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심성빈은 손을 들어 송하나의 이마에 젖어 붙은 잔머리를 손끝으로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여전히 창백한 얼굴과 눈물에 젖은 두 눈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하나야, 어디 아파? 아니면... 낮에 무슨 일 있었어?”심성빈은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다.송하나가 막 기억을 잃었을 무렵에는 악몽을 자주 꿨다.하지만 이 작은 도시로 옮겨 와 생활이 차츰 안정된 뒤로는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악몽에 시달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또 이렇게 끔찍한 꿈을 꾼 걸까?송하나는 심성빈의 따뜻한 품에 기대어 마음을 완전히 진정시켰다.잠시 망설였지만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오늘 오후에 개인 병원에 흉터 연고를 가지러 갔었어요. 거기서 성빈 씨의 옛 친구를 만났는데, 이름이 이든이라고 하더라고요.”‘이든?’그 이름을 듣는 순간, 송하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심성빈의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당혹감이 빠르게 스쳐 갔다.‘설마 이든을 만난 것 때문에 하나가 악몽을 꾼 걸까?’“그래서?”심성빈은 애써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물었다.“그 녀석이 뭐라고 했어?”“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을 많이 이야기해 줬어요.”“2, 3년 전에 제가 북성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대요. 누가 저를 쫓고 있었던 것 같다고도 했고요. 그날 밤 성빈 씨가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저를 안고 이든 씨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뛰어와 살려 달라고 했대요.”송하나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심성빈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에 맺힌 의문을 털어놓았다.“성빈 씨, 그런데 전 왜 그 일이 조금도 기억나지 않을까요?”“그때 제가 왜 갑자기 북성에 있었던 거예요? 저를 뒤쫓던 사람들은 누구였죠?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그 질문을 듣는 순간 심성빈의 동공이 살짝 움츠러들었다.심성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송하나가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었다
심성빈은 긴 여정을 마치고 별장으로 돌아왔다.검은 승용차가 멈춰 서자마자 그는 문을 열고 내려 성큼성큼 안으로 향했다.가정부는 그를 보자 급히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대표님, 돌아오셨어요?”심성빈은 벗은 외투를 가정부에게 건네며 자기도 모르게 텅 빈 거실을 둘러봤지만 익숙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 속에는 깊은 그리움이 묻어났다.“하나는요?”“하나 씨는 방에서 쉬고 계십니다. 벌써 주무세요.”심성빈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아직 여덟 시도 안 됐다.“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자는 거죠?”가정부가 서둘러 설명했다.“하나 씨는 오늘 돌아오셨을 때부터 안색이 안 좋으셨어요. 생리할 때가 돼서 배가 불편하신 모양이에요. 저녁도 거의 못 드셨어요. 그저 몇 숟갈만 드신 뒤 방으로 올라가셨어요.”그 말을 듣자 심성빈은 가슴이 철렁했다.그는 더 묻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송하나의 침실 앞에 도착한 심성빈이 문을 가볍게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심성빈은 더 망설이지 않고 문손잡이를 잡아 천천히 문을 열었다.방 안에는 침대맡에 놓인 작은 노란빛 스탠드만 켜져 있었다.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이 방 안을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송하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하지만 편안하게 자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숨을 가쁘고 불규칙하게 몰아쉬고 있었고, 가슴을 작게 들썩이는 모습을 보아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심성빈은 발소리를 죽이고 침대 곁으로 다가가 열이 나는지 확인하려고 송하나의 이마에 손을 뻗었다.그 순간, 송하나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내뱉었다.심성빈이 허리를 숙여 귀를 기울였다. 끊어지는 듯한 말소리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귓속을 파고들었다.“안 돼, 오지 마.”송하나는 차갑고 어두운 악몽에 붙잡혀 있었다.꿈속의 그 사람은 송하나를 꼼짝 못 하게 묶어 놓고 칼을 든 채 조금씩 다가왔다.그 공포는 직접
