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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Auteur: 김하이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강우를 바라보며 더할 나위 없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강우 씨!”

아예 성까지 붙여서 말하는 이 남자!

“네가 뭔데 하나를 대신해서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난 오직 내 의지대로 송하나라는 여자를 위해서 이렇게 해왔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로 계속 쏘아붙였다.

“이강우 너랑은 아무 상관없다는 뜻이야!”

말을 마친 차정원은 더는 머무르지 않고 성큼성큼 문밖을 나섰다.

이강우는 제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방금 차정원이 내뱉은 말들은 한없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만신창이가 된 그의 심장을 마구 난도질했다.

‘그러게... 내가 뭔데?’

가장 극심한 상처를 준 당사자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송하나를 지켜준 차정원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는 걸까?

테이블 위의 커피는 이미 식어버렸다.

창밖의 햇살은 여전히 눈부셨지만, 이강우는 마치 시간 속에 버려진 외딴섬처럼 그곳에 멍하니 앉아서 짙은 후회와 적막에 잠겨 있었다.

그 시각, 송씨 저택.

송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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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454화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강우를 바라보며 더할 나위 없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이강우 씨!”아예 성까지 붙여서 말하는 이 남자!“네가 뭔데 하나를 대신해서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난 오직 내 의지대로 송하나라는 여자를 위해서 이렇게 해왔어.”잠시 머뭇거리다가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로 계속 쏘아붙였다.“이강우 너랑은 아무 상관없다는 뜻이야!”말을 마친 차정원은 더는 머무르지 않고 성큼성큼 문밖을 나섰다.이강우는 제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방금 차정원이 내뱉은 말들은 한없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만신창이가 된 그의 심장을 마구 난도질했다.‘그러게... 내가 뭔데?’가장 극심한 상처를 준 당사자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송하나를 지켜준 차정원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는 걸까?테이블 위의 커피는 이미 식어버렸다.창밖의 햇살은 여전히 눈부셨지만, 이강우는 마치 시간 속에 버려진 외딴섬처럼 그곳에 멍하니 앉아서 짙은 후회와 적막에 잠겨 있었다.그 시각, 송씨 저택.송태리는 거실을 서성이며 무심코 손바닥을 잡아 뜯었다.이강우의 갑작스러운 심문과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마치 화살에 놀란 새처럼 안절부절못했다.이강우가 베푼 모든 관용과 보호는 단지 돌아가신 형님이 임종 직전에 당부한 여자가 송태리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이 거짓말이 탄로 나는 순간...그녀는 자신에게 닥칠 일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안 돼. 당장 여기를 떠나야 해!”이 생각이 미친 듯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어차피 카드에는 이강우가 준 거액의 예금이 남아 있으니 평생 먹고 놀아도 남아돈다.경찰에 연행된 아빠라면...더 이상 돌볼 겨를도 없었다. 지금은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송태리는 핸드백을 들고 허둥지둥 집에서 나와 평소에 자주 가던 은행으로 향했다.은행 지점장이 그녀를 보자마자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곧장 VIP실로 안내했다.“태리 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무슨 업무를 보러 오셨어요?”정성스레 준비된 커피와

  • 별이 되어 빛나리   제453화

    “용건이 뭐야? 이따가 또 약속이 있어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이강우도 돌려 말하지 않고 깊은 눈빛으로 차정원을 바라보며 본론에 들어갔다.“송종현이 송하나 부모님을 살해한 사건은 지금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됐지? 증거들은 확실하게 갖춰졌어?”차정원은 흠칫 놀랐으나 이내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뭐지? 그 집안 사람들을 위해서 변호사 역할이라도 자처하는 거야? 아니면 사건이 너무 커져서 이 대표가 애지중지하던 분께 피해가 갈까 봐 염려하는 거야?”그는 일부러 마지막 몇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뾰족한 가시가 되어 이강우의 정곡을 콕콕 찔러댔다.이강우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예상했던 분노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눈가에 선명한 혐오감이 스쳤다.그의 눈빛에는 모질고도 잔혹한 기세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말했다.“아니. 그건 오해야. 이 사건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얘기해. 이원 그룹의 모든 법률 자원, 인맥, 자금 지원까지도 아끼지 않을게. 송종현, 김지영이 가장 무거운 형량을 받고 영원히 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게 내 목표야.”180도 달라진 남자의 태도와 독기 어린 눈빛을 보고 있자니 차정원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지난번에 김지영과 송종현이 구속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강우는 인맥을 동원하고 압력을 행사하면서 그들을 간신히 빼냈는데...송씨 가문을 감싸는 태도가 얼마나 확고하고 결연한지는 아직도 눈앞에 생생할 지경인데...지금은 왜 또 그들을 지옥 끝까지 밀어 넣고 영원히 고개를 들지 못하길 바라는 걸까?극적인 변화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차정원은 마음속의 의혹을 억누르고 여전히 신중하면서도 조롱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이 대표 태도 변화가 너무 드라마틱한 거 아니야? 송태리한테 질려서 그 부모까지도 버려지는 패가 된 건가?”이토록 무례한 발언은 이강우의 자존심을 긁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그는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꽉 쥐어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지만, 겉으론 여전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452화

