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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4

last update 게시일: 2026-07-17 15:23:01

 

 

인적이 드문 숲속, 맑고 투명한 호수와 호수가 사람을 삼켜도 아무도 모를 듯한 고요한 대저택. 그리고 이 저택의 주인인 것 같은 소녀. 

“그러니까, 내가 그리 적은 나이가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눈앞의 고기를 썰며 묻자, 무슨 의미냐고 묻는 듯이 두 눈이 동그래져 나를 바라봤다. 

“이곳에 온 뒤로 나온 말들이 전부 나를 놀라게 했거든. 또 뭔가 남았나 싶었지.”

“전혀 놀란 표정이 아니던데?”

“놀란 거야.”

지금 나의 말에 재밌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까르르 웃으며 먹기 좋게 썰린 고기를 입에 넣는 소녀를 보며 잘 익은 고기를 입안에 넣자 고기는 살살 녹아 목구멍을 넘어갔다.

“그럼,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인가?”

“뭐든.”

“나는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다니는 신부야.”

“네.”

“알고 접근한 거지?”

“당연하죠.”

쥐고 있던 나이프를 ‘탁’ 소리 나게 올려놓자, 소녀는 나의 뜻을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 듯 제법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나를 이곳에 데리고 이유를 모르겠는데?”

“다른 악마들이 궁금해서요. 실제로 다른 악마를 본 적은 없거든요.”

반짝이는 눈망울에 골머리가 아파졌다. 

그래, 악마를 다섯 번이나 퇴치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보통 악마는 ‘물건’을 매개체로 봉인하고 있었고 막대한 돈을 받고 그것을 지키는 이들과 지금 눈앞의 소녀는 영 다른 모습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데.”

대게 봉인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평범한 사람 혹은 신부도 느끼지 못할 힘이 흐른다. 그렇기에 매개체를 두고 있는 인간은 악몽을 매일 꾸거나,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데 이 소녀는 그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인간의 몸에 직접 악마를 봉인했는데도 말이다. 

“확인해 보면 되지 않아요?”

소녀의 말에 입을 꾹 닫았다. 

“제정신인가?”

겨우 호흡을 가다듬고 묻자, 소녀는 역시나 꺄륵꺄륵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기 일이 아닌 듯 고기를 앙 물며 만족한 표정을 하는 모습에 괜히 등골에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만약 소녀의 말이 진실이라면? 

나는 소녀를 죽여야 하는 것인가?

역시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애초에 악마가 봉인된 매개체는 파괴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파괴했다. 당연했다. 그저 ‘물건’일 뿐이니까. 아무리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한들 한낮 물건이니 애초에 그 매개체의 주인들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해달라고 애원했다. 

“허.”

“음?”

쓴웃음이 났다.

영문 모를 소녀가 입가를 닦으며 나를 바라봤다. 

“기가 차는군.”

아무리 매개체를 보호하는 조건으로 막대한 돈을 받는다고 한들, 이런 아이의 심장에 직접 악마를 쑤셔 박고 격리하다니, 아무대로 이 집안 사람들은 대단히 미친 것이 분명했다. 

“역시 죽을까요?”

“모르지.”

어린 소녀를 위해 아주 조그마한 선의가 담긴 거짓말을 했다. 

당연히 모른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까.

하지만 가정, 악마를 퇴치하고 이 소녀가 ‘살아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소녀가 살아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꺼내려고 하다, 문득 소녀의 저택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고이 품속으로 넣었고, 담배를 무는 대신 어찌할 바 모를 짙은 한숨만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

“음… 죽고 싶지는 않은데.”

 

무엇보다 소녀의 저 태도가 눈에 거슬렸다. 

제 목숨을 그저 길가다 쉬이 꺾을 수 있는 꽃처럼 말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특히 악마 때문에 죽기에는 아까운 꽃으로 보였다. 

“신부님, 내가 내 속에 있는 악마를 퇴치해달라고 한다면… 해 주실 건가요?”

“나는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처지라.”

“그렇지만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여행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말이다.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넌 네 속에 있는 악마가 무섭지 않나? 언제 네 몸을 차지하고 죽일지 모르는데.”

“딱히… 여태 그런 적도 없고…?”

“역시 미친 게 분명하군.”

“어쩌면.”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는 여러 가지 파악하기 힘든 감정들이 담겨있었지만, 나는 그 감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첫 만남 순간부터 소녀에게 알게 모르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사실, 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아요. 나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절차가 필요하거든요.”

고요한 적막을 깬 소녀의 목소리는 불만이 가득했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니까, 요즘 악마가 날뛴다는 소문도 뒤늦게 듣고 알아보기 위해 몰래 나간 거예요. 그러다 돌아오는 도중에 신부님을 만난 거고.”

“네 안의 악마도 날뛸까 봐?”

“그럼 곤란하거든요.”

그래. 참으로 곤란했다. 

내가 정처 없이 악마를 퇴치하고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가?

“영향이 없지는 않을 거다.”

아마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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