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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5

Penulis: 바다오렌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17 15:23:16

결국 해답은 찾지 못하고 대화를 마쳤다.

저택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담배를 꺼내 물자, 유달리 맑은 공기 사이에 뿌연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 오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혀를 찼다.

지금 이 상태를 보고하게 된다면 본부에서는 소녀를 더 이상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죽이라고 할 테지만, 그건 서류만 대충 보고 받는 본부 놈들이라 쉬이 말을 하는 것이지 자신처럼 소녀를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다면 아마 그들도 혼란에 빠질 것이다.

만약 소녀를 죽여야 된다면, 찝찝하다.

그것도 어린, 아니 어려 보이는 소녀를 죽이는 것이라면 더욱.

“여기선 자제하지?”

톡 쏘는 미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소녀를 찾으러 왔던 소년이 어디 있다 나타난 건지, 뚱한 얼굴로 연기를 날리며 다가왔다. 소년의 붉은 눈동자는 소녀의 금빛 눈동자와 달리 적대심이 가득했다.

신부가 된 이후, 또 처음 겪는 일이었다.

“… 둘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무래도 이 소년은 예의를 배우지 못했나 보다.

하기야 이 넓은 곳에 제대로 된 어른은 없다.

이 거대한 저택에 둘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소녀의 행동을 떠올리니 납득은 됐다.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왜 웃는 거야! 젠장!”

눈치는 좋은 건지, 창백하던 소년의 피부에 붉은 혈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를 올려보는 그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다.

“신부는 뭘 먹고 다니길래 이렇게 큰 거야!?”

소년이 할 말은 아니었다.

이제 막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암만 봐도 잘 관리한 어른의 몸이 아닌가?

단지 나는 키가 조금 더 클 뿐.

괜히 발을 구르고는 홱 지나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냉정하고 무정해 보이는 외모와 더욱 상반됐다.

“가지고 있던 총, 어디서 난 거지?”

생각해보니 소년이 가지고 있는 총은 아주 오래된 옛날 총이었다.

그것을 어디서 구한 건지 궁금했다.

나의 물음에 소년은 삐딱하게 서서 반항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받은 거라 몰라.”

“누구에게?”

입술을 깨물며 대답을 아끼는 모습을 보아하니 속이 훤히 들여 보이는 것에 분명 소녀보다 어린 소년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녀는 싱긋싱긋 웃고 있지만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제가 준 거예요.”

궁금증의 해답은 뒤에서 걸어오던 소녀가 알려줬다.

소년은 소녀의 얼굴을 보자, 썩은 과일을 한입 먹은 얼굴을 하며 홱 가버리는 행동이 소녀는 익숙한 건지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총이예요.”

“집안?”

“네. 뭐, 집안 대대로 봉인된 악마를 관리하는 집안이라고 하며 조상이 악마를 제압할 때 쓴 총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오래전에 들은 적은 있었다.

악마의 매개체를 관리하는 가문이 몇 있다고.

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에 역사가 끊겼다고 들었는데, 남아있었구나.

“아, 저 애의 이름은 카인이예요. 부끄럼쟁이라… 게다가 제가 마음대로 나가버려서 화가 잔뜩 났거든요. 곧 원래대로 돌아올 거예요.”

“저런 애송이에게 총을 맡겨도 돼?”

“이런, 애송이인 걸 벌써 들켰어요? 실제로 카인은 얼마전에 성인식을 했거든요.”

소년은 실제로도 어렸다.

이 소녀는 그토록 어린 소년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겼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소년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가? 오랜 시간 함께 지낸 소녀를 망설임없이 쏠 수 있다는 건가?

“그래서 신부님은 결정했어요?”

죽일이유는 악마가 깃 들어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이유로 죽일 수 없다는 것도 충분하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이런 속도 모르고 생글생글 웃는 금빛의 눈동자는 마치 나를 시험하는 것같았다.

가슴팍에서 리볼버를 꺼내 소녀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자, 긴장하는 기색 하나 없는 모습에 가슴속 깊이 알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것은 새벽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죽기는 싫다며?”

“그렇죠.”

정말로 그런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담담한 행동이 정말로 죽기 싫은 것이 맞는 건가?

소녀는 나를 속이고 있는 건가?

“후.”

리볼버를 다시 품속에 넣고 다 타버린 담배를 구겨버렸다.

“매개체를 옮길 방법을 먼저 알아봐야겠어.”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그럼 전 죽지 않아요?”

“그렇게 죽기 싫어하면서 어째서 내게 알린 거지?”

소녀는 그 질문에 자신의 눈빛처럼 달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호수를 빤히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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