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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Author: 소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07 23:02:09

모두가 잠든 새벽녘, 다락방.

에리스는 낮 동안 실패로 끝난 ‘루카 헬리오스 검증 계획’을 떠올리며 종이 위에 또 다른 작전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 손바닥 위에 밀가루 반죽을 올려놓고 태양의 열기로 빵을 굽게 한다.

“......”

잠시 생각하던 에리스는 제 손으로 쓴 문장을 다시 읽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나도 좀 아니다.”

구겨진 종이가 허공을 가르며 쓰레기통 안으로 날아갔다.

 휙.

“하아...”

한숨과 함께 힘이 빠진 그녀는 등을 벽에 기대었다.

“어머님은 왜 스스로를 봉인하신 거람.”

문득 떠오른 어머니의 얼굴에 에리스는 옷 안쪽 주머니를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낡은 팬던트였다.

가운데에는 은은한 빛을 머금은 태양석이 박혀 있었다.

밤의 여신 닉스가 평생 아끼던, 단 하나의 물건.

“밤의 여신이면서 이런 밝은 장신구를 좋아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지.”

에리스는 천천히 팬던트를 열었다.

딸깍.

안쪽에는 한 남자의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찬란한 금발. 반듯한 눈매.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

그 아래 희미하게 적힌 이름.

헬리오.

그 초상화를 바라보던 에리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 초상화를 보실 때만, 어머님은 웃으셨지.”

증오에 젖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닉스가,

유일하게 미소를 지었던 순간.

그 대상이 이 남자였다.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이 남자.”

“분명 무언가 있어.”

그녀는 다시 초상화를 내려다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자꾸만 저 남자의 얼굴 위로 루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기분 나쁘네, 진짜.”

에리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팬던트를 품에 안았다.

어머니가 저 남자를 보며 지었던 미소와,

자신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따뜻함을 떠올리자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벽에 기대어, 조용히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에리스는 다락방에서 내려오자마자 로테를 붙잡았다.

"야 로테, 밀가루 좀 찾아줘."

"...응? 갑자기? 밀가루가 필요해?"

"그렇다니까. 빨리."

"아...! 설마 빵이 먹고 싶은 거야? 미안한데 여긴 밀가루가 없어."

"사 오면 되잖아. 어서 사 와. 나 밀가루로 해야 할 일이 있어."

"돈이.. 없는데?"

"...넌 대체 평생 버섯만 먹고 어떻게 살아온 거니."

에리스는 무지성으로 밀가루를 요구하다가, 문득 로테의 생활 수준이 안쓰러워졌다.

로테는 에리스가 빵이 먹고 싶은 거라 생각했고, 잠시 고민하다 손뼉을 쳤다.

"아! 밀가루 대신할 게 있다!"

"뭔데?"

"요정나무 열매를 갈면 가루가 되는데, 그걸로 만든 빵이 엄청 별미래."

에리스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하. 요정나무 열매? 그거 질겨서 신발 밑창도 만들겠다. 누가 그런 소릴 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빵의 명인이셨네."

"그치?"

"그래. 왠지 최고의 빵이 될 것 같아."

로테는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그럼 요정나무 열매 따러 가자!"

"아 미안 로테."

에리스는 태연하게 손을 스르륵 빼고 몸을 돌렸다.

"너랑 저 꼬맹이 둘이 다녀와. 난 볼일이 좀 있어서."

루카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

"할 일 없는 잉여가 무슨 볼일."

"바쁘다면 바쁜 줄 알아, 이 망할 꼬맹아."

"알았어, 알았어."

로테가 루카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자, 루카. 에리스를 위한 열매 채집 출발!"

"...하, 진짜 귀찮아."

에리스를 째려보던 루카는 곧 체념한 얼굴로 로테와 함께 집 밖으로 나섰다.

혼자 남겨진 에리스는 품속에서 검은 씨앗 하나를 꺼냈다.

‘밀가루 작전이 실패했으니… 다음은 위기 상황에서 본성을 드러내게 만드는 작전이다.’

그녀는 두 사람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래 뒤를 따랐다.

저벅-저벅-

수풀 사이를 샤샥, 샤샥 헤치며 이동하던 에리스는 곧 거대한 폭포 앞에 도착했다.

햇빛을 받아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나무, 나뭇가지마다 형형색색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멀리서 로테의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와아! 루카, 이것 봐! 예쁘지?”

“예쁘긴 한데… 저걸 어떻게 따려고?”

“어…”

멀리서 들려온 루카의 말에 에리스도 슬쩍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봤다.

족히 사십 미터는 되어 보였다.

“…와. 나무 크기 미쳤네.”

잠시 감탄하던 그녀는 곧 정신을 차렸다.

“아, 나 할 일 있었지.”

에리스는 검은 씨앗을 땅에 묻고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일어나라. 대지의 괴물이여.”

