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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Penulis: 김하이
시준은 안나에게 더는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일어나 자리를 떴다.

룸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던 부하가 곧장 허리를 숙이며 보고했다.

“시 대표님, 지시하신 일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허지안은 재빨리 책을 가방에 쑤셔 넣고 옆에 앉은 송하나를 돌아보았다.

“하나야, 학교 식당 2층에 새로 중식 코너 생겼대. 맛있다던데 오늘 점심에 가 볼래?”

“좋아.”

송하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이 강의실을 나서자 송하나에게 문득 시아가 떠올랐다.

반혜라는 며칠째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시아는 어제 그런 일을 겪었으니 혼자 있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다.

송하나는 곧바로 허지안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지안아, 가는 길에 옆 반에서 시아 선배도 찾아보자. 같이 밥 먹자고 하게.”

허지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몇 걸음 가지 않아 두 사람은 마침 옆 강의실에서 책을 안고 혼자 나오는 시아를 발견했다.

허지안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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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3화

    “조만간 시우 그룹 20주년 기념 만찬이 열리는데 이 기회에 각계 파트너들을 초청해서 권력 이양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자. 시준아, 만찬은 네가 직접 진행하도록 해.”시준은 술잔을 들고 침착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아버지. 준비 잘하겠습니다.”잔을 내려놓은 뒤, 시경운은 또 다른 중요한 일을 떠올렸다.“윌리엄의 다리 부상도 거의 나았으니 조만간 시아와 윌리엄의 혼사를 정하고 만찬에서 약혼을 공식 발표하는 게 좋겠구나. 그렇게 해서 우리와 윌리엄 가문의 오랜 협력을 공고히 하면 겹경사 아니겠니?”식탁 위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시아는 나이프와 포크를 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접시 위 음식을 말없이 휘저을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이 집에서 시아는 결코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었다.결혼마저도 남들이 정하는 대로였다.그녀는 마치 거래 가능한 물건처럼 남들의 손에 휘둘릴 뿐이었다.시준은 와인잔을 쥔 손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눈가에도 알아차리기 힘든 불쾌감이 스쳤다.그가 온 힘을 다해 시우 그룹의 오너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동생 시아를 곁에 둘 자격을 얻기 위함이었다.절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아버지, 그건 좀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시준은 눈가에 담긴 감정을 갈무리하고 태연한 얼굴로 조용히 이의를 제기했다.“제가 막 그룹을 맡은 시점에서 윌리엄 가문과의 혼사를 서둘러 발표하면 외부에서 시우 그룹의 기반이 불안정하여 정략결혼으로 상황을 안정시키려 한다고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룹 이미지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혼사에 관한 일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시경운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시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약혼 문제는 잠시 보류하고 만찬에서 네가 시우 그룹의 정식 후계자라는 것만 발표하자.”시아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으나 끝까지 고개를 들지는 않았다.그녀에게는 이것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2화

    가정부는 공기 중에 감도는 묘한 기류를 단번에 감지했다. 심성빈의 살짝 침울한 시선과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드세요, 하나 씨.”결국 안정제를 탁자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급히 물러났다.방 안에 흩어지지 못한 묘한 잔향이 여전히 진동했다. 송하나는 낯 뜨거운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안정제를 마셨다.금세 바닥을 드러낸 빈 병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심성빈을 힐끔 바라보았다.“시간이 꽤 늦었네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먼저 올라가 볼게요.”그녀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성빈 씨도 일찍 쉬어요.”심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그래. 같이 올라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계단을 오르며 발소리가 엇갈렸다.침실 문 앞에 이르러 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살짝 돌렸다.“잘 자요.”짧고 담백한 두 마디를 남기고 송하나는 방으로 들어갔다.침대에 누워 살며시 눈을 감았더니 좀전의 가벼운 입맞춤이 떠올랐다.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이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그녀와 심성빈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다정하고 이해심 많고 언제나 그녀를 먼저 생각하는 심성빈.이런 남자라면 마땅히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애틋한 스킨십이 있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둘 사이에 가로놓인 것만 같았다.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선에 가까워질수록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망설였다.그 시각, 옆방.심성빈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욕실로 향했다.샤워기 아래에 서자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 위에서부터 어깨와 등 근육을 따라 흘러내렸다.그는 온몸을 감싸는 냉수에 몸을 맡기며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마음속 동요를 가라앉히려 애썼다.송하나를 향한 자신의 갈망이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꼈다.좋아하는 사람과 종일 함께 있는데 육체적 반응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그저 이런 감정을 억지로 몇 번이고 억눌러야만 했다.다음 날, 심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1화

