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다음 날 아침.엘쉬온 근처 해변에는 잔잔한 파도 소리가 퍼지고 있었다.메티스는 아침부터 신난 얼굴로 편지를 팔랑팔랑 흔들며 애드에게 달려왔다.“애드! 아이테르한테 답장 왔어!”애드는 눈을 반짝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진짜? 언제 온대?”메티스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안 온대.”“……왜?”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애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메티스는 그런 애드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전서에… ‘헬리오스님의 아들을 맡고 있으니 너도 와서 도와라.’ 라고 썼거든.”잠시 정적이 흐르고,애드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거 거의 납치 협박문 공범 모집 아니야?”“에이~ 설마.”메티스는 아무 생각 없는 얼굴로 웃었다.애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니야 메티스.”“이번엔 내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써 줘.”“어? 알겠어~”메티스는 곧바로 물결처럼 푸른 마력을 피워 올리더니 허공에서 종이 한 장을 소환했다.애드는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내용을 불러 주기 시작했다.“아이테르. 나는 헬리오스의 아들을 돕고 싶어.”메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받아 적었다.“아이테르… 내가 헬리오스 아들을 데리고 있어…”“……?”애드는 뭔가 미묘하게 이상했지만 일단 참고 계속 말했다.“나는 무력에 재능이 없으니, 네가 와서 도와주길 바란다.”메티스는 또 열심히 적었다.“…나는 못 싸워. 네가 와서 싸워.”애드는 결국 말을 잃고 시선을 아래에 두다 아주 천천히 메티스를 바라봤다.“메티스.”“응?”“마음대로 이상한 의역하지 마.”메티스는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문학적 감각인데…”“그 감각 버려.”“응…”시무룩해진 메티스 옆에서 애드는 결국 직접 편지를 수정하기 시작했다.잠시 후.완성된 전서는 다시 푸른 빛에 휩싸인 채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다.메티스는 애드에게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답장은 내일쯤 올
메티스는 애드에게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헬리오스님도 같이 온 거야?”애드는 메티스의 말을 듣고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조용히 말했다.“…아빠는 돌아가셨어.”메티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어…?”“정체 모를 남자에게 죽었다고 들었어.”“그리고 난… 에리스에게 공격받아 여기까지 떨어졌고.”“…에리스?”메티스는 조용히 그 이름을 되뇌었다.“혹시 알아?”“…에레보스의 장녀라는 것 정도만.”“에레보스는 누구야?”“어둠의 신.”애드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정체 모를 그 남자의 이름이, 에레보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애드는 급히 메티스를 바라봤다.“혹시…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하지만 메티스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미안.”“난 바다 밖으로는 잘 나가지 못해서 잘 몰라…”“다만 아이테르라는 친구가 있어.”“여기저기 떠돌아다녀서 소식에는 엄청 밝거든.”애드의 눈빛에 다시 희망이 스쳤다.“…그럼 소개해 줄 수 있어?”그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제발… 나를 도와줘.”“에레보스와 에리스를 찾아서… 복수할 수 있게.”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애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억지로 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이모… 이게 무슨 상황이야?”“설마… 그놈이 또 습격한 거야?”애드는 비틀거리며 로테에게 다가가려 했다.그 순간.에리스가 검은 창끝으로 애드의 목을 겨눴다.“아니.” 에리스는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죽였어.”“……뭐?”애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거짓말하지 마!”“이모가 왜 엄마를 죽여?”“엄마 안 죽었잖아… 또 둘이서 장난치는 거지?”쉬이익-!!!!에리스의 창이 거칠게 궤적을 그리며 애드의 발밑을 후려쳤다.쾅-!!!!!엄청난 충격과 함께 주변 흙이 폭발하듯 터져 올랐고, 바닥이 갈라졌다.애드는 비명을 삼킨 채 뒤로 넘어졌다.“이… 이모…?”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하지만 에리스는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이모라고 부르지 마!!!”애드는 처음 듣는 에리스의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날카롭고.차갑고.그리고 낯설었다.에리스는 감정을 억지로 지워 낸 얼굴로 말을 이었다.“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너도.”“네 부모도.”“아… 어…?”애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에리스는 검은 창을 다시 고쳐 쥐었다.“착각하지 마.”“나는 불화의 여신이다.”“잠시 인간 흉내를 내며 놀아 줬을 뿐.”“네 엄마의 친구도, 너의 이모도 아니야.”쾅-!!!!검은 창이 다시 애드를 향해 휘둘러졌다.애드는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생각할 틈도 없었다.애드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렸다.엄마의 죽음도.배신도.슬픔도.모든 감정이 뒤로 밀려났다.지금은 살아야 했다.“헉… 헉…!”애드의 바로 뒤에서 에리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빠르고.정확하고.그리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도망칠 수 없다는 공포가 애드의 목을 조여 왔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맞았지만, 애드의 세계만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세 사람은 절벽 끝에 버려진 낡은 오두막을 거처 삼아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다.애드는 헬리오스가 죽기 하루 전 자신에게 선물해 준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태양의 신이라더니… 신은 원래 강한 거 아니었어…?”애드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 순간.