입술 사이로 퍼지는 향은 차분하고 맑았다.‘정말 오랜만이야.’서하는 그렇게 느꼈다.예전의 은혁은 서하에게 키스하는 걸 좋아했다.그에게 키스를 받을 때면, 서하는 ‘이 사람이 정말 날 사랑하는구나’라고 착각하곤 했다.하지만 그 뒤로 많은 일이 있었고, 서하는 점점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지금 다시 은혁과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과거의 일들은 모두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앞으로는 달콤하고 평온한 시간만 남아 있을 것 같았다.서하는 미련을 담아 그의 입술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었다.숨을 고르려고 입술을 떼려는 찰나, 은혁의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단단히 잡았다.떼어지려던 입술은 다시 깊게 맞닿았다.은혁이 주도권을 가져갔다.서하의 입술을 강하게 덮쳤다.입술이 맞닿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은혁은 단호하게 서하의 이를 벌리고, 그녀의 혀를 끌어당겨 함께 움직였다.서하는 심장이 연달아 크게 뛰는 걸 느꼈다. 혀끝이 그에게 붙잡혀 아릿할 정도였지만, 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떨림이 있었다.이 키스에는 부드러운 온기만 있지는 않았다.은혁은 마치 본능에 충실한 존재처럼,
은혁이 말했다.“서하야, 나도 당신이랑 더 가까워지고 싶어. 그런데...”서하는 그를 바라봤다.“그런데 뭐?”“그런데, 내가 나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어.”은혁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손을 잡으면 안고 싶어지고, 안으면 키스하고 싶어지고, 키스하면 더 가까워지고 싶어져.”“이건 내가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거야. 당신이 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더 친밀해지고 싶은 거고... 그런데 당신은 그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난 싫어한 적 없어.”은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서하가 말했다.“전에 했던 말도 싫다는 뜻은 아니었어. 나는 그냥... 연애해 본 적이 없어서 하나씩 천천히 가고 싶었던 거야.”“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하는지, 언제 손을 잡고, 언제 안고, 언제 키스하는지... 사실 나도 잘 몰라.”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막막함과 어쩐지 숨기지 못한 기대가 섞여 있었다.은혁은 서하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 꼭 쥐었다.“미안해.”“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서하는 웃었다.“지금은 알겠어. 연애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른 거라는 거. 동료한테 들었는데, 만난 지 하루 만에 결혼한 사람도 있대. 연애라고 해도, 첫날부터 같이 자는 사람도 있고...”말하다 보니 서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은혁이 낮게 웃었다.그 웃음에 서하는 더 민망해졌다.서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당신 뭐가 웃겨서 웃는 거야!”화가 난 것 같으면서도 눈가에는 붉은 기운이 살짝 배어 있었다.어딘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은혁은 참지 못하고 서하를 끌어안았다.“서하... 당신은 내가 얼마나 당신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지 몰라. 그런데 또 겁났어.”“당신이 혹시 내가 당신 몸만 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봐. 그래서 일부러 안 건드린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건, 당신이라는 사람이란 걸 알게 하고 싶어서.”“나도 다 알아.”서하는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미안해. 내가 전에 했던
시간을 확인한 서하는 정리를 시작했다.역시나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은혁이 말했다.[도착했어. 지금 내려올 수 있어?]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였다.그 목소리를 들으니 서하의 마음이 괜히 따뜻해졌다.하지만 은혁의 요즘 태도가 떠오르자 서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서하는 곧바로 핸드폰과 가방을 챙겨 아래로 내려갔다.차에 올라타서는 스스로 안전벨트를 맸다.은혁이 물었다.“배고프지 않아? 디저트 좀 사 왔어. 조금이라도 먹어.”“배 안 고파.”서하는 말했다.“요즘 살이 몇 킬로나 쪘어. 안 먹을래.”“쪄도 괜찮아.”은혁은 시동을 걸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당신은 여기서 10킬로 더 쪄도 여전히 마른 상태일 거야.”“당신은 알 수가 없지.”서하는 무심한 듯 말했다.“당신이 나 안은 지도 꽤 됐잖아.”은혁이 서하를 한 번 바라봤다.서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은혁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별장에 도착했다.이한은 이미 먼저 와 있었고,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차가 들어오는 걸 보자 이한은 작은 발로 달려왔다.서하는 급히 내려 이한을 안았다.“천천히 와.”이한은 서하를 한 번 안더니, 곧바로 은혁에게 달려가 안겼다.“아빠!”은혁은 이한을 번쩍 들어 올려 안은 채 서하 쪽으로 다가왔다.서하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은혁은 한 손을 뻗어 서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세 사람의 몸이 잠시 맞닿았다.은혁은 짧게 끌어안고는 곧바로 손을 풀었다.서하의 허리는 그의 손길이 닿았다가 바로 떨어졌다.서하가 반응할 틈도 없었다.은혁이 말했다.“안 쪘어.”서하는 잠시 멍해졌다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차 안에서 살쪘다고 말했던 것.그에 대해 은혁이 직접 확인한 셈이었다.그래서 안아본 거였다.정말로, 딱 한 번.아주 짧게.‘이게 무슨 의미야?’서하는 속으로 생각했다....세 사람은 집으로 들어갔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저녁을 먹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구나린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구나린은 오랫동안 운동을 해왔고,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에도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좋았다.지난 건강검진 때 의사는 마흔여덟의 나이에 스물다섯의 몸이라고 했다.그 정도면 흔치 않은 경우였다.이 정도 감기쯤은 구나린에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구나린은 말했다.“괜찮아. 코가 좀 막힌 것뿐이야. 약도 이미 먹었어. 요즘 기온 떨어진다니까 너랑 이한이도 조심해.”[저희는 다 괜찮아요. 엄마, 엄 시장님은 어떠세요? 다 나으셨어요? 엄마는 왜 이렇게 신경을 안 쓰세요.]“그 사람은 나았어.”구나린은 이 얘기를 꺼내며 조금 못마땅한 듯 덧붙였다.“근데 말이야, 결국엔 내가 또 걸렸더라.”[그럼 물 많이 드세요.]서하는 말했다.[그래도 안 되면 병원 가서 검사 한 번 받아보세요.]“알았어.”구나린이 물었다.“요즘 너랑 배 대표는 어때?”서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대답했다.[잘 지내요.]구나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그래? 둘이 무슨 일 있었어?”[없어요.]서하는 웃으며 말했다.[요즘 계속 은혁 씨 집에 있었잖아요. 엄마도 다 아시면서요. 저희 괜찮아요. 정말이에요.]“그럼 됐다.”구나린은 말했다.“모레쯤이면 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주말이잖아. 그때 감기 나았으면 같이 밥 먹자.”[네, 좋아요.]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통화를 마쳤다....서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고,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는 서서히 사라졌다.은혁과 자신은... 분명 잘 지내고 있었다.은혁은 다정했고, 세심했고,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고 서하를 챙겼다.이한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다만... 이전에는 은혁이 가끔 물었다.남자친구로서 언제쯤 키스할 수 있느냐고.서하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올 때면, 늘 손가락을 깍지 끼고 그녀의 손끝에 입을 맞췄다.차에서 내릴 때면, 참지 못하고 꼭 안기도 했다.그런데 요 며칠은 그렇지 않았다.은혁은 한결 조심스러워졌고, 예의를 지켰고, 일정한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