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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Author: 김하이
병실 안에서 그 갑작스러운 포옹은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송하나는 이내 흥분과 감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행동이 선을 넘었음을 깨닫고는 서둘러 손을 떼었다.

차정원의 팔 역시 늘 신사적으로 그녀를 허공에 감싸고 있었을 뿐 실제로 힘을 줘서 잡고 있지는 않았기에 그녀가 물러서자 자연스럽게 놓아주었다.

병실에 미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차정원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이 어색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깨뜨렸다.

“종일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고프겠다.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

그는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다. 송하나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같은 시각, 이원 그룹 대표이사실.

비서실장이 공손하게 서류 한 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대표님, 이건 병원에서 보내온... 송하나 씨 진료 기록 사본입니다.”

이강우는 고개를 들고 그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긴 손가락으로 종이를 펼치다가 [중증 우울증 재발]과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시도]라는 진단을 보았을 때, 손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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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8화

    곧이어 개인 의사가 도착했다.송하나는 심성빈의 곁을 지켜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선생님, 성빈 씨 좀 어때요? 괜찮은 건가요?”의사는 수액 상황을 점검하며 나지막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큰 병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과식으로 위가 좀 상했을 뿐이니 앞으로 음식을 담백한 위주로 드시고 천천히 회복하면 됩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이 말을 듣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송하나의 어깨가 마침내 느슨해지고 가슴을 졸였던 걱정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녀는 친히 주방에 들어가 정성껏 죽을 끓여 심성빈에게 가져다주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바라보며 심성빈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차올랐다.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함마저 뒤섞였다.예전에는 그가 온갖 수고를 들여 다가서고 갖은 방법으로 호감을 표현해도 송하나는 늘 거리를 두었고 일말의 희망도 안겨주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이토록 다정하게 죽까지 끓여주다니.그녀에게 관심받는 느낌은 마치 이 사랑이 쌍방 통행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그 감정을 자꾸만 더 탐하고 싶어졌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죄책감과 이성을 훌훌 떨쳐버리고 싶었다. 한 번만이라도 이기적으로 그녀를 단단히 곁에 붙잡아두고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심성빈은 이틀 동안 수액을 맞으며 몸이 서서히 회복되었다.의사는 여전히 정기적으로 송하나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검진하고 있었다.검진이 끝난 후, 심성빈은 단독으로 의사를 찾아가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이에 의사가 검진 보고서를 훑어보며 나지막이 답했다.“하나 씨의 컨디션과 정신 상태 모두 매우 좋게 회복되었습니다.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고요. 대표님께서 만약 하나 씨를 화인국으로 보내고 싶으시다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일주일 후에 과거의 일을 알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자극은 피해야 하니까요.”심성빈의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 그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알았어요.”일주일, 남은 시간은 일주일뿐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7화

    심성빈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공기 속에 묻혀버렸다.송하나는 제대로 듣지 못해서 무심코 더 가까이 다가서며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순간 심성빈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아니 그러니까 앞으론 단 거 좀 덜 먹겠다고.”송하나는 그의 옆에 앉아서 가볍게 손목을 건드리며 관심 조로 물었다.“속은 좀 어때요? 아직도 많이 아파요?”그녀의 눈가에 당혹감과 걱정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이를 본 심성빈은 가슴이 따뜻해져서 고개를 들고 나지막이 물었다.“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송하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당당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성빈 씨 아프단 소리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심성빈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마음에도 따뜻한 전류가 흐르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고통과 인내, 그리고 고뇌까지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설령 앞날이 고통으로 가득하고 이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질지라도 그는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송하나는 병색이 완연한 와중에도 변함없이 다정한 미소를 짓는 이 남자를 보더니 잠시 멍해졌다가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아플 땐 다들 시무룩하던데 성빈 씨는 왜 이렇게 싱글벙글이에요?”말을 잇던 그녀는 문득 머릿속이 환해졌다.지난날들을 되짚어보니 이 남자는 늘 이유 없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맞춰주고 포용해주었다. 맛도 없는 그 케이크까지 남김없이 다 먹어 치우다니.기억을 잃은 후 송하나의 마음은 더없이 순수하고 솔직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도, 빙빙 돌려 말하며 떠보지도 않았다.송하나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살짝 빨개진 얼굴을 돌리고 귓불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성빈 씨 혹시... 나 좋아해요?”갑작스럽고도 직설적인 질문에 심성빈은 잠시 멈칫했고 눈가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이내 모든 인내와 가면을 벗어던진 듯 태연하게 고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6화

    심성빈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했다. 눈가에 어린 희열도 꾸며낸 것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케이크가 맛이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았다.이 케이크 안에는 송하나가 오롯이 그만을 위해 오후 내내 쏟아부은 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심성빈이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고 오래도록 탐해왔던 다정함이었다.그가 너무 대놓고 쳐다보니 송하나는 내심 불편했던지 작게 투덜거렸다.“성빈 씨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입맛에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케이크 양은 둘이서 다 먹기엔 너무 많았고 송하나는 조금만 먹었는데도 금세 질렸다.남은 케이크를 보며 그녀가 제안했다.“남은 건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줘요, 우리. 그냥 두면 아깝잖아요.”하지만 심성빈이 곧장 거절했다.그녀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 만든 케이크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단 한 조각이라도 송하나가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 깃들어 있으니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한편 송하나도 생각이 바뀌었다. 케이크의 지나친 단맛과 어설픈 모양새까지 더하니 선뜻 누군가에게 내밀 수가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오후 내내 바삐 돌아치느라 낮잠을 못 잔 탓인지 송하나는 일찍부터 졸음이 쏟아졌다.방에 들어가 씻은 후, 그녀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심성빈이 침대 맡에 앉아 이야기책을 펼쳤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 여자가 어느덧 깊게 잠든 모양이다.심성빈은 몸을 숙여 조용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녹아내릴 듯이 다정한 눈빛으로 애써 이 마음을 절제하며 묵묵히 내려다보았다.한참 후, 그는 송하나의 이불을 여미고 천천히 침실을 나섰다.거실의 조명은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케이크 반 조각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심성빈은 자리에 앉아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한 조각씩 남은 케이크를 전부 다 먹어치웠다.이미 배가 불렀고 크림의 단맛에 약간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조각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5화