쿠구구구궁!

땅이 크게 울리더니 갈라진 틈 사이로 거대한 트롤이 튀어올랐다.

“아, 잠깐…”

콰앙!

튀어오르던 트롤의 어깨에 에리스가 그대로 치여 멀리 날아갔다.

“꺄아아악!”

쿵!

멀리서 거대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음? 무슨 소리지?”

루카가 고개를 돌린 순간, 반대편 숲에서 트롤이 미친 듯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미친, 저건 또 뭐야! 야, 로테! 내려와!”

나무를 기어오르던 로테가 트롤을 보고 얼어붙었다.

“뭔데 저거?!”

“내가 받아줄 테니까 뛰어내려!”

그 순간, 트롤의 거대한 주먹이 로테가 오르고있던 나무줄기를 후려쳤다.

콰지지지직!

부러진 나무가 크게 기울었고, 로테의 몸이 그대로 폭포수로 튕겨 나갔다.

"꺄아아아악!"

풍덩!

“로테!”

루카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이 하등 괴물이…!”

잔뜩 화난 그의 손끝에 황금빛이 모여 활의 형태를 이루었다.

슉!

빛의 화살이 트롤의 급소를 꿰뚫었다.

“구오오오오!”

트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쿵!

루카는 지체 없이 폭포 아래로 뛰어들었다.

거센 물살이 몸을 후려쳤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손을 뻗었다.

“로테…!”

흐릿한 물속에서 떠내려가는 로테의 옷자락이 보였다.

간신히 붙잡았지만, 어린 몸으로는 그녀를 끌어올릴 수 없었다.

“…아직 힘이 덜 돌아왔는데.”

루카는 눈을 감고 전신에 힘을 집중했다.

순간, 폭포 아래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반짝이는 빛 속에서 작은 몸이 순식간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소년은 어느새 성인 남자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제 널 안고 헤엄치는게 가능하겠지.”

그는 로테를 안아 들고 폭포 아래 동굴로 헤엄쳐 들어갔다.

축축한 바닥 위에 로테를 눕힌 루카가 급히 그녀의 숨을 확인했다.

“ 숨을… 안 쉬어?”

루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야. 일어나.”

루카가 로테를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로테!”

떨리는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안돼… 또 소중한 '인연'을 잃을 순 없어.”

루카는 이를 악물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댔다.

숨을 불어넣는 순간, 희미한 빛이 번쩍였다.

“콜록! 콜록!”

로테가 물을 토하며 몸을 일으켰다.

루카는 로테가 의식을 되찾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야 로테..”

로테는 흐릿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엥? 누구세요?”

“루카.”

“…나 혹시 기절한 지 십 년 됐어?”

“아니, 3분정도?”

“거짓말. 최소 십 년은 지난 얼굴인데?”

“하핫, 내가 말했잖아. 원래 모습을 보면 네가 반할 거라고.”

루카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척 말했지만, 그의 손끝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로테는 그 손을 꼭 잡고서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구해줘서 고마워, 루카.”

“ … 응”

잠시 침묵하던 로테는 그의 얼굴을 살짝 올려다보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루카, 나랑 결혼하자.”

“…그 소린 질리지도 않냐.”

“나 네 말대로 진짜 반한 것 같아!”

“…하?”

“나 네가 떠나는거 싫어. 어제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네가 없으면 슬플것같아.”

루카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졌다.”

그는 로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결혼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서로를 좀 더 알아가자.”

“진짜?!”

“그래.”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로테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이제 열매 따고 집에 가자.”

“응!”

로테는 루카의 손을 잡고 다시 열매가 있는 숲으로 올라갔다.

몇 시간 뒤.

해가 붉게 기울 무렵,

두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진 거리로 집 앞에 도착했다.

"에리스, 나 왔어~"

"왔냐..."

에리스는 빙결 마법으로 만든 얼음을 얼굴에 대고 냉찜질 중이었다.

"...너 어디서 맞고 왔어?"

"신경 쓰지 마."

그녀는 무심히 대답하다가 로테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넌 뭐냐."

"성장기라 급하게 컸어."

"미친놈.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다."

에리스는 멍하니 루카를 바라봤다.

닉스의 팬던트 속 초상화에 있던 남자.

'헬리오'

눈앞의 루카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결국 네가 헬리오스였구나.'

찾아야 했던 존재를 드디어 찾았는데,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한쪽이 서늘하게 식어 갔다.

입술을 꾹 깨문 에리스는 말없이 다락방으로 향했다.

"야, 어디 가."

루카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열매 구해 왔으니 빵 만들어야지."

"...그럴 기분 아니야."

에리스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루카가 혀를 찼다.

"아오, 저 기집애 진짜..."

"참아, 루카."

로테가 싱긋 웃었다.

"에리스 지금 사춘기야."

"쟤는 사춘기가 백 년째 진행되고있냐?"