    심성빈은 혹시라도 칼날에 송하나가 다칠까 봐 노심초사했다.그렇게 조심스러워하는 남자의 모습에 송하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성빈 씨, 저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해도 돼요. 스스로 잘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송하나는 더 이상 입씨름하지 않고 몸을 돌려 채소를 씻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식재료 손질이 끝나고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훠궈 육수도 냄비 속에서 서서히 풀려나가 한쪽은 홍유 육수가 보글보글 끓고 다른 한쪽은 버섯 육수가 청명한 빛을 띠었다.따뜻한 김이 피어올라 두 사람 사이를 가득 채웠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훠궈를 먹으며 창밖으로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송하나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지만,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 매운 육수의 소고기를 한 점 먹어보았다.입안 가득 터지는 매운맛에 그녀는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심성빈은 미리 썰어둔 과일을 곧바로 그녀 앞에 내밀었고 따뜻한 물 한 잔도 건넸다.송하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뜨겁고 매운 기운을 겨우 가라앉혔다.저녁 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다시 소파에 파묻혀 영화를 봤다.스탠드 불빛만 부드럽게 새어 나왔고 영상은 조용히 흘러갔다.송하나는 심성빈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이에 남자는 행여나 그녀를 방해할까 봐 볼륨을 낮췄다.비 오는 날씨 탓인지 그의 등 뒤 상처가 은근히 도지며 찌릿한 가려움과 함께 피부가 조여 왔다.등이 살짝 굳어졌지만, 어깨에 기대어 잠든 그녀를 깨울까 봐 움직이지 않고 꾹 참았다.송하나가 스르륵 잠에서 깨어 고개를 들자 고통을 참으며 팽팽하게 긴장해진 심성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나지막이 물었다.“성빈 씨, 왜 그래요?”심성빈은 무의식적으로 숨기려 했다.“아니야, 아무것도.”“등 뒤 상처가 불편한 거 맞죠? 약 발라줄게요.”심성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허락했다.“응.”그는 상의를 벗고 소파에 엎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0화

