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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Author: 김하이
송하나가 나가자 이강우는 회의실 문을 열었다.

심성빈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그를 쳐다봤다.

“아직 안 갔어?”

“아까 하나랑 얘기하는 거 보니까 꽤 잘 통하는 것 같던데.”

이강우는 의자에 앉아 탁자 위의 생수병을 따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심성빈은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 기대앉아 의미심장하게 그를 쳐다봤다.

“지금 나 감시하는 거야?”

이강우는 물을 마시며 시선을 피했다.

“그냥 물어본 거야.”

“업무상으로 만나는 사이야. 송하나 씨가 프로젝트 담당이라 접촉할 일이 많거든.”

심성빈의 눈에는 웃음기가 어렸다.

“왜 그래, 우리 이 대표, 혹시 질투라도 하는 거야?”

이강우는 생수병을 내려놓았다.

“착각하지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재킷을 정리했다.

“가볼게.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심성빈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서히 미소를 지웠다.

‘만약 강우가 내가 아직 이혼하지 않은 저 녀석 아내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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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5화

    깜짝 놀란 학교 관계자들이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서둘러 심성빈을 따라갔다.“하나야.”낮고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자 송하나가 고개를 돌렸다.심성빈이 짙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송하나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학교 고위 관계자들이 줄지어 따라오는 광경을 본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 들어찼다.그가 지금 이 시간에 학교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심성빈이 금세 송하나의 곁으로 다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며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 동작 하나로 최우진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했다.그가 품속의 여자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설명했다.“학교 측에서 새로 리모델링한 음악 시설들을 보러 오라고 초대해서 왔는데 널 마주칠 줄은 몰랐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곁에 서 있는 최우진을 향해 담담한 눈빛을 던졌다.“이쪽은?”정신을 차린 송하나가 서둘러 최우진을 소개했다.“최우진 선배예요. 이번 기말 과제 때 같은 팀에서 협력했던 선배고요.”그 말에 심성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여유롭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과시하거나 거드름을 피우지 않으면서도 주인의식을 은근히 드러내는 듯한 태도였다.“안녕하세요. 하나 남자친구 심성빈입니다.”심성빈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선포했다.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주도권은 온전히 그가 쥐고 있었다.뻣뻣하게 굳은 손을 내민 최우진과 가볍게 악수를 나눈 뒤 심성빈이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전에 하나한테서 기말 과제 얘기를 들었어요. 그동안 우리 하나 곁에서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최우진이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눈앞에서 다정하게 밀착해 있는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봤다. 심성빈이 송하나의 허리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감싸 안는 걸 목격한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렸다.그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송하나를 쳐다보았다.“이 사람이... 진짜 네 남자친구야?”오랜 시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4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은 송하나가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던 그때 최우진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송하나.”복도에는 오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최우진이 뛰어난 외모와 화려한 집안 배경 때문에 원래부터 학교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그의 부름 한 번에 주변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쏠렸다.송하나가 걸음을 멈췄다. 마음속에 난감함이 밀려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이런 상황을 가장 꺼렸고 고백과 관련된 일이 알려지는 건 더더욱 원치 않았다.결국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피하기 위해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른 채 최우진을 따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선배, 아직 할 말이 남았나요?”최우진이 송하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더없이 진지하고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송하나, 나 어제 돌아가서 밤새 생각했어. 그리고 확실하게 깨달았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깟 세속적인 조건이나 장애물 따위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이야.”그가 반걸음 다가왔다.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고 글자마다 진심이 묻어났다.“나보다 연상이든 한 번 결혼한 과거가 있든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어. 너한테 아이가 있다고 해도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 네 아이까지 내 아이처럼 사랑하면서 키울게.”“송하나,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절대 충동적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야. 모든 결과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야. 난 진심으로 널 좋아해. 제발 너한테 다가갈 기회를 한 번만 주면 안 될까?”그 말에 송하나는 어이가 없으면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이혼이라는 과거와 나이 차이를 꺼내면 당연히 질색하며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최우진이 밤새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 송하나의 모든 과거는 물론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까지 전부 품어주겠다는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토록 맹목적인 집착 앞에서는 그녀도 완전히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송하나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일말의 여지도 남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더욱 단호하고 차가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3화