    “성빈 씨, 망고 좋아해요? 속에 망고 맛으로 채우면 어떨까요?”송하나는 신선한 망고 한 팩을 들고 고개를 돌려 심성빈의 의견을 물으려 했는데 예기치 못하게 남자의 깊고 고요한 눈동자와 마주쳤다.심성빈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녀만 지그시 바라봤다. 눈동자 속에는 그녀가 도통 읽어낼 수 없는 짙고 녹진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송하나는 의아해하며 자신의 뺨을 더듬다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왜 그렇게 봐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심성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깊숙이 숨겨두었던 집착과 애틋한 감정을 거둬들였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다정하게 대답했다.“아니. 그냥 네가 유독 열심히 고르길래. 망고 속 좋지. 이걸로 하자. 다 샀으면 이제 그만 돌아갈까?”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그를 따라 계산을 마쳤다.별장에 돌아온 후, 심성빈은 모든 식재료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송하나는 그를 뒤따라 가더니 가정부가 준비해둔 앞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가늘고 새하얀 팔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심성빈이 도와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가 거의 뿌리치다시피 밖으로 내밀었다.“저 혼자 할 테니 성빈 씨는 거실에서 기다려요. 몰래 문 앞에 와서 훔쳐보면 안 돼요!”송하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가볍게 주방 문을 닫고는 잠금장치까지 걸었다.만드는 과정에 실패하진 않을지, 우스운 꼴이라도 난다면 이 남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그가 비웃지도 않고 싫은 티도 안 내겠다 맹세해도 여자의 소심함과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경우는 면할 수가 없다.심성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녀의 뜻대로 거실 소파에 앉았다.아무 책이나 펼쳤지만 읽기는커녕 온 신경이 굳게 닫힌 주방 문에 꽂혔다.안에서는 거품기 돌아가는 윙윙거리는 소리, 도자기 그릇이 가볍게 부딪치는 맑은소리, 그리고 가끔 송하나의 나지막한 투덜거림까지 섞여 들려왔다. 아마도 밀가루를 쏟았거나 오븐 온도를 잘못 맞췄나 보다.이렇듯 생생하고 자잘한 소리가 그녀의 서투르지만 분주한 모습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4화

    심성빈의 가슴속에서 벅찬 감동과 기쁨이 터져 나올 듯했다.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송하나를 품에 꼭 끌어안고 머리맡에 턱을 묻었다. 목소리는 잔뜩 잠겨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고마워, 하나야.”이 한마디에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부드럽고도 뜨거운 진심이 고스란히 실렸다.송하나는 그에게 꽉 안겼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그저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성빈 씨는 생일 소원이 뭐예요?”심성빈은 그녀를 안고 몇 초간 침묵했다.이생의 가장 큰 소원은 지금처럼 영원히 그녀 곁에 머물고 평생토록 헤어지지 않는 것인데...너무 사치스럽고 또 이뤄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송하나는 언젠가 기억을 되찾고 차정원에게 돌아갈 터, 자신은 단지 그녀의 삶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인에 불과했다.차오르는 씁쓸함을 억누르며 심성빈은 그녀를 가볍게 놓아주었다. 이어서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음... 내 소원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에이, 그게 무슨 소원이에요? 다른 건 없어요?”송하나는 해맑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되물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심성빈은 불현듯 과거의 여러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차정원의 생일에 송하나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줬었지.실패작들은 안다미가 가져갔고 우연히 그와 마주치며 한 조각 나눠주기도 했다.그때 심성빈은 그토록 초라한 방식으로나마 송하나가 만든 케이크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다.한 입 베어 문 달콤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차정원을 한동안 부러워하기도 했다.송하나의 진심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녀 곁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심성빈은 너무 잘 안다. 이번 생일은 그녀와 함께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다.한참 고민한 끝에 마침내 용기를 내어 나지막이 말했다.“음... 네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먹고 싶어. 만들어줄 수 있어?”송하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할 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3화

    가정부 리나는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나 씨도 더 잘 보살피고 절대 실망시켜 드리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진심 어린 말투와 감격에 겨운 눈빛, 리나는 단지 맡은 바 일을 했을 뿐인데 이토록 후한 보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심성빈은 손을 내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이만 가보세요.”그에게는 송하나가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엇보다 귀했다.몇백만 원쯤이야 일도 아니지.그날 하루 심성빈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진흙탕에서 솟구쳐 구름 위로 올라간 듯 급격한 감정 변화에 자신마저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잠시 후 송하나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눈가에는 여전히 은은한 기쁨이 남아 있었지만, 일부러 감추려는 듯했다.두 사람은 마주 앉아서 저녁을 먹었지만 아무도 선물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송하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심성빈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 다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다정했다.드디어 심성빈의 생일이 다가왔다.전부터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던 협력 업체들이 앞다투어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일절 거절했다.그리고 간만에 회사에도 나가지 않았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만 머물렀다. 송하나가 선사할 어떠한 이벤트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방에서 나온 그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금융 잡지를 보고 있는 심성빈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성빈 씨, 오늘은 회사 안 가요?”이에 심성빈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딱히 별일 없거든.”남자는 손에 든 잡지 내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집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그녀가 줄 생일 선물만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마치 사탕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유치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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