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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작가: 소여
last update 게시일: 2026-04-18 09:18:54

"아직도 속이 울렁거려…."

"나… 난 이제 채식할래…."

로테와 루카는 오크고기를 먹은 충격으로 저녁이 될 때까지 화장실을 번갈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에리스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키득 웃었다.

"그거 차별 아니냐? 돼지나 소는 잘만 먹으면서, 오크는 왜 그렇게 질색이야?"

창백한 얼굴의 루카가 벽을 짚은 채 말했다.

"차별이라면서 너는 왜 안 먹었는데?"

"무슨 소리야."

에리스가 당당하게 턱을 들었다.

"난 차별하는데?"

"와… 진짜 뻔뻔하다."

에리스는 피식 웃다가 문득 루카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봤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목걸이였다.

"야, 꼬맹이."

"왜."

"그 목걸이는 뭐야?"

에리스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루카는 목걸이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으스댔다.

"이쁘지? 이거 엄청 귀한 거야. 센티드 왕실 장인이 아다만티움을 정제해서 천 도 이상의 화염으로 가공하고, 거기에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박아 넣은 뒤…."

"아니 미친놈아."

에리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설명 말고, 어디서 났냐고."

루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센티드 놀러 갔을 때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주웠어."

삐끗.

에리스의 발이 헛디뎌졌다.

장황했던 설명 끝에 돌아온 너무 허무한 결론이었다.

"…아, 그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린 에리스는 하품을 하며 몸을 돌렸다.

"난 자러 간다."

"잘 자, 에리스!"

로테가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에리스가 다락방으로 올라가고,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낮의 목욕탕 사건 때문인지 어딘가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로테는 붉어진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아까는 미안해."

"뭐가."

"남자를 처음 봐서… 이상한 소리 했잖아."

루카 역시 살짝 귀끝이 붉어진 채 헛기침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로테는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책임지고 결혼해줄게."

콰당!

루카는 의자째로 뒤집어졌다.

"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들었어. 남자의 알몸을 보면 그 남자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고."

"대체 어느 미친놈이 그런 소릴 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루카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는 황급히 헛기침했다.

"미친의 미는… 미적 감각이고."

"친은… 친하다의 친이야."

"그러니까 미적 감각과 친한 분 같다는 뜻이지."

"응? 갑자기 왜?"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헛기침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무튼 책임 안 져도 돼. 알몸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그럼 어머니 말이 틀렸다는 거야?"

"아니, 틀린 건 아닌데… 제발 어머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내가 이상해지겠어."

"왜?"

"아무튼!"

루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야."

로테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사랑하는 사람…."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나는 아버지도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남자도 오늘 처음 봤어. 사랑이 뭔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루카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겠지?"

로테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어딘가 외로웠다.

루카는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크흠."

"응?"

"그럼… 나랑 산책이라도 할래?"

"밤인데? 위험하잖아."

"내가 지켜줄게."

루카의 말에 로테의 심장이 작게 두근거렸다.

그녀는 살짝 머뭇거리다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

"…응."

두 사람은 함께 문밖으로 나섰다.

검은 숲 위, 밤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 떠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루카의 손끝에 은은한 빛이 피어올랐다.

작은 등불처럼 흔들리는 빛이 어두운 길을 밝혀 주었다.

로테는 바깥 풍경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이 숲에서 오래 살았지만… 밤에 밖에 나온 건 처음이야."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게 감탄했다.

"밤하늘이… 이렇게 예뻤구나."

루카는 피식 웃었다.

"그럼 나온김에 엘쉬온 시장에도 가볼래?"

"시장?"

"조금 멀긴 한데,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해."

로테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갈래!"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락방 창문 너머에서 에리스가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

별빛 아래 나란히 걷는 두 사람.

에리스는 창틀을 손끝으로 두드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조금 더 의심해 봐야겠어."

***

한참을 걸었을까.

검은 숲 너머로 희미한 불빛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로테는 눈을 반짝이며 루카의 팔을 붙잡았다.

“와! 저게 바로 시장 불빛이야?”

“아니.”

“그럼?”

루카는 잠시 침묵하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미안한데, 길 잃었습니다.”

“뭐…?”

그 순간이었다.