“그날 밤 성빈은 병상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어요. 밤새 눈 한 번 붙이지 않고 송하나 씨를 지켰죠.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당시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뇌 안쪽도 다쳤어요. 깨어난 뒤 기억을 잃었으니 지금 생각이 안 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남자는 지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하지만 송하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북성? 교통사고라니? 누군가 나를 쫓아왔다고? 왜 난 그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걸까?’송하나가 알고 있는 건 물에 빠진 뒤 기억의 일부를 잃었다는 사실뿐이었다.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들었다.‘그때 난 왜 북성에 갔을까? 누가 몰래 뒤를 쫓고 있었던 걸까? 그 교통사고는 나를 쫓던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걸까?’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머릿속 깊은 곳에서 기억의 파편 같은 것들이 떠오를 듯했지만 너무나 흐릿해서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었다.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남자는 송하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고 자신의 말 때문에 몸이 안 좋아졌을까 봐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죄송합니다. 제 이야기가 불편하셨나요?”“여기서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인연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이든이라고 해요. 심성빈의 친구예요. 두 분이 잘 만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쁘네요.”“참, 이 나라에는 언제 오셨어요? 성빈도 같이 안 왔나요?”송하나는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낮게 대답했다.“작년에 왔어요. 성빈 씨도 줄곧 저랑 여기 있었는데, 최근에 일 때문에 잠깐 귀국했어요.”이든이 아쉽다는 듯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아, 그거 아쉽네요. 있었다면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나 나눌 수 있었을 텐데요.”“돌아오면 전해 줄게요.”송하나는 간단히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그녀는 흉터 연고를 챙겨 들고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하지만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뒤숭숭했고 머
다음 날 새벽, 날이 밝기도 전에 심성빈은 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차갑던 눈빛에는 어느새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만 가득했다.송하나를 못 본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다. 너무나 보고 싶었다.하루하루가 1년처럼 길게 느껴져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 앞에 나타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같은 시각, 이국의 작은 도시에는 어느덧 오후가 찾아와 있었다.송하나는 개인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송하나 씨, 흉터 연고가 다 만들어졌습니다. 오늘 편하실 때 언제든 오셔서 찾아가시면 됩니다.”전화를 끊은 송하나는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혼자 차를 몰아 그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은 지난번과 달리 유난히 조용했다. 공기에는 은은한 약 냄새가 감돌았다.지난번 진료를 봐주었던 젊은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접수대에서 간호사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송하나는 다가가 가볍게 물었다.“오늘은 데이비드 선생님이 안 계시네요?”간호사는 고개를 들고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데이비드 선생님은 먼 곳에서 오는 친구를 마중하러 공항에 가셨어요. 오늘은 진료가 없습니다.”그는 카운터에서 미리 포장해 둔 연고를 꺼내 송하나에게 건넸다.“송하나 님, 주문하신 흉터 연고입니다. 확인해 주세요.”이어 간호사는 명함 한 장도 내밀었다.“여기에 병원 연락처가 적혀 있습니다. 나중에 연고가 대량으로 필요하시면 미리 전화로 예약해 주세요.”“감사합니다.”송하나는 연고와 명함을 받아 들고 가볍게 인사한 뒤 돌아섰다.바로 그때, 병원의 유리문이 바깥쪽에서 열렸다.키가 큰 남자 두 명이 나란히 들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한 명은 데이비드였다.그 옆에는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외국인 남자가 서 있었다.단정하고 점잖은 인상의 남자였다. 간호사가 말한, 데이비드가 공항까지 마중 나갔던 친구인 듯했다.송하나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옆으로 비켜 지나가려 했다.그런데 데이비드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송하나의 얼굴을