    “어, 그래.”허지안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가방을 챙겨 송하나의 뒤를 따랐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최우진이 다급히 일어나 쫓아갔다.“시간이 너무 늦었어. 밤길 위험하니까 내가 데려다줄게.”“수고스럽게 그러지 않아도 돼요. 우리끼리 택시 타고 갈게요.”송하나가 차분한 말투로 최우진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그녀가 곧장 카운터로 가서 계산하려 하자 최우진이 계산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제지당한 바람에 결국 계산은 송하나의 몫이 되었다.레스토랑을 나와보니 밤바람이 제법 서늘했다.송하나와 허지안이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탔다.멀어지는 택시를 지켜보던 최우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쓸쓸함과 상실감에 휩싸였다.송하나는 정말이지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단호하고 깔끔하게 그를 거절했다.차 안, 내내 꾹 참고 있던 허지안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하나 씨, 혹시 우진 선배랑... 싸웠어요?”잠깐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인데 그새 분위기가 그렇게 이상해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송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너무 늦어서 집에 갈 때가 된 것 같아서 그랬어요.”허지안이 반신반의하다가 문득 밥값이 떠올라 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아, 맞다. 밥을 우리가 같이 사기로 했으니까 절반은 내가 낼게요.”알림창에 뜬 송금 메시지를 본 송하나가 망설임 없이 반환 버튼을 눌렀다.“괜찮아요. 안 줘도 돼요.”“그건 안 되죠.”허지안이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으며 고집을 부렸다.“같이 사기로 해놓고 어떻게 하나 씨 혼자 돈을 다 내게 해요.”그러고는 다시 송금하려 했다.송하나가 부드럽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허지안의 손목을 지그시 눌렀다.“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장학금 나왔을 때 밥 한번 사줘요, 그럼.”송하나의 통장에 매달 상당한 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회사 배당금이든 특허 수익이든 그녀가 평생 돈 걱정 없이 살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밥값 수십만 원 정도는 송하나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2화

    “사실 학교 축제가 있던 그날 밤에 네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첫눈에 반했어. 그동안 같이 과제 하고 시간 보내면서 내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점점 더 확신하게 되더라.”“송하나, 정식으로 너한테 대시하고 싶어.”직설적이고 거침없는 고백이었다.하지만 송하나는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설레기는커녕 오히려 몹시 난감하고 피곤해졌다.지금까지 최우진을 그저 과제를 함께 완성한 훌륭한 선배 정도로만 여겨왔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고백은 앞으로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게 만들 뿐이었다.바로 그 순간 송하나의 머릿속에 뭔가 번뜩 스쳤다.어쩐지 지나치게 자주 마주친다 했고 수많은 사람 중에 하필 같은 팀이 된 것도 이상했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철저하게 의도하고 꾸며낸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송하나가 고개를 들고 최우진을 보며 예의 바르지만 일말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선배, 좋게 봐준 건 감사하지만 선배 마음 받아들일 수 없어요.”최우진 역시 어느 정도 거절당할 각오를 하긴 했지만 막상 이토록 무덤덤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마주하자 밀려드는 씁쓸함과 상실감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이대로 물러서기엔 미련이 남아 집요하게 물었다.“이유가 뭐야? 나한테 부족한 점이 있는 거야, 아니면 뭔가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라면 내가 다 고칠게.”“우리가 너무 빨리 가까워져서 당장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거면 괜찮아. 천천히 기다릴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마음이 설레는 여자를 어렵게 만났고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공을 들였기에 이대로 허무하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송하나가 고개를 저었다.“선배는 훌륭한 사람이에요. 전공 실력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고요. 하지만 우린 정말 어울리지 않아요.”“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는 겪어봐야 아는 거잖아. 나랑 만나보지도 않고 왜 무작정 안 된다고만 해?”최우진이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리며 납득할 만한 대답을 원했다.그를 확실히 단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1화