    ‘내가 눈이 멀었지. 개 같은 편견 때문에 하나를 이렇게까지 오해하다니.’송태리라는 짝퉁을 위해 송하나에게 수도 없이 상처를 주었다.거대한 후회가 해일처럼 밀려와 순식간에 그를 완전히 집어삼켰다.이강우는 형이 목숨으로 남긴 마지막 유언을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송하나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줘버렸다.그녀 홀로 수많은 서러운 나날을 보내게 했고 기댈 곳 하나 없어서 두려움에 떠는 것조차 냉정하게 외면했다...이제 그 모든 것들이 가장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이강우의 심장에 박혔다.고통이 후폭풍이 되어 질식할 것만 같았다.그는 천천히 몸을 숙이고 가죽 일기장에 손끝이 닿은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미세한 떨림을 느꼈다.상업계에서 호령하던, 늘 냉정함을 유지하던 이 남자는 지금 통제할 수도 없이 눈가가 벌겋게 충혈되었다.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목구멍을 꽉 메어오는 답답함을 억지로 삼키려 애썼다.생리적인 불편함이 밀려왔고 속이 뒤틀려 눈앞이 핑 돌았다.‘내가 늦었어. 모든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몇 분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덧없고 여린 감정들은 모조리 짓눌려 사라진 뒤였다. 그 자리에는 거의 냉혹에 가까운 선명한 이성과 단호한 결심만이 대신했다.이강우는 몸을 일으켰다. 격한 감정을 억누르느라 동작이 다소 뻣뻣했지만 내딛는 걸음마다 놀라울 정도로 묵직하고 흔들림이 없었다.휴대폰를 꺼내 들고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덤덤한 목소리에 폭풍 전야의 압박감이 실려 있었다.“송태리 명의로 된, 그리고 이원 그룹 연관 명의로 송태리에게 준 모든 자산을 한 치의 여지도 없이 즉시 동결하고 회수해. 3시간 내로 송태리를 송씨 저택에서 내쫓고 지난번 병원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 먼저 연락드려. 우리 회사 법무팀은 전면적으로 협조해서 송태리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하도록 해!”전화 너머의 비서는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 지금 이건 송태리를 완전히 매장하려는 조치였다.그는 감히 더 묻지 못하고 곧바로 대답했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451화

    산뜻하고 깔끔한 바디워시 향이 은은하게 피어올라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처음으로 후회가 밀려왔다.만약 내가 건강한 몸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그녀에게 대시했을 텐데...아쉽게도 죽음을 앞두고 있어 그녀에게 미래를 약속할 자격조차 없었다.8월 10일, 맑음.우연히 묘원 근처에서 해바라기밭을 발견했다. 금빛으로 물든 해바라기 꽃이 만개했다.오늘 그녀를 데리고 그곳에 갔더니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웃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햇살처럼 눈부신 미소랄까?그녀는 몰래 나를 사진으로 담기도 했는데 나름 마음에 들었다.이건 아마 내 인생의 마지막 사진이 될 듯싶었다.그녀의 찬란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바보야, 내가 과연 네 곁을 얼마나 더 지켜줄 수 있을까?8월 15일, 맑음.병세가 다시 악화되어 이제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의사는 입원을 권했지만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그녀를 한 번 더 만나러 갔다.그리고 그녀에게 잠시 먼 길을 다녀와야 한다고,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말했다.돌아서는 순간, 나는... 이것이 영원한 작별임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내 이름을 물었지만, 그저 성이 이 씨라고 알려주었다.곧 죽을 사람이라 굳이 그녀에게 기억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나 또한 그녀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묘비에 있는 사진을 보아 아빠가 송 씨니 그녀도 송 씨일 거라 짐작했다.겨우 힘을 내 차에 올랐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이미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슬슬 이 세상과 인연을 끊기 싫어졌다.8월 18일, 맑음.병실 침대에 누워서 펜을 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곧 이 세상을 떠나겠지...이원 그룹은 강우가 맡아줄 것이다.비록 예전에는 좀 한량처럼 굴었지만 내 병세가 악화된 걸 알고는 열심히 회사 경영을 배우고 있다.강우가 있는 한 이원 그룹은 괜찮을 것이다.할머니도 강우가 잘 보살펴 줄 테니 걱정할 것 없다.오직 그녀만 자꾸 마음에 걸린다.혼자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450화

