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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김하이
최로운과 심성빈은 이강우의 결혼식에 송하나를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녀의 외모는 괜찮은 편이었다. 수년이 지났어도 두 남자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강우의 오랜 친구로서 그들 역시 송하나를 매우 싫어했다.

최로운이 옆에서 비꼬듯이 말했다.

“강우야, 네 와이프 이제 하다 하다 여기까지 미행하는 거야?”

이강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얘가 가당키나 할까?”

그의 냉랭한 말투, 송태리의 의기양양한 미소, 그리고 최로운과 심성빈의 조롱까지 전부 송하나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미안, 방을 잘못 들어왔네요.”

그녀는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갔다.

송하나의 침착한 태도에 최로운과 심성빈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여자들은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있는 거 보면 야단법석을 떨 텐데? 쟤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강우야, 쟤 설마 이제 너 안 사랑하는 거니?”

“말도 안 돼. 쟤 우리 강우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기세잖아. 아마 쫓겨날까 봐 싸울 엄두도 못 내는 거야.”

문밖에서 송하나는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저들의 말을 담아두지 말자고 스스로 타일렀다.

“예쁜 누나!”

바로 그때, 선수 한 명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한참 찾았는데 여기 있었네요.”

그는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허리를 감쌌다.

“가요. 설아 누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송하나는 조금 어색했지만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최로운이 문 위의 유리를 통해 그녀가 다정하게 호스트바 선수의 손을 잡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헐, 대박! 이강우, 너희 부부 진짜 놀 줄 아는구나! 송하나 쟤 지금 선수 불러서 놀고 있어.”

심성빈이 분석에 나섰다.

“그러고 보니 아까 현장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진짜 실수로 방을 잘못 들어온 거였네?”

이강우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끔찍하게 짙어졌다.

‘송하나, 네가 감히?’

‘이강우 와이프’라는 이름표를 달고 윤리에 어긋나게 이런 곳에 와서 호빠 선수나 놀고 있다니. 이강우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위였다.

한편 송하나가 방에 돌아왔을 때, 차설아는 이미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하나야, 어디 갔다 이제 와?”

“실수로 방을 잘못 들어갔어.”

송하나는 이강우를 만난 것까진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

문득 차설아가 제안했다.

“우리 게임 할래? 입으로 카드 옮기기. 누가 카드 옮기다가 실패하면 술 마시는 거로!”

송하나는 이런 이상한 게임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차설아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

“같이 하자. 분위기 망치지 말고.”

송하나는 어쩔 수 없이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잘생긴 호빠 선수들이 입에 카드 조각을 물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낯선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송하나 역시 벌주를 연이어 마셔야 했다.

그러다 맨 마지막엔 거부감을 극복하고 눈 딱 감고서 카드를 건네 물었다.

바로 그때, 최로운이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했다.

남들 기분 따위 고려하지 않고 장난기가 심한 그는 돌아가서 이 영상을 이강우에게 보여줬다.

“강우야, 네 와이프 진짜 잘 놀더라. 너 자꾸 집 비워뒀다가 딴 남자가 낚아채 가는 거 아니야?”

영상 속에서 송하나와 호빠 선수는 거의 키스 직전까지 입술이 닿았다.

이 장면을 본 이강우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아무리 싫고, 혐오한다 해도 자기 와이프가 코앞에서 딴 남자랑 애틋하게 놀아나는 모습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강우 씨.”

송태리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그냥 강우 씨 신경 끌려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지도 몰라요.”

최로운은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럴 수도 있지!”

“송하나 걔 너한테 약 탈 정도로 치밀한데 혹시 알아? 일부러 선수 불러서 널 자극하려는 수작일지?”

이강우는 말없이 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비웠다.

그는 몰래 이 가게 사장을 불러 좀전의 호빠 선수를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어찌 됐든 송하나는 명색이 그의 아내기에 딴 남자가 함부로 터치할 자격은 없다.

바에서 나온 후, 송하나는 만취한 차설아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밤이 깊어갈 무렵.

이강우는 성수 빌리지에 돌아왔다.

탁.

그는 몹시 언짢은 표정으로 침실 등을 켰다.

하지만 침대는 텅 비었고 송하나는 그림자조차 안 보였다.

인기척 소리에 서민경이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왔다.

“도련님, 돌아오셨네요.”

“하나는요?”

“사모님은 오늘 집에 안 돌아오셨습니다.”

이강우의 잘생긴 눈썹이 순식간에 찡그려졌다.

집에 안 돌아왔다고? 설마 그 호빠 선수랑 방이라도 잡은 걸까?

“사모님은 꽤 오랫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이건 대신 도련님께 전달해 드리라고 했습니다.”

서민경이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이강우는 [이혼합의서]라는 글자를 보았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녀의 단정한 서명까지 돼 있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은 전에 수없이 이혼을 제안했었다. 그녀만 허락해준다면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고 했으나 번번이 거절하던 송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물러서는 척하며 다시 이강우를 붙잡으려는 수작일까?

그는 망설임 없이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써 내려갔다.

이혼은 이강우가 무엇보다 바라는 바였다.

다음 날 아침.

송하나는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샌드위치, 따뜻한 우유, 그리고 팬에 구운 연어와 곁들임으로 신선한 채소에 토마토까지 예쁘게 플레이팅했다.

차설아는 빙빙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방에서 나왔다.

“일어났어? 뭐라도 좀 먹어.”

그녀는 송하나가 차려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깐 달걀 같은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화장기 없는 민얼굴에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송하나, 거기에 성격까지 좋은 말 그대로 완벽 그 자체였다.

이강우 이 망할 놈의 개자식은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그녀를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친구 입장에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송하나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실례합니다만, 송하나 씨 되십니까?”

“네, 전데요. 누구시죠?”

“저는 이강우 대표님 변호사 윤태오입니다. 대표님을 대신해서 이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연락드렸어요. 이혼합의서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 보상을 해드릴 의향이 있으시고 필요하다면 성수 빌리지도 다 드릴 수 있다고 하십니다.”

실은 이강우도 다음 날이 되어서야 이혼합의서의 내용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나가 버렸다.

한편 이강우는 그렇게까지 인색한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4년간 자신과 함께 잠자리를 같이했으니 몇백억 대의 위자료는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송하나는 변호사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이혼합의서에 나온 대로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이혼 절차를 밟을 수 있을까요?”

송하나의 대답에 변호사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럼 대표님과 상의해서 시간을 다시 정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차설아는 약간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하나 너 바보야? 위자료를 왜 안 받아? 더 많이 요구했어야지!”

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가능한 한 빨리 이혼할 수만 있다면 그딴 거 다 중요하지 않아.”

그녀는 애초에 돈 때문에 이강우와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이씨 가문에서 검소하게 살아왔는데 이혼하면서 그의 돈을 받는다면 오히려 자신이 돈 때문에 결혼했다는 죄책감을 더욱 굳건히 만들 뿐이다.

이원 그룹.

변호사는 송하나의 뜻을 이강우에게 전달했다.

“대표님, 송하나 씨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오직 가능한 한 빨리 이혼 절차를 밟고 싶다고 하시네요.”

이강우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십 조 자산가인 남편을 두고 그녀는 정말 단 일 푼도 원하지 않는단 말인가?

“알았어요. 그럼 그냥 걔 뜻대로 해줘요. 난 오늘 오후 해서국으로 출장 가야 하니 다음 주 수요일로 예약해서 이혼 절차 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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