멀리서 보이던 불빛이 스르륵 움직이더니,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에에에에엑!!!!!!!”

기괴한 괴성과 함께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돌진해 왔다.

“뭔데 저게!?!!”

로테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자, 루카가 담담하게 설명했다.

“아, 그거… 잭오랜턴.”

“뭐?”

“등불 몬스터.”

“몬스터!?!!?”

호박 머리에 시뻘건 불을 밝힌 괴물이 로테를 향해 달려들었다.

로테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찰싹찰싹찰싹찰싹!!!!!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고 빠른 손놀림이었다.

잭오랜턴은 반격 한 번 못 해보고 양쪽 뺨만 얻어맞았다.

찰싹! 찰싹!!

찰싹찰싹찰싹!!!!!

루카는 그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와. 잘못 걸리면 얼굴 형체도 안 남겠는데.’

마침내 잭오랜턴의 머리 위 등불이 푸슈우우우— 소리를 내며 꺼졌다.

쿵!!!!

그리곤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

루카는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저걸… 뺨 때려서 잡았네?”

로테는 눈을 슬쩍 뜨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머! 어머! 내가 죽였어?!”

“네. 아주 깔끔하게요.”

잠시 후.

건너편 멀리서 피슈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불꽃이 터졌다.

펑!

펑! 펑!

처음 듣는 소리에 로테는 화들짝 놀라 루카 품으로 파고들었다.

“꺄악!! 뭐야!? 이번엔 또 무슨 몬스터야!?”

루카는 갑작스러운 포옹에 온몸이 굳은 채 대답했다.

“몬스터가 아니라… 불꽃놀이.”

“불꽃놀이?”

“아마 저기가 마을인 것 같네.”

루카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가보자.”

로테는 여전히 그의 옷자락을 꼭 붙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10분 뒤.

숲길 끝을 지나자, 수많은 불빛이 밤하늘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로테는 넋을 잃은 채 그 풍경을 바라봤다.

“……이게, 시장?”

루카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다.

“그래. 시장이지.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맛있는 것도 많고, 예쁜 것도 많은 곳.”

“나 어머니한테 들었어.”

“뭘?”

“사람들은 금속 조각으로 물건을 바꾼다고!”

로테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근데… 그 금속 조각이 뭐야?”

“…….”

루카는 잠시 침묵하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내 작은 은화 몇 개와 금화 한 닢을 꺼내 손바닥 위에 펼쳐 보였다.

“이런 거지.”

“와아….”

“이 은색 조각 하나면 저기 닭꼬치 두 개쯤 살 수 있고.”

루카는 금화를 들어 보였다.

“이 금색 조각 하나면… 저렴한 드레스 한 벌쯤은 살 수 있겠네.”

“신기하다….”

로테는 감탄하며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작은 반지 하나를 꺼냈다.

낡았지만 정교한 세공이 새겨진, 작은 보석 한알이 박힌 반지였다.

“그럼 이건 뭐랑 바꿀 수 있어?”

루카는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야, 그런 낡은 반지로 뭘 사겠어.”

“우리 어머니 유품인데….”

“…….”

루카는 곧바로 표정을 고쳐 잡았다.

“오래된 물건일수록 가치가 높은 법이지.”

“정말?”

“아마… 이 나라 정도는 살 수 있을걸.”

“와아!”

“……아니, 그것보다 이제 어머니 이야긴 조금만 하자.”

“왜?”

“내가 자꾸 나쁜 사람이 되잖아.”

로테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뭐?”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간판이 걸려 있었다.

[사랑이 가득한 수상한 술집]

“저기!”

“…….”

“사랑이 가득하대! 나 저기서 사랑 찾고 싶어!”

루카는 말없이 로테의 손을 꽉 잡았다.

“저 사랑은 네가 생각하는 사랑이 아니야.”

“응?”

“몰라도 되는 사랑이다.”

그리고 재빨리 방향을 틀었다.

“자, 저기 재미있는 거 하는 것 같네. 가보자.”

“오오! 기대된다!”

루카에게 이끌린 로테는 광장 한가운데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사람들은 둥글게 둘러서서 환호하고 있었다.

“와아….”

로테는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예뻐….”

루카가 슬쩍 물었다.

“너도 춤춰 볼래?”