    이곳은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이강우는 전에 항상 이곳을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다.방에 들어설 때마다 형의 죽음과 관련된 비통한 기억들이 밀려왔으니까.하지만 오늘은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와야만 했다.방 안을 쭉 훑어보다가 마침내 책상 구석에 놓인 먼지 쌓인 작은 나무 상자에 시선이 멈췄다.상자 위에는 먼지가 얇게 쌓여 있었다. 오랫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모양이다.조심스럽게 꺼내 보았더니 안에는 가죽 표지의 일기장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일기장을 펼치자 형 이하준이 병에 시달리던 마지막 몇 달간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7월 15일, 흐림.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몸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심하게 기침했고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병원에 재검진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의사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내 병은 이미 말기라서 치료 가능성이 없고 길어야 한 달 정도 남았다고 한다.할머니는 내 앞에서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돌아서니 몰래 눈물을 훔치셨다.한 달이라...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뭐가 있을까?7월 20일, 맑음.서서히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그리 무섭지만은 않은 듯하다. 다만 할머니와 강우가 마음에 걸릴 뿐이다.오늘 묘원을 몇 군데 둘러봤다. 조용하고 쾌적한 곳을 찾고 싶었다.성서 쪽에 있는 묘원이 풍경도 괜찮고 산과 물이 어우러져 시야도 확 트였다. 그러면 거기로 결정해야겠다.7월 25일, 맑음.‘새집’에 미리 적응해 보려고 오늘 또 성서 쪽 묘원에 갔다.잔디밭에 누워 꾸벅꾸벅 졸았다. 따스한 햇살이 얼굴에 쏟아져 너무 아늑하니 깨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그때 갑자기 한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처음에는 작은 흐느낌 속에 짙은 억울함이 묻어났고 뒤로 가며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녀는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울었다.그렇게 오래 우는 사람을 처음 봤다.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더는 들을 수가 없어 주머니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

  • 별이 되어 빛나리   제449화

    이어서 이하준의 묘비 앞으로 걸어가 해바라기꽃 한 다발을 내려놓았다.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따뜻한 위로를 건넸으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 남자의 묘비 앞에서 송하나는 한참 동안 조용히 서 있었다.첫사랑의 설렘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찰나의 순간이었고 이제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나마 추모하고 있었다.차정원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곧장 묘원을 떠났다.차가 막 떠나려던 찰나, 쌩하니 달려오던 검은색 세단 한 대와 스치듯 지나쳤다.이강우는 오직 송하나에게 달려가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 스쳐 지나간 차량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가 헐떡이며 묘원에 도착했을 때, 송하나 부모님 묘비 앞에 싱싱한 국화 한 다발이 놓여 있었고 친형 이하준의 묘비 앞에는 여전히 익숙한 해바라기가 놓여 있었다.이강우는 해바라기 꽃을 집어 들었다.문득 예전에 제사를 지내러 왔을 때도 똑같은 꽃이 놓여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지난번 송하나의 부모님 묘비가 훼손되었을 때, 바닥에 흩어져 있던 국화와 해바라기까지...모든 단서가 이 순간 하나로 연결되었다.그는 마침내 확신했다.매번 이곳에 와서 형님에게 꽃을 두고 가는 사람은 바로 송하나였다!그렇다면 형님이 임종 직전 자신에게 돌보라고 부탁했던 사람 역시 송하나임이 분명했다.이강우는 천천히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눈이 어느새 시뻘겋게 충혈되었다.“형... 내가 잘못한 거겠지? 형이 부탁한 사람은 송하나였잖아. 그런 거잖아!”그녀에게 지독할 정도로 가혹하고 송태리에겐 갖은 배려를 베풀었던 지난날을 되새기자 후회와 원망이 파도처럼 덮쳐들었다.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실수를... 이강우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형의 유언을 지키기는커녕 마땅히 소중히 다뤄져야 할 소녀에게 온갖 고통과 서러움을 감내하게 하다니.이제 남은 것은 죄책감과 후회뿐이었다. 돌아가신 형님 묘비 앞에서 그는 더 이상 숨을 곳도 없었다.차가운 묘비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숲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바람만이 형님의 조용한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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