고여진은 심성빈이 녹초가 되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관에서 인기척이 나자마자 서둘러 마중을 나갔다.“성빈아, 왔어?”“네.”심성빈은 짧게 대답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안으로 들어왔다.고여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급하게 물었다.“오늘 오후에 숙모가 회사에 찾아왔지? 널 괴롭히지는 않았어? 일은 잘 해결됐어?”심성빈은 차분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안심시켰다.“다 해결됐어요. 숙모도 작은아버지가 감옥에 가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셨어요. 앞으로 본가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거나 그 일로 더는 귀찮게 하지 않으실 거예요.”“뭐라고?.”고여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동서가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너한테 따지지도 않고?”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천경미가 아침부터 그 많은 친척을 끌고 온 건 어떻게든 심성빈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였다.원하는 걸 얻지 못했는데 이렇게 쉽게 물러났을 리 없었다.혹시 아들이 어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성빈아,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 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숙모를 설득했어?”심성빈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다가 사실대로 설명했다.“작은아버지가 지난 몇 년 동안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있었어요. 곧 태어날 사생아도 있고요.”“숙모는 현명한 분이에요. 무리해서 작은아버지를 구해 밖의 여자만 좋은 일 시킬지, 아니면 본인과 자녀들의 몫을 지킬지 구분하실 줄 알죠.”고여진은 충격에 입을 떡 벌린 채 한동안 다물지도 못했다.“작은 아주버니가 밖에 여자를 숨겨 뒀다고? 사생아까지 있어? 그게 언제부터야? 나는 어떻게 그런 소문조차 못 들었지?”곁에 있던 심용군이 끼어들었다.“됐어. 그렇게 꼬치꼬치 묻지 마.”“이제 아들도 다 컸잖아. 성빈이가 처리한 일이면 알아서 빈틈없이 했겠지. 뭘 더 걱정해?”고여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었다. 천경미조차 눈치채지 못한 일을 자신이 어떻게 알았겠는가.고여진은 놀라움과 호기심을 애써 누르고
천경미는 심명재의 불륜을 입증하는 자료를 손에 꼭 움켜쥐었다. 몇 년 동안 이어진 남편의 배신과 치밀한 속임수를 확인한 순간, 부부로서 남아 있던 마지막 정도 완전히 사라졌다.이제 울고불고 매달려 심명재를 빼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렇게 해 봤자 밖의 여자와 사생아만 좋은 일이었다. 자신과 자식들의 몫이어야 할 재산까지 고스란히 넘겨주게 될 테니까.반대로 심명재를 구하지 않으면 그는 감옥에 갇혀 자유를 잃는다.그 여자가 무사히 아이를 낳더라도 심명재는 아무것도 실질적으로 해 줄 수 없을 것이다.손익을 따져 본 천경미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북받치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답했다.“두 번째를 선택할게.”먼저 배신한 건 심명재였다. 그러니 자신을 매정하다고 원망할 자격도 없었다.이제 남편을 희생시켜야만 천경미는 자기와 자식들의 이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었다.“성빈아, 명재를 풀어 달라고 더는 요구하지 않으마. 대신 확실한 보장이 필요해.”“네 말대로 명재가 갇혀있는 동안 그 사람 명의의 지분 배당금과 그룹에서 나오는 수익이 모두 나와 아이들에게 돌아오도록 해 줘. 말로만 약속하지 말고 정식 계약서를 쓰자.”천경미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반평생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사람 마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도 똑똑히 지켜봤다.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문서로 남긴 약속뿐이었다.심성빈은 이미 그런 요구가 나올 줄 알고 있었다.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시죠.”“제 변호사팀에서 정식 서류를 작성하고 계약까지 도와드릴 거예요. 숙모의 법적 권익을 확실하게 보호해 드릴 겁니다.”심명재가 갇혀있는 동안 그의 법정상속인인 천경미와 자녀들에게 재산을 관리할 권한이 있었다.심성빈은 그저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도와주면서 천경미에게 생색을 내는 셈이었다.조건이 정리되자 천경미는 더는 심명재에 관해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잠시 뒤 공수현이 서명해야 할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공수현은 서류를 책상에 올려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