“아, 아니! 난 춤이라는 걸 춰 본 적도 없어.”

그때, 무대 위 사회자가 외쳤다.

“자아! 젊은이들이여!”

광장이 조용해졌다.

“오늘 최고의 댄싱 커플에게는 상금으로 금화 다섯 개를 드립니다!”

순간 로테의 눈이 번쩍 빛났다.

“저요!!”

번쩍!

그녀는 루카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뭐!? 야! 잠깐!”

사회자가 환하게 웃었다.

“오오! 연하남과 누님 커플 등장!”

“네!!!”

“아니라고!!!”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귀엽다!”

“저 꼬맹이 표정 봐!”

그렇게 참가 팀은 총 여섯 팀.

한 팀씩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관객 점수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앞선 팀들이 3점, 4점을 받자 로테는 점점 긴장하기 시작했다.

“루카… 어쩌지? 나 진짜 춤 못 춰.”

루카는 담담하게 손을 내밀었다.

“나한테 몸을 맡겨.”

그 모습에 로테의 심장이 또 한 번 크게 뛰었다.

“…응.”

드디어 두 사람의 차례.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루카는 로테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이끌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처음엔 어색하던 로테의 발끝도 어느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루카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돌리고, 다시 끌어당겼다.

밤하늘 아래, 등불 사이를 누비는 두 사람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훨씬 우아했다.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두사람의 춤을 바라봤다.

“오오….”

루카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할 만하지?”

로테는 붉어진 얼굴로 작게 웃었다.

“응….”

그리고 마지막 동작.

루카는 로테의 허리를 끌어당겨 품 안에 안으며 완벽하게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로테가 무거웠다.

우드득.

루카의 손목이 꺾였다.

“으아아아악!!!!!!!”

그대로 균형을 잃은 두 사람은 무대 위로 와르르 넘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곧 광장 가득 웃음이 터졌다.

“괜찮아!”

“다시 해!”

“둘 다 귀엽다!”

박수와 응원이 쏟아졌다.

루카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일어났다.

“……가자.”

로테 역시 얼굴을 감싸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황급히 무대를 내려왔다.

결과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딱 중간 순위, 3등.

상금은 은화 세 닢.

로테는 그 돈으로 루카와 함께 시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닭꼬치를 나눠 먹고,

머리 장식을 구경하고,

이상한 향수 냄새에 재채기를 하고,

거리 공연에 웃음을 터뜨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처음 만들어 본 추억이었다.

어느새 시장의 불빛도 하나둘 잦아들 무렵.

루카가 말했다.

“돌아갈까.”

“응!”

“또 오자.”

로테는 환하게 웃었다.

“응! 좋아!”

루카는 잠시 머뭇거리다 덧붙였다.

“…그런데 다음엔 춤은 추지 말고.”

“……응.”

로테가 작게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검은 숲을 향해 걸어갔다.