"우리 에리스를 위해 맛있는 빵 만들어 주자!"

"...너 진짜 착하다."

"나도 버섯 말고 다른 거 먹고 싶어."

"그건 솔직하네."

잠시 후,

1층에서는 두 사람이 반죽을 치대는 소리가 들렸다.

방 안에 홀로 남은 에리스는 멍하니 팬던트를 만지작거렸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찾아야 했던 헬리오스.

하지만 그는 친구의 곁에 있었고,

자신 역시 그를 미워하기만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진짜 어쩌라는 거야."

그때 아래층에서 로테의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에리스! 빵 반죽 다 됐는데 모양 좀 같이 만들자!"

에리스는 로테의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평소라면 가장 먼저 뛰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웃을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무 일 없는 척 계단을 내려갔다.

"너희는 내가 없으면 빵도 못 만드니?"

에리스의 말에 루카가 바로 맞받아쳤다.

"야, 네가 먹고 싶다 해서 구해 온 거잖아!"

"흥... 특별히 도와주는 거야."

세 사람은 티격태격 떠들며 빵을 만들었다.

완성된 빵은 고무처럼 질겼고,

맛은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었다.

"...와. 진짜 멋진 맛이다."

에리스는 작게 웃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이 일상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람을 품은 채,

계절은 몇 번이고 바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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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 이모? 거기서 왜 벌러덩 누워 있어?”멀리서 애드가 에리스가 누워있는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에리스는 고개를 돌린 채 재빨리 눈가를 훔쳤다.“요즘은 누워서 일광욕하는 게 건강에 좋다더군. 그래서 누워 있었다.”애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이모도 이제 건강 챙길 나이지...”“......”“근데 아무리 좋은 민간요법이라도 나이 앞에서는... 아니, 아니다. 역시 힘내, 이모!”애드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에리스를 진심으로 응원했다.에리스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아기일 땐 귀엽더니, 저 얄미운 주둥이는 지 아비를 닮아 가는구나.”애드는 씩 웃었다.“그게 내 매력 아닐까?”“말이나 못하면 밉기라도 하지.”“아, 맞다! 이모, 이것 좀 봐.”“뭔데?”애드는 두 눈을 감고 잠시 집중했다.이내 그의 손끝에서 따뜻한 하얀빛이 송글송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파아앗-“....!”그걸 본 에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애드는 잔뜩 으스댄 얼굴로 말했다.“어때? 예쁘지? 빛의 마법이야!”“너... 언제부터 그런 걸 쓸 줄 알았지?”“아빠가 알려 줬어!”애드는 해맑게 웃으며 목에 걸린 목걸이를 흔들어 보였다.“그리고 이것도 선물 받았다?”에리스의 시선이 목걸이에 꽂혔다.‘저건... 빛의 힘이 담긴 목걸이잖아.’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에리스는 애드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애드.”“응?”“절대로.”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그 두 가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면 안 된다.”그녀의 말에 애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왜?"에리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욕심쟁이라서. 나만 보고 싶거든.”“아! 그렇구나!”애드는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아, 맞다! 이모! 엄마가 밥 먹으래!"“.....”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버섯이겠지.”“버섯이야!”“.........”잠시 정적이 흘렀다가,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가자, 이모

  • 복수는 사랑보다 늦게온다.   9화

    “에리 이모, 삶이란 무엇일까?” “.....하?” 찬란하고 따뜻한 봄의 아침. 어느새 일곱 살이 된 애드는 에리스와 마주 앉아,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삶 말이야. 삶. 죽음과 삶에 대하여! 이모는 어떻게 생각해?” 에리스는 팔짱을 낀 채 잠시 뜸을 들였다. 애드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삶은... 계란.” “.......” 에리스의 시답잖은 농담에 애드는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 좀 풀어라. 농담이잖아.” “그럼 이번엔 진지하게 대답해 봐, 이모.” “삶이란...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결국 죽어 가는 과정이지.” 에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곧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내가 지금 일곱 살 상대로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 거야 대체?!” “아. 재미없다.” 애드는 단번에 흥미를 잃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깥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루카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아빠!” “어어, 그래. 애드리안.” 루카는 도끼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에리스가 또 헛소리하더냐?” “아니. 이모 수준이 낮아서 못 놀아주겠어.” “뭐?!” “푸하하하! 역시 아이들은 본질을 정확히 보는군.” “진짜 몇 년을 같이 살아도 재수 없어, 너희 둘은.” 에리스는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칠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레보스도, 아파테도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에리스는 이제야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이 평온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버섯을 한가득 캐 온 로테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에리스! 이것 좀 들어 줘!” “와... 저 버섯은 대체 어디서 저렇게 끝도 없이 자라는 거야...” 에리스는 못 이기겠다는 표정으로 다가가 로테의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등골을 타고 서늘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아주 익숙하고도 불길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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