조용히 버섯을 손질하던 에리스가 애드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퍽-!“아야악!!!”“나이도 어린 게 무슨 늙은이처럼 한숨만 쉬고 있어.”에리스는 시큰둥한 얼굴로 버섯을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당장 나가서 좀 놀다 와.”애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귀찮아…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그때, 옆에서 버섯 하나를 슬쩍 집어 먹던 로테가 입을 열었다.“절벽 아래 돌아가는 길에 바닷가 있더라. 가서 모래놀이라도 하고 와.”버섯을 우물거리며 말하는 로테를 본 에리스의 눈썹이 꿈틀했다.“야. 손 치워.”에리스는 버섯을 집으려는 로테의 손을 냅다 후려쳤다.찰싹-!“아 왜!”“나는 다듬고 있는데 왜 넌 계속 주워 먹냐? 얄밉게.”로테는 에리스의 심술에 볼을 부풀렸다.“먹을 수도 있지. 가족끼리 치사하게.”“버섯 도둑이 말이 많아.”“말 너무 심하게 한다?”“너는 버섯 입장에서 학살자야.”“버섯계의 집착녀.”“오버 좀 하지 마.”“오버 아니다.”둘이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하자, 애드는 질렸다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그냥 놀러 갔다 올게.”끼익-문이 닫히고 애드가 오두막 밖으로 나가자, 로테는 조용히 다듬어진 버섯들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애드가 이제 복수니 뭐니 말 안 해서 다행이야…”그녀는 버섯 하나를 손끝으로 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루카… 아니, 헬리오스도 이 버섯 좋아했는데…”에리스는 코웃음을 쳤다.“그건 네 착각이야. 누가 버섯을 몇 년째 먹는 걸 좋아하냐.”“버섯이 뭐 어때서?”“너는 버
“으흑... 에리스... 갑자기 왜 이런 일이...”“…울지 마”낡은 오두막 안에는 로테의 흐느낌과, 낮게 가라앉은 에리스의 목소리가 번갈아 울리고 있었다.아빠를 뜻하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애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아니겠지.잘못 들은 거겠지.애드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조금 밀었다.끼이익-문이 열리고, 멍한 얼굴의 애드가 안으로 들어섰다.로테는 황급히 눈물을 훔친 뒤,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애드, 왜 벌써 들어와? 놀만한게 없어?”애드는 잠시 로테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엄마.”“대체 누가 아빠를 죽인거야…?”로테는 어린아들에게 차마 대답하고싶지않은 질문을 들어버렸다.“이야기... 들었니...?”“들어버렸어.”일곱 살 아이의 목소리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담담한 목소리.울음을 억지로 삼키는 아들의 모습에 로테는 더는 참지 못하고 애드에게 달려가그를 힘껏 끌어안았다.“미안해, 애드...”“이제... 검은 숲으로는 돌아가지 못해...”로테의 말에 애드는 참고있던 울분을 터트렸다.“추억의 장소라며...”“아빠랑 엄마가 만난 곳이잖아!”애드는 목소리가 갈라질정도로 화를냈다.“그리고 아빠를 죽인 놈이 나쁜 거잖아!”“왜 우리가 숨어 살아야 하는 건데? 난 그놈 용서못해!! ”애드의 말에 로테는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애드... 엄마도 분하고 억울해.”“당장이라도 찾아내서 찢어 죽이고 싶어.”“하지만 복수를 시작하면... 그 불행은 또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갉아먹고 말아...”애드는 로테의 말을 듣지않고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갉아먹혀도 괜찮아!”“이미 아빠는 돌아오지 못하고... 행복도 다 부서졌는데!”로테는 떨리는 손으로 애드의 뺨을 때렸다.찰싹-!“아야...”“애드.”그녀가 눈물을 머금은 채 웃었다.“넌 아직 어려… 부서진 행복은... 다시 이어 갈 수 있어.”“엄마는 그 빌어먹을
“헉... 헉...!”에리스는 의식을 잃은 로테를 업은 채, 숨이 찢어질 듯 숲을 달리고 있었다.등에 느껴지는 로테의 체온은 점점 식어 가고 있었다.달리는 와중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애드의 행방으로 가득했다.“그 꼬맹이는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그때였다.맞은편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에리스는 즉시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을 노려보았다.혹시 놈이 다시 쫓아온 건 아닐까.긴장한 채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치려던 순간.“와악-! 이모!”수풀을 헤치고 애드가 튀어나왔다.장난기 가득한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하아....”에리스는 온몸의 힘이 빠지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놀랐지? 이모!”애드의 얼굴을 보는 순간 풀어졌던 긴장도 잠시,에리스는 곧바로 표정을 다잡고 낮게 말했다.“애드. 장난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달려야 해.”애드에게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내 손 잡아.”“응...?”그제서야 애드는 에리스 등에 업힌 로테를 발견했다.“어!? 이모, 엄마는 왜 이래? 다쳤어? 아빠는?”“......”애드의 물음에 에리스의 머릿속에서 헬리오스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피를 토하던 얼굴.끝내 다 하지 못한 말.에리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억지로 입을 열었다.“우린 지금 술래잡기 중이야.”“뭐?”“아빠가 술래고, 엄마는 도망가다 다쳤어.”애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른 셋이서 무슨 술래잡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해?”“질문은 나중에.”에리스는 애드의 손을 세게 붙잡았다.“우선 달리자.”“...응!”세 사람은 한참 동안 숲속을 내달렸다.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릴때 쯤,숲 끝자락, 절벽 근처에 버려진 낡은 오두막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에리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문을 밀어 열었다.끼이익-“일단 여기서 쉬자.”그녀는 로테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힌 뒤, 구석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리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았다.아파테에게 속아 이 빌어먹을