    ‘우리도 언젠가 우리 둘을 쏙 빼닮은 아이를 가지겠지. 그때도 하나는 지금처럼 다정하고 인내심 있게 아이를 키울 거야.’심성빈은 생각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무언가로 벅차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송하나와 함께 둘만의 오붓한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다.계산대에 거의 다다랐을 때,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외국 남자가 정장 차림으로 허둥지둥 달려왔다.“미아!”여자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 남자를 올려다보며 달콤하게 외쳤다.“아빠!”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송하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이에 송하나가 입을 열었다.“혹시 그쪽 따님이신가요? 방금 혼자 저기 서서 울고 있길래 저희가 막 안내 데스크로 데려가려던 참이었어요.”“제가 아빠입니다. 아까 업무 전화를 받느라 잠시 한눈판 사이에 아이를 놓쳤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별말씀을요.”송하나는 아이를 아빠한테 돌려주려 했지만, 미아가 한사코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아빠, 나 엄마 찾았어요. 우리 엄마 데리고 집에 가요. 네?”아이는 말하면서 송하나를 살짝 잡아끌며 아빠 옆으로 데려가려 했다.순간 심성빈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조금 전까지 바비인형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여자아이가 지금은 전혀 귀엽게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꼬마야, 네가 사람 잘못 봤어. 이 이모는 아저씨 여자친구란다.”아이 아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연신 사과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실은 제 전처도 화인국 사람이거든요. 아이가 오랫동안 엄마를 못 봐서 예쁜 화인국 여성분만 보면 죄다 엄마인 줄 알아요.”“미아, 얼른 이모 손 놔드려.”아빠의 설득에 여자아이는 마지못해 송하나의 손을 놓았다.“괜찮아요.”송하나는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어서 아이를 향해 다정하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미아는 아쉬운 듯 그녀를 올려다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이모는 우리 엄마랑 정말 많이 닮았어요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9화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자잘한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리며 구불구불한 흔적을 남겼다.낯선 이국의 거리는 몽롱한 물안개에 잠겼고 기온마저 몇 도나 뚝 떨어졌다.심성빈은 내색 없이 손을 들어 차 안의 히터를 켰다.그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축축한 앞 도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지막이 물었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송하나는 살짝 차가워진 창문에 손가락을 대고 바깥으로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다.‘이런 비 오는 날에는 뜨끈한 훠궈가 딱인데.’생각이 떠오른 그녀가 곧장 입을 열었다.“우리 훠궈 먹을까요?”“밖에서 말고 집에서 직접 끓여 먹어요.”심성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좋지.”이 동네에는 마음에 드는 훠궈집이 없었다.육수가 현지인 입맛에 맞추느라 이것저것 잡다한 양념을 넣어 송하나는 늘 입맛에 맞지 않았다.심성빈은 앞쪽 교차로에서 차를 돌려 몇 킬로미터 떨어진 화인국 마트로 향했다.비가 와서 그런지 마트 안에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송하나가 앞서 걸었고 심성빈이 쇼핑 카트를 밀며 뒤를 따랐다.그녀는 아주 신중하게 식재료를 골랐다.버섯, 천엽, 소고기, 새우 완자, 양배추 등등 일일이 카트에 담았다.심성빈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집중하면서도 부드러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넋을 잃었다.오랜 시간 함께 했음에도 매번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두 눈엔 다른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았고 오직 그녀만을 담고 있었다.송하나가 훠궈 육수 두 봉지를 들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성빈 씨, 매운 거 잘 드세요?”심성빈은 줄곧 넋 놓고 있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성빈 씨?”이에 송하나가 다시 한번 나직이 불렀다.그제야 심성빈은 정신을 가다듬고 눈가의 몽롱함을 걷으며 대답했다.“응. 먹을 수 있어.”“그럼 두 가지 맛으로 살게요.”송하나는 매콤한 홍유 마라 육수 한 봉지와 맑은 버섯 육수 한 봉지를 골라 카트에 담았다.두 사람은 식재료를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8화

    허지안이 얼굴 가득 걱정을 드리우고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송하나가 얼른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괜한 걱정 마. 네 문제 아니니까. 아마 시아 선배가 요즘 정말 바쁜 일이 있어서 우리랑 같이 있기 불편한 거겠지.”“정말 그런 걸까?”허지안은 여전히 좀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그렇다니까. 너무 깊이 생각할 거 없어.”송하나가 다정하게 위로했다.허지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실망감을 겨우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내가 오버하는 거였으면 좋겠다.”말을 마친 그녀는 컵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으로 돌아가 앉았다.송하나는 그런 허지안의 뒷모습을 보며 눈가에 복잡한 심경을 숨겼다.시아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송하나는 너무 잘 안다.혹시라도 자신이 누군가와 너무 가까워지면 나중에 시준이 그 사람을 찾아가 주변 친구들에게까지 피해를 줄까 봐 염려한 것이었다.시아는 지금 허지안뿐만 아니라 반혜라에게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요즘 줄곧 혼자 다니며 마치 자신을 모든 사람의 삶에서 지워버리려는 듯했다.방과 후, 심성빈의 차가 정시에 학교 앞에 멈춰 섰다.송하나는 안에 타고 안전벨트를 맸다. 차가 어느 정도 달린 후에야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성빈 씨, 잠깐 같이 어디 좀 다녀올 수 있을까요?”심성빈은 앞을 주시하며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래.”그는 송하나가 알려주는 대로 차를 몰아 오래된 골목 어귀에 도착했다.송하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성빈 씨, 저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 차에서 기다리면 돼요. 오래 안 걸려요. 금방이면 와요.”“내가 같이 가줄까?”“아니요! 혼자 가면 돼요. 금방이에요.”말이 끝나자마자 송하나는 이미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심성빈은 황급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하지만 끝내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주며 따라가진 않았다.송하나는 익숙한 걸음으로 허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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