손을 잡은 채.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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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내 어머니는 밤의 여신 '닉스'지. "에리스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헬리오스의 표정이 굳었다."네가... 에레보스와 닉스의 딸이라고?”"그래"헬리오스는 닉스라는 이름을 듣자 복잡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봤다."....."에리스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내 아버지 에레보스가 말했어. 어머니의 깊은 잠을 깨우기 위해선 너의 힘이 필요하다고.”"나는 너에게 확인하고 싶은것이 두개 있어."에리스는 괴로운 표정으로 낮게 중얼거렸다.“첫번째. 신들은 자식을 낳을 때 품은 감정대로 아이의 본질이 정해진다고해.”“그런데 어머니는 나를 낳을 때 ‘불화’를 품었지.”“......"“왜 그랬을까.”에리스의 질문에 헬리오스의 얼굴에는 깊은 죄책감이 드리웠다.“그래... 닉스가 그런 감정을 가질법 해.”그는 힘없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시절... 나는 닉스를 버렸으니까.”헬리오스의 말에 에리스의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믿고싶지 않았던 아파테의 말이 진실이 된 순간이었다.“하지만 그때 에레보...”헬리오스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자,“아아.”낯선 목소리가 헬리오스의 말을 끊어내고 숲을 가르며 끼어들었다.“찾았다.”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가 난 쪽 으로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낯선 남자가 나무 사이에 서 있었다."오랜만이에요. 헬리오스.""넌 누구지?"헬리오스가 낯선 남자를 경계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남자는 뒷걸음질 치는 헬리오스를 바라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그리고 천천히, 너무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걸어왔다.“아아, 헬리오스... 이렇게까지 날 애타게 하다니.”에리스가 멍하니 낯선 남자를 바라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뭐야 저녀석은."그순간.남자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검은 마력이 뱀처럼 허공을 가르며 쇄도하며 헬리오스의 가슴을 관통했다."커헉...!"붉은 피가 헬리오스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남자는 쓰러지려는 헬리오스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어 억지로 세웠다.“인간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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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 이모? 거기서 왜 벌러덩 누워 있어?”멀리서 애드가 에리스가 누워있는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에리스는 고개를 돌린 채 재빨리 눈가를 훔쳤다.“요즘은 누워서 일광욕하는 게 건강에 좋다더군. 그래서 누워 있었다.”애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이모도 이제 건강 챙길 나이지...”“......”“근데 아무리 좋은 민간요법이라도 나이 앞에서는... 아니, 아니다. 역시 힘내, 이모!”애드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에리스를 진심으로 응원했다.에리스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아기일 땐 귀엽더니, 저 얄미운 주둥이는 지 아비를 닮아 가는구나.”애드는 씩 웃었다.“그게 내 매력 아닐까?”“말이나 못하면 밉기라도 하지.”“아, 맞다! 이모, 이것 좀 봐.”“뭔데?”애드는 두 눈을 감고 잠시 집중했다.이내 그의 손끝에서 따뜻한 하얀빛이 송글송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파아앗-“....!”그걸 본 에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애드는 잔뜩 으스댄 얼굴로 말했다.“어때? 예쁘지? 빛의 마법이야!”“너... 언제부터 그런 걸 쓸 줄 알았지?”“아빠가 알려 줬어!”애드는 해맑게 웃으며 목에 걸린 목걸이를 흔들어 보였다.“그리고 이것도 선물 받았다?”에리스의 시선이 목걸이에 꽂혔다.‘저건... 빛의 힘이 담긴 목걸이잖아.’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에리스는 애드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애드.”“응?”“절대로.”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그 두 가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면 안 된다.”그녀의 말에 애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왜?"에리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욕심쟁이라서. 나만 보고 싶거든.”“아! 그렇구나!”애드는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아, 맞다! 이모! 엄마가 밥 먹으래!"“.....”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버섯이겠지.”“버섯이야!”“.........”잠시 정적이 흘렀다가,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가자, 이모

  • 복수는 사랑보다 늦게온다.   9화

    “에리 이모, 삶이란 무엇일까?” “.....하?” 찬란하고 따뜻한 봄의 아침. 어느새 일곱 살이 된 애드는 에리스와 마주 앉아,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삶 말이야. 삶. 죽음과 삶에 대하여! 이모는 어떻게 생각해?” 에리스는 팔짱을 낀 채 잠시 뜸을 들였다. 애드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삶은... 계란.” “.......” 에리스의 시답잖은 농담에 애드는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 좀 풀어라. 농담이잖아.” “그럼 이번엔 진지하게 대답해 봐, 이모.” “삶이란...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결국 죽어 가는 과정이지.” 에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곧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내가 지금 일곱 살 상대로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 거야 대체?!” “아. 재미없다.” 애드는 단번에 흥미를 잃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깥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루카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아빠!” “어어, 그래. 애드리안.” 루카는 도끼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에리스가 또 헛소리하더냐?” “아니. 이모 수준이 낮아서 못 놀아주겠어.” “뭐?!” “푸하하하! 역시 아이들은 본질을 정확히 보는군.” “진짜 몇 년을 같이 살아도 재수 없어, 너희 둘은.” 에리스는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칠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레보스도, 아파테도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에리스는 이제야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이 평온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버섯을 한가득 캐 온 로테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에리스! 이것 좀 들어 줘!” “와... 저 버섯은 대체 어디서 저렇게 끝도 없이 자라는 거야...” 에리스는 못 이기겠다는 표정으로 다가가 로테의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등골을 타고 서늘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아주 익숙하고도 불길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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