    “좋아요. 대신 나랑 지안 씨가 살게요. 이번에 선배 덕을 정말 많이 봤으니까.”송하나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팀 내에서 최우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만약 그녀와 허지안 둘뿐이었다면 우수한 성적을 받을 자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완벽한 결과물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맞아요, 맞아요. 무조건 우리가 사야죠.”허지안이 연신 맞장구를 치자 최우진도 고집을 부리지 않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알았어. 너희 말 들을게.”바로 그때 송하나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심성빈이 보낸 메시지였다.오프라인 회의로 한창 바쁠 텐데도 그녀의 기말 평가를 잊지 않고 중간 휴식 시간을 틈타 결과를 물었다. 그러면서 회의가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송하나가 재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그녀의 팀이 1등을 차지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줬고 오늘 저녁엔 팀원들과 축하 파티를 하기로 해서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한편 메시지를 확인한 심성빈이 답장을 보내려다가 멈칫했다.원래는 일을 마친 뒤 축하 파티를 해줄 생각이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에 씁쓸하고 허전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송하나의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구속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에 그저 다정하게 당부의 말만 남겼다.[재밌게 놀아. 술은 조금만 마시고. 끝날 때쯤 연락하면 데리러 갈게.]그날 저녁 최우진이 송하나와 허지안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내부가 딱 보기에도 무척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허지안이 남몰래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이 정도 급의 레스토랑이라면 가격이 만만치 않겠는데?’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최우진이 최선을 다해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장학금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장학금을 전부 털어 밥을 산다 해도 마땅히 해야 할 도리였다.최우진이 매너 있게 메뉴판을 송하나와 허지안 쪽으로 밀어주며 취향껏 고르도록 배려했다.두 사람이 메뉴를 다 고른 뒤 그는 가게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0화

    그런데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다 간혹 음성 통화까지 하곤 했다. 목소리를 얼핏 들었는데 남자가 분명했다.하루는 같이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심성빈이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새우 껍질을 까서 송하나의 앞접시에 올려주었다.“하나야, 새우 좀 먹어봐.”“고마워요.”송하나가 고마움을 표한 뒤 젓가락으로 새우를 집어 막 입에 넣으려던 찰나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 화면이 또다시 번쩍였다.무의식적으로 젓가락질을 멈추고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이내 집중해서 답장하기 시작했다.그토록 몰두하는 송하나의 모습을 본 심성빈이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요즘 학교에 일이 많나 봐?”송하나가 심성빈이 숨기고 있는 미묘한 감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대로 설명했다.“네. 기말 과제가 좀 복잡해서 팀원들이랑 같이 해야 하거든요. 요즘 편곡 디테일을 다듬는 중이라 진행 상황을 계속 맞춰봐야 해요.”“그렇구나.”심성빈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하지만 마음속에 피어난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송하나의 안전을 위해 심성빈은 입학하던 날부터 몰래 사람을 심어 지켜주고 있었다.그녀의 학교생활이나 대인 관계를 억지로 캐내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송하나가 매일 밤늦게까지 이성과 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끝내 마음속의 우려를 억누르지 못했다. 결국 예외를 깨고 그녀 주변의 남학생에 대해 슬쩍 물어봤다.그제야 이번 학년 통합 과제에서 송하나와 파트너가 된 남학생의 이름이 최우진이고 학교 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학교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학업적 교류만 나눌 뿐 상대방 쪽에서 선을 넘는 마음을 내비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심성빈이 지그시 눈을 감고 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내가 너무 예민해서 불필요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몰라.’송하나가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동기들을 만나고 팀을 이뤄 과제를 해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단지 심성